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으로 넘어와서 영해만세시장 오일장을 구경했어요. 오일장을 구경한 후 영해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했어요.
"여기는 별로 안 크네?"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은 지도로 보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동네 같았어요. 영해면 전체 면적은 좁지 않겠지만, 중심지라 할 만한 곳은 매우 작았어요. 조금 걸으면 영해만세시장, 조금 걸으면 영해 버스 터미널이었어요.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은 돌아다닐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최대한 많이 보려고 도착하자마자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웬만한 곳은 대충 본 거 같았어요.
못 가본 곳이라면 영해향교와 괴사리 전통마을이 있었어요. 영해향교와 괴사리 전통마을까지 가려고 하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었지만, 어느새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어요. 겨울 여행은 확실히 해가 짧은 게 단점이에요. 5시 반까지는 낮 일정을 다 끝내야 하나까요. 여름에는 7시 반 정도까지는 낮 일정을 진행해도 되고, 길게는 저녁 8시까지 진행해도 되요. 하지만 겨울은 아니에요.
게다가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은 규모가 매우 작은 곳이었어요. 시골 지역이기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영업하는 식당이 있을지 의문이었어요. 시골 지역은 저녁 6시면 밤이거든요. 물론 영해면도 늦게까지 하는 식당이 있기는 하겠지만요.
'숙소부터 가자.'
배낭을 메고 걸어다녔더니 어깨가 아팠어요. 다리는 괜찮았지만 대신 어깨가 아파서 가방 좀 내려놓고 싶었어요. 그리고 앉아서 쉬면서 잠기운 좀 가시기를 기다리고 싶었어요. 영해면은 대충 돌아봤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가서 잠시 쉬어도 되었어요. 괴사리 전통마을과 영해향교는 나중에 시간 되면 가면 될 거였고, 만약 이번 여행에서 못 간다면 다음에 영해면 다시 왔을 때 가면 되었어요.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인 덕스 게스트하우스로 갔어요. 게스트하우스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원래 무인 게스트하우스인데, 겨울은 방이 춥다고 정말로 원하는 사람만 상담 후 받는 곳이었어요. 방에 들어가서 온풍기를 켰어요. 방은 금방 따스해졌어요. 방이 춥지는 않았어요. 적당히 따뜻했어요.
침대에 걸터앉아서 쉬었어요. 침대에 앉아서 쉬니 참 좋았어요. 침대에서 쉬면서 영해면 맛집을 찾아봤어요.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은 작은 곳이지만, 교통의 요지에요. 영덕군 배낭여행 할 때 매우 좋은 곳이에요. 영해면에서 강구항까지 바로 가는 시외버스는 배차 간격이 괜찮은 편이고, 영해면에서 축산항으로 가는 첫 차를 타면 축산항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영해만세시장이 규모가 꽤 컸기 때문에 예상컨데 맛집도 분명히 있을 거였어요.
"뿌구리탕?"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맛집을 검색하다가 영해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행복식당에서 이 지역 향토음식인 뿌구리탕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뿌구리탕이 뭔지 찾아봤어요. 뿌구리탕은 '뿌구리'라는 물고기로 끓인 탕이었어요. 그리고 뿌구리는 표준어로 '동사리'라는 민물고기였어요.
"이거 먹어봐야겠다."
뿌구리탕은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어요. 그리고 영덕, 울진, 포항 맛집을 검색했을 때 찾은 식당들 중 뿌구리탕을 파는 식당은 행복식당 뿐이었어요. 여행 왔으니 지역 향토음식 먹어봐야죠. 뭔지 잘 모르겠지만 가서 먹어보기로 했어요.
행복식당으로 갔어요. 행복식당은 영해터미널 큰 길 건넌 바로 맞은편에 있었어요. 행복식당은 무려 밤 9시까지 영업하는 식당이었어요. 시골 지역은 식당들이 일찍 문을 닫아요. 게다가 제가 갔을 때는 12월 초 비수기였어요. 그래서 밤 9시까지 영업하는 식당은 매우 드물었어요.
행복식당이 밤 9시까지 영업하는 이유는 영해터미널 버스가 밤까지 있기 때문일 거에요. 포항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시외버스들이 영해면을 거쳐서 가거든요.
"여기 진짜 맛집이다!"
아직 식당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바로 맛집 느낌이 왔어요. 근거가 있었어요. 식당 앞에는 배추가 수북히 쌓여 있었고, 김장을 하기 위해 배추를 다듬고 있었어요. 요즘 식당들 보면 김치를 직접 담그는 식당이 별로 없어요. 김치를 직접 담그려고 하면 국내산 배추가 비싼 것도 있지만, 그 이전에 식당 일이 김장 하나로 인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나요. 이 때문에 요즘 식당들 보면 대부분 중국산 김치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행복식당은 직접 김치를 담그고 있었어요. 오늘날에는 김치를 직접 담그는 식당은 맛에 대한 자부심과 고집이 있는 곳이 꽤 있어요. 김치를 직접 담그는 식당들이 편하고 저렴한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맛 때문이거든요.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뿌구리탕을 주문했어요.
뿌구리탕 가격은 10,000원이었어요.
식당은 매우 깔끔했어요. 입구 오른편에는 무료 커피 자판기도 있었어요.
테이블에는 작은 단지가 있었어요. 단지를 열어봤어요. 중국 식당에서 나는 특유의 향과 비슷한 향이 확 올라왔어요. 제피 가루였어요.
반찬이 나왔어요. 특징이라면 부침개도 한 장 나왔어요. 부침개는 호박전이었어요.
기본 반찬은 김치, 멸치볶음, 해초 무침, 감자 조림이었어요.
드디어 제가 주문한 뿌구리탕이 나왔어요.
"제피 가루는 향이 매우 강하거든요. 제피 가루 좋아하시면 아주 조금만 뿌리세요."
제가 제피 가루 통을 열자 제피 가루는 만약 뿌구리탕에 치려면 정말 아주 조금만 뿌리라고 알려주셨어요.
뿌구리탕을 먹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제피 가루를 안 뿌리고 먹었어요.
"와, 이거 완전 보양식 맛이네!"
뿌구리탕은 살짝 얼큰했고 매우 구수했어요. 뿌구리가 민물고기라고 하는데 잡내가 하나도 없었어요. 제피 가루를 뿌리지 않아도 잡내를 매우 잘 잡은 음식이라 그냥 먹어도 매우 맛있었어요.
뿌구리탕은 부드럽고 고소한 생선 흰 살 맛과 구수하고 조금 얼큰한 국물 맛이 섞여 있었어요. 매운탕과는 거리가 많이 멀었어요. 비슷한 음식으로는 어죽이 있었어요. 그런데 수도권에서 먹었던 어죽과도 맛이 조금 달랐어요. 수도권에서 먹었던 어죽보다 더 구수했어요. 된장을 많이 넣은 것 같았어요.
뿌구리탕은 몸에 좋은 보양식 맛이었어요. 이것과 맛이 비슷한 음식으로 어탕 말고 다른 것을 먹어본 기억이 있었어요. 바로 여수에서 먹어본 장어탕이었어요.
뿌구리탕은 양이 꽤 많았어요. 뿌구리탕 속에는 소면도 많이 들어 있었어요. 국물이 속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서 몸에 힘을 조금씩 북돋아주는 느낌이었고, 양이 많아서 속도 든든해졌어요.
"제피 가루 조금만 뿌려볼까?"
뿌구리탕을 그대로 먹으면 완벽한 보양식 맛. 궁금해서 제피가루를 아주 조금만 뿌려봤어요. 제피 가루를 조금 뿌리자 맛이 확 변했어요. 중국 음식 마라맛과 마라향이 더해진 맛처럼 되었어요. 티스푼 절반 정도만 넣었는데도 제피 가루 향이 진동했어요. 저는 마라맛과 마라향을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지만, 만약 마라맛과 마라향을 안 좋아한다면 안 넣는 것이 좋을 거에요. 그리고 제피 가루를 뿌리는 순간 맛이 완전히 변하기 때문에 제피 가루를 뿌리지 않고 어느 정도 충분히 먹은 후 제피 가루를 아주 찔끔 살짝 뿌리는 것이 좋을 거에요.
"호박전 대박이다!"
기본 반찬으로 나온 호박전은 너무 맛있었어요. 늙은 호박전이라 처음에는 당근으로 만든 전인 줄 알았어요. 늙은 호박전은 고소하고 달콤했어요. 뿌구리탕과 같이 먹자 늙은 호박전 단맛이 입 안에서 폭발했어요. 뿌구리탕 자체는 보양식인데 늙은 호박전은 매우 달아서 둘을 번갈아 먹자 한여름의 불꽃놀이 축제 같은 식사가 되었어요.
늙은 호박전은 아예 간식으로 따로 구입해가고 싶었어요. 아예 두세 장 구입해서 들고 다니며 먹고 싶었어요. 뿌구리탕은 국물을 보온병이 담아서 여행하다가 중간에 체력 보충용으로 마시고, 늙은 호박전은 간식으로 뜯어먹으며 다니고 싶었어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뿌구리탕 국물과 늙은 호박전은 포장만 잘 하면 축제나 등산로 같은 곳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팔아도 될 거 같았어요.
매우 맛있게 잘 먹었어요. 사장님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드렸어요. 사장님께서는 매우 좋아하시면서 김치와 모든 반찬을 다 직접 만드신다고 하셨어요.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에 가면 행복식당 가서 뿌구리탕 한 번 먹어보는 것을 추천해요. 이때 주의할 점은 제피 가루를 넣어서 먹을 거라면 정말 병아리 눈물만큼 아주 찔끔찔끔 넣어가며 맛을 맞춰야 해요. 아주 조금만 넣어도 맛이 확 바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