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진항 도장까지 끝났다."
2023년 10월 6일, 강원도 여행을 와서 돌아다니는 중이었어요. 전날 늦은 밤에 강원도 춘천시로 가서 춘천시 심야여행을 즐긴 후,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아침 첫 차를 타고 속초시로 넘어왔어요. 속초시 도착하자마자 속초 버스 1번을 타고 마차진리 종점으로 가서 강원도 고성군 여행 스탬프를 하나씩 모아가고 있었어요. 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50코스 스탬프, 대진우체국 관광우편날짜도장에 이어서 거진항에 있는 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49코스 스탬프까지 수집했어요.
"점심부터 먹고 또 진행할까?"
요즘 우체국 중에는 점심시간 휴식 시간이 있는 우체국이 있다.
우체국 가운데에는 낮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 동안 문을 닫는 우체국이 있어요. 거진항에서 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49코스 스탬프를 수집한 다음에 가야 할 곳은 거진우체국이었어요. 거진우체국에서 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49코스 스탬프를 찍은 엽서에 거진우체국 일반우편날짜도장을 받아야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정확히 오후 12시였어요. 인터넷 지도로 검색했을 때 거진우체국은 중간에 점심시간이 따로 나와 있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왠지 거진우체국도 낮 12시부터 1시까지는 점심시간이라서 업무를 보지 않는 시간일 거 같았어요.
'여기에서 점심 먹고 가는 게 좋겠지?'
원래는 간성읍내로 들어가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계획을 바꾸는 것이 좋을 거 같았어요. 거진우체국에 전화해보지는 않았지만, 거진우체국도 왠지 중식 휴게시간이 있을 거 같았어요. 그리고 거진항은 제 예상과 달리 규모가 꽤 큰 어촌마을 항구였어요. 대진항 보고 거진항도 조그마한 어항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거진항은 규모가 꽤 컸고, 관광지 상권도 형성되어 있었어요.
"아까 본 영화 신세계 출연 식당 갈까?"
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49코스 스탬프를 수집하러 오는 길에 거진항에 있는 해동회식당을 봤어요. 해동회식당 간판 옆에는 영화 신세계가 촬영된 식당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영화 신세계는 황정민씨와 이정재씨가 열연한 영화로, 매우 재미있게 본 영화에요. 영화 자체도 재미있지만, 정청 역할로 황정민씨와 이자성 역할로 이정재씨를 선택한 것이 신의 한 수였어요. 두 배우분이 신세계의 정청과 이자성 역으로 상당히 잘 어울렸어요. 그래서 더욱 재미있게 본 영화에요.
TV에서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등장한 식당이라면 여러 곳 많이 가봤어요. 그렇지만 영화 촬영 장소 식당은 가본 일이 별로 없었어요. 마침 거진항은 평일이라 그런지 매우 한산했어요. 점심시간인데 사람들이 많은 식당이 안 보였어요. 해동회식당도 마찬가지였어요.
"저기 공사중 아냐?"
해동회식당 앞에 테이블과 의자가 모두 나와서 쌓여 있었어요. 이 모습을 보니 불안해졌어요. 비수기라고 내부 인테리어 공사 들어갔을 수도 있었어요. 설악산 단풍 보러 오는 사람들이 올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고, 추석 연휴 대목은 지나갔으니 공사하는 것일 수도 있었어요.
몇 발짝만 걸으면 되니까 보고 갑시다.
식당 상황이 어떤지 보러 갔어요. 입구에 쌓여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지나서 수족관부터 봤어요. 수족관에서는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를 파닥거리며 헤엄치고 있었어요.
"이러면 영업하는 곳인데?"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들을 보니 영업하는 식당이었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식당 내부는 멀쩡했어요.
"여기 지금 물회 1인분 되나요?"
"예, 되요."
조심스럽게 물회 1인분 되는지 여쭈어봤어요. 식당 사장님께서는 당연히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자리에 앉았어요.
"소면으로 드릴까요, 밥으로 드릴까요?"
"밥으로 주세요."
소면과 밥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저는 밥을 선택했어요.
식당 정면 주방쪽에는 영화 신세계에서 어떤 장면을 여기에서 찍었는지 알려주는 영화 장면을 인쇄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어요. 해동회식당은 영화 신세계 제일 마지막 씬 - 정청과 이자성이 횟집을 습격하는 장면을 촬영한 식당이었어요.
다시 식당 내부. 식당 내부는 깔끔했어요. 공사와는 전혀 관련없는 내부였어요.
"사장님, 저 앞에 테이블이랑 의자 뭐에요?"
"아, 저거? 오늘 방금 막 테이블이랑 의자 싹 다 교체했어요."
"아하!"
해동회식당 입구에 테이블과 의자가 쌓여 있던 이유는 제가 왔을 때 식당 의자와 테이블을 막 다 교체했기 때문이었어요. 사장님께서는 새 의자로 교체했더니 의자가 안 흔들린다고 좋아하셨어요. 그런데 밖에 쌓여 있는 의자와 테이블도 낡은 의자와 테이블이 아니었어요. 겉보기에는 멀쩡했어요.
물회를 주문했어요. 물회 가격은 15000원이었어요. 해동회식당에서 1인분 식사 메뉴로는 물회와 회덮밥이 있었어요. 물회와 회덮밥에 들어가는 생선 모두 국내산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러면 제가 여기 이거, 지금 막 들어온 새 의자에 새 테이블로 밥 먹는 첫 번째 손님이에요?"
"예, 그래요. 방금 다 바꿨어요."
"그러면 진짜 완전 새 의자와 테이블에서 먹는 거네요?"
"맞아요."
사장님 가족분들과 같이 웃었어요. 테이블과 의자 교체가 막 끝난 후 제가 들어왔어요. 제가 앉은 테이블과 의자를 사용한 첫 번째 손님이 바로 저였어요. 이러기 쉽지 않아요.
제가 주문한 물회가 나왔어요.
'으억, 이거 뭐 이렇게 많아?'
해동회식당의 물회는 양이 엄청 많았어요. 무지 많았어요. 사진에서 밥공기와 물회 그릇 비교해보면 양이 얼마나 많은지 바로 보일 거에요.
이 정도로 양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물회 그릇 자체가 컸는데, 그 큰 대접에 물회 건더기가 꽉 들어차 있었어요.
'이거 다 먹을 수 있을 건가?'
어지간해서는 음식 양으로 기죽지 않는데 여기 물회는 양에서 압도당했어요.
해동회식당의 물회를 먹기 전에 물회를 잘 섞었어요. 해동회식당의 물회 특징은 사과였어요. 위 사진에서 왼쪽 윗편 11시 방향에 있는 채 썰어놓은 야채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사과였어요.
이번 강원도 여행은 진짜 뭔가 될 건가봐.
오늘 하루 종일 제게 배정된 행운을 여기에 다 쏟아부은 기분이었어요. 해동회식당의 물회는 매우 맛있었어요. 국물은 아주 약간 칼칼하고 시원했어요. 국물 맛은 아주 약간 매콤했어요. 여기에 새콤한 맛이 매콤한 맛보다 많이 잘 느껴졌어요. 해동회식당의 물회 맛은 새콤새콤매콤한 고추장 베이스 양념 국물 맛이었어요. 국물이 시원해서 쭉쭉 잘 넘어갔어요.
'이거 물회국수로 먹으면 진짜 맛있겠다.'
해동회식당의 물회는 소면을 삶아서 넣어서 물회국수로 만들어먹어도 매우 맛있을 맛이었어요. 제가 먹는 물회 1인분은 소면을 2인분 삶아서 넣으면 훌륭한 물회국수가 될 거였어요. 당연히 혼자서는 절대 무리이고, 최소한 두 명이 먹어야할 양이었지만요. 그 이전에 이 물회는 말이 좋아 1인분이었지, 실제 양은 두 명이 먹어야할 맛이었어요. 가운데에 물회 하나 놓고 공깃밥 하나만 더 추가하면 두 명이 식사로 먹어도 될 양이었어요. 소면을 2인분 삶아서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건더기인 회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었어요.
해동회식당 물회는 가볍고 은은한 단맛이 있었어요. 해동회식당 물회에서 단맛을 보충해주는 재료는 사과였어요. 사과와 생선회가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여기에서 처음 알았어요. 새콤새콤매콤한 국물과 사과, 생선회의 조합은 단풍이 자극적인 색채로 진하게 잘 물들은 가을 풍경 그 자체였어요. 속초 여행 와서 일부러 고성군 거진항까지 찾아가서 먹어도 후회 안 할 예쁜 맛이었어요.
'양 진짜 많네!'
맛만 좋은 것이 아니었어요. 양이 진짜 많았어요.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았어요. 웬만하면 국물까지 시원하게 깔끔히 쭉 마시고 싶은데 양이 너무 많아서 회와 사과 건져먹기도 바빴어요.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공깃밥보다 회가 훨씬 더 많았어요. 밥 반찬 삼아서 물회를 먹는 게 아니라 물회 반찬 삼아서 밥을 먹었어요. '물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회가 중심이었고 그 양이 두 명이 나눠먹어도 하나도 안 부족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걸 저는 저 혼자 계속 먹고 있었어요.
결국 국물까지 깔끔히 다 먹지는 못했어요. 물회 속에 있는 건더기만 다 건져먹어도 양이 많아서 배불렀어요. 여기는 누구를 데려와도 물회를 아예 못 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 좋아할 식당이었어요. 다른 지역에서 먹어본 물회와는 맛이 조금 달랐고, 양과 맛 모두 상당히 만족하며 먹을 물회였어요.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거진항에 있는 해동회식당은 영화 신세계 마지막 장면 촬영지에요. 그리고 해동회식당 물회는 속초 여행 갔을 때 일부러 거진항까지 가서 찾아가서 먹을 만한 맛이었어요. 그리고 해동회식당은 속초시에서 1번 버스 대진행 타면 거진항까지 바로 가기 때문에 배낭여행으로 속초 여행간 사람도 충분히 갈 수 있는 맛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