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국내 여행 다니기 어려운 점은?
우리나라는 혼자 여행 다니기 매우 불편한 나라에요. 2020년 이전에는 그래도 혼자서 여행 다닐 만 했어요. 그렇지만 2020년 역병 사태 이후부터 혼자 여행하기 매우 어려워졌어요. 진짜 냉정히 말해서 배낭 여행 스타일로 혼자 국내 여행 다니려면 해외 여행 준비하는 것만큼 준비해야 해요.
가장 어려운 점은 압도적으로 숙박 문제에요. 우리나라는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 문화가 상당히 발전 못 했어요.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 문화가 우리나라에서 발전 못 한 가장 큰 이유는 찜질방 때문이에요. 찜질방이 내국인 도미토리 같은 역할을 했거든요. 찜질방에 정말 찜질을 즐기러 오는 사람도 많지만, 내국인 여행자 중 저렴하게 숙박을 해결하려고 찜질방으로 오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2020년 역병 사태 이후 많은 찜질방이 망하거나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으면서 국내 여행 숙박비 문제가 극단적으로 심각해졌어요. 특히 지방 여행은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한데, 혼자 여행 가서 1박에 비싼 팬션에서 자라고 하면 어지간해서는 엄두 못 내요. 모텔도 저렴한 거 찾아봐야 2인실이 보통 4~5만원 하는데, 1박에 혼자 4만원씩 숙박비를 부담하라고 하면 숙박비만 해도 비용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워져요.
숙박보다는 훨씬 쉽지만 마찬가지로 어려운 점이라면 혼자 여행 다닐 때 밥 먹을 식당 찾은 것도 꽤 알아봐야 해요. 이게 1인분이 되는 메뉴가 있고, 1인분이 안 되는 메뉴도 있거든요. 더 나아가서 아예 혼자 온 손님을 안 받는 식당들도 있구요. 이런 건 리뷰만 봐서는 알기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에요. 맛있는지 여부 이전에 혼자 먹을 수 있는지부터 찾아봐야 해요. 물론 나름 요령이 있어서 해산물이 유명한 지역에서는 짬뽕이나 물회, 쇠고기가 유명한 지역에서는 육회비빔밥 같은 것으로 해결할 수 있기는 하지만요.
이렇게 국내 지방 여행을 혼자 다니려고 하면 사전에 알아보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 해외 여행 못지 않아요. 혼자 숙박을 저렴하게 해결할 방법도 잘 찾아봐야 하고, 혼자서 식사할 식당도 리뷰 볼 때 사진 꼼꼼히 보며 혼밥이 정말 가능한 식당인지 매우 잘 확인해야 해요.
경상북도 영덕군 축산항에서 아침 9시 20분에 302번 버스를 타고 영덕읍내로 넘어왔어요. 영덕 읍내를 잠깐 돌아다니고, 영덕시장과 영덕시장 임시시장을 구경하고 점심을 먹은 후 강구항으로 넘어갈 계획이었어요. 302번 버스는 축산항에서 타면 강구항을 먼저 들린 후 영덕버스터미널로 가요. 강구항부터 간 후 영덕 읍내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보고 노는 곳은 영덕 읍내가 아니라 강구항이었어요. 영덕 읍내와 강구항은 거리가 가깝거든요.
직접 현지 주민분들께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영덕 읍내와 강구항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영덕 읍내 주민분들도 가볍게 놀러가는 곳이 강구항일 거였어요. 이건 마치 서울 사는 사람들이 주말에 놀러 북한산 가는 것과 비슷할 거였어요. 꼭 등산하러 가는 게 아니라 북한산 자락 카페도 가고 맑은 산 공기 마시며 놀다 돌아오는 것처럼요. 실제 거리도 그 정도 거리였어요.
지도를 봐도 영덕 읍내보다는 강구항이 보고 놀 게 훨씬 더 많았어요. 그리고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를 수집하며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영덕역과 강구역을 가야 하는데, 일정과 교통 면에서 보면 영덕역에서 강구역으로 기차 타고 가는 것이 강구역에서 영덕역으로 기차 타고 가는 것보다 나았어요. 강구역과 강구항은 거리가 꽤 되고, 강구터미널과 강구항은 가깝기 때문에 기차로 강구역으로 간 후 강구항 구경하다 강구버스터미널에서 버스 타고 숙소가 있는 영해면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좋았어요. 강구터미널에서 영해면으로 가는 버스는 늦게까지 있기 때문에 강구항에서 놀고 싶은 만큼 놀다가 버스 타고 돌아가면 되었지만, 강구역에서 영덕역으로 가는 기차는 일찍 끊겼거든요.
영덕 읍내에 도착했어요. 영덕시장으로 갔어요. 밥 먹을 곳을 찾아봤어요. 영덕시장 임시시장에 있는 '시장밥집'이라는 식당이 유명하다고 했어요. 리뷰를 보니 혼밥도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시장밥집으로 갔어요. 혼밥은 안 된다고 했어요. 무조건 2인분 이상이라고 했어요. 네이버 리뷰를 보면 혼밥도 된다는 리뷰가 있는데 틀렸어요. 시장밥집은 혼밥이 안 되요.
2인분을 주문해서 혼자 먹는 방법도 있기는 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식당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여기에서 멀리 가면 곤란한데...'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았어요.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를 수집하기 위해서 영덕역에서 강구역으로 반드시 기차를 타고 가야 했어요. 기차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영덕 읍내에서 헤메고 다닐 여유가 없었어요.
영덕시장 임시시장에서 나와서 영덕시장으로 갔어요. 영덕시장 입구에 '대박식당'이라는 식당이 있었어요. 대박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메뉴를 봤어요. 경상북도 영덕군 향토음식인 가자미 찌개와 도루묵 찌개가 있었어요. 메뉴판에 나와 있는 가격은 가자미 찌개와 도루묵 찌개 모두 2인분에 3만원이었어요.
"안녕하세요. 여기 혼자서도 식사 가능한가요?"
대박식당에 들어가서 식당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께 인사드린 후 혼자서도 식사 되냐고 여쭈어봤어요.
"예, 뭐 드실 건데요?"
시장 밥집이니 한 번 물어봐보자.
"혹시 도루묵 찌개나 가자미 찌개 1인분 되나요?"
"그건 안 되요. 도루묵이 지금 없어요."
"예...그러면 가자미 찌개는요?"
"그건 되요."
"그러면 가자미 찌개 1인분 주세요!"
식당 이름이 대박식당이라 대박입니까?
가자미 찌개가 1인분이 되다니!
경상북도 여행 와서 반드시 먹어보고 싶은 음식 중 가자미 찌개와 도루묵 찌개가 있었어요. 가자미 찌개와 도루묵 찌개는 경상북도 향토 음식이에요. 경상북도 동부 지역 다니면서 물가자미 - 이 일대에서 '미주구리'라고 부르는 생선을 정말 많이 봤어요. 그래서 가자미 찌개와 도루묵 찌개 중 특히 가자미 찌개를 먹어보고 싶었어요.
가자미 조림이야 많이 먹어봤어요. 집에서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시는 음식 중 가장 좋아하던 음식 중 하나가 가자미 조림이었고, 급식 반찬 중 가자미 조림은 생선 음식 중 좋아하는 음식이었어요. 지금도 가자미 조림은 어디에서 먹든 좋아하구요. '가자미'라는 생선은 매우 인기 좋은 생선이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생선이에요. 이유는 너무 완벽하기 때문이에요. 맛도 좋은데 생선 가시 발라내기도 쉬워요. 그래서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생선이에요.
하지만 경상북도 동해안 여행을 하면서 가자미 찌개를 1인분으로 파는 식당은 발견 못 했어요. 그래서 가자미 찌개는 못 먹고 가겠다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대박식당에서 정말 대박이 걸렸어요. 메뉴판에는 가자미 찌개는 2인분만 된다고 나와 있었지만, 식당 사장 아주머니께서 1인분으로 해주겠다고 하셨어요.
가자미 찌개 1인분을 주문한 후 자리에 앉았어요. 대박식당은 대박인 식당답게 얼핏 보면 아주 평범하게 생긴 조그마한 식당이었어요. 안쪽에서 사장님 가족이 거주하시는 것 같았어요. 가정집과 식당이 합쳐진 이른바 직주일체 형태인 진짜 오래된 형태의 식당이었어요.
대박식당은 매우 깨끗했어요. 속으로 가자미 찌개를 먹는다고 매우 신났지만 겉으로는 얌전히 앉아 있었어요.
"도루묵도 1인분 되는데 도루묵 찌개로 드려요?"
"아뇨, 가자미 찌개로 주세요."
사장님 아주머니께서 재료를 보더니 도루묵도 1인분 끓일 것은 된다면서 도루묵 찌개로 바꿔주냐고 물어보셨어요. 저는 당연히 아니라고 했어요. 도루묵 찌개도 귀한 경상북도 향토음식이지만, 가자미 찌개가 1인분이 되는데 가자미 찌개를 먹고 싶었어요. 가자미 찌개는 어떤 맛인지 너무 궁금했어요.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어요. 너무 기대되었어요.
먼저 반찬이 나왔어요. 밑반찬이 잘 나왔어요. 밑반찬을 먹어봤어요. 맛있었어요. 직선적인 맛이었어요. '바닷가 시골 밥상'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맛이었어요. 참고로 영덕시장이 있는 영덕읍 읍내는 바닷가 동네는 아니지만, 바닷가인 강구항에서 참 가까워요. '해안가 내륙 지역'이라고 표현하면 정확한 지역이에요. 해안가에서 멀지 않고 가까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바닷가 동네라고 부르기에는 바닷가까지 산도 있고 들도 있어서 바다가 아예 안 보이고 내륙 풍경인 지역이에요.
기다리던 가자미 찌개가 나왔어요.
가자미 찌개가 맛있게 팔팔 끓고 있었어요. 이미 다 끓여져서 나와서 바로 먹으면 되었지만, 불 조절하며 끓이면서 먹으라고 하셨어요.
술 안 마시는 사람도 술 마시고 싶게 만드는 맛!
가자미 찌개는 시원했어요. 국물이 깔끔했어요. 그리고 칼칼하고 얼큰했어요. 생긴 것은 별로 안 맵게 생겼지만 얼큰했어요. 국물이 얼큰한 이유는 국물에 들어간 고추 때문이었어요. 사장님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올해 땡초가 맵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땡초 고추가 들어간 국물이 꽤 얼큰했어요. 국물이 얼큰하기는 했지만, 짜지 않았어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맛있는 맛이었어요.
국물 맛이 얼큰하기는 했지만, 짜지는 않았어요. 담백하고 깔끔한데 얼큰한 국물이라서 국물을 가득 떠서 시원하게 쭉 들이키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면 절대 안 되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1인분을 주문했기 때문이었어요. 1인분 찌개에서 국물 맛있다고 국물 마구 먹으면 나중에 국물 너무 부족해져서 찌개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국물이 다 쫄아들어버리는 대참사가 발생해요. 국물을 절제하며 먹어야 했어요. 추운 날에 먹으면 국물만 한 대접 들이마셔도 너무 좋을 맛이었어요.
가자미를 발라먹기 시작했어요.
"여기 사람 아니죠?"
사장님 아주머니께서 웃으시며 물어보셨어요.
"예, 저 여기 놀러왔어요."
"여기 사람들은 그거 한 입 덥썩 물고 가시 두두두두 뱉거든요."
아주머니 말씀에 깔깔 웃었어요. 젓가락으로 조신하게 생선 가시를 발라내고 있는데 아주머니께서는 여기 사람들은 그렇게 먹지 않고 시원하게 입에 넣고는 가시를 두두두두 뱉어낸다고 하셨어요.
가자미 찌개를 매우 맛있게 잘 먹었어요. 가격은 2인분이 3만원이었고, 저는 1인분으로 먹었기 때문에 15,000원이었어요.
"사장님, 여기 나중에 친구들에게 혼자 가자미 찌개, 도루묵 찌개 1인분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알려줘도 되나요?"
"예, 그럼요. 혼자 오면 그렇게 해드려야죠."
혹시 저만 장날이 아니라 1인분 해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사장님께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와도 가자미 찌개, 도루묵 찌개를 1인분으로 주문할 수 있는지 여쭈어봤어요. 사장님께서는 된다고 하셨어요.
이날 영덕 여행 일정에서 최대 고비가 바로 원래 점심 먹기 위해 알아본 1인분도 된다는 식당이 1인분 안 된다고 했던 순간이었는데, 이 고비를 대박식당으로 매우 잘 넘겼어요. 그것도 그냥 넘긴 게 아니라 매우 먹어보고 싶었던 영덕 지역 향토 음식 가자미 찌개를 먹어서 대박으로 바뀌었어요.
영덕시장 대박식당은 정말로 대박이었어요. 영덕 지역 향토음식 가자미 찌개, 도루묵 찌개를 혼자 1인분으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곳이었어요. 그리고 맛있었어요. 만약 혼자 영덕 여행 와서 영덕 지역 향토 음식인 가자미 찌개, 도루묵 찌개를 먹고 싶다면 영덕시장에 있는 대박식당에서 1인분으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어요. 혼자 여행할 때 매우 소중한 식당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