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

날 궂을 때 가야 볼만한 제주도 제주시 용담동 용두암

좀좀이 2013. 8. 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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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교 때문에 서울로 올라오기 전 - 그러니까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제주도는 제주시, 북제주군, 남제주군, 서귀포시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이게 나중에 제주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제주시와 북제주군이 합쳐져 제주시, 남제주군과 서귀포시가 합쳐져 서귀포시가 되었죠.


이렇게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합쳐지면서 제가 어릴 때 이야기를 하기는 꽤 어려워졌어요. 그 이유는 제주도의 지형적 특성과 관련있어요.


제주도는 동서로 긴 타원형 형태의 섬이며, 가운데에는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해발 1950m인 한라산이 딱 자리잡고 있지요. 그래서 예전에는 제주도를 6개 권역으로 나누어 설명했어요. 제주시, 서귀포시, 그리고 제주시를 기준으로 북제주군 서부와 북제주군 동부, 서귀포시를 기준으로 남제주군 서부와 남제주군 동부로 위치를 설명했지요. 사람들이 왜 북제주군과 남제주군은 서로 떨어진 2개로 이루어져 있냐고 가끔 물어보았는데, 그 이유는 간단해요.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북제주군과 남제주군에서 떨어져 나와 시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북제주군청은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제주도청 바로 근처에 있었어요. 이쪽에 제주MBC, 제주KBS, 제주전화국, 제주중앙중학교, 신제주초등학교가 있었지요. 간단히 위치를 이야기하면 '신제주로타리 근처'에요.


제주시청보다 제주도청에 가까운 북제주군청~오오오~!!


제주도는 섬의 모양, 그리고 한라산 때문에 남북으로의 이동보다 동서로의 이동이 훨씬 불편해요. 자연경관 자체가 동쪽과 서쪽이 크게 다르답니다. 동쪽이 서쪽보다 지세가 험한 편이에요. 그리고 개발은 서쪽이 먼저 되었죠. 그래서 고전적으로 잘 알려진 제주도의 관광명소 - 한림공원, 산방산, 중문관광단지 등은 서쪽에 있고, 요즘 알려지고 있는 검은오름 등은 동쪽에 있어요.


간단히 정리하자면, 현재 제주시 동쪽 끝인 구좌읍과 서쪽 끝인 한경면은 의정부와 수원처럼 심리적으로나 이동하는 것으로나 먼 곳이에요. 가뜩이나 거리상으로 가깝지 않은데 옛날 제주시를 통과해야하니까요.


제가 어렸을 적, 당시 제주시에는 관광명소랄 것이 실상 없었어요. 그나마 그때 유명했던 관광명소들은 삼성혈, 용두암, 제주자연사박물관, 제주민속박물관 정도. 사라봉은 영주십경 때문에 외우기는 했지만 당시 그냥 무수히 많은 오름 중 하나였을 뿐이었고, 관덕정은 그냥 오래된 정자 하나 덜렁 있는 것이었고, 산천단도 그냥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곳. 한라산 관음사 코스는 지금도 그저 성판악 코스로 올라갔다가 하산하는 코스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에는 한라산 정상 코스 전면통제 시절이 있어서 그나마도 안 가던 코스. 한라수목원 역시 그 당시에는 그냥 별 볼 일 없는 곳.


참고로 이 시절, 신제주행 버스 노선만 4개 있었어요. 의료원 (한라의료원), 그랜드 (그랜드호텔), 미림주택, 그리고 정실. 시내버스 노선이 제대(제주대), 여고(제주여고), 공업단지, 조천, 함덕, 삼양, 봉개, 부두, 성화부락, 수근동, 사수동, 신제주 (의료원, 그랜드, 미림주택, 정실), 정실, 농고(제주농고, 현재 제주관광고), 양잠단지, 축산단지, 하귀 등이 있었어요. 당시 제주시 시내버스는 버스 번호판이 '숫자+지명' 조합이었는데, 저건 버스 번호판에서 지명만 기억나는대로 적은 거에요. 숫자에 따라 세부 노선은 또 달라졌지요. 예를 들어 같은 동문로타리에서 출발해 그랜드호텔로 가는 신제주 노선이라 해도 관덕정-서사로를 통해 가는 버스가 있었고, 중앙로-도남 (옛날 제주신성여자고등학교 근처)을 통해 가는 버스가 있었어요. 공항버스로는 100번, 200번, 300번, 500번이 있던 시절이구요.


지금이야 제주시 시내버스 회사들이 부도가 나며 공영버스로 바뀌면서 버스노선이 확 줄어버려 시내 버스가 제주시 곳곳을 다니지 않지만, 이 시절만 해도 시내 버스가 제주시 곳곳을 돌아다니던 시절이었어요.


이 당시 시내 버스 노선들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일단 그건 생략하고, 어쨌든 당시 제주시에 관광명소라고 그나마 손꼽을 만한 곳은 용두암과 삼성혈 정도였어요.


이 중 용두암은 지금도 육지에서 수학여행 코스로 잘 들리는 곳이에요. 이유는 공항에서 가깝기 때문이죠. 육지에서 들어왔으니 결국은 대체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공항에 애들을 풀어놓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제주시내에서 애들을 풀어놓고 시간을 보낼 만한 장소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용두암을 잘 들려요. 게다가 입장료도 없구요. 이와 비슷한 이유로 제주도에 수학여행와서 마지막날에 잘 가는 코스 중 하나가 바로 한라수목원. 그래도 한라수목원은 나름 잘 꾸며놓았고, 식물 및 희안한 돌을 전시한 온실도 있고, 오름도 있는데다 운이 좋으면 노루도 만날 수 있어요. 잠깐 들려서 구경하기에는 나름 큰 곳. 그래서 마지막에 한라수목원을 갔다고 하면 '아...적당히 애들 놀게 하고 수학여행 끝냈구나', 용두암 갔다고 하면 '아...공항 갈 때까지 시간 때우러 갔구나' 하고 생각하지요.



제주_용두암


사진으로 보면 매우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보면 기암이기는 한데, 실망할 수 있답니다. 다른 용두암 사진 속에서 보이는 것처럼 멋진 장관이 아니거든요. 이 사진 말고 다른 사진들 속의 용두암을 보면 용두암이 매우 크고 웅장할 거 같은데, 실제 가서 보면 그렇지 않답니다. 그래서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죠.


용두암이 멋져보일 때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때냐 하면, 먼저 파도가 거칠게 치는 날. 이때는 꽤 멋진 풍경이 되요. 용두암 전설 자체가 몇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결국은 하늘로 올라가려다 살해당한 용 또는 백마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설과도 잘 어울리는 풍경이 연출되지요. 두 번째는 밤, 또는 새벽이에요. 간단히 이야기해서 돌아다니기 좋은 날씨에 돌아다니기 좋은 시간의 용두암이 제일 별 볼 일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근처에 용연도 있답니다.




낮에 찍은 사진이 분명 있을텐데 찾지를 못하겠네요. 밤의 용연 풍경은 이렇답니다. 용두암 하나만, 또는 용연 하나만 보는 것보다는 두 개를 묶어서 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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