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해장국이 먹고 싶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국밥 중 하나가 바로 뼈해장국이에요. 해장국을 먹을 때는 무조건 뼈해장국을 먹어요. 개인적으로 순대는 즐겨먹지 않아서 순대국도 웬만해서는 안 먹으려 하지만, 순대국은 좋든 싫든 심야시간에 식사하려고 하면 먹게 되는 음식이에요. 선지는 진짜 안 좋아해서 선지해장국은 제가 영 안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에요. 누가 사주면 먹지만, 제 돈 주고는 절대 안 사먹는 음식 중 하나가 선지해장국이에요. 콩나물 해장국 역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뼈해장국은 달라요. 뼈해장국은 진짜 좋아해요. 감자탕도 좋아하고 뼈해장국도 좋아해요. 둘 다 너무 좋아해요. 사실 감자탕이나 뼈해장국이나 거의 비슷한 음식이지만요.
감자탕과 뼈해장국은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감자탕은 예전에는 정말로 감자가 들어가 있었고, 지금도 역사 있는 집은 감자를 넣어줘요. 그리고 이런 역사 있는 감자탕집에서 1인분 메뉴로 만든 감자탕은 감자국이라고도 해요. 반면 뼈해장국은 감자가 빠져요. 뼈해장국에 감자 넣어주는 집은 못 본 거 같아요. 그리고 뼈해장국은 제가 알기로는 감자탕에서 감자가 사라진 후에 널리 퍼졌어요. 그러니까 과거에 감자탕에 감자가 들어 있었을 시절에 1인분 메뉴는 감자국, 감자탕에서 감자가 사라진 후에 등장한 1인분 메뉴가 뼈해장국일 거에요.
현재는 감자탕도 감자 들어 있는 집이 거의 없고, 뼈해장국은 당연히 감자가 안 들어 있어요. 그러니 감자탕의 1인분 메뉴가 뼈해장국이에요. 그러니 감자탕 좋아하는데 뼈해장국 싫다고 하는 사람은 있을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에요. 뼈해장국이나 감자탕이나 같은 음식이니까요. 식당에 따라 뼈해장국이 감자탕보다 건더기가 조금 부실할 수는 있어도, 같은 뼈에 같은 국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맛은 같아요.
'의정부에는 뼈해장국 맛있게 하는 집 없나?'
경기도 의정부시에는 부대찌개 맛있게 하는 식당은 많이 있어요. 입맛에 따라 선호하는 부대찌개 식당이 다르기는 하지만, 의정부시에서 부대찌개 파는 식당들의 부대찌개 맛은 타지역에서 파는 부대찌개보다는 당연히 맛있어요. 의정부에서 부대찌개 맛은 상향평준화되어 있어요. 부대찌개라면 의정부에서 맛있는 집이 여러 곳 있어요.
하지만 의정부에서 뼈해장국 맛있는 집은 뼈해장국을 좋아하고 의정부에서 산 지 10년이 넘었지만 저도 잘 몰라요. 사실 의정부에서 뼈해장국을 먹어볼 생각 자체를 거의 안 했어요.
'어디가 유명한지 찾아봐야겠다.'
뼈해장국이 너무 먹고 싶었어요. 그런데 서울에 있는 성수감자탕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성수감자탕은 재수없으면 심야시간에도 대기해야 해요. 심야시간이 아니라면 대기하는 게 일상인 집이구요. 원래도 유명하고 사람 미어터지는 집이었는데 더 유명해져서 이제는 무조건 대기 각오하고 가야하는 집이 되어버렸어요. 성수감자탕이 분명히 맛있기는 하지만, 겨울에 밖에서 벌벌 떨면서 대기해가며 먹고 싶지는 않았어요. 성수감자탕 먹은 다음에 그 동네에서 혼자 할 것 없는 것도 문제였구요.
만약 의정부에 감자탕 맛있는 집이 있다면 앞으로 매우 애용할 생각이었어요. 의정부에서 감자탕 맛있는 집을 찾아봤어요. 뼈해장국을 먹고 싶었지만 감자탕 맛집을 찾은 이유는 뼈해장국보다 감자탕 리뷰가 훨씬 많기 때문이에요. 어차피 감자탕 파는 식당에서는 뼈해장국도 거의 99.99% 확률로 같이 팔고, 감자탕의 1인분 메뉴가 뼈해장국이니까 감자탕 맛집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뼈해장국 맛집도 찾는 셈이었어요.
인터넷으로 의정부 감자탕 맛집을 찾아봤어요.
"뭐야? 여기?"
검색 결과에 깜짝 놀랐어요. 의정부역 신시가지에 있는 잠실감자탕&쭈꾸미삼겹살이 감자탕 맛집이라고 나왔어요.
잠실감자탕이라면 나도 안다.
단지 한 번도 안 가봤을 뿐.
의정부 사람 중 잠실감자탕을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거에요. 의정부역 신시가지 - 의정부 시청쪽 방향 출구로 나와서 의정부 시청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보여요. 경전철 의정부역에 있는 감자탕집으로, 상당히 커요. 멀리서도 보여요. 의정부시청을 향해 걸어가며 왼쪽을 보면 경전철 의정부역이 나오고, 경전철 의정부역 바로 옆에 잠실감자탕이 있어요.
잠실감자탕은 매장이 상당히 커요. 주차장도 넓어요. 이건 제가 의정부 잠실감자탕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도 잘 알아요. 왜냐하면 경전철 의정부역 갈 때 잠실감자탕을 무조건 보게 되니까요. 경전철 의정부역으로 간다면 잠실감자탕을 모르고 지나치는 게 불가능해요.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라 진짜 불가능해요. 경전철 의정부역 출구에 딱 붙어 있는 데다 매장이 크고, 주차장도 넓거든요.
"여기가 뼈해장국 맛집이었어?"
충격이었어요. 잠실감자탕 앞을 몇 번을 지나갔는데 여기가 뼈해장국 맛집인 줄 몰랐어요. 만약 알았다면 가도 이미 몇 번을 가서 먹었을 거에요. 의정부 잠실감자탕은 예전에는 정말로 24시간 영업을 했어요. 그러니 의정부 24시간 카페 가서 밤 새려고 할 때 한 그릇 먹고 카페 가기 딱 좋은 식당이었어요. 지금은 24시간 영업은 안 하지만,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고 해요. 그러니 지금도 매우 늦은 시각에 밥 먹으러 가기 좋은 식당이에요. 하지만 지금까지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심야시간에 먹으러 간 일이 없었어요. 심야시간은 고사하고 백주대낮, 식사시간에도 가본 적이 없었어요.
"여기 가봐야겠다!"
의정부 잠실감자탕을 가보기로 했어요. 만약 맛있다면 정말 대박이었어요. 뼈해장국을 매우 좋아하는데 의정부 뼈해장국 맛집 찾아서 대박이었고, 게다가 새벽 2시까지 한다고 하니 매우 늦은 저녁 먹으러 가기에 좋은 식당이라 대박이었어요. 여기는 당장 가봐야 했어요.
의정부 잠실감자탕으로 갔어요.
의정부 사람인데 잠실감자탕을 몰랐던 사람이라면 사진 보자마자 '아, 저 집!'이라고 할 거에요. 경전철 의정부역 바로 옆에 있는 '잠실감자탕' 간판 단 건물이니까요.
참고로 잠실감자탕이 있는 쪽은 밤 늦게까지 술 마시고 노는 곳이에요. 의정부 신시가지 번화가에요. 구시가지 - 행복로 쪽은 밤이 되면 휑해요. 맥도날드만 밝게 빛나요. 롯데리아 앞에서 청년들이 모여서 놀고 있구요. 딱 그 정도에요. 밤 늦게까지 술 마시고 노는 곳은 잠실감자탕 주변이에요.
의정부 잠실감자탕 안으로 들어갔어요. 잠실감자탕 좌석은 의자에 앉아서 먹는 좌석과 바닥에 앉아서 먹는 좌석이 있었어요. 게다가 단체를 위한 룸까지 2개 있었어요. 밖에서 봤을 때도 컸는데 안에 들어가보니 큰 식당이었어요.
'그냥 뼈해장국 먹을까, 콩-묵은지 뼈해장국 먹을까?'
의정부 잠실감자탕에는 뼈해장국이 한 종류가 아니었어요. 몇 종류 있었어요. 이 중 뼈해장국과 콩-묵은지 뼈해장국을 놓고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어요.
"여기요, 묵은지 뼈해장국 하나 주세요!"
묵은지 뼈해장국을 주문했어요.
'사람 많네?'
사람이 많을 때가 아닌데도 의자에 앉아서 먹는 자리는 거의 다 찼어요. 바닥에 앉아서 먹는 자리에도 손님들이 있었어요.
반찬이 나왔어요. 양파 절임과 배추 김치, 깍두기였어요. 배추김치를 먹어봤어요. 겉절이였어요. 배추김치는 달았어요. 젓갈 냄새는 딱 먹기 좋은 수준으로 느껴졌어요. 젓갈 냄새가 있어서 김치만 샐러드처럼 먹는 건 조금 무리였어요. 밥과 같이 먹는 김치였어요. 배추김치는 맛있었어요. 향이 너무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음식을 먹을 때 반찬으로 먹었을 때 음식 맛을 해치지 않는 맛이었어요. 즉, 전채 요리 삼아서 샐러드로 먹기에는 무리였지만, 부담없이 반찬으로 즐기며 먹을 수 있는 맛이었어요. 김치 맛이 좋았어요.
제가 주문한 콩-묵은지 뼈해장국이 나왔어요. 정식 명칭은 콩-묵은지 뼈해장국이지만, 저는 글에서 '묵은지 뼈해장국'이라고 할 거에요. 잠실감자탕 가서 묵은지 뼈해장국 달라고 해도 되니까요.
이 뼈해장국을 보자마자 왜 이름이 '콩-묵은지 뼈해장국'인지 알았어요. 뼈해장국에 묵은지가 들어갔고, 콩 비지도 들어갔어요. 그래서 이름이 콩-묵은지 뼈해장국이었어요. 일반 뼈해장국이라면 묵은지도 빠지고 콩 비지도 빠질 거에요.
일반 묵은지 뼈해장국에는 뼈가 2개 들어 있었어요.
저는 뼈해장국을 먹을 때 고기를 다 발라내서 국물에 모두 집어넣고 밥을 말아먹어요. 뼈에서 살코기를 발라내기 시작했어요. 손을 전혀 안 더럽히고 젓가락만 이용해서 뼈에서 살점을 깨끗하게 발라내었어요. 살코기는 조금 단단했어요.
뼈를 절대 손으로 잡지 않고 오직 젓가락만 이용해서 뼈에서 살코기를 깔끔히 발라내었어요. 젓가락만 이용해서 뼈해장국 뼈의 살코기를 발라내는 방법은 의외로 매우 쉬워요. 뼈를 뒤집어서 뼈 사이에 젓가락을 박아넣고 주리 틀듯 젓가락을 교차시켜서 벌려서 뼈를 뜯어낸 후, 살코기를 젓가락으로 발라내고 나서 젓가락으로 안 발라지는 뼈는 쪽 빨아먹으면 되요. 그러면 손 안 더럽히고 깔끔하게 뼈를 발라먹을 수 있어요.
국물을 떠먹었어요.
나 혼자 감자탕 놓고 생일파티!
"이거 맛있는데 맛이 좀 신기하네?"
국물 한 숟갈 먹고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참았어요. 웃음을 참으면서 한편으로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일반적인 감자탕 맛이 아니었어요. 매우 특별한 맛이었어요.
왜 국물 맛에서 케이크 빵 비슷한 맛이 살짝 나는가!
묵은지 뼈해장국 국물맛은 부드러웠어요. 부드럽고 고소했어요. 하지만 일반 뼈해장국 맛과는 큰 차이가 있었어요. 묘하게 케이크 빵 맛과 비슷한 향이 살살 느껴졌어요. 이건 아마 콩비지가 들어가서 이런 맛이 되었을 거였어요. 콩비지가 들어가자 국물맛이 매우 부드러워졌고, 여기에 묘하게 케이크 빵 비슷한 향이 살살 느껴지는 국물이 되었어요. 이상하지는 않았어요. 매우 맛있는데 이런 국물맛은 다른 뼈해장국 식당에서만 못 느껴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물 요리 대부분에서 못 느껴봤어요.
묵은지 뼈해장국 국물에서 묘하게 케이크 빵 비슷한 향이 살짝 느껴지자 순간 저 혼자 뼈해장국 놓고 생일파티 하는 기분이었어요.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는 케이크 대신 감자탕으로 생일파티해요'라고 하며 내놓을 맛이었어요. 국물에 어떻게 초를 꽂냐고 할 수 있는데, 나이만큼 뼈를 준다고 하면 되죠. 진짜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맛이었어요.
부드럽고 고소하고 구수한 국물맛에 묵은지가 맛에서 포인트를 만들고 있었어요. 묵은지가 들어갔지만, 국물맛 자체가 돼지김치찌개 맛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김치찌개 국물맛과는 매우 먼 맛이었어요. 국물에 묵은지에서 우러나온 신맛은 거의 없었어요. 아예 없다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국물맛이 부드러운 대신, 묵은지를 씹으면 신맛이 팍 터졌어요. 1000원에 묵은지 추가 옵션 있으면 1000원 더 내고 묵은지 더 넣어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묵은지가 신맛 팍 터지는 포인트를 만들어주니까 맛이 단조롭지 않고 재미있어졌어요.
의정부 잠실감자탕 양념장은 겨자장 베이스였어요. 그런데 뭔가 더 들어가기는 한 거 같았어요. 맛은 역시 부드러웠어요. 그리고 사진을 보면 매우 잘은 가루 같은 것이 꽤 들어가 있었어요. 저는 이 가루 같은 게 많이 들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저는 고기를 다 발라서 국물에 다 집어넣고 밥을 말아서 먹기 때문에 양념장을 먹을 일이 별로 없어요. 기껏해야 뼈에서 살코기를 발라낼 때 젓가락으로 안 되는 부분을 빨아먹기 전에 양념장 콕 찍어서 빨아먹는 정도에요. 그런데 잠실감자탕 양념장은 가루 같은 게 있어서 묵은지 뼈해장국을 한 숟갈 떠먹고 양념장 가루를 살짝 떠서 먹으면 되었어요. 이렇게 먹으니 더욱 맛있어졌어요.
등잔 밑이 어두웠다.
의정부 잠실감자탕의 묵은지 뼈해장국은 다른 곳에서 못 먹어본 맛이었어요. 매우 맛있고,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부담되지 않는 맛이었어요. 의정부 잠실감자탕은 앞으로 뼈해장국 먹고 싶을 때나 매우 늦은 시간에 저녁 먹으러 종종 갈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