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리뷰/키르기스스탄

키르기스스탄 러시아인 초등학교 1학년 키르기즈어 교과서

좀좀이 2013. 10. 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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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육과 관련하여 중앙아시아 및 아제르바이잔에서 재미있는 점이자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점은 바로 '국어와 모국어가 일치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국어 교육'이 따로 존재한다는 점이에요.


이런 일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은 바로 소련 시절 많은 러시아인들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이 지역으로 이주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은 온갖 민족의 유배지로도 이용되었죠. 처음부터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130개가 넘는 민족이 살았던 것이 아니라 소련 시절 소련 중앙정부에서 온갖 민족을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보내면서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민족들이 모여 살게 된 것이에요. 이렇게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보내진 민족 중 고려인도 있구요.


소련 붕괴 후 많은 러시아인들이 자신들의 모국인 러시아로 돌아갔어요. 그러나 러시아로 돌아가지 않은 러시아인들도 많았고, 러시아로 돌아갔다가 러시아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 러시아인들도 있어요. 러시아라고 상황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아제르바이잔, 타지키스탄 등 독립하자마자 전쟁을 겪은 몇몇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러시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황이 더 안 좋았거든요.


한편, 소련의 러시아어 보급 정책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을 구성한 15개 공화국의 국어들은 그나마 어느 정도의 지위는 보장받았지만, 이 외의 나머지 언어들은 그나마의 지위조차 없었으니 더욱 암담한 상황이었죠.


이와 같은 상황이다보니 소련 붕괴 후 러시아를 제외하고 어느 국가든 국어 교육과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물론 해결 방법은 소련의 국어 교육과 거의 비슷했답니다. 모국어와 국어가 일치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과 모국어가 국어가 일치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죠. 이것은 학교 단위가 될 수도 있고, 학급 단위가 될 수도 있어요.


이렇다보니 국어 교과서도 당연히 기본적으로 두 종류랍니다. 모국어와 국어가 일치하는 학생들의 국어 교육을 위한 국어 교과서와 모국어와 국어가 일치하지 않는 학생들의 국어 교육을 위한 국어 교과서이지요.


이번에 볼 교과서는 키르기스스탄의 러시아인 초등학교 1학년 키르기즈어 교과서랍니다.


교과서 지문들은

http://turkiclibrary.tistory.com/category/키르기즈어/Кыргыз%20тили%20(러시아%20학교)%20-%2001

에서 보실 수 있어요.




이 책은 매우 얇아요. 맨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80쪽이죠. 1년간 80쪽을 배운답니다. 그렇다고 해서 활자가 매우 작은 것도 아니랍니다. 아주 시원시원해서 눈에는 매우 잘 들어와요.




일단 인사부터 배운답니다.


흥미로운 점은 키르기스인용 키르기스어 교과서 (http://zomzom.tistory.com/712) 와 달리 글자 공부가 안 보인다는 점이에요. 대신 키르기스인용 키르기스어 교과서는 이런 기초적인 회화 부분이 매우 약하죠. 그리고 키르기스인용 키르기스어 교과서에서는 음절 표시를 확실히 해서 정확히 읽게 하는데 여기에는 그런 것은 없습니다.




내용은 정말 기초적인 말을 배우는 내용이랍니다. 이 부분은 수를 읽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지요.




러시아인용 교과서이기 때문에 맨 뒤에는 이렇게 단어가 정리되어 있답니다. 참고로 키르기즈어의 키릴 알파벳은 특별한 문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타이핑치고 읽기 수월한 편이랍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그림 재활용. 같은 그림을 크기만 바꾸어서 두 번 사용했더라구요. 참고로 지문 내용은 다르답니다.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매우 낮아요. 전래동화는 딱 한 편 있는데, 이게 문제일 뿐, 이것을 제외하면 매우 쉽답니다. 책도 얇은데 내용도 매우 쉬워서 키릴 문자와 튀르크 언어를 안다면 쉽게 볼 수 있지요. 물론 키르기즈어를 모른다면 처음에 공부를 조금 해야겠지만요. 여러 튀르크 언어들 중 하나 안다고 해서 모든 튀르크어에 통달하다는 것은 아니에요. 당연히 별도의 공부를 해야 하죠. 단지 복잡한 문법은 안 나오기 때문에 다른 튀르크 언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키르기즈어 기초 문법 쓰윽 훑어본 후 사전 뒤져가며 별 어려움 없이 혼자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에요. 일본어로 친다면 아주 기초적인 조사 몇 개와 기초적인 동사 변화 몇 개만 알면 사전 뒤져가며 읽을 수 있는 난이도에요.


전에 키르기즈인용 키르기즈어 1학년 교과서는 외국인을 위한 교재로 사용해도 괜찮을 정도라고 했어요. 이것은 외국인을 위한 교과서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난이도가 낮아요. 만약 키르기스스탄에서 키르기즈어만 사용하고 공부한다면 한 달도 넘칠 분량이에요. 교재보다는 오히려 간단한 여행 회화 몇 마디 익히는 정도로 사용한다면 잘 사용할 수도 있는 수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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