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국

경기도 양주시 불곡산 산림욕장 임꺽정 생가 터

좀좀이 2023. 6. 1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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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향교와 양주관아지를 둘러보고 난 후 어사대비로 갔어요. 어사대비까지 다 보고 나자 마땅히 할 게 없었어요. 이 근방에는 딱히 할 만한 것이 없었어요. 경기도 북부에 있는 흔한 시골 풍경이었고, 갈 만한 곳도 또 있을 거 같아보이지 않았어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진짜 이 주변에 이것이 전부인지 확인해봤어요. 이게 전부였어요. 더 가거나 할 만한 것이 안 보였어요. 경기도 양주시가 한때 운영했던 스탬프 투어에서 스탬프가 비치된 곳이 두 곳이나 있는 곳이라 기대했지만 기대는 산산조각났어요. 양주역에서 운동 삼아서 걸어온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어요.

 

그때였어요.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어요.

 

 

"임꺽정 생가 터?"

 

이정표에 '임꺽정 생가 터'가 있었어요. 산길을 따라 0.8km만 걸어가면 나온다고 되어 있었어요.

 

'0.8km? 그러면 한 시간 채 안 걸리지 않을 건가?'

 

불곡산 산림욕장은 와본 적 없었어요. 불곡산 산림욕장을 갈 계획도 없었어요. 그래서 불곡산 산림욕장 코스가 어떻게 생긴지 전혀 몰랐어요. 그래도 등산안내도가 아니라 산림욕장이라고 하니 코스가 그렇게 험난할 거 같지는 않았어요. 등산에서 이동할 때 보통 1시간에 1km 정도면 일반적으로 산을 올라가는 등산로에요. 1시간에 1km 가는 길이 무난히 갈 수 있는 등산로의 마지노선이고, 1시간에 1km 미만으로 간다고 나와 있는 길은 힘든 길이에요.

 

'아무리 힘들어도 2시간 안에는 끝나겠지?'

 

1km가 아니라 0.8km였어요. 이 정도 거리라면 아무리 힘든 등산로라고 해도 등산로가 정비만 되어 있다면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길이었어요. 그러니 당장 다녀와도 시간적으로 크게 무리가 될 거리는 아니었어요.

 

중요한 것은 날이 매우 안 좋았다는 점이었어요. 계속 소나기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었어요. 바닥은 다 젖어 있을 거였어요. 비가 와서 바닥의 암석이 물을 먹으면 일반 신발로 갈 때 상당히 미끄러워요. 흙도 물을 먹고 진흙으로 바뀌고, 낙엽 같은 게 쌓여 있다면 낙엽도 물 때문에 더 미끄러워지구요. 비가 와서 땅이 젖었기 때문에 빠르게 걸어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먼 길이 아니라 금방 다녀올 수 있어보였어요.

 

"임꺽정 생가터는 재미있겠는데?"

 

강원도 철원군 고석정에 가보면 임꺽정 동상이 있어요. 임꺽정이 고석정 근처에서 숨어서 활동했다고 해요. 양주 관아 바로 뒷편에 임꺽정 생가가 있다니 뭔가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불곡산 도토리 유아숲 체험원 안으로 들어갔어요. 바로 불곡산 도토리 유아숲 체험원으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올라갔어요. 왼쪽에는 정자가 하나 있었어요.

 

 

정자에서 양주관아지를 바라봤어요.

 

 

"에이, 조망 별로다."

 

양주 관아가 나무에 가려서 잘 안 보였어요. 그나마 전망이 보이는 쪽은 각도가 매우 안 좋았어요. 송덕비만 잘 보였어요.

 

정자에서 나와서 불곡산 도토리 유아숲 체험원으로 갔어요.

 

 

불곡산 도토리 유아숲 체험원 꼭대기까지 올라가자 다시 이정표가 나왔어요. 임꺽정 생가 터까지는 0.6km 남았다고 나와 있었어요.

 

 

"금방이겠는데?"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이정표는 200m나 걸어왔다고 하고 있었어요. 이 정도라면 임꺽정 생가 터까지 가는 데에 시간이 얼마 안 걸릴 거였어요.

 

 

이정표가 또 나왔어요.

 

 

"여기 계곡 있네?"

 

조그만 계곡이 있었어요. 비가 와서 위에서 물이 흘러내려오는 건천인지 항상 물이 흐르는 계곡인지는 모르겠어요.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어요. 돌을 밟고 계곡을 건너갔어요.

 

 

숲길이 끝나고 포장도로가 나왔어요.

 

 

여기에서 갈림길이 나왔어요.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 길과 포장도로 따라가는 길이 있었어요.

 

"여기는 왠지 포장도로일 거 같은데..."

 

1/2 확률이었어요. 찍어야 했어요. 그런데 왠지 산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포장도로를 따라서 가야 할 거 같았어요. 임꺽정 은거지가 아니라 임꺽정 생가 터였어요. 그러니까 임꺽정이 태어난 곳이에요. 임꺽정은 도적이었지만, 임꺽정 부모님은 도적이 아니에요. 그러니 임꺽정 부모님께서는 그래도 집 지을 만한 평지가 있는 곳에 집을 짓고 사셨을 거였어요.

 

"포장도로가 헤메더라도 돌아나오기 좋아."

 

날이 궂었기 때문에 포장도로로 걷기로 했어요.

 

 

포장도로를 조금 걸어가자 이정표가 나왔어요. 포장도로로 가는 것이 맞았어요. 포장도로를 조금 걷다가 다시 숲길로 들어갔어요.

 

 

이정표를 보니 임꺽정 생가 터에 다 왔다고 나와 있었어요.

 

 

"야!"

 

이게 임꺽정 생가 터였어요. 임꺽정 생가 보존비만 덜렁 있었어요. 여기가 임꺽정의 진짜 생가가 있었던 자리인지는 솔직히 몰라요. 임꺽정이 부유한 양반집 자제도 아니고 백정 출신인데 무슨 집터가 그대로 있겠어요. 구전으로 이곳 어딘가에 임꺽정이 태어난 곳이라고만 전해졌을 뿐일 거에요.

 

아무리 그래도 나름 임꺽정 생가 터라면 뭐라도 좀 그럴듯한 게 있을 줄 알았어요. 비석만 덜렁 있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움막이라도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러나 그런 것은 전혀 없었어요. 비석 하나만 서 있을 뿐이었어요.

 

"여기도 뭐 좀 해놓지."

 

양주향교, 양주관아지에 이어서 임꺽정 생가도 실망스러웠어요. 제일 인상깊고 만족스러운 곳이 불곡산 도토리 유아숲 체험원이었어요.

 

 

임꺽정 생가 터에는 조그마한 평상 하나가 있었어요. 누가 왜 갖다놓은지 모르겠어요.

 

 

돌아가려면 임꺽정 생가 터로 내려온 비탈길을 다시 올라가야 했어요. 그렇게 볼 것이 없는 곳이라 바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돌아가는 길에 보니 여기도 과거에 민가가 있었던 흔적이 있었어요.

 

 

'회암사지를 빨리 복원해서 거대한 회암사로 짓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임꺽정 생가 터에서 내려오다가 회암사지가 떠올랐어요. 회암사지는 가보면 상당히 커요. 그렇게 큰 절을 유생들이 불굴의 의지로 계속 파괴 행위를 일삼아서 결국 폐사되었어요. 무려 왕실 사찰인데도요. 회암사를 공격하고 파괴한 유생들 중에는 양주향교에서 공부한 유생들도 분명히 있을 거에요. 양주관아에서 일한 유생도 있을 거구요.

 

"회암사를 불싸지를 게 아니라 양주향교를 불싸질렀어야지."

 

혼자 웃었어요. 만약 회암사가 유생들의 공격에 의해 폐사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양주시의 자랑거리가 되었을 거에요. 많은 관광객과 불자들이 찾아오는 멋진 장소로 널리 알려졌을 거에요. 게다가 무려 왕실 사찰이니 사극 한 번 하면 그때마다 관광객들이 증가해서 양주시 경제에 도움이 되고 양주시 재정을 채워줬을 거에요. 그렇지만 유생들은 정작 홀라당 태워도 되는 양주향교는 놔두고 후대에 가서 후손들에게 많은 관광수입을 안겨줄 수 있는 회암사를 파괴해버렸어요.

 

양주관아지가 얼마나 더 잘 복원될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양주관아지가 복원 잘 된다고 해도 회암사를 다시 제대로 짓는 것만 못할 거였어요. 경복궁도 그 정도인데 양주관아지를 크게 복원해봐야 뭐 얼마나 더 크게 복원하겠어요.

 

웃음만 나왔어요. 웬만하면 좋은 부분도 찾으려 하지만 이쪽 일대는 불곡산 도토리 유아숲 체험원이 가장 좋았어요. 여기는 일반적인 여행자가 관광지로 찾아올 만한 곳인지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가 있는 부모가 적당히 산책하고 놀고 자녀들 뛰어놀게 하려고 오면 좋을 곳이었어요.

 

 

불곡산 산림욕장에서 내려왔어요. 임꺽정 생가터에는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임꺽정 동상이라도 하나 세워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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