여행-제주도

제주도 섬 속의 섬 가파도 04 - 제단집, 불턱, 상동우물, 상동할망당

좀좀이 2014. 8. 2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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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을 따라 상동항선착장으로 돌아온 후 동쪽 해안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가파도 올레길인 10-1 올레코스는 상동항에서 시작해서 서쪽 해안을 따라 돌다가 고인돌 군락을 통해 대원사가 있는 섬 내륙까지 들어가고, 그대로 쭉 올라가 다시 상동항선착장으로 돌아간 후 동쪽 해안을 타고 걸어서 하동항선착장까지 가는 길이에요. 그리고 하동항선착장에서 바닷가를 따라 쭉 걸으면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것이지요.



산방산이 구름에 가려서 꼭대기 쪽만 살짝 드러났어요.


'저거 이쪽 잘 모르는 사람한테 보여주고 '저거 한라산이에요'라고 하면 속지 않을까?'


아쉽게도 옆에 이쪽을 잘 모르는 사람이 없어서 시도는 못 해 보았어요. 물론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전송하고 '저거 한라산'이라고 장난쳐볼 수는 있었지만, 이게 장난이고 사진 속 구름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산방산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더 귀찮을 것 같아서 생각만 하고 말았어요.



저 할머니께서 등에 짊어지신 것을 '물구덕'이라고 해요. 옛날 제주도에서는 물을 항아리에 붓고, 그 항아리를 바구니에 넣은 후 등에 지고 집으로 날랐는데, 이때 물을 담은 항아리를 '물허벅', 그리고 물허벅을 집어넣는 바구니를 '물구덕'이라고 불렀어요. 구덕은 '바구니'라는 뜻으로, 제주도식 아기 요람은 '애기구덕'이라고 불러요.






가파도 동쪽 해안을 따라 계속 걸어갔어요.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무덤이 있었어요. 무덤 역시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담을 쳐놓은 무덤이었어요. 제주도에서는 이렇게 무덤 주변에 사각형으로 쳐놓은 돌담을 '산담'이라고 불러요. 산담은 타지역 장묘문화와는 다른 제주도만의 장묘문화이지요.


그리고 계속 해안을 따라 걸어가자 제단집이 나왔어요.



가파도에서는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음력 2월달을 기점으로 기일을 택일해 남자주민 대표 9명이 3박 4일 동안 몸을 정갈이 하고 정성껏 재물을 마련한 후 이 제단집에서 하늘에 천제를 지낸다고 해요.



제단집 내부는 깨끗했고, 제단과 복전함이 있었어요.



제단집을 뒤로 하고 계속 해안을 따라 걸어갔어요.


상동항선착장에서 오래 걸은 거 같지 않았는데 하동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가파도 남동쪽에서 본 바다.





하동 선착장 쪽으로 가자 '불턱'이라는 것이 있었어요.



불턱은 일종의 탈의실인데, 해녀들이 물질을 하면서 옷을 갈아입거나 불을 쬐며 쉬는 곳으로, '화톳불'과 그 의미가 유사하다고 해요. 불턱에서 '불'은 말 그대로 불씨를 뜻하며, '덕'은 '불자리'를 의미한다고 해요.






하동포구는 이렇게 생겼답니다.




마라도가 보이는 바다에서는 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었어요.



돌밭인 해안을 계속 따라갔어요.




해안가를 따라가다보니 점심을 먹었던 정자가 나왔어요. 이제 가파도 해안도 전부 한 바퀴 뺑 돌았어요. 여기에서 부모님과 잠시 길을 달리 해서 저는 섬을 가로질러서 상동항선착장으로 가기로 했어요. 제가 섬을 가로질러가기로 한 이유는 바로...


가파도 전경을 조망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이 있었다!


가파도 전경을 조망하고 싶은데 가파도 전경을 조망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은 가파초교 근처에 있었어요. 그래서 섬을 가로질러 다시 가파초교를 가고, 거기서 상동포구로 내려갈 생각이었어요.





고인돌 군락을 지나서 가파도교회로 갔어요.




이렇게 해서 가파도에 있는 교회도 절도 다 보았어요.





가파초등학교 옆에 있는 회을공원.



아까는 그냥 대충 보고 지나갔었던 가파초등학교에 사진을 찍으러 다시 들어갔어요.



가파초등학교에도 책 읽는 소녀 석상이 있었어요. 어렸을 때 자정이 되면 책 읽는 소녀 석상이 책을 덮고 눈에 불이 들어와서 번쩍이는 눈을 뜨고 학교 안을 돌아다닌다는 괴담이 있었어요. 이 학교 어린이들도 그런 괴담을 들어본 적 있을까 궁금했어요.




가파초등학교 근처에는 가파리 경로당이 있었어요.



이 근처에 2층으로 된 건무링 있어서 혹시 옥상에 올라가면 전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일단 2층으로 된 건물 옆에 있는 단층 건물은 옆에 계단이 있어서 올라가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것은 1층 바로 위인데다 양옆을 다른 건물이 막고 있어서 시원하게 보이지 않았어요. 이 사진에서 왼쪽에 있는 슬레이트 집이 바로 대원사고, 왼편 풍력발전기 쪽이 고인돌 군락이지요.


그래서 전망을 내려다보기 위해 옆 건물로 들어갔어요. 옆 건물은 당구 클럽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2층에 올라가자 당구대 몇 개가 있고, 마을 사람들이 당구를 치고 있었어요.


"저, 실례한데 여기에서 사진 좀 찍을 수 있을까요?"

"여기서 사진 찍을 것이 어디 있다구요?"

"아...여기서 창 밖 풍경 좀 찍으려구요."

"여기 창문 못 열어요."

"괜찮아요. 그냥 여기서 창문 통해 보이는 풍경 찍을께요."

"그래요, 그럼."


위로도 올라갈 수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옥상으로 올라갈 길은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가파도에 있는 당구 클럽에서 창가를 통해 보이는 가파도를 찍었어요.




2층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좋기는 한데 기대했던 시원하게 내려다보는 풍경은 아니었어요. 그냥 조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 정도였어요. 이 당구 클럽 옥상에 올라갈 수 있게 만들었다면 거기에서 가파도를 쭉 조망할 수 있었을텐데...그 점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구 클럽이 컨테이너 올린 것이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무리일 수도 있었어요. 그냥 섬 중앙에 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가파도는 섬 자체가 워낙 평평해서 자연적인 곳 중에서는 한 번에 섬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없었거든요.


사진 찍게 해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드린 후 상동포구를 향해 걸어갔어요. 바로 위 사진 높은 창고를 넘어가자마자 상동우물이 나왔어요.



물이 그렇게까지 깨끗해보이지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지금은 이 우물을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닌가 싶었어요. 설명을 보면 상동우물은 약 150여년 전에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우물을 파서 만든 우물로, 식수 및 빨래터로 사용할 수 있었대요. 그리고 이 때문에 상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해요.


하지만 하동에 공동우물과 빨래터를 신설하자 대다수 상동주민들이 하동으로 모여살기 시작해 지금은 하동에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해요.




상동우물을 뒤로 하고 계속 북쪽으로 걸어갔어요.



길을 타고 내려가다가 뒤를 돌아보았어요. 키 큰 종려나무 때문에 가파초등학교가 저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해안에 도착해서 상동항선착장으로 걸어가다가 바위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어요.




저건 낙타바위다!


그냥 이름없는 바위였지만 딱 봐도 낙타 모습이었어요. 왼쪽 튀어나온 부분이 머리, 가운데 뾰족한 것은 낙타 등의 혹. 바닥에 앉아 있는 낙타라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상동포구에 다다르자 상동할망당이 있었어요.



설명 표지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패총 가까운 해안 절벽 큰바위에는 둥글게 돌담으로 울타리를 쌓은 뒤 가운데에 작은돌 2개를 받쳐 놓고 크고 평평한 돌 하나를 얹은 제단이 있다. '춘포제단'이다. 제주 민간 신앙에서 '제단'이 남자들이 주도하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축제성격의 제사를 치러지는 곳이라면, '당'은 여자들이 주도하여 어부와 해녀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곳이다. 가파도 주민들은 당을 흔히 '할망당'이라 부르는데 상동과 하동에 각기 하나씩 있다. 상동의 할망당이 '매부리당', 하동의 할망당은 '뒷서낭당'이다. 바다에 깊이 기대어 사는 만큼 할망당은 가파도 사람들에게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드디어 가파도 상동포구에 도착했어요.




상동포구를 지나 상동항선착장으로 갔어요.




가파도를 다 돌고나서야 이 표지석을 보았어요. 간단한 디자인이었지만, 뒷배경이 좋기 때문에 오히려 풍경과 잘 어울리는 비석이었어요.


가파도 상동항선착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들어가서 역시 또 승선신고서를 작성하고 배표를 구입했어요.




저는 제주도민이라 5천원. 참고로 타지역 사람은 5700원이고, 저와 같은 제주도민은 5000원, 가파도 주민은 3400원이에요.


배가 오자 배에 올라탔어요. 배는 저희 가족이 올라타자마자 바로 출항했어요.




가파도는 점점 더 멀어졌어요. 가파도 안녕!


가파도는 매우 아름다운 섬이었어요. 제주 일정 중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섬이었어요.


단, 섬 전체적으로 그늘이 거의 없었어요. 이렇게 평평하고 그늘 없는 곳은 이 가파도 뿐만이 아니라 제주도 전체를 놓고 보아도 생각만큼 많지 않아요. 더욱이 사진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날은 날도 너무 좋았어요. 작은 섬인데 바람이 한 점도 없었어요.


이날, 예전 생각하며 썬크림도 안 바르고 모자도 안 쓰고 반팔을 입고 섬을 한 바퀴 돌아다녔어요. 당연히 그늘이 없다보니 돌아다니는 내내 햇볕을 쬐어야 했고, 이곳은 작은 섬이었어요. 즉 바닷가라서 살은 더욱 쉽게 타는 곳. 가파도 선착장에 돌아왔을 때 양팔은 무서울 정도로 빨갛게 탔고, 선착장 내부로 들어오자 그때부터 많이 따갑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선착장 화장실에서 팔을 씻고 선풍기 바람에 말려서 일단 열기를 빼내보려고 했어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목욕탕에 가서 냉탕에 두 손을 담고 있었어요. 하지만 열기가 빠지지 않았어요.


결국 다음날까지도 계속 너무 따가워서 화기가 빠지자마자 바셀린이 집에 없어서 대신 존슨즈 베이비 오일을 양팔과 코, 광대뼈에 발랐어요. 이렇게 햇볕에 크게 데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지금껏 그냥 하루 정도 따갑고 나중에 살갗 벗겨지는 정도였지 이렇게 엄청 따갑고 쓰라린 적은 없었거든요. 흉터가 남는 2도화상까지는 아니지만, 지독한 1도화상을 입었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부모님께서는 긴 소매 셔츠를 걸치고 가셨는데, 그 소매 속 팔도 붉게 되셨답니다. 이건 진짜 햇볕이 무식하게 강하고 바닷바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어지간해서는 불가능한 현상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파도는 결국 대부분은 봄, 여름, 가을에 갈 거에요. 겨울에는 바닷바람 칼 같아서 저런 섬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테니까요. 그런데 가파도는 진짜로 그늘이 거의 없답니다. 섬 한 바퀴 도는 길 전체가 땡볕 아래라고 해도 99.9%는 맞아요. 그러므로 가파도 가실 때 반드시 썬크림 바르고 모자 쓰고 가세요. 긴팔 옷 입으시구요.


그리고 가파초등학교 수돗가에서 식수를 보충하실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제주도는 그냥 수돗물 마셔도 괜찮은 곳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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