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3일차였어요. 이날은 서귀포에서 일정을 시작했어요. 서귀포에서 버스를 타고 제주도 동부 해안가를 따라가며 제주시로 돌아오는 일정이었어요.
강한 행운과 불운이 둘 다 따라붙었다.
강한 행운과 강한 불운이 둘이 사이좋게 손잡고 쫓아온 날이었어요. 먼저 강한 행운이라면 날이 매우 좋았어요. 하늘이 너무 새파랬고, 공기도 매우 맑았어요. 여기에 서귀포에서 탑승한 버스는 버스 유리창이 매우 깨끗했어요. 버스 유리창이 매우 깨끗한 것이 무슨 행운이냐고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에요. 그런데 제주도는 조그마한 섬이다 보니 공기에 소금기가 많아요. 이 때문에 버스 유리창이 아무리 청소를 잘 해도 매우 지저분해요. 버스 주행 영상을 촬영할 때 버스 유리창이 지저분하면 영상이 뿌옇게 나와요. 둘째날 제주시에서 버스를 타고 제주도 서부 해안가를 따라 서귀포로 내려갈 때, 버스 유리창이 매우 지저분했어요. 이날은 하필 날도 흐렸어요. 그래서 영상이 그다지 예쁘게 찍히지 않았어요. 하지만 셋째날은 버스 유리창이 매우 깨끗했고, 하늘도 너무 맑아서 영상이 매우 예쁘게 촬영되었어요.
하지만 불운도 있었어요. 원래 셋째날 계획은 버스를 타고 성산일출봉으로 가서 성산일출봉과 광치기 해변을 구경하는 것이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탄 버스는 성산일출봉과 광치기해변을 들리는 노선이 아니었어요. 원래는 들리는 노선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노선이 성산에서 성산일출봉을 안 거치는 버스도 있었어요. 제가 탄 버스는 하필 성산일출봉과 광치기 해변을 안 거치는 버스였어요.
버스 기사가 성산일출봉, 광치기 해변을 가려면 버스를 갈아타라고 했어요. 하지만 버스 유리창이 이렇게 깨끗한 버스를 타는 건 제주도에서 어려운 일이었어요. 깨끗한 버스 유리창과 광치기 해변을 놓고 고민하다가 버스 유리창을 선택했어요.
세화해변에서 버스를 내린 후, 세화 오일장과 세화해변을 구경하고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제주시를 향했어요. 함덕해수욕장에서 내린 후 함덕해수욕장을 구경하고 나서 다시 버스를 탔어요. 하필 이때가 하교 시간이었어요. 자리에 앉아서 가기는 했지만, 창가석에는 앉지 못 했어요. 그래서 함덕해수욕장부터 제주시 버스터미널까지의 버스 주행 영상은 촬영하지 못 했어요.
함덕해수욕장에서 제주시 버스터미널까지의 버스 주행 영상을 촬영하지 못 했기 때문에 터미널로 가지 않고 중간에 구제주에서 내렸어요. 구제주에서 내려서 동네를 구경하며 돌아다녔어요. 아직 저녁에 일정을 어떻게 할지 완벽히 정하지는 못 한 상태였어요.
'저녁으로 몸국 먹을까?'
동문시장 근처에는 몸국을 매우 맛있게 만드는 식당이 있어요. 제주도 왔는데 제대로 된 맛있는 몸국 한 그릇 먹고 가고 싶었어요. 동문시장으로 가서 몸국 맛집인 자연식당으로 갔어요. 자연식당에서는 재료가 다 소진되었다고 했어요. 몸국을 못 먹었어요.
'일정 또 말리네.'
동문시장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일단 탑동 쪽으로 걸어가기로 했어요. 탑동으로 걸어가는 중에 계속 동문시장으로 가서 식사를 할지, 탑동으로 가서 식사를 할지 고민했어요. 그렇게 왔다갔다하면서 탑동으로 갔어요.
'이쪽에서 밥 먹을 만한 곳 있나?'
아직 남은 일정을 확정하지는 못 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탑동에서 제주공항 너머 도두까지 걸어가는 것이었어요. 도두에 24시간 찜질방이 있기 때문에 어쨌든 도두까지는 가야 했고, 도두 근처에는 딱히 마땅한 것이 없기 때문에 도두에 있는 24시간 찜질방 도착하자마자 잠을 자야 했어요. 그러니 도두까지는 걸어갈 거였어요. 도두까지 걸어가려면 저녁을 먹고 출발하는 것이 좋았어요.
'이 근처 괜찮은 곳 있을까?'
탑동을 돌아다니며 밥 먹을 만한 곳이 있는지 살펴봤어요.
'저기 괜찮을 건가?'
반짝이는 작은 건물이 보였어요. 물회를 판매하고 있었어요.
'물회나 먹어?'
제주도 와서 물회는 아직 안 먹었어요. 제주도는 자리물회와 한치물회가 유명해요. 물회 가격을 봤어요. 물회 가격은 한 그릇에 15000원이었어요.
"물회나 먹어야겠다."
식당 이름은 팔도수산식당이었어요. 팔도수산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한치물회를 주문했어요.
"지금 한치는 싱싱한 것이 없어요."
"예?"
하필 한치물회는 한치가 싱싱한 것이 없다고 했어요.
"냉동은 있는데 냉동은 12000원이에요."
"그러면 냉동으로 주세요."
응? 오히려 더 이득인데?
싱싱한 한치가 없어서 15000원짜리 생물 한치물회는 안 되지만, 대신에 12000원짜리 냉동 한치물회는 된다고 했어요. 오히려 더 좋았어요. 12000원짜리 냉동 한치물회를 주문했어요.
한치물회를 주문한 후 식당 안을 둘러봤어요.
팔도수산식당 안에는 좌석이 많이 있었어요. 제가 주문한 한치물회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손님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게장만 사가는 사람도 있었어요.
'이놈의 갈치조림이 제주도 물가 비싸다고 하는 원흉일 거야.'
팔도수산식당 메뉴판을 촬영하며 메뉴판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봤어요. 갈치조림 가격은 2인분에 4만원이었어요. 전복뚝배기가 15000원, 도다리 물회 15000원, 전복 물회 15000원, 한치물회 생물 15000원에 냉동 12000원, 자리물회 12000원, 소라물회 12000원, 성게미역국 12000원, 회덮밥 12000원이었어요.
그러니까 두 명이 와서 갈치조림 시켜먹을 돈에 2천원에서 5천원 더 붙이면 음식을 무려 3개나 시킬 수 있어요.
'왜 하필 갈치조림이야?'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제주도 음식은 계속 바뀌어왔어요. 이것도 유행과 트랜드가 있어요. 그런데 예전에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제주도 음식들은 이해가 되었어요. 옥돔 미역국? 옥돔이 육지에 없잖아요. 오분자기 뚝배기? 오분자기는 육지에 없죠. 고사리 해장국? 이것도 육지에서는 안 보이는 음식이에요. 고기국수? 이것도 처음 유명해질 때는 육지에 아예 없었어요. 고기국수는 일본 돈코츠 라멘과 비슷하다고 유명해지고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는 서울에도 일본 라멘 가게가 거의 없었을 때였어요. 그러니까 일본의 맛을 느끼는 대체품으로 인기가 매우 좋았어요. 이런 것들은 다 이해되요.
갈치는 전국 어디를 가나 다 있잖아!
저기 첩첩산중 강원도 태백시 통리 오일장에도 냉동 갈치는 있었어요. 아니, 통리야 산악지역이라고 해도 바다와 직선 거리가 가까운 편이니 그렇다고 해요. 진짜 완전히 두메산골이라 할 수 있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오일장에도 냉동 갈치는 있었어요. 갈치 없는 지역 찾는 게 갈치 있는 지역 찾는 거보다 훨씬 어려워요. 진짜 고등어 다음으로 우리나라 시장에서 제일 흔한 생선이 갈치일 거에요.
갈치회면 이해해요. 갈치회는 막 나와서 먹는 중에 이미 비린내가 슬슬 올라오기 시작하고, 느긋하게 먹다가는 나중에는 비린내가 너무 심해서 역해져요. 갈치회는 정말로 싱싱한 갈치로 만들어서 빨리 먹어야 해요. 갈치회라면 이해하는데, 갈치회도 아니고 하필 갈치조림. 이유를 모르겠어요.
갈치조림 가격을 보며 대체 왜 갈치조림을 비싼 값에 사먹고 제주도 물가 비싸다고 욕하는지 궁금해했어요. 이건 저 뿐만 아니라 제주도 사람들, 제주도 출신들 전부 이해 못 할 거에요. 왜 하필 무수히 많은 음식 중 갈치조림이냐구요. 다른 것 먹고 비싸다고 하면 인정하는데, 대체 왜 육지에도 있는 갈치조림을 먹고 비싸다고 툴툴대는지는 진짜 이해할 수 없어요. 갈치조림이 제주도에만 있던 음식도 아니고, 전국 어디에나 있던 음식인데요.
조금 기다리자 제가 주문한 한치물회가 나왔어요.
"야, 이게 12,000원이야?"
깜짝 놀랐어요. 위 사진에 나온 한 상이 고작 12,000원이었어요. 이게 어디를 봐서 물가가 비싼 거에요. 완전 헐값 수준인데요. 이거 15000원이라고 해도 안 비싸요. 아니, 15000원이라고 해도 저렴한 가격이에요.
옆 자리를 봤어요. 팔도수산식당은 사람 수에 맞춰서 반찬도 그만큼씩 더 주고 있었어요. 옆 좌석에는 3명이 앉아 있었어요. 3명이라서 게장이 제게 나온 양의 3배가 나왔어요. 게장이 쌓여 있었어요. 생선 구이도 3마리 나왔구요. 제게 더 준 것도 아니고, 이게 기본 1인분이었어요. 여기에 사람이 늘어날 수록 비례해서 반찬의 양도 늘어나고 있었어요.
'그러면 두 명이서 갈치조림 시킬 돈으로 여기에서 음식 3개 시키면 진짜로 배 터진다는 거잖아!'
위 사진이 1인분. 다시 한 번 가격을 이야기하자면, 전복뚝배기가 15000원, 도다리 물회 15000원, 전복 물회 15000원, 한치물회 생물 15000원에 냉동 12000원, 자리물회 12000원, 소라물회 12000원, 성게미역국 12000원, 회덮밥 12000원이었어요. 두 명이 전복뚝배기, 소라물회, 회덮밥 주문하면 39,000원. 이러면 성인 남성 두 명도 다 못 먹어요. 제가 받은 12000원짜리 냉동 한치 물회가 저 정도였는데 저거의 3배를 2명이서 먹으려고 하면 진짜 힘들어요. 저것도 양 엄청 많았어요.
"뭐야? 여기 엄청 맛있잖아!"
깜짝 놀랐어요. 한치물회와 밑반찬 모두 엄청 맛있었어요. 한치물회는 양이 많았어요. 식초는 조금만 들어가 있었어요. 취향대로 식초를 더 넣어서 먹으라고 했어요. 저처럼 식초 냄새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 나온 대로 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식초 냄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식초를 더 넣으면 되었어요. 한치는 냉동 한치라고 했지만 맛있었어요. 쫄깃하고 탱탱했어요. 모르고 먹으면 냉동 티가 거의 안 났어요.
간장게장은 일부러 게장만 사가는 사람을 봤는데, 정말로 맛있었어요. 게장이 안 짜고 안 비리고 달았어요. 진정한 밥도둑이었어요. 메뉴에 간장게장 특선은 없었지만, 간장게장 특선을 2만원에 판매한다면 간장게장 특선 먹어보라고 주변에 엄청 권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이 정도면 사람들 줄 서서 먹을 집인데?"
반찬이 하나 하나 모두 너무 맛있었어요. 상당히 훌륭했어요. 이런 집이라면 관광객들이 길게 줄 서서 먹어야할 곳이었어요. 이걸 15000원에 먹으면 어떤 관광객이 제주도 물가 비싸다고 해요. 15000원에 물회 한 상이 이렇게 나왔으면 타지역들과 비교해봐도 엄청 잘 나온 건데요. 물론 저는 냉동 한치물회라 저걸 12000원에 먹었어요.
이러니 더욱 대체 왜 육지 관광객들이 제주도에서 비싼 돈 주고 갈치조림 먹고 제주도 비싸다고 툴툴거리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 12000원에 이 정도 한 상이면 물가 저렴하고 좋기만 한데요. 게다가 혼밥 당연히 되구요.
제주도 출신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가격을 이야기하자 모두 깜짝 놀랐어요. 모두가 거기 어디냐고 물어봤어요. 탑동이라고 하자 또 놀랐어요. 한때 탑동은 배짱장사하기로 악명높아서 제주시 사람들이 썩 선호하지 않는 곳이었거든요. 아주 예전에는 제주시 사람들도 회 먹으러 갈 때면 탑동으로 가곤 했지만, 탑동 가게들이 배짱장사하면서 제주시 사람들 시이에서 이미지가 안 좋아졌던 곳이었어요. 그런 탑동에서 먹은 거였어요.
'여기는 제주도 오면 무조건 또 간다!'
동문시장에서 가까운 탑동에 있는 팔도수산시장은 매우 좋은 식당이었어요. 밑반찬도 매우 맛있고 잘 나왔고, 한치물회도 상당히 맛있었어요. 밑반찬으로 나온 게장은 저도 막 따로 사가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어요. 진지하게 다음날 아침에 또 와서 또 먹고 갈지 고민되었어요.
제주도 온 관광객들이 여기에 가서 물회 먹는다면 제주도 물가 비싸다고 툴툴거리지 않을 거에요. 게다가 여기는 공항에서 가까워요. 네이버 지도에는 아침 7시부터 영업 개시라고 나와 있으니 제주도 마지막 식사하러 가기에도 좋을 거에요. 물론 식당에서의 아침 식사는 전날 식당에 전화해서 몇 시에 여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지만, 네이버 지도에는 아침 7시부터 영업 개시라고 나와 있어요. 여기는 진짜 강력히 추천해요. 제주도 여행 와서 식당에서 밥 사먹으면서 돌아다니며 물가 비싸서 짜증났다면 팔도수산식당 가서 물회 드셔보시기 바래요. 진심으로 아주 크게 만족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