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서울을 걷고 점심이 되어도 계속 걷고 있었어요. 서울 동작구 상도역에서 시작해서 흑석동까지 갔다가 흑석동에서 다시 노량진으로 돌아와서 24시간 카페에서 조금 휴식을 취한 후 삼각지로 걸어가서 아침식사를 먹고 삼각지에서 다시 서울 도심권으로 넘어왔어요. 서울 도심권에서 또 계속 걸어다니며 놀았어요. 한 번 작정하고 걷기 시작하자 많이 걸었는데도 하나도 안 피곤했어요.
서울 충무로역쯤 왔을 때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어요. 이때 친구가 지금도 걷고 있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그렇다고 했어요. 친구는 옷을 사러 갈지 고민중이라고 했어요. 친구가 제게 진짜로 안 피곤하면 같이 만나서 옷을 사러 가지 않겠냐고 물어봤어요. 피곤하지는 않았어요. 옷도 사야 했어요. 그러나 문제는 밤새 걸어서 꼴이 말이 아니었어요. 아침까지 부슬비가 내렸고, 이 비를 다 맞으면서 걸었어요. 그랬더니 옷이 매우 더러워졌어요. 옷이 더럽고 몸도 땀범벅인데 새 옷을 사러 매장에 가서 옷을 입어보는 건 실례였어요. 그래서 안 가겠다고 했어요. 친구도 피곤해서 이날은 집에서 쉬겠다고 했어요.
남대문시장까지 갔다가 다시 을지로와 종로를 걸으면서 종로5가까지 갔어요. 가는 길에 지하상가를 하나씩 다 둘러봤어요. 그동안 서울을 무수히 많이 걸었지만 지하상가는 제대로 둘러보지 않았어요. 지하상가를 하나씩 돌아다닌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어요. 지하에 새로운 세상이 있는 것을 보자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종로5가에 도착했어요. 이제 길을 정해야 했어요. 친구에게 다시 연락했어요. 친구는 피곤해서 집에서 쉬고 있다고 했어요.
"너 지금 돌아갔어?"
"아니, 종로5가."
"어? 지금도 돌아다니고 있어?"
"응."
"우와, 너 체력 장난 아니다!"
12시간 넘게 밖에서 계속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친구는 제 체력에 깜짝 놀랐어요.
"지금이라도 너 있는 동네로 넘어갈까?"
"너 안 피곤해?"
"응. 안 피곤해."
친구에게 안 피곤하다고 했어요. 진짜로 안 피곤했어요. 다리가 조금 아프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잠깐 앉아서 쉬면 금방 진정될 거였어요. 친구가 사는 동네 근처로 가는 동안 버스나 지하철에서 앉아서 간다면 다리 피로가 다 풀려서 잘 걸어다닐 수 있었어요.
"너, 지금 우리 동네 오면 내가 저녁 사준다."
친구가 제 체력에 감탄하며 만약 자기가 사는 동네 오면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어요.
"진짜? 나 간다?"
"응? 정말? 정말로 안 피곤해?"
"어. 하나도 안 피곤해. 다리 조금 아프기는 한데 그 정도는 지하철에서 앉아서 가면 다 풀려."
"그러면 와. 나도 준비할께."
너무 멀리 가는 건 그래도 약간 부담되었기 때문에 만만한 곳을 찾아봤어요. 노량진이 제일 좋았어요. 친구와 노량진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새벽에 출발했던 곳인 상도역 근처 노량진역으로 가야 했어요. 지하철을 타고 노량진역으로 갔어요. 친구와 노량진역에서 만났어요.
"너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물에 빠뜨린 고기?"
"물에 빠뜨린 고기라니?"
"뭐 갈비탕 같은 거 있잖아. 구운 거 말고."
친구가 제게 뭐 먹고 싶은 거 있냐고 물어봤어요. 딱히 떠오르지 않았어요. 보통은 이렇게 친구를 만나면 고기를 구워먹으러 가지만 이날은 구운 고기는 먹고 싶지 않았어요.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었어요. 아무래도 많이 걸었기 때문에 피로가 쌓여서 입맛이 떨어졌어요. 원래는 노량진에서 유명한 돈까스를 먹고 싶었지만 그 식당은 이날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어요.
"여기 갈비탕 맛집은..."
노량진역 근처에 갈비탕 맛집은 없어요. 갈비탕 맛집을 가려면 신대방삼거리역 근처로 가야 했어요. 그래서 신대방삼거리역 방향으로 걸었어요. 친구와 잡담하며 걸어가는 중이었어요. 식사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샐러드 이야기를 꺼냈어요. 샐러드 전문점을 보니 중년의 아저씨들도 많이 가는 게 신기했다구요. 그러자 친구는 건강 챙기려고 샐러드 먹는 사람들 많은데, 샐러드가 꽤 맛있다고 했어요. 저도 동감했어요. 저 역시 샐러드 전문점은 풀떼기만 주는 곳이라고 지레짐작했다가 중년의 아저씨들이 샐러드 전문점에서 식사하는 모습 보고 호기심에 들어가서 먹어봤다가 제 추측과 많이 다르게 맛있고 고기도 있어서 깜짝 놀랐었어요.
"노량진에도 맛있는 샐러드 전문점 있어."
"진짜? 어디?"
"더블프레쉬라고 노량진에만 있는데 진짜 맛있어. 더블프레쉬 인기 좋아. 여기 수험생들 그거 많이 먹어."
"그래? 거기 가보자!"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어서 만만한 갈비탕 먹자고 했는데 친구가 노량진에 샐러드 맛집 더블프레쉬가 있다고 했어요. 샐러드 맛집이라고 하자 샐러드를 먹고 싶어졌어요. 친구는 저녁으로 진짜 샐러드 괜찮겠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오히려 좋다고 했어요. 샐러드는 원래 좋아하는데 노량진에만 있는 샐러드 맛집이라고 하자 매우 궁금했어요.
"그러면 더블프레쉬 가?"
"어, 거기로 가자."
발길을 돌려서 더블프레쉬로 갔어요. 더블프레쉬는 메가스터디 타워 안에 있었어요.
더블프레쉬 매장은 건물 내부에 있었어요. 실내에 먹을 수 있는 좌석이 몇 석 있었어요. 실내 좌석에서 먹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사서 들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메뉴를 봤어요. 음료, 주스, 샌드위치, 샐러드를 판매하고 있었어요.
어떤 샐러드가 있는지 봤어요.
"어? 텐더랑 연어 없다."
샐러드 중 치킨텐더가 들어간 샐러드를 먹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건 인기가 많은지 다 팔리고 없었어요. 그 다음에는 나름 고급 샐러드라고 할 수 있는 연어 샐러드를 먹어보고 싶었지만, 연어 샐러드 역시 다 팔리고 없었어요.
남아 있는 샐러드는 크래미 샐러드, 닭가슴살 샐러드, 카프레제 샐러드, 리코타치즈 샐러드였어요. 맛으로 먹는다면 리코타치즈 샐러드가 맛있을 거였어요. 카프레제 샐러드는 다른 곳에서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맛인지 몰랐어요. 저는 고기를 씹고 싶었어요. 샐러드에 고깃조각 없으면 진짜 풀떼기 먹는 맛이라 좋아하기는 하지만 식사로 먹지는 않는 편이에요. 식사로 먹는 샐러드는 무조건 고깃조각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취향이에요.
고깃조각이 확실하게 잘 들어가 있는 샐러드는 닭가슴살 샐러드였어요. 그래서 닭가슴살 샐러드를 골랐어요.
소스는 오리엔탈 소스를 골랐어요. 오리엔탈 소스는 간장 베이스 소스라서 무난히 먹기 좋아요.
친구가 계산을 했어요. 자리로 가서 앉았어요.
제가 고른 더블프레쉬 닭가슴살 샐러드는 이렇게 생겼어요.
더블프레쉬 샐러드는 실내 매장에서 먹어도 포장된 용기에 들어 있는 것을 먹어야 했어요. 샐러디에서는 실내에서 먹고 간다고 하면 보울에 담아줘요. 샐러디와는 다른 방식이었어요. 그리고 이 차이점으로 인해서 곡물밥 비슷한 것을 추가로 집어넣을 수 있는데 더블프레쉬는 그렇지 않았어요.
"이거 양 많네?"
더블프레쉬 닭가슴살 샐러드는 양이 꽤 많았어요. 포장 용기 자체가 컸어요. 싱싱한 야채를 꽉 채운 포장 용기였기 때문에 실제 양은 눈으로 부피를 보고 가늠한 것보다 조금 적을 수 있지만, 들어보면 묵직했어요.
더블프레쉬 닭가슴살 샐러드 포장 용기를 열고 오리엔탈 소스를 전부 뿌렸어요. 더블프레쉬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어요.
"여기 맛있다!"
더블프레쉬 닭가슴살 샐러드 맛의 특징은 단맛이 꽤 있었어요. 야채를 보면 기본적으로 단맛이 있는 적양배추가 들어가 있어요. 양상추도 단맛이 강하지는 않지만 약간 있는 야채에요. 여기에 방울토마토도 당연히 단맛이 있는 채소구요. 건포도도 달아요. 여기에 삶은 단호박이 들어가 있었어요. 단호박도 부드러운 단맛을 많이 더해주고 있었어요. 건강한 단맛이 가득했어요.
여기에 오리엔탈 소스를 다 부었더니 단맛이 더욱 강해졌어요. 오리엔탈 소스는 달콤하고 짭짤했어요. 더블프레쉬 닭가슴살 샐러드의 기본적인 맛인 단맛에 오리엔탈 소스의 달고 짠맛이 더해지자 중독적인 맛이 되었어요. 건강한 맛이면서 중독적인 맛이었어요.
"이거 맥주 안주로도 좋겠는데?"
더블프레쉬 닭가슴살 샐러드는 오리엔탈 소스를 다 부으면 맥주 안주로 먹기에도 좋은 맛이었어요. 샐러드라고 꼭 건강한 식사로만 먹으라는 법은 없어요. 닭가슴살 샐러드 하나 사서 캔맥주와 먹으면 양도 많고 맛도 있는 안주였어요. 양이 꽤 좋았지만, 만약 술안주로 먹는다면 오리엔탈 소스는 전부 붓고, 닭가슴살만 조금 추가해서 양을 불릴 수도 있을 거였어요.
먹고 있는 동안 사람들이 계속 하나 둘 더블프레쉬로 와서 샐러드를 사갔어요.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샐러드가 피곤해서 뭔가 먹고 싶은 생각이 딱히 없을 때 식사로 먹으면 매우 좋다는 사실도 깨달았고, 그 이전에 샐러드 자체가 상당히 맛있었어요. 양도 맛도 다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