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와 발이 아팠지만 걸어야할 길은 많이 남아 있었어요. 다행히 길이 쉬워서 참고 걸을 만 했어요. 증산해수욕장을 지나 쏠비치 삼척과 삼척해수욕장을 향해 걸었어요.
"어제 길 진짜 힘들었어."
추암촛대바위 올라가는데 다리가 엄청 아팠어요. 올라가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 없이 다리의 통증을 느끼며 올라갔지만 다 내려와서 쏠비치 삼척을 향해 걸어가면서 전날 길이 너무 힘들었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확실히 전날 길이 쉽지 않았어요. 전날 코스는 지금까지 제가 걸어본 길 중에서 손꼽히게 힘든 길이었어요. 차라리 망경대산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운탄고도 3길이 더 쉬웠어요. 산 올라갔다 내려가는 것이 어떻게 삼척에서 동해로 걸어가는 길보다 쉽냐고 할 수 있겠지만 몸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어요.
시각도 전날 길이 매우 힘든 길이었다고 알려주고 있었어요. 여기 도착했을 때 시각은 오전 2022년 11월 2일 10시 12분이었어요. 아침 6시 15분에 출발했으니 얼추 4시간 걸었어요. 4시간 걸어서 동해시 묵호에서부터 삼척 해안 북단 증산해수욕장까지 왔어요. 전날 일정은 아침 8시경에 출발했어요. 삼척시 미로면사무소에서부터 4시간 걸어서 간신히 동해역에 도착했어요. 그러니까 전날 코스가 훨씬 힘든 코스 맞았어요. 애초에 시간이 이렇게 많이 걸릴 길이 아니었어요.
동해시 묵호에서 삼척 증산해수욕장까지 4시간 걸린 이유도 다리가 아파서 빠르게 걷지 못했기 때문이었어요. 중간에 한섬해변 일출 보고 동해역 앞 편의점에서 쉰 시간, 추암촛대바위 올라갔다 내려온 시간을 계산하면 4시간 채 안 걸렸어요.
숨막히는 동해시 길과의 한판 승부가 끝났습니다.
치열했던 동해시 길과의 한판 승부는 끝났어요. 지금 걷는 길은 삼척시 길이었어요. 삼척시 코스도 쉽지는 않은 코스였어요. 삼척시 북단 증산해수욕장에서 삼척항까지 가는 새천년 해안도로는 일반적인 해안도로 이미지와 다르게 등락이 심한 길이에요. 운탄고도1330 9길을 걸었던 석탄의 길 2부 여행에서 걸어본 길이라 잘 알고 있었어요. 새천년 해안도로만 걸어도 무턱대고 쉽다고 할 길이 아니라 이래저래 다리 피곤하게 하는 길인데 이 길을 그대로 걸을 계획이 아니었어요. 걷다가 중간에 나릿골 감성마을 정상으로 올라가는 급경사 오르막길을 올라갈 거였어요. 나릿골 감성마을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이날 최고 난코스였어요. 이 길도 걸어봤기 때문에 얼마나 힘들지 알고 있었어요.
쏠비치 삼척을 지나갔어요. 지금부터는 모두 전에 한 번 걸어본 길이었어요. 한 번 걸어봤기 때문에 길을 다 알고 있었어요. 여기 왔다 간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길을 잊어버릴 리가 없었어요. 쏠비치 삼척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강원도 삼척시 코레일 관광열차 바다열차 기차역 삼척선 삼척해수욕장 삼척해변역이 나와요. 삼척해변역에서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삼척해수욕장이 나올 거였어요.
삼척해변역이 나왔어요.
'저기 처음 갔을 때 떠오르네.'
석탄의 길 2부 여행 마지막은 삼척해변역과 쏠비치 삼척이었어요. 삼척시 여행 기념품 마그네틱을 파는 곳은 쏠비치 삼척 안에 있어요. 삼척시 여행 기념품 마그네틱을 구입하기 위해 쏠비치 삼척을 향해 걸어가다가 삼척해변역을 잠깐 들렀어요. 삼척해변역은 대합실이 있어요. 대합실이 있다는 거 말고는 그렇게 큰 특징이 있는 기차역이 아니에요. 그때도 왔으니까 이왕 온 김에 들려보자고 갔었어요.
석탄의 길 2부 여행에서 삼척해변역 갈 때는 다리와 발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게 엄청나게 많이 아팠어요. 이틀 연속 매우 많이 걸었고, 그때는 첫날 일정이 망경대산 등산로인 운탄고도1330 3길 완주였고, 둘째날 일정이 운탄고도1330 9길 완주였어요. 이틀간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상당히 많이 걸었기 때문에 삼척해수욕장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도착했을 때는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이 엄청나게 아팠어요. 지금은 신발이 발에 길이 많이 들어서 그때보다는 훨씬 덜 아팠어요. 이틀간 걸은 거리도 그때보다는 훨씬 적었구요. 어째서 전날 별 거 아닌 길인데 그렇게 고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도상으로 보면 그렇게 힘들게 다닐 길은 아니었어요.
"여행도 진짜 끝나가네."
길고도 길었던 석탄의 길 여행. 끝나가고 있었어요. 삼척해변역에서 삼척항과 삼척장미공원을 지나 삼척종합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은 그렇게 길지 않아요. 새로운 길을 걷는 길은 이미 다 끝났어요. 새로운 길을 걷는 길은 추암해수욕장에서 증산해수욕장을 지나 쏠비치 삼척으로 가는 길에서 다 끝났어요. 앞으로 남은 길은 이미 한 번 걸어본 길이었고, 다 아는 길이었어요. 이제부터는 정말 엔딩을 향해 걸어가는 길이었어요.
석탄의 길 3부 여행 코스는 이미 완성되었어요. 나머지 코스에 힘든 코스가 있기는 해도 아예 못 갈 길이 아니었어요. 운탄고도1330 길을 응용해서 이렇게 코스를 만들어도 된다는 사실은 완전히 입증되었어요. 동해시 코스에서 약간 개조하기는 해야 할 거에요. 신기역에서 묵호등대까지 한 번에 걸어가는 건 너무 어려우니까요. 가능하기는 하지만 진짜 힘들어요. 신기역에서 8길이 끝난다면 여기에서 동해시 내륙 북삼동 어딘가에서 코스를 끝내게 해서 9길 만들고, 9길에서 게구석마을, 산제골마을, 논골마을 지나 묵호등대 찍고 묵호항으로 끝내게 해서 10길 만들고, 묵호항에서 이날 걸어가는 길인 해안선 따라 남하해서 삼척종합버스터미널로 끝나는 11길 만들면 되요.
아니면 8길을 조금 더 연장해서 미로면사무소에서 끝내고, 9길을 미로면사무소에서 동해시로 넘어가서 묵호등대 지나 묵호항에서 끝나게 하고, 10길을 묵호항에서 해안선 따라 남하하게 하면 되요. 이렇게 하면 삼척시와 동해시를 걸어서 감상하는 완벽한 도보 여행 코스가 완성되요.
도보 여행 코스는 있는 길 가지고 만드는 거니까 자기 마음에 들게 조합해서 만들면 되요. 삼척시와 동해시 도보 여행 코스를 완벽하게 만들어내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뻤어요. 엔딩을 향해 걸어가는 일만 남았기 때문에 발걸음이 가벼웠어요. 삼척종합버스정류장까지 못 걸어갈 일이 일어날 리 없었어요. 이미 걸어본 길이라 못 걸어갈 리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가벼웠어요.
삼척해수욕장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왔어요.
요즘 삼척은 표지판 눕히는 게 신종 문화인가?
전날에도 삼척시에서 길을 따라 걸어갈 때 도로 표지판이 누워 있는 모습을 봤었어요. 삼척해수욕장 진입로에 있는 안내 표지판도 드러누워 있었어요.
삼척해수욕장 안으로 들어왔어요. 삼척해수욕장에는 벤치가 여러 개 있어요.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기로 했어요. 벤치에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어요. 신발을 벗고 발을 신발 위에 올려놨어요. 맨바닥에 발을 내려놓기에는 모래가 너무 많았어요.
"콜라 마셔야겠다."
아직 길은 남아 있지만 사실상 끝난 여행. 오직 완주를 위해, 오직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걸어야하는 길. 이제 오전 10시 20분이니까 시간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었어요. 이대로 걸어간다면 저녁 즈음에 의정부 도착할 수도 있었어요. 나릿골 감성마을에서 시간이 얼마나 허비될 지 모르겠지만 나릿골 감성마을을 구경하지 않고 그대로 간다면 저녁 8시쯤에는 의정부 도착할 수도 있었어요. 삼척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는 버스로 3시간 걸려요. 동서울터미널에서 의정부까지는 대충 한 시간 걸리구요. 삼척종합버스장 찍고 거기에서 버스 타고 동해역으로 가서 KTX 타고 청량리역으로 가서 청량리역에서 의정부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었어요. 둘 다 시간은 얼추 비슷할 거였어요. 아주 여유로웠어요. 급할 게 하나도 없었어요. 여유부릴 거 다 부리고 가도 시간이 남아돌 거였어요.
가방 옆주머니에 끼워놨던 아까 동해역 앞 편의점에서 구입한 코카콜라 패트병을 꺼냈어요. 코카콜라 뚜껑을 확 돌렸어요.
"아, 뭐야!"
코카콜라가 터졌어요. 거품이 콸콸 터져나왔어요. 완주를 미리 축하해주는 샴페인처럼 거품이 뚜껑 다 열지도 않았는데 폭발하며 콸콸 쏟아져나왔어요. 급히 뚜껑을 돌려서 닫았어요. 손이 콜라 범벅이 되었어요. 외투 주머니에서 물티슈와 휴지를 꺼내서 손을 닦고 콜라 패트병을 닦았어요. 신발을 봤어요. 다행히 신발에는 콜라가 튀지 않았어요. 신발 안으로도 콜라가 콸콸 들어갔으면 완전히 낭패였을 거에요.
왠지 동해시에서 운이 너무 좋더라.
석탄의 길 3부 여행에서 동해시 여행은 운이 너무 많이 따라줬어요. 이 정도로 초대박이 난 여행은 지금까지 없었어요. 해리슈퍼 할머니를 만나서 묵호 일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했던 것 거의 전부 다 해결했어요. 강원도 여행 가서 단 한 번도 구경해보지도 못했던 감자 반찬을 묵호식당 가서 처음으로 먹어봤어요. 한섬해변에서는 기대 하나도 안 했던 일출 - 그것도 기차가 지나가는 동해 바다 일출 사진을 찍는 일출을 봤어요. 동해시 여행 가서 한 번 즐겨보고 싶었던 모든 것, 동해시 여행의 대표적인 아름다움 모든 것을 다 건져왔어요. 이번 동해시 여행 소득은 가는 곳마다 경품 1등 당첨되어서 경품만으로 집도 장만하고 차도 장만하고 살림살이 싹 다 장만한 급이었어요. 너무 운이 좋았어요. 그러니 콜라가 터지는 악운이 하나 발생하는 것도 이상할 거 없었어요. 그동안 운이 너무 좋았으니까요.
설마 이것은 삼척시의 토라진 마음?
어쩌면 너무 동해시만 좋아하니까 삼척시가 삐져서 증산해수욕장 들어온 순간부터 제 콜라를 마구 흔들어대었을 수도 있어요. 저도 인정해요. 마음이 너무 동해시에 쏠려 있었어요. 동해시만 너무 편애하고 있었어요. 삼척시도 좋기는 해요. 그런데 삼척시에서 자랑하는 해안가는 아무리 봐도 동해시가 훨씬 더 좋았어요. 동해시 내륙지역은 여행을 가보지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삼척시는 내륙 계곡을 집중적으로 밀어야할 거 같았어요.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에서부터 오십천 따라서 미로면 무사리 마평교까지 걸어가는 길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품 도보 여행 코스였어요. 삼척에서 바다 밀어주는 것보다 아무리 봐도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에서부터 오십천 따라서 미로면 무사리 마평교까지 걸어가는 길을 밀어주는 게 훨씬 더 좋아보였어요. 그래서 삼척시가 제대로 토라져서 제 콜라를 마구 흔들어대었을 수 있어요.
콜라를 마시며 삼척해수욕장을 바라봤어요.
"진짜 신기해."
신기방기한 동네인 신기면이 있는 삼척시. 신기방기한 동네가 있는 지역답게 바다도 신기했어요.
왜 동해시에서 삼척시로 넘어오면 파도가 잔잔해지는가?
삼척시 삼척해수욕장과 동해시 추암해수욕장은 연결된 백사장은 아니에요. 동해시 추암해수욕장과 삼척시 증산해수욕장은 연결되어 있다시피 하고, 증산해수욕장과 삼척해수욕장 사이에는 해안 언덕 비슷한 것이 있어서 둘이 끊겨 있어요. 그리고 이 해안 언덕 비슷한 것에 쏠비치 삼척이 있구요.
당장 동해시 추암해수욕장과 삼척시 삼척해수욕장의 파도만 비교해봐도 삼척시 삼척해수욕장 파도가 훨씬 잔잔했어요. 고작 해안 언덕 하나 때문에 단절된 백사장인데요. 동해시의 럭셔리 엘레강스 명품 백사장이자 동해시민들의 이렇게 좋은 거 우리끼리만 알자 해변인 한섬해변의 파도 및 동해시 주요 항구인 묵호항 일대 바닷가 파도와는 아예 비교가 안 되었어요. 동해시 바다가 삼척시 바다보다 파도가 훨씬 높았어요. 둘이 붙어 있는 지역인데 희안하게 파도는 동해시 바다가 삼척시 바다보다 훨씬 높았어요. 이건 만조와 간조 문제, 날씨 문제가 아니었어요. 당장 추암해수욕장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걸어오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걸렸다구요.
콜라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휴지통이 보이자 휴지와 콜라 패트병을 버렸어요.
뒤를 돌아 삼척해수욕장을 다시 한 번 바라봤어요.
삼척해수욕장 남쪽 끄트머리에서 멀리 북녘 땅을 바라봤어요.
동해시가 보였어요.
"저거 추암 촛대바위 아냐?"
방파제를 따라서 왼쪽으로 이동하며 보다 보면 날카롭게 삐죽 솟아 있는 바위가 보였어요. 추암촛대바위 같았어요.
후진마을 해신당이 나왔어요.
후진마을 해신당 안내표지판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문이 있었어요.
후진마을 해신당
후진의 옛 이름은 뒷나루였다.
중헌이 있던 시내에서 볼 때 뒤쪽에 자리한 포구였기 때문이다.
뒷나루를 한자로 뒤 후(後), 나루 진(津)으로 표기하면서 "후진"이 되었다.
후진은 큰후진과 작은후진으로 나뉘며, 행정동은 삼척시 교동에 속한다.
본 해신당은 삼척 작은후진 마을 동쪽 바닷가 언덕에 "ㄷ"자 모양의 제단이 돌로 쌓여져 있었으며, 이는 돌을 신석으로 삼은 것으로 마을이 생기면서 바람신을 모시고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 곳으로 고사는 매년 정월 초하루, 시월 초하루 두 차례 지내며, 1999년 새천년도로가 개통되면서 본래의 모습이 사라지고 근처에 임시로 해신당을 꾸며 마을에서 제를 지내오다가, 2011년 참살기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후진마을 해신당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삼척시로부터 지원받은 2천만원의 예산과 마을주민들의 성금을 모금하여 2011년 6월 14일 착공, 2011년 7월 14일 준공, 현재의 위치에 후진마을 해신당을 복원하게 되었다.
2011년 9월 26일
[후진마을 해신당 건립추진위원회]
후진항 쪽은 정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저와 교류하는 블로거분께서 삼척해수욕장은 원래 후진해수욕장이었는데 이름이 주는 어감이 후지다는 이미지라 안 좋다고 이름을 삼척해수욕장으로 바꿨다고 알려주셨던 것이 떠올랐어요. 강원도 여행 덕분에 좋은 블로거분도 알게 되었어요. 선물 참 많이 준 2022년 강원도 여행이었어요.
삼척해수욕장은 삼척시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이에요. 동해시에 망상해수욕장이 있다면 삼척시에는 삼척해수욕장이 있어요. 동해시 망상해수욕장과 삼척시 삼척해수욕장의 공통점이자 재미있는 점은 둘 다 각 시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인데 시의 최북단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요.
'삼척해수욕장은 엄청 성공했어?'
삼척해수욕장은 이름부터 검색이 쉬워요. 삼척에 있는 해수욕장 찾으려고 '삼척 해수욕장'이라고 검색하면 바로 나와요. 게다가 원래 동해시 한섬해변에 들어가려고 했던 쏠비치가 갑자기 삼척해수욕장에 쏠비치를 세운다고 해서 삼척해수욕장 북단 끄트머리에 쏠비치 삼척이 건설되었어요. 쏠비치 삼척은 삼척시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랜드마크가 되었어요. 후진해수욕장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거에요.
어쩌면 동해역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택시기사분들 중 삼척해수욕장 가는 승객을 태우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은근히 있을 거에요. 삼척해수욕장은 기차로 가려면 KTX 타고 동해역으로 가서 동해역에서 택시 타고 가야 하거든요. 지금 이 여행기를 쓰고 있는 2023년 4월 29일 현재 카카오맵에서 동해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택시비는 약 9900원이라고 나와요. 혼자 타고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두 명이라면 끽해야 한 사람당 5천원에서 6천원이고, 세 명이 타고 가면 한 사람당 끽해야 4천원이에요. 이러면 동해역에서 택시 타고 가죠.
전에 동해시 여행 와서 묵호에서 천곡동 동해시 버스터미널로 택시 타고 갈 때 택시기사분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동해역 앞에서 한참 대기타고 있다가 잘 차려입은 노부부가 타서 크게 기대를 했대요. 그런데 노부부께서 가자고 하신 목적지가 북평오일장이라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 농담을 하셨어요. 승차거부하면 안 되기 때문에 북평오일장으로 모셔드리기는 했지만 완전히 꽝 걸린 셈이었어요. 동해역에서 북평오일장은 걸어가도 얼마 안 걸리는 거리거든요. 참고로 동해역에서 북평오일장은 걸어가도 2.3km밖에 안 되요. 그러니까 몸 멀쩡하고 짐 가벼운 사람이라면 그냥 걸어가도 되요. 이 정도 거리면 운동도 안 되요.
그때 택시기사분께서 동해시 여행 오는 사람들은 동해시를 다 보고 가기보다는 묵호파와 북평파로 갈린다고 알려주셨어요. 동해시 관광객들은 북쪽 묵호만 보고 가거나 남쪽 북평과 추암 쪽만 보고 가는 편이라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동해시 관광은 해수욕장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 많고, 북쪽에는 묵호 너머 망상해수욕장, 남쪽에는 추암해수욕장과 그 너머 증산해수욕장, 삼척해수욕장이 있어요. 이게 동해시 남쪽 끝과 북쪽 끝에 위치해 있어요. 그러니 둘 다 가기 보다는 동해시 남쪽 - 북평파와 동해시 북쪽 - 묵호파로 갈린다고 하신 거 같았어요.
동해시 천곡동에 있는 동해시 종합버스터미널에서는 묵호파 관광객과 북평파 관광객이 모두 사이좋게 모여 있겠지만, 기차라면 묵호파와 북평파가 섞일 일이 없어요. 묵호파는 묵호역에서 내릴 거고, 북평파는 동해역에서 내릴 거니까요.
확실히 삼척시 바다는 동해시 바다보다 파도가 약했어요.
'붙어 있는 동네들인데 바다가 참 달라?'
바다를 보며 남북으로 붙어 있는 도시인 동해시와 삼척시 바다가 참 다르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신기해했어요. 삼척시 바다는 스케일이 크고 풍경이 수수하고 파도가 약해요. 동해시 바다는 아기자기하고 풍경이 화려하고 파도가 세요. 거리상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바닷가들이 풍경은 정반대 풍경이에요. 둘이 신기하게 반대에요. 계속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인데 동해시 해안 풍경과 삼척시 해안 풍경이 달라서 질리지 않고 매우 재미있었어요.
2022년 11월 2일 오전 11시 2분, 삼척 비치 조각공원에 도착했어요.
대충 둘러봤어요. 여기는 그렇게 크게 볼 건 없는 곳이에요.
"역시 바다도 강원도야!"
우리나라는 산도 강원도, 바다도 강원도에요. 강원도 남부 지역이 최고에요. 우리나라 여행은 무조건 동해시, 삼척시, 태백시에요. 우리나라 최고의 여행 지역이에요. 풍경도 엄청나고 인심도 좋고 배낭여행 스타일로도 너무 재미있게 다닐 수 있는 완벽한 지역이에요. 반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각광받고 엄청나게 많이 개발된 관광지까지는 아니라 관광지 느낌은 매우 적어요. 관광지이긴 하지만 관광지 느낌이 상당히 적고 배낭여행 스타일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훌륭한 지역이에요.
갈림길이 나왔어요. 내륙 방향으로 걸어가면 바로 삼척시내로 들어갈 거였어요. 그러나 제가 가야 하는 길은 아직 해안가를 따라 걸어가는 길이었어요.
"아오, 저거!"
소나무 너머로 삐죽 보이는 게 있었어요. 운탄고도1330 9길 종점 삼척 소망의 탑이었어요. 멀리서 삼척 소망의 탑 끄트머리 사진을 촬영하고 삼척 소망의 탑 방향으로 걸어갔어요.
삼척 소망의 탑은 여전히 공사중이었어요. 석탄의 길 2부 여행했을 때였어요. 운탄고도1330 9길 엔딩을 영 못마땅하게 여기며 소망의 탑까지 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운탄고도1330 9길 엔딩부가 너무 못마땅해서 기분이 영 아니었고 몸은 엄청 힘들었는데 소망의 탑은 공사중이었어요. 그때 정신적 충격을 받고 내가 마음대로 엔딩을 바꾸겠다고 떠난 여행이 바로 이 여행 - 석탄의 길 3부 여행이었어요.
또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소망의 탑에서 삼척항 방향으로 걸어가는 해안 산책로는 운탄고도1330 9길이면서 동시에 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33코스이기도 한 길이에요.
2022년 11월 2일 오전 11시 27분, 삼척 새천년도로에서 나릿골감성마을 정상으로 가는 급경사 오르막길 입구에 도착했어요.
"오늘의 클라이막스 시작이네."
제일 힘든 코스 입구였어요. 이날 일정상 동해시 24시간 찜질방인 금강산건강랜드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는 길은 어려울 것이 없었어요. 이제부터 최고로 힘든 코스가 시작될 거였어요. 이날 일정 중 가장 힘든 코스가 바로 삼척 새천년도로에서 나릿골 감성마을 정상까지 가는 길부터 나릿골 감성마을을 둘러보는 구간이었어요.
삼척 새천년도로에서 나릿골 감성마을까지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 비탈길이에요. 이 길이 올라갈 때 꽤 힘들고 운동되요. 여기에 나릿골 감성마을도 싹 다 둘러볼 계획이었어요. 나릿골 감성마을도 경사가 꽤 심한 편이에요. 나릿골 감성마을을 다 둘러보기 위해서는 말굽형 지형인 나릿골 감성마을을 한쪽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온 후 다시 반대편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했어요. 삼척 새천년 도로에서 나릿골 감성마을 정상으로 간 후 나릿골 감성마을을 싹 다 보고 삼척항으로 내려가는 길은 언덕을 잇다라 3개 올라갔다 내려가는 길이었어요.
숨을 깊이 들이마셨어요. 이날 하루 동안 걸으며 고생할 것을 한 곳에 압축시켜놓은 코스였어요. 이 구간 하나만 힘들고, 이 구간 하나만 엄청 힘들 거였어요. 이 구간만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또 힘들 게 하나도 없는 길이었어요. 여기만 목표한 것을 완벽히 잘 보고 넘어가면 그 후로는 고생할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새천년도로에서 나릿골 감성마을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로 들어갔어요. 제 뒤에서 걸어오던 분께서 제게 같이 가자고 하셨어요. 이 지역 주민분이셨어요. 주민분과 잡담하며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간단히 날씨 이야기를 하고 도보 여행하러 와서 오늘 동해시 묵호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원도는 날 추워지면 돌아다니기 힘들 거 같아서 올해 마지막 강원도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왔어요. 그래서 일 당기고 미루고 해서 시간 내서 급히 왔어요."
"삼척은 겨울에 별로 안 춥고 눈도 별로 안 내려요."
제가 강원도는 겨울에 무지 추워서 여행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 일부러 시간 만들어서 급히 여행왔다고 말씀드리자 주민분께서는 삼척은 겨울에 별로 춥지도 않고 눈도 별로 안 온다고 하셨어요.
"예?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동해시편 보니까 눈 쌓여 있더라구요. 사회 시간에 영동 지역은 겨울에 눈 많이 온다고 배웠구요. 그래서 눈 꽤 내리는 줄 알았어요."
"그건 대관령 같은 곳이에요. 삼척은 눈 거의 안 와요."
주민분 말씀이니 맞을 거에요. 나중에 저와 교류하는 블로거분께서도 동해시는 2월말에서 3월초에 폭설이 내린다고 하셨어요. 동해시는 겨울 내내 폭설이 쏟아지는 게 아니라 폭설이 무지 쏟아지는 때가 따로 있고, 삼척시는 눈이 아예 거의 안 내리는 모양이었어요. 눈 펑펑 내리는 것은 저 멀리 북쪽 엄동설한의 땅 강릉시, 속초시 같은 곳 이야기구요. 동해, 삼척은 강원도 최남단 지역이에요. 강원도가 남북으로도 상당히 길기 때문에 같은 해안지역이라 해도 남쪽과 북쪽 기후 차이도 꽤 있을 거에요.
"추운 건 양구, 인제 같은 곳이에요."
"태백도 참 춥더라구요."
"아, 태백은 그래요. 태백은 지대가 높아서 춥고 거기는 겨울에 눈도 많이 내려요."
역시 여기에서도 태백은...
태백시, 그 지역은 대체...
주민분께서도 태백시는 겨울에 무지 춥고 눈도 엄청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고 하셨어요. 동해시, 삼척시에서 태백시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요.
"여기에서 도계 가는 버스는 많나요?"
"역병 사태 전에는 삼척 시내에서 도계 가는 버스도 많았는데 사태 터지면서 버스 확 줄였어요. 지금은 그래서 도계 가는 버스 별로 없어요."
2020년 역병 사태 터지기 전에는 삼척시내에서 도계읍 가는 시내버스가 많았다고 알려주셨어요. 하지만 역병 사태 터지고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되면서 삼척 시내에서 도계읍 가는 버스를 크게 감차시켰다고 알려주셨어요.
많은 지역에서 시내버스는 적자를 보고 있지만 주민 편의를 위해 운영하는 복지 성격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많은 지역에서 시내버스 운행 적자 보전 문제가 있어요. 역병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야간 영업금지 조치가 실시되자 이를 빌미로 전국 각지에서 시내버스를 크게 감차시켰어요. 이는 지방 뿐만이 아니라 수도권도 마찬가지에요. 의정부를 예로 들자면 자정 너머 서울로 갈 수 있고 심야시간에 서울에서 의정부로 돌아올 수 있어서 매우 인기 좋은 노선이었던 108번 버스가 이 시기에 폐선되었어요.
주민분과 대화하며 걷다 보니 힘든 줄도 모르고 나릿골 감성마을 정상까지 올라왔어요.
주민분께서 나릿골 감성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주셨어요. 주민분께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나릿골 감성마을을 향해 걸어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조그마한 동굴이 하나 나왔어요.
동굴 옆에 있는 안내 표지판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위험하므로 출입을 금지합니다.
이 동굴은 6.25때 적의 폭격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는 피난처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작은 토굴이었으나 6.25전쟁이 발발하자 마을주민들이 부역으로 굴을 조금씩 파내자 지금과 같이 성인 약 2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동굴이 되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음식을 보관하거나 민방위 대피소로도 이용되었으나,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폐쇄하기로 결정하였으므로 이곳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2022년 11월 2일 오전 11시 4분, 나릿골 감성마을에 도착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