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나의 네 번째 디카 - 후지필름 FINEPIX HS10

좀좀이 2013. 6. 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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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딴 놈이 다 있어?"


심심해서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최신 디카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어요. 당연히 저의 첫 번째 기준은 무조건 광각, 닥차고 광각, 이유 불문하고 광각. 아무리 색감이 좋든 기능이 많든 다 필요 없었어요. 일단 24mm 화각을 제공하지 않으면 무조건 관심이 없었어요.


망원에는 별 생각 없었어요. 크롭을 해서 망원 효과를 내도 되는 것이고, 망원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삼각대가 있어야 하는데 삼각대라면 이미 들고 나갔다가 여러 번 버려버릴까 분질러버릴까 진지하게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삼각대는 고향에 처박아놓아버렸어요.


35미리 환산화각 24-720


일단 화각만 보면 가히 '미친 화각'이라는 말이 나올 만 했어요. 렌즈를 갈아끼울 수 없는 카메라에서는 당시 엄청난 촬영 범위를 제공하고 있었어요. 귀찮음을 극복할 사진에 대한 열정은 이미 싹 사라진 후였기 때문에 삼각대는 아예 머나먼 고향집 어디엔가 처박아놓았어요. 그래서 맨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찍어야 하는데, 720mm도 저의 손떨림을 고려했을 때 사치나 같은 존재였어요.


"이걸 살까?"


하지만 신품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어요.


"어차피 커서 잘 쓰지도 않을 거잖아!"


하지만 화각에 반해버렸어요. 저건 제가 손댈 수 있는 화각을 모두 담고 있었어요. 24미리보다 더 넓은 광각을 지원해주는 제품이 나온다면 혹시 모르겠어요. 18mm를 지원해준다면 그때는 고려해 보아야겠죠. 망원은 거의 안 쓰지만 쓰고 싶을 때가 있기는 했어요. 이 카메라를 보았을 때만 해도 '크롭'이 뭔지도 모르던 때. 그래서 당겨 찍고 싶을 때가 오면 항상 그냥 나의 영역 밖에 있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720mm 지원이면...?!


"어차피 큰 카메라는 잘 안 들고 다니잖아!"


'그런데 DSLR이든 SLR이든 미러리스든 간에 24mm부터 720mm까지 렌즈 갖추려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 걸?'

'큰 디카 하나 있다고 나쁠 것까지는 없잖아?'

'저건 내가 원하던 화각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으아아앙...가지고 싶어!!!!!


가격 때문에 엄두가 나지는 않았지만 오직 저 24-720 때문에 가지고 싶었어요. 심심하다고 어떤 디카가 나왔나 깔짝깔짝 검색해본 내가 바보이지...


마침 아르바이트해서 받은 월급도 들어오고, 중고로 HS10을 판다는 글도 보았어요.


"응? x0.7 컨버터도 같이 준다고?"


24mm에 x0.7 컨버터 달면 화각이 어떻게 되지...손을 벌벌 떨며 계산기로 계산해보니...16.8mm!!!!!


우왁!!!!! 저건 바로 사야 돼!!!!!


만약 광각 컨버터가 없었다면 한 차례 지나가는 괴로움으로 넘어갔을 거에요. 그런데 어차피 컨버터 안 쓰니 컨버터도 같이 넘겨주겠다는 글을 본 순간 제가 디카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인 '광각'이 달라져 버렸어요. 컨버터 달면 16.8mm...이건 엄청난 놈이야!!!!! 컨버터를 끼우면 당연히 주변부의 화질은 확 떨어지고, 왜곡현상도 생겨요. 그래도 '자작 안구에 쓰나미 광각 렌즈'보다는 훨씬 뛰어나잖아! 게다가 16.8mm만 된다면...상상만 해도 흐뭇했어요.


그래서 바로 전화를 해서 직거래로 구입했어요.


"으하하하! 이제 16.8mm다!"



후지필름_HS10HS10에 x0.7 컨버터를 달아놓은 모습



예전 후지필름 컴팩트 디카를 한 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결국은 후지필름 디카를 쓰게 되었어요.


"이거 컨버터 끼우니까 뭔가 있어보이는데?"


혼자 좋아하면서 일단 구입했으니 사진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어요.







이건 아예 감이 안 오네...


아직도 감을 못 잡고 있어요. 셋팅을 맞추어서 사진을 찍고는 있는데 기본적으로 어떤 색감의 사진을 내놓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어요. 약간 허옇게 나오는 듯 하기도 하고 청색과 회색과 초록색을 섞어놓은 듯한 색이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할 때도 있는데 하여간 이건 어떻게 뭐라고 말도 못하겠고 확실히 '이것은 이래!'라고 단정지어 이야기하지도 못하겠어요. 정말 아무 것도 설정하지 않고 찍으면 청색도 초록색도 아닌 애매한 색이 깔린다는 것 정도였어요. 그러나 이것도 카메라에서 색상 설정을 대충 맞추면 사진이 또 확 달라져버렸어요.


이 카메라를 쓰면서 알씨에서 수평맞춤 기능을 많이 쓰게 되었어요. AA 배터리 4개를 넣어서 쓰는 카메라인데 무거워서 그런 것인지 생각없이 찍어서 그런 것인지 유독 수평이 안 맞는 사진을 양산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수평맞춤 기능을 애용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이 카메라를 쓰며 어려웠던 점은 메뉴 다이얼이 전에 쓰던 카메라들과는 완전히 반대였다는 것. 그래서 습관적으로 원하는 쪽과 반대로 뱅뱅 돌렸어요.


굳이 불만을 말하자면 배터리가 떨어질 때가 되어서야 빨간색으로 배터리 모양이 뜨고 그 전에는 배터리가 얼마 남았는지 아예 뜨지를 않아요. 아무리 설명서를 정독하고 해도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기능은 아예 없는 게 맞는 듯 했어요.


지금도 계속 쓰는 카메라이자 만족하며 잘 쓰고 있는 카메라에요. 이 카메라 들고 간 여행이 뜨거운 마음, 월요일에 가자, 두 개의 장벽, 해야 했던 숙제에요. 단, 이 여행기들에 들어간 사진 중에는 wb500과 아이폰3GS 내장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도 섞여 있어요.







이 카메라 볼 때마다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행을 제외하고는 정말 이 카메라 들고 찍은 사진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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