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비빔면을 처음 먹어본 것은 초등학생때였어요. 아마 3~4학년이었을 때였을 거에요. 어머니를 따라 슈퍼에 갔는데 유독 예쁜 파란 봉지에 들어있는 라면이 보였어요. 마침 TV에서는 종종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팔도비빔면~'이라는 광고 노래가 종종 나왔기 때문에 한 번 너무 먹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 팔도비빔면을 사달라고 졸랐어요. 어머니께서는 점심에 종종 라면을 끓여주셨기 때문에 그냥 사 주셨어요.


다음날,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께서 끓여주신 팔도비빔면을 점심으로 먹었어요.


"으어억! 이거 왜 이렇게 매워!"


어린 제가 먹기에는 충격적으로 매운 맛. 어떻게 다 먹기는 했는데, 비빔면을 먹어서 배부른 게 아니라 맵다고 물을 너무 들이켜서 배가 불렀어요.


그런데 이건 일단 뜨겁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른 라면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매워도 계속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맛도 괜찮았고, 맵기는 했지만 뜨겁지는 않아서 참고 먹을 수 있었거든요.


고등학교 급식으로 쫄면이 나오기 전까지, 팔도비빔면은 제 머리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매운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었어요. 그리고 여름에는 종종 끓여먹었구요.


팔도비빔면에 대한 추억이 하나 더 있다면 고등학교때였어요. 집에서 점심을 배불리 먹고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친구 어머니께서 비빔면 먹으며 놀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까짓 비빔면 1개, 금방 먹지' 하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는데...


나온 게 양푼 가득 비빔면.


친구랑 둘이서 먹는데 도저히 줄어들지가 않았어요. 집에서 굶고 온 것도 아니고 점심을 잔뜩 먹은 상태에서 배고플 때에도 도저히 다 먹을 수 없는 양의 비빔면이 나오자 경악 그 자체. 둘이 어떻게 다 먹기는 했는데, 그 이후 한동안 그 친구네 집에 항상 밥시간을 피해서 갔다가 밥시간을 피해서 집에 돌아오곤 했어요.


사람들이 비빔면이 한 개는 적고 두 개는 많다고 하는데 저와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 한 개는 입만 버리는 것이고, 식사로 먹으려면 어차피 두 개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갯수가지고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다른 비빔면들도 먹어 보기는 했지만 제게는 전부 별로라서 한국에 있을 때 날이 조금만 따뜻해지면 팔도비빔면을 열심히 먹어대었어요. 비빔면을 끓일 때에는 면을 평소보다 더 익히고, 짜파게티를 끓일 때에는 면을 평소보다 덜 익히는 게 제가 라면 끓이는 방법이라면 방법.


그리고 작년. 저는 우즈베키스탄에 있었지요.


"비빔면 먹고 싶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비빔면을 먹을 수는 있었어요. 하지만 단 한 번도 먹지 못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비빔면 구하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타슈켄트에 한국인이 하도 많이 살고 있어서 한국 식품 웬만한 건 그냥 구할 수 있었거든요. 한국보다 가격이 비싸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손 벌벌 떨며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정작 우즈베키스탄에서 비빔면을 단 한 번도 끓여먹지 않고 돌아온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어요.


식수 소비가 너무 커!


아마 우리나라에서 파는 라면 중 물 소비량은 비빔면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어요. 먼저 그냥 국물 라면은 처음 냄비에 부은 물로 끝. 처음 냄비에 부은 물이 국물이 되기 때문에 딱 그거만 소비하면 되죠. 그 다음 물이 아까운 라면은 짜파게티, 스파게티처럼 면을 삶아서 비벼먹는 라면. 이것도 처음 냄비에 부은 물만 사용하기는 하지만, 이 물을 버려야한다는 점에서 버릴 때 물이 아깝기는 해요. 한국에서야 그냥 수돗물 받아서 끓이고 먹고 하면 되기 때문에 별 상관이 없긴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생수를 사서 마셔야 하니까요. 석회 성분은 끓인다고 공기중으로 날아가지 않아서 생수를 써야 했지요. 여담이지만 우즈베키스탄 가서 한국 음식들이 물을 상당히 많이 소비하는 음식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밥을 지어 먹을 때와 빵을 사서 먹을 때의 물 소비량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더군요. 물값이 그렇게 크게 비싼 것은 아니었지만, 네슬레에서 물을 주문해야하는데 이게 일주일에 한 번 오는 것이다보니 이것도 은근 신경이 쓰이기는 했어요.


문제는 비빔면. 이건 면 삶을 때 물이 들어가고, 면을 헹구고 식히기 위해서 두 번 정도 물을 더 냄비에 부어주어야 해요. 당연히 삶을 때, 헹구고 식힐 때 모두 생수를 써야 했죠. 그래서 아예 안 먹었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 한국. 당연히 날이 더우니 팔도비빔면이 먹고 싶었어요.




비빔면, 짜파게티 끓이는 순간만은 나도 요리사!


이건 뭐 하루 이틀 끓여본 게 아니라 끓이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1년 안 끓여보았다고 '내 손이 예전 그 손이 아니야!'라고 절규할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었어요.


"역시 한국에서 여름에는 비빔면이 최고야!"


요리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제게, 그리고 요리보다 항상 설겆이 생각을 먼저 하는 제게 비빔면은 여름 한정 최고의 음식. 이건 설겆이도 쉬워요. 게다가 끓이는 시간이면 다 먹고 설겆이까지 끝낼 수 있어요. 말 그대로 초간편 요리.


비빔면을 먹고 나서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였어요.


여름이 왔구나.

반응형

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맞아요! 여름에 입맛 없을때 한끼 때우기 좋죠.
    보기만해도 군침이 도네요.ㅎㅎ
    좀좀이님 글을 보니 물을 좀 아껴야겠어요.

    2013.06.19 08: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비빔면은 정말 여름을 위해 존재하는 라면 같아요. 저도 제가 쓴 글 보고 아침부터 비빔면이 먹고 싶어졌어요 ㅋㅋ;

      2013.06.19 10:56 신고 [ ADDR : EDIT/ DEL ]
  2. 알 수 없는 사용자

    ㅎㅎ 저도 어제 비빔면 먹었는 데
    간단하게 새콤한 양념장에 면을 먹을 수 있으니 ㅎ 여름엔 최고의 간식인듯 합니다.ㅎ

    2013.06.19 09:25 [ ADDR : EDIT/ DEL : REPLY ]
    • 간단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여름철 최고의 라면이자 간식이죠 ㅋㅋ

      2013.06.19 10:57 신고 [ ADDR : EDIT/ DEL ]
  3. 아.... 국수 종종 삶으면서 물 많이 들어간다는 생각은 미처 못 해봤네요.
    그냥 조리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생각했지....ㅎㅎ
    석회수 나는 우즈베키스탄이나 유럽 등에서는 국수가 물값때문에 값 비싼 음식이 될 수도 있겠어요~ @_@

    2013.06.19 09: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물을 얼마나 써야 하나 생각해보면 국수, 비빔면 같은 것은 물 소비가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답니다 ㅎㅎ 생수값이 비싸면 졸지에 상대적으로 비싼 음식이 되어 버리죠^^

      2013.06.19 11:04 신고 [ ADDR : EDIT/ DEL ]
  4. 여러 종류가 있지만
    팔도가 가장 맛있지요. ㅋㅋ

    2013.06.19 10: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이런 저런 비빔면 종류 먹어보았지만 아직까지는 팔도가 가장 맛있었어요^^

      2013.06.19 11:07 신고 [ ADDR : EDIT/ DEL ]
  5. 알 수 없는 사용자

    여름에 입맛 없을 때 한끼로 참 좋죠..
    특히 냉장고에 열무김치라도 있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습니다. ^^

    2013.06.19 12:01 [ ADDR : EDIT/ DEL : REPLY ]
    • 저건 정말 우리나라 라면 역사에서 불후의 명작 중 하나인 거 같아요 ㅎㅎ

      2013.06.19 13:51 신고 [ ADDR : EDIT/ DEL ]
  6. 물을 많이 쓰는 음식이 많아서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인가보군요 ㅋㅋ

    2013.06.19 13: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팔도 비빔면에 오이 송송 썰어 넣어 주면.. ㅎㅎ
    금상첨화지요.
    중국이나 우즈벡이나 물이 많이 부족한가봐요 ㅠㅠ
    그런 나라 보면, 한국이 물 부족 국가라는게 안 믿겨져요.

    2013.06.19 14: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우즈벡에서 물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렇게까지 느끼지는 못했어요. 단지 물에 있는 석회질 때문에 마시는 물은 따로 사서 마셔야 했지요. 라면은 물에 띵띵 불리는 음식이다보니 면을 삶을 때 생수를 써야 했구요 ㅎㅎ;; 간단한 야채나 과일 씻는 건 그냥 수돗물로 잘 씻어 먹었어요 ㅋㅋㅋ
      비빔면에 오이 썰어 넣으면 최고죠!^^

      2013.06.19 14:38 신고 [ ADDR : EDIT/ DEL ]
  8.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하하..저도 비빔면 좋아하는데 정말 먹고 싶네요^^
    저는 팔도라면도 좋아해요^^

    2013.06.19 15: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팔도 라면은 거의 못 먹어보았어요. 꼬꼬면이 팔도 것이었죠? ㅎㅎ;;
      그리스에서 비빔면을 끓여먹으면 그 기분이 매우 특별할 거 같아요 ^^

      2013.06.19 15:28 신고 [ ADDR : EDIT/ DEL ]
  9.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2013.06.19 17:02 [ ADDR : EDIT/ DEL : REPLY ]
  10. 비빔면, 팥빙수 ~ 저에게는 여름하면 생각나는 음식이지요 ㅎㅎ 비빔면 진짜 맛있어요~ 저도 고등학교 때 이런때 토요일에 일찍 집에오면 꼭 짜파게티, 비빔면 이런거 끓여머고 그랬는데 그땐 저도 요리사 ㅎㅎㅎㅎ
    으아 식수가 많이 들어서 비빔면을 못먹다니 왠지 이해가 가면서도 안타까운스토리네요 ㅠ.ㅠ

    2013.06.19 20: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는 여름에 팔도 비빔면과 롯데리아 팥빙수 먹는 게 낙이에요 ㅋㅋ Capella님께서도 토요일에 짜파게티, 비빔면 같은 거 끓여드셨군요! 저도 주말 점심은 거의 라면 끓여 먹곤 했어요 ㅎㅎ
      저곳 가서 느낀 건 물이 참 소중하다는 것이었어요 ^^;

      2013.06.20 14:30 신고 [ ADDR : EDIT/ DEL ]
  11. ㅎㅎ팔도비빔면~ 맛있긴 맛있죠^^ 국물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 1개는 아쉬워요 ㅋㅋ

    2013.06.19 21: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국물이 없어서 밥을 못 말아먹어 1개로는 안 되는 거 같아요 ㅎㅎ

      2013.06.20 14:31 신고 [ ADDR : EDIT/ DEL ]
  12. 알 수 없는 사용자

    전 여름엔 쫄면 홀릭이에요. 우즈벡 생활 아직 많이 그리우시죠? ^^

    2013.06.20 16:58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직도 우즈벡 많이 그리워요. 요즘은 더우니 우즈벡에서 엄청나게 덥던 그 여름이 자꾸 생각난답니다. 아마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그리워할 거 같아요^^;;

      2013.06.22 20:38 신고 [ ADDR : EDIT/ DEL ]
  13. 알 수 없는 사용자

    여름 별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ㅎ
    너무 맛나죠.ㅎ

    2013.06.20 21:02 [ ADDR : EDIT/ DEL : REPLY ]
  14.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2013.06.20 22:12 [ ADDR : EDIT/ DEL : REPLY ]
    • 매일 먹기엔 조금 그렇죠 ㅎㅎ 이건 정말 별미로 즐겨야하는 것 같아요^^

      2013.06.22 21:01 신고 [ ADDR : EDIT/ DEL ]
  15. 우즈벡에서 비빔밥 만들데 생수가 두번... 캬...

    비빔밥을 통해 물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된것 같습니다.

    전 요즘 일품 짜짜면을 주로 해 먹습니다.^^

    2013.06.20 23: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일품 짜장면은 아직 못 먹어보았어요. 다음 라면 살 때 고려를 해 보아야겠군요^^

      2013.06.22 21:02 신고 [ ADDR : EDIT/ DEL ]
  16. 비빔면은 팔도가 쵝오! ^^
    야채랑 삶은계란이랑 곁들이면 맛은 배로~
    우즈벡에서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생수로 끓이고 헹구고... 노노! 저도 우즈벡에서 국수요리는 못해먹을것 같네요.

    2013.06.21 18: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오이랑 계란 들어간 비빔면 좋아해요! 그런데 집에서 혼자 끓여먹을 때에는 귀찮아서 모든 걸 생략하고 면만 삶아먹는답니다. 그래도 맛있어서요 ㅎㅎㅎ
      우즈벡에서 해 먹을 수 있어요. 다행히 물값이 비싸지는 않아서요. 대신 이런 거 자꾸 해 먹으면 매주 특정 요일은 물 받는 날이 되겠죠^^

      2013.06.22 21:19 신고 [ ADDR : EDIT/ DEL ]
  17. 아아. 야밤에 또 식욕이 샘솟는 글이네요.ㅠㅠ
    여름에 비벼먹는 게 또 제맛이 있죠.ㅎㅎ
    면 안 먹은지 오랜데 괜시리 당기네요

    2013.06.21 23: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톱님께서는 요즘 면류 잘 안 드시는군요...ㅎㅎ; 저는 자취하다보니 매우 종종 먹고 있어요. ㅋㅋㅋ;;

      2013.06.22 21:28 신고 [ ADDR : EDIT/ DEL ]
  18. 알 수 없는 사용자

    이 글 보는 내내 입에 침 고였어요... 팔도비빔면 먹고 싶네요.. 전 이걸 너무 좋아해서 중학생 때 도시락으로 싸간 적도 있어요. 면만 삶아서 학교에서 비벼먹는.. ㅋㅋ

    2013.06.29 14:54 [ ADDR : EDIT/ DEL : REPLY ]
  19. 역시. 가끔은 이런 인스턴트 비빔면이 최고! :) 건강한 여름나세요~

    2013.07.19 11: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여름에는 비빔면이죠 ㅋㅋ Florentina님께서도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2013.07.19 17:1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