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탄고도1330 4길 중간 지점 인증 도장인 타임캡슐공원 도장을 수집하고 나서 스탬프함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었어요.
"길 좋은데?"
사람들이 운탄고도1330 4길 다녀와서 한결같이 너무 좋았다고 평가한 것을 보고 매우 궁금했었어요. 불만이라고는 코스가 긴데 중간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 뿐이었어요. 사람들이 모두 운탄고도1330 4길과 5길에 대해서는 극찬하면서 도보 여행 코스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고 있었어요. 운탄고도1330 4길 후기를 봤을 때 어째서 사람들이 그렇게 극찬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와서 걸어보니 왜 그렇게 사람들이 극찬했는지 이해되었어요.
운탄고도1330 4길은 길이 상당히 쉬웠어요. 엽기소나무길 초입부터 타임캡슐공원까지 구간이 제일 어려운 구간이었어요. 그런데 이 구간이 어려운 구간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산길에서 어려운 길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길이었어요. 일반적인 도로에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 구간이라 사람 진 빠지게 만드는 길이었지, 진짜 위험하거나 경험 없으면 엄청 고생하는 어려운 길이 아니었어요. 올라가는 길이 의정부 망월사 가는 길보다 더 쉬웠어요. 포장도로로 쭉 올라가는 길이라서요.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고 불평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길이라고 할 건 전혀 아니었어요.
엽기소나무길 초입부터 타임캡슐공원까지 구간을 제외하면 어려운 구간이 단 하나도 없었어요. 평지 오솔길, 비포장 산책로 걷는 수준이었어요. 바닥에 야자매트가 안 깔려 있을 뿐이었어요. 이러니 남녀노소 모두 와서 즐기기 너무 좋은 길이었어요.
길은 엄청 쉬운데 걸으면서 보는 풍경은 상당히 멋졌어요. 멋진 풍경을 보며 걸으며 안 힘들고 재미있는 길을 걷는 길이 바로 운탄고도1330 4길이었어요. 놀이동산의 회전목마 같은 길이었어요. 단, 차이점이라면 놀이동산 회전목마는 타는 시간이 짧고, 운탄고도1330 4길은 걸어야하는 길과 시간이 상당히 길어요. 딱 그 정도 차이만 존재했고, 나머지는 차이랄 것이 없었어요.
운탄고도1330 4길 중간지점 인증 도장인 타임캡슐공원 도장을 모았으니 이제 다음 목표는 운탄고도1330 4길 종점 인증 도장인 도롱이 연못 스탬프 수집이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산그리메를 감상하며 걸었어요.
"이래도 되나?"
이런 풍경을 보면서 너무 편하게 걸으니까 스스로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어요. 보통 이런 풍경 보려면 고생을 엄청 해야 하거든요. 고생 하나도 안 하고 이렇게 좋은 풍경을 보고 있으니 뭔가 이상했어요. 횡재한 기분이 들었어요.
암벽에 담쟁이 덩굴이 붙어서 자라고 있었어요. 담쟁이 덩굴도 예술이었어요.
조금 가다가 벤치가 나오자 벤치에 앉아서 쉬었어요.
준비해온 미니 초코바를 먹었어요. 운탄고도1330 4길은 코스 길이가 매우 길고, 타임캡슐공원부터 화절령까지는 화장실이 없어요. 그래서 일부러 식사를 준비하지 않고 미니 초코바를 가져왔어요. 미니 초코바는 열량이 높고 먹고 싶은 만큼 깔끔히 끊어먹기 좋은 데다, 갑자기 배 아파지게 할 염려도 없어요. 저 미니 초코바 34개 들이 한 봉지 전체 열량은 무려 2267kcal이에요. 저거 한 봉지만 먹어도 하루 섭취 열량은 다 섭취해요. 아니, 복용한다고 해야 맞을 거에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길을 걸었어요.
운탄고도1330 4길을 걸을 때는 식수는 잘 챙겨야 해요. 이렇게 바닥에 붉게 산화철이 깔려 있는 곳 위를 흐르는 물은 최대한 안 건드리는 것이 좋아요.
2023년 5월 17일 오전 9시 36분, 사동골에 도착했어요.
"여기 예쁘게 잘 꾸며놨네?"
사동골은 예쁘게 잘 꾸며놨어요. 앉아서 쉬기 좋은 곳이었어요.
앉아서 쉬기 좋은 곳?
앉아서 쉬기 좋은 곳이라고 떠오른 순간 웃음이 나왔어요. 운탄고도1330 4길은 새비재부터는 벤치가 매우 많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조금이라도 힘들다 싶으면 앉아서 쉬어가라고 남녀노소 모두를 지극정성으로 배려하고 있었어요. 그러니 앉아서 쉬기 좋은 곳은 무지 많았어요. 저도 조금이라도 힘들면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서 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많이 걸었지만 미니 초코바의 힘과 벤치에서의 휴식이 합쳐져서 많이 걸은 거 같지가 않았어요.
'진짜 이래도 돼?'
사동골에서 앉아서 쉬며 뭐 이렇게 너무 도보여행자 친화적 길이 다 있나 싶어졌어요. 무슨 서울 중랑천 산책로보다도 더 도보여행자 친화적 길이었어요. 여기는 무조건 가봐야하는 길이었어요. 도보 여행 코스는 만들려면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교과서, 노벨상 급의 길이었어요.
또 걷기 시작했어요.
탄가루와 폐석이 보였어요.
두위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 나왔어요. 운탄고도1330 4길은 두위봉 정상으로 가지 않아요. 그러나 만약 온 김에 두위봉 정상도 가보고 싶다면 갈 수는 있어요.
꽃꺼끼재까지 8.56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왔어요. 이 사진을 찍었을 때 시각은 오전 9시 50분이었어요. 제가 출발한 시각은 새벽 4시 30분이었어요. 5시간 20분만에 약 20km 걸었어요. 길이 너무 좋았어요. 억지로 오버페이스로 속력 내서 걷지 않았어요. 오히려 최대한 천천히 걸으려고 노력했어요. 운탄고도1330 4길 걸을 때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오버페이스였어요. 코스 길이가 길기 때문에 초반에 오버페이스하면 길은 무지막지하게 많이 남아 있는데 지쳐서 주저앉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어지간하면 쉴 거 다 쉬었고, 풍경 감상 최대한 많이 했고 사진도 여러 장 찍었어요. 타임캡슐공원에서 새비재까지 이어지는 고랭지 배추밭에서 신나게 시간을 보내었구요. 그래도 이렇게 빠르게 걸었어요.
길을 제대로 걸어본 적 없는 사람들은 그저 어디에서 주워듣고 한 시간에 보통 4km 간다고 여기고 계산해요. 그렇지만 이건 완전히 틀렸어요. 초행길은 한 시간에 4km 걷기 어려워요. 길 찾는 시간도 있고, 모르는 지역이라 평소 걷는 속도로 걷지 못해요. 또한 산길에서는 보통 1시간에 1km를 기준으로 어려운 코스와 쉬운 코스로 구분해요. 공식 지도에서 한 시간에 1km 못 가는 길이라면 무지 힘든 길이고, 한 시간에 1km보다 더 가면 쉬운 편이에요. 그런데 운탄고도1330 4길은 거의 평지 초행길 수준의 속도가 나오고 있었어요.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이어졌어요. 날이 슬슬 더워지고 있었어요. 길 자체가 힘든 게 아니라 배낭 무게 때문에 힘들었어요. 그래도 걷기 매우 쉬웠어요. 벤치가 곳곳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몸에 무리가 갈 거 같으면 벤치에 앉아서 쉬면 되었기 때문이었어요.
벤치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 것은 단순히 쉴 수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끝나지 않았어요. 오버페이스 방지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적당히 몸 상태 봐가면서 두 번째나 세 번째 벤치마다 잠깐 앉아서 쉰다고 정하고 걸으면 설령 오버페이스로 걷는다 하더라도 길게 오버페이스로 걷는 게 아니라 조금 오버페이스로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페이스를 끊어주니까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았어요.
아주 평화롭고 힐링되는 길이었어요. 몸도 힐링이 되고 마음도 힐링이 되었어요. 멋진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 보면서 무리하지 않고 계속 걸으니 몸 구석구석까지 활력이 스며들고 나쁜 기운이 쫙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어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길입니다
내가 원래 이렇게 잘 걸었나 싶어졌어요. 예전에는 잘 걸었지만 역병사태 당시 거의 돌아다니지 않아서 체력이 많이 약해졌어요. 그래서 28km 걷는 건 진짜 각오해야 할 거라고 예상했었어요. 그런데 쭉쭉 걸어가고 있으니 몸이 다시 예전처럼 건강해진 수준을 넘어서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계속 걸었어요. 너무 즐거웠어요. 온몸에 생기가 가득했어요. 걸을 수록 지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힘이 넘쳤어요. 몸과 마음이 너무 건강해지는 길이었어요.
강원도 정선군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렇게 좋은 길을 걸으니 몸과 마음 모두 빠르게 좋아지고 있었어요. 만약 길만 만들어놨다면 이러지는 않았을 거에요. 그런데 곳곳에 따스한 마음과 세심한 배려로 도보 여행자를 위한 벤치를 만들어놨어요.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좋은 길로 긴 시간 동안 긴 거리를 걸으며 빠르게 건강해질 수 있었어요.
'이러면 내일 5길이랑 6길 묶어서 한 번에 끝낼 수 있겠는데?'
운탄고도1330 4길 총거리가 길어서 다음날 5길과 6길을 묶어서 또 걸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어요. 그러나 여기까지 오자 확신이 생겼어요. 체력이 엄청나게 많이 회복되었어요. 5길과 6길을 묶어서 걸으면 30km가 넘는 거리이지만, 며칠 연속으로 30km 넘는 거리를 걷는 게 아니라 딱 하루 30km 넘는 거리를 걷는 거라면 충분히 가능했어요.
꽃꺼끼재가 가까워지자 끝없는 내리막길이 펼쳐졌어요.
'이러면 거꾸로 걷는 게 의미 없지 않나?'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지자 거꾸로 걷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졌어요. 운탄고도 1330 4길 다녀온 사람들을 보면 거꾸로 걷는 것이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라고 일부러 거꾸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그렇지만 실제 걸어보니 엽기소나무길 초입부터 타임캡슐공원까지 구간을 제외한다면 거꾸로 걸어간다고 이득볼 것도 없었어요. 엽기소나무길 초입부터 타임캡슐공원까지 구간을 제외하면 정방향으로 걸어가든 역방향으로 걸어가든 의미 없었어요. 그럴 거라면 정방향으로 걸어가는 게 더 낫구요.
당일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방향이라면 예미리, 역방향이라면 사북읍에서 1박은 해야 하는데 귀로를 보면 사북읍에서 돌아가는 게 더 편하거든요. 사북은 하이원이 있어서 기차 뿐만 아니라 버스도 많아요. 사북에는 24시간 찜질방도 있기 때문에 4길을 다 걸은 후 찜질방 가서 하룻밤 자면서 사우나에서 피로를 쫙 풀고 다음날 올라가는 방법도 있구요.
사북읍에서 기차나 버스 시간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과 예미역에서 기차 시간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 저라면 무조건 사북읍에서 기차나 버스 시간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할 거에요. 엽기소나무길 초입부터 타임캡슐공원까지 구간이 사람 진 빠지게 하는 길이기는 하지만 예미리에서 1박 하고 정방향으로 출발하는 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이었어요. 이것은 제가 운탄고도1330 3길도 걸어봤기 때문에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어요. 예미역에서 예미리 읍내까지 가려면 멀리 예미오거리까지 가는 길 외에는 길이 없기 때문에 시작을 예미역에서 하는 게 더 좋아요.
만약 엽기소나무길 초입부터 타임캡슐공원까지 구간이 걷기 싫거나 운탄고도1330 4길 전체 길이가 너무 길어서 부담스럽다면 예미역에서 정선두바퀴마을여행 플랫폼에서 돈 내고 픽업서비스를 이용해 타임캡슐공원부터 시작하는 방법도 있구요. 요금은 4명까지 탈 수 있는 차량 한 대를 빌려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1인에서 4인까지는 3만원이에요. 이것은 제가 직접 문의해서 알아본 내용이에요.
2023년 5월 17일 12시 29분, 운탄고도1330 4길 종점인 꽃꺼끼재에 도착했어요.
운탄고도1330 4길 종점인 꽃꺼끼재에 설치된 운탄고도1330 4길 스탬프함을 찾았어요.
"도롱이 연못?"
운탄고도1330 4길 종점 스탬프함에는 '도롱이 연못'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스탬프함을 열었어요. 스탬프가 있었어요.
"왜 도롱이 연못이지?"
고개를 갸웃했어요. 도롱이연못은 운탄고도1330 4길에 없어요. 5길에 있어요. 4길 종점 스탬프인데 도안이 5길에 있는 도롱이 연못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