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밤새 돌아다니면서 영상을 촬영하고 사진 찍으며 놀다 보니 어느덧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이날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과 노량진동을 돌아다니면서 영상을 촬영했어요. 흑석동은 심야시간에 가려면 어떻게 해도 동선이 나빴고, 노량진은 교통의 요지라 몇 번을 가면서 나눠서 찍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먼저 흑석동부터 끝내기로 했어요. 날씨가 영 안 좋았지만 그래도 잘 돌아다니며 촬영을 잘 마쳤어요.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나왔어요. 전철은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여기에서 결정을 해야 했어요. 가까이에 있는 노량진역으로 내려간다면 의정부로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반대로 노들역 쪽으로 간다면 최소한 한강대교 건너서 용산역까지는 걸어가는 것이었어요. 저는 의정부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노들역 방향으로 가면 노들역에서 9호선을 타지 않고 더 걸어서 1호선 전철역인 용산역까지 가야함을 의미했어요.
"이왕 나온 거 더 걸을까?"
나와서 돌아다니니까 재미있었어요.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쉬웠어요. 밤새 꽤 걸었지만 오히려 몸이 풀리고 컨디션이 좋아졌어요.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힐링 포션이었어요.
"용산 가자."
용산역으로 가기로 했어요. 노들역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어요. 노들역을 지나서 한강대교로 갔어요. 한강대교를 건너서 조금 더 걸어가자 용산역이 나왔어요. 여기에서 다시 돌아갈지 더 걸을지 결정해야 했어요. 더 걷기로 했어요. 새벽이었어요. 심야시간 풍경 촬영할 시간은 끝났지만, 대신 새벽 풍경 촬영할 시간이 되었어요.
"용리단길 촬영할까?"
용산역 길 건너 맞은편 골목쪽에는 용리단길이 있어요. 용리단길은 예전에는 별 볼 일 없는 곳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여기도 꽤 재미있는 곳으로 바뀌었어요. 용리단길은 밤에 가보면 사람들이 매우 많은 곳이에요. 길도 쉬운 편이에요. 밤에 오면 사람들이 많아서 영상 촬영하기 별로 안 좋지만 새벽에는 사람들이 참 없는 곳이었어요. 한적한 새벽 풍경을 촬영하기에 괜찮은 곳이었어요.
용리단길을 촬영하기로 했어요. 용리단길로 갔어요. 영상을 촬영하며 걸었어요. 그렇게 쭉 걷다가 한 블럭 옆 골목으로 들어가서 계속 걸어갔어요.
"아, 여기는 또 다른 곳이지!"
실컷 찍다가 지금 너무 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용리단길은 삼각지역 먹자골목과 이어져 있어요. 여기는 잘 끊어서 찍어야 했어요. 둘을 묶어서 찍으면 영상이 너무 길고 재미없어지는 데다 이어져 있다시피 하기는 하지만 나름 둘을 분리해서 보거든요.
"영상 어차피 잘 찍지도 못했는데 이건 버려야겠다."
용리단길 영상은 촬영중에도 너무 못찍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미련없이 지웠어요. 이왕 삼각지역 먹자골목 왔으니 삼각지역 먹자골목이나 구경하기로 했어요.
조금 걸어가자 엄청나게 허름한 아파트가 나왔어요. 규모는 꽤 큰데 이런 아파트가 아직도 서울에 남아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오래된 아파트였어요. 삼각맨션 아파트였어요. 삼각맨션 아파트는 준공일이 1970년 7월이었어요. 참고로 한국 아파트 역사 뿐만 아니라 서울시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와우 시민아파트 붕괴사고의 바로 그 와우아파트가 1969년 12월 26일에 준공되었어요. 오래된 아파트의 대명사 여의도 시범아파트 준공일이 1971년 12월이에요. 서울에 있는 다른 오래된 아파트인 성요셉아파트, 서소문아파트도 삼각맨션보다 준공일이 늦어요. 회현시민아파트, 대치 은마아파트는 준공일이 아예 1970년대 후반이구요.
서울에 삼각맨션 아파트보다 더 오래된 아파트가 없지는 않아요. 그러나 극히 드문 편이고, 외관을 보면 그렇게까지 오래된 티가 많이 나지 않아요. 삼각맨션 아파트는 외관부터 세월을 정통으로 얻어맞는 모습이었어요.
삼각맨션 아파트를 구경하며 걷다 보니 옛집 식당이 나왔어요.
"여기에서 아침 먹고 갈까?"
전에 친구와 이쪽을 걸을 때 친구가 옛집 식당이 삼각지역 먹자골목에서 공무원, 경찰들이 많이 가는 공무원, 경찰 인정 맛집이라고 알려줬었어요. 옛집이 이 근처에서 공무원, 경찰들이 인정한 맛집이 된 이유는 먼저 맛있기 때문이었어요. 그 다음으로는 이 일대에 식사할 곳이 별로 없다는 점도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옛집은 아침 일찍 영업을 개시하기 때문에 야간 근무를 선 경찰, 공무원들이 아침 식사하러 가는 식당이기도 하다고 알려줬어요.
많이 돌아다닐 거라면 아침을 먹고 돌아다니는 것이 좋았어요. 공무원, 경찰들이 인정한 맛집이라고 친구가 알려줬으니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옛집은 입구부터 옛집이었어요. 삼각맨션 아파트 1층에 붙어 있었어요. 입구는 비닐 천막을 쳐서 비와 햇볕을 피하는 공간을 만들어놨어요.
옛집 앞에서 본 삼각지 풍경은 이랬어요.
옛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옛집 내부를 들여다봤어요.
"경찰, 공무원 꽤 있네?"
이른 아침이었는데 경찰과 공무원들이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경찰은 경찰 특유의 청록색 티셔츠 때문에 금방 알아볼 수 있었고, 공무원은 목에 패찰을 걸고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었어요. 식당 안에서는 경찰과 공무원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이제 식당으로 들어가는 경찰과 공무원도 있었어요.
옛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메뉴를 봤어요. 여기는 국수, 김밥 맛집이라고 했기 때문에 국수와 김밥을 주문하기로 했어요. 온국수 - 물국수는 5천원이었고, 비빔국수는 6천원이었어요. 김밥은 3천원이었어요. 국수 가격은 저렴했고, 김밥 가격은 서울에서 보통 가격이었어요.
'비빔으로 먹을까, 물로 먹을까?'
김밥이야 김밥 하나만 있어서 고민할 일이 없었어요. 그러나 국수는 비빔국수와 온국수가 있었어요. 김밥을 주문할 거라면 비빔국수와 먹는 게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하지만 따스한 국물과 먹는 김밥도 맛있어요.
'김밥 주문할 거니까 이번에는 온국수로 먹어야지.'
온국수와 김밥을 주문했어요.
음식을 주문한 후 조금 기다리자 식당 앞쪽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났어요. 그래서 식당 내부 사진을 한 장 찍었어요.
식탁에는 후추, 고춧가루, 후추 등이 있었어요.
제가 주문한 온국수와 김밥이 나왔어요. 먼저 국수는 이렇게 생겼어요.
국수에는 대파와 유부가 많이 올라가 있었어요. 양도 꽤 많았어요. 국수를 먹기 시작했어요.
"여기 맛있다."
온국수는 맛이 부드러웠어요. 자극적이지 않았어요. 술술 잘 넘어가는 맛이었어요. 국물 간은 약하게 잡혀 있었어요. 그래서 고춧가루를 조금 쳐서 먹었어요. 일을 마치고 피로에 절은 몸을 끌고 이불 속에 들어가는 맛이었어요. 엄청나게 특별히 맛있거나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을 갖고 있는 국수는 아니었어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맛이었어요. 온국수는 맛이 순했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먹기 좋은 맛이었어요.
맛이 순할 뿐이었지, 기본적인 맛의 조합과 균형은 매우 좋았어요. 마치 이불 속이 따뜻하다고 해도 더 따스하고 뜨뜻하게 자고 싶으면 보일러를 트는 것처럼 삼각지역 먹자골목 맛집 옛집의 국수는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따스한 맛이지만 보다 고춧가루를 더 넣어서 먹으면 되었어요.
이번에는 김밥을 먹을 차례였어요. 김밥은 꽤 굵었어요.
"김밥 맛있다."
옛집의 김밥 맛은 아주 고전적인 김밥 맛이었어요. 김밥 역시 화려한 맛은 아니었어요. 김밥도 순한 맛이었어요. 식당에서 먹는 김밥 맛이 아니라 집에서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김밥 맛이었어요. 한 번에 사로잡는 맛이 아니라 어느 순간 문득 그리워지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떠오르게 만드는 맛이었어요. 밖에서 밥을 사서 먹어야 하는데 집밥을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딱 좋을 맛이었어요.
국수, 김밥 모두 매우 맛있었어요. 양도 많았어요. 배부르게 잘 먹었어요.
국수와 김밥을 다 먹고 밖으로 나왔어요. 다시 삼각지 먹자골목으로 갔어요.
서울 용산구 삼각맨션 아파트 삼각지역 먹자골목에는 공무원과 경찰들이 애용하는 식당으로 잘 알려진 국수, 김밥 맛집인 옛집이 있어요. 옛집 국수, 김밥 맛은 집에서 만들어서 먹는 맛이었어요. 먹는 그 자리에서 엄청나게 감탄하는 맛이 아니라 다 먹은 후 식당에서 나와서 맛있게 잘 먹었다는 말이 입에서 나오는 맛이었고, 잊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아무 이유 없이 문득 다시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맛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