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고한역 도장을 모았어요. 이제 남은 일이라고는 기차 시간이 될 때까지 고한읍에서 머무르며 고한읍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고 노는 것 뿐이었어요.
고한역에 도착해서 번화가로 들어서자마자 매우 조용했어요.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 이 지역이 매우 썰렁하고 휑한 동네라고 판단할 수는 없었어요. 이 시각에는 다 강원랜드 올라가 있을 시간이에요. 사북, 고한 모두 강원랜드 폐장 시간 및 저녁 시간에 붐비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강원랜드에 맞춰서 돌아가는 지역이라서요.
"18번가 기적의 골목 가면 카페 있겠지?"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서 돌아다니며 구경해야 할 곳은 별로 많지 않았어요. 범위도 좁았어요. 하이원 갈 게 아니라 고한읍 역전 번화가에서 놀다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고한읍 역전 번화가에서 가봐야할 곳은 18번가 기적의 골목, 신촌 다육이 마을, 고한 모노레일, 고한 구공탄시장 정도였어요. 카카오맵으로 고한읍 지도를 보면 진짜로 고한역 근처는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지역 범위가 좁아요. 사북보다 훨씬 작은 동네에요.
그래도 우리나라에 카페 없는 곳은 없고, 대체로 유명한 관광지라면 카페 하나는 있으니 카페에 대해서는 딱히 안 알아봤어요. 돌아다니다 보면 카페 한 곳은 찾을 수 있을 거였어요.
가장 먼저 고한읍에서 가장 유명한 18번가 기적의 골목으로 갔어요. 18번가 기적의 골목은 과거에 사택촌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동양 최대 민간 탄광이었던 동원탄광이 폐광하면서 사북읍과 고한읍은 순식간에 지역 소멸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어요. 이후 강원랜드가 들어서면서 현재까지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이에요. 사북읍과 고한읍 번화가를 비교해보면 사북읍 번화가가 훨씬 더 커요. 고한읍 번화가는 규모가 매우 작아요. 그래서 심지어는 고한의 한자가 '고요하다'의 고와 '한적하다'의 '한'이라는 말도 있어요. 물론 틀린 말이에요. 고한읍은 한자로 古汗邑이에요. 하지만 진짜 저 틀린 말이 그럴싸할 정도로 고한읍 번화가는 규모가 작아요.
18번가 기적의 골목은 고한읍에서 사택촌 좁은 골목을 예쁘게 꾸며서 관광지로 조성한 곳이에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성과가 꽤 좋았고, 현재 고한읍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잡았어요. 고한읍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 곳이구요. 18번가 기적의 골목 없었을 때만 해도 고한읍 이미지라고 올라오는 것 보면 정말 우울하고 암울해 보였으니까요. 각종 매체와 사진으로 접한 사북은 번쩍번쩍하기라도 하지, 고한은 그나마도 없었어요.
18번가 기적의 골목을 돌아다닌 후, 18번가 기적의 골목에 카페가 있으면 카페에서 쉬기로 했어요.
"뭐야? 여기 카페 없어?"
많이 놀랐어요. 18번가 기적의 골목은 카페가 없었어요. 고한읍 18번가 기적의 골목은 예뻤어요. 이때는 할로윈 직전이라서 할로윈 컨셉으로 예쁘게 꾸며놨어요. 여행 와서 사진 찍고 구경하고 놀기 좋게 잘 조성된 골목길이었어요. 그런데 카페가 없었어요.
'왜 카페가 없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요즘 우리나라 관광지 개발 및 발전을 보면 카페가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어요. 관광지로 개발되면 카페가 들어가는 경우도 많지만, 반대로 예쁘고 인기 좋은 카페가 생기면서 그 일대가 관광지가 되는 일도 여럿 있어요. 매력적인 카페는 현재 한국 관광 개발 및 발전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에요. 카페는 여행지 이미지 및 분위기 조성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고한 18번가 기적의 골목에는 카페가 없었어요. 진짜 의외였어요. 당연히 예쁜 카페 한 곳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당황했어요.
"고한에 카페 없나?"
제가 의아해한다고 고한 18번가 기적의 골목에 없는 카페가 생기지는 않았어요. 고한에 있는 카페를 찾아봤어요. 제일 괜찮아보이는 카페는 고한 구공탄시장 안에 있는 피고지고 카페였어요.
"시장 구경하다가 들려야겠다."
당장 카페 가서 휴식을 취해야할 만큼 피곤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천천히 고한 읍내를 둘러보며 돌아다니다가 고한 구공탄시장 가면 그때 피고지고 카페를 가기로 했어요.
고한 18번가 기적의 골목을 다 둘러봤어요. 고한 구공탄 시장으로 갔어요.
고한 구공탄 시장은 조용했어요. 매우 한적했어요. 계속 안쪽으로 들어가며 구경했어요. 고한 구공탄 시장은 천장을 탄광 컨셉으로 꾸며놨어요.
"뭐야? 왜 이렇게 깜깜해?"
고한 구공탄 시장 안으로 깊이 들어가자 온통 깜깜했어요. 불이 아예 다 꺼져 있었어요. 무슨 정기 휴무 같은 분위기였어요. 불은 다 꺼져 있고, 천장은 탄광 컨셉이었어요. 이러니 진짜 동굴 분위기였어요.
시장에 상인 몇 분이 나와 계셨어요. 상인분들은 대화를 나누고 계셨어요.
"여기 오늘 다 쉬나요?"
"그게 아니라 지금 막 정전되었어요."
"아...그래서 깜깜하군요. 진짜 동굴 분위기인데요?"
시장이 휴장이나 망한 게 아니라 정전 때문에 깜깜한 거였어요. 그래서 상인분들께 이거 완전 진짜 동굴 분위기라고 이야기했어요. 상인분들께서 제 말에 웃으셨어요.
피고지고 카페로 갔어요. 불이 꺼져 있었어요. 안을 들여다봤어요. 깜깜했어요.
"여기 휴무인가?"
정전이니 휴무인지 정전 때문에 불이 나간 건지 분간이 안 되었어요. 그때였어요. 사장님께서 제게 들어오라고 하셨어요.
"예? 여기 지금 문 열었어요?"
"예."
"아, 저 잠깐 더 둘러보고 올께요."
사장님께서는 오늘 영업하니 들어와서 쉬다 가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괜찮다고 하고 시장을 더 둘러보고 오겠다고 했어요. 컴컴한 카페에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뭔가 이상했어요. 게다가 정전이니 커피도 주문 못 할 거고, 계산도 카드로 해야 하는데 포스기도 전기가 없으니 먹통이라 계산도 못 할 거였어요. 그래서 그럴 바에는 주변이나 더 둘러보고 오기로 했어요.
주변을 둘러보고 왔지만 여전히 정전중이었어요. 시장 상인분들이 정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때 상인분 중 한 명이 지금 오면 어떡하냐고 말했어요. 그러자 다른 상인분이 오히려 진짜 동굴 같다고 좋아하더라고 이야기했어요. 그 진짜 동굴 같다고 좋아하던 사람이 바로 저였어요.
피고지고 카페 앞으로 갔어요. 사장님께서 아마 조금 후면 전기가 들어올 테니 들어와서 앉아서 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요. 주문도 못 하고 계산도 못 하는 상황. 사장님께서 아까 내려서 남아 있는 아메리카노가 있는데 그거라도 조금 마시며 기다리겠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괜찮다고 했어요.
드디어 정전이 끝났어요. 주문도 할 수 있고 계산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고한 피고지고 카페는 석탄빵, 금잔화빵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고한읍에서 카페 찾으며 본 후기에는 여기에서 연탄빵도 판매하고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연탄빵은 없었어요. 사장님께 연탄빵은 다 팔렸냐고 여쭈어봤어요. 사장님께서는 연탄빵은 너무 힘들어서 안 만들고 있다고 하셨어요.
석탄빵은 위 사진과 같이 생겼어요. 정말 검었어요.
금잔화빵은 위 사진과 같이 생겼어요.
석탄빵과 금잔화빵, 커피를 주문했어요. 음료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카페 내부를 구경했어요.
카페 내부에는 보드게임이 많이 있었어요. 와서 잠시 보드게임하면서 놀기에도 좋아보였어요.
창가쪽에는 석탄빵과 금잔화빵이 있었어요.
음료가 나왔어요.
사장님께서 석탄빵과 금잔화빵을 먹기 좋게 잘라주셨어요.
먼저 금잔화빵을 먹었어요. 금잔화빵은 카스테라 컵케이크와 비슷한 맛이었어요.
그 다음에는 석탄빵을 먹었어요. 석탄빵은 독특했어요. 먼저 조직부터 매우 치밀했어요. 적당히 단단한 편이었어요. 게다가 견과류 맛도 살짝 섞여 있었어요. 부드러운 쿠키 먹는 것 같았어요. 꽤 독특한 편이었어요.
제가 석탄빵과 금잔화빵을 먹으며 커피를 마시는 동안 사람들이 와서 석탄빵과 금잔화빵을 구입해갔어요. 사장님 말씀으로는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금잔화빵이 석탄빵보다 인기가 더 좋다고 하셨어요. 사장님 추측으로는 이 지역분들은 검은색이라면 하도 많이 봐서 검은색이 아닌 금잔화빵을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관광객 입장에서 본다면 검은색 석탄빵이 더 매력적이구요.
피고지고 카페에서 즐겁게 시간을 잘 보내고 나왔어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으로 여행간다면 피고지고 카페를 한 번 들려보는 것도 좋아요. 피고지고 카페에서 판매하는 석탄빵은 한 번 사서 먹어볼 만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