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릿골 감성마을을 다 둘러보고 내려왔어요. 이제 힘든 길은 다 끝났어요. 쉬운 길만 남았어요. 석탄의 길 여행도 얼마 안 남았어요. 석탄의 길 종착지는 삼척종합버스정류장이었어요. 삼척항에서 삼척종합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만 남아 있었어요.
삼척항으로 내려오자 2022년 11월 2일 12시 42분이었어요.
삼척 나릿골 감성마을 입구 길 건너 맞은편에는 조그마한 나릿골 감성마을 항구 전망대가 있었어요. 항구 전망대로 올라갔어요.
'부족해.'
삼척 나릿골 감성마을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릿골 감성마을 풍경은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말굽형 마을 모양을 한 번에 시원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동해시는 묵호항 여객터미널 앞에 이런 거라도 하나 세워놓지.'
동해시는 묵호항 여객터미널 앞 주차장에 있는 묵호항선 철길 유적을 공터로 놀리고 있어요. 묵호항 여객터미널 앞 주차장에 있는 묵호항선 철길 유적에 이런 조그마한 전망대라도 하나 세우면 얼마나 좋아요. 그러면 게구석마을, 산제골마을, 논골마을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멋진 명소가 될 텐데요.
동해시 묵호항 여객터미널 앞 주차장에 있는 조망 지점은 아래 지도에서 빨간색 동그라미를 쳐놓은 곳이에요.
카카오맵 로드뷰로 동해시 묵호항 여객터미널 앞 주차장에 있는 조망 지점 근처에서 본 풍경은 아래 사진과 같아요.
반면 삼척시 나릿골 감성마을은 전체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이 없었어요. 열심히 노력해서 전망대를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전망이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나릿골 감성마을은 바닷가에 너무 찰싹 붙어 있는 곳이라 전경을 조망할 각도가 아예 안 나왔어요. 전망대를 만들 자리라면 CU 삼척나릿골점 자리쯤 되어야 할 텐데 잘 사용되고 있는 멀쩡한 건물을 밀어버릴 수는 없잖아요.
삼척 나릿골 감성마을도 전망대를 세울 만한 자리가 있기는 있어요.
나릿골 감성마을 입구에서 바다 건너 바로 맞은편 자리에요. 카카오맵 로드뷰로 보면 풍경이 이래요.
카카오맵 로드뷰로 이 지점 근처에서 보면 나릿골 감성마을이 위치한 말굽형 지형이 매우 잘 보여요. 그렇지만 여기는 이미 사용중인 곳이기 때문에 전망대를 세우지 못할 거에요. 나릿골 감성마을에서 이 지점으로 높고 거대한 구름다리를 만들기에는 어항으로 사용중인 지역이라 어려울 거구요. 거대한 구름다리를 만들면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좋고 다리 또한 유명한 랜드마크가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라 보고 있어요. 당장 어선이 매우 많이 정박하는 어항인데요.
나릿골 감성마을을 전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기는 해요. 삼척항 지진해일 안전타워로 가면 나릿골 감성마을을 조망할 수 있어요. 삼척항 지진해일 안전타워에서 조망하는 나릿골 감성마을도 아름답기는 하겠지만, 나릿골 감성마을의 말굽형 지형이 잘 보이는 각도는 아니에요.
삼척시는 도저히 자리가 안 나오는데도 최대한 어떻게든 나릿골 감성마을 전망대를 만들고 조망지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동해시는 너무 완벽한 전망대 만들 자리도 공터로 방치하고 있었어요. 심지어 그 공터가 아무 의미없는 공터가 아니라 나름 묵호항 역사 유적지인데도요.
'삼척은 동해 참 얄밉겠다.'
동해시도 나름 열심히 노력한다고 항변할 거에요. 그러나 이런 거만 비교해봐도 간절함과 절박함의 차이가 많이 느껴졌어요. 삼척항 지진해일 안전타워 전망대를 세운 삼척시의 노력이라면 저 동해시 묵호항 여객터미널 앞 전망 좋은 지점에는 전망대를 세워도 아주 그냥 첨성대 에펠탑 수준으로 세워놨을 거에요.
동해시도 아무 것도 안 한 건 아니에요. 동해시도 묵호항에 전망대를 세워놨어요. 전망대활어회센터에 묵호항 전망대가 있어요. 그런데 홍보도 잘 안 되어 있고 각도가 여기에 굳이 전망대를 세워야하는지 조금 의문이에요. 왜냐하면 논골담길 정상 묵호등대 쪽에서 남쪽 방향을 바라보는 각도와 거의 똑같거든요.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은 논골마을과 묵호등대가 추가되기는 하겠지만요.
삼척시는 진짜 자리가 없어서 나릿골 감성마을 전망대 못 만들고 길가에 작게나마 만들어놨는데 동해시는 자리가 있는데 방치중이었어요. 이러니 삼척은 동해가 참 얄미워보일 거 같았어요. 삼척시의 지극정성에 동해시처럼 KTX까지 들어왔으면 삼척시가 기를 쓰고 홍보해서 엄청난 전국적인 관광지가 되었을 거에요. 동해시도 저의 이런 발언에 분노하며 우리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진짜 삼척과 동해 둘 다 가보면 이런 간절함과 절박함에서 차이가 나는 게 보여요. 이래뵈도 제가 관광에 목숨 건 제주도 출신이라서 이런 건 잘 보거든요.
나릿골 감성마을 앞이 삼척항 대게거리였어요.
삼척항을 따라 남쪽으로 걸어갔어요.
오징어도 말리고 생선도 말리고 있었어요. 정말 많이 말리고 있었어요.
나릿골 감성마을을 뒤로 하고 오십천을 향해 걸었어요. 이제 마지막 여정 - 의정부로 돌아가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계속 앞으로 걸어갔어요.
잠시 샛길로 들어갔어요.
상당히 오래되어 보이는 가옥이 있었어요. 어쩌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가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을이네."
한옥 기와 담벼락 앞 의자가 가을이 되자 낭만있는 풍경이 되었어요.
삼척장미공원 입구까지 왔어요. 맞은편은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이 있었어요. 동해시 대표 시멘트 회사는 쌍용C&E이고, 삼척시 대표 시멘트 회사는 삼표시멘트에요.
'삼척역이나 가볼까?'
오십천 하류에 놓인 삼척교를 건너 삼척역이나 갔다가 가기로 했어요.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어요.
"여기는 벚나무 단풍 진짜 예쁘게 잘 들었네?"
삼척시 삼척장미공원은 벚꽃놀이 명소이기도 해요. 가을이 되자 벚나무 이파리가 단풍이 들어서 매우 아름다운 붉은 띠를 만들고 있었어요.
아침에는 동해시 전천 하류 풍경을 감상했어요. 점심에는 삼척시 오십천 하류 풍경을 감상중이었어요.
"삼척은 진짜 내륙이 환상적이야."
삼척을 흐르는 강인 오십천이 도계에서 미로 마평교까지는 진짜 비경에 절경인데 마평교를 지나는 순간 갑자기 푸근하고 밋밋한 풍경으로 급격히 변해요. 풍경이 탄력있고 늘씬한 아름다운 몸매에서 갑자기 살이 디룩디룩 찌며 푸근해져요. 이것도 참 신기한 일이에요.
산은 삼척시가 동해시보다 훨씬 많을 거에요. 동해시 도심에는 언덕 같은 것 정도 조금 있지만 삼척시는 도심에도 산이 있어요. 그런데 정작 풍경 사진 찍을 만한 곳에서 풍경을 찍으려고 하면 삼척시는 푸근한 산만 나오고 동해시는 날카로운 산이 나왔어요. 동해시 전천 하류 풍경 사진과 삼척시 오십천 하류 풍경 사진을 보여주면 누가 보면 동해시는 온통 험한 산이고 삼척시는 완만한 언덕이나 몇 개 있는 동네처럼 알게 생겼어요.
삼척교를 계속 걸어갔어요.
'의정부 어떻게 돌아가지?'
삼척시에서 의정부로 돌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 있었어요. 첫 번째는 삼척종합버스정류장에서 버스로 동서울터미널을 간 후, 동서울터미널이 있는 지하철 강변역에서 의정부로 돌아가는 방법이었어요. 두 번째는 삼척종합버스정류장에서 버스로 동해역으로 간 후 동해역에서 KTX를 타고 청량리역으로 가서 청량리역에서 의정부로 돌아가는 방법이었어요.
둘 다 영 탐탁찮았어요. 동서울터미널에서 의정부로 가려면 2호선을 타고 가다가 7호선으로 환승한 후 7호선에서 다시 1호선으로 갈아타야 했어요. 지하철 환승을 2번 해야 했고, 퇴근시간 걸리면 무지 피곤할 거였어요. 그렇다고 동해역으로 가서 KTX 타고 가자니 동해역은 몇 시간 전에 지나왔어요. 몇 시간 전에 지나갔던 곳을 다시 가고 싶지 않았어요.
삼척 번개시장이 열리는 삼척역 주변이 보였어요.
'잠깐, 이 여행의 시작이 어디였지?'
석탄의 길 여행의 발단은?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입니다!
그렇다. 도계로 가자.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어요. 이제야 오후 1시 14분이었어요. 어차피 의정부 돌아가면 빨래 돌리고 쉴 거에요. 다른 약속이 있거나 급히 해야 하는 일이 있지 않았어요. 그러니 보다 더 길게 여행하다 돌아가도 되었어요.
도계가 나를 부른다.
도계로 가도 의정부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었어요. 도계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청량리역으로 간 후 청량리역에서 전철 타고 의정부로 가면 되었어요. 도계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가면 태백역, 예미역, 영월역도 지나가요. 석탄의 길 여행에 등장하는 기차역들이에요. 이 여행, 이 이야기가 시작된 곳은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것도 있었고, 이 여행에서 제가 내렸던 기차역을 하나씩 지나가며 작별인사하는 것도 있었어요.
"도계 가려면 빨리 가야겠다."
삼척역 같은 거 안 봐도 되었어요. 삼척 번개시장이 열려 있다면 삼척 번개시장 보려고 다리를 끝까지 건넜겠지만, 삼척 번개시장은 이른 아침에 잠깐 열렸다 파장하는 시장이고 지금 시각은 오후 1시가 넘었어요. 삼척역 가봐야 볼 게 하나도 없을 거였어요. 그럴 바에는 빨리 다시 돌아가서 삼척장미공원을 통해 삼척종합버스정류장으로 가야 했어요.
왔던 길을 되돌아갔어요. 다리에서 나와서 삼척장미공원으로 들어갔어요.
삼척장미공원에 들어왔어요.
삼척장미공원에는 장미꽃이 피어 있었어요.
드디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완주를 축하해주는 삼척시의 장미꽃!
운탄고도1330 9길을 걸을 때는 삼척장미공원을 지나가며 장미꽃이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어요. 왜 삼척장미공원을 지나가라고 하는지 전혀 이해 안 되었어요. 그저 쓸 데 없이 코스만 억지로 늘려놓으려고 지나가라고 해놓은 것처럼 보였어요. 운탄고도1330 9길은 삼척장미공원 지나서도 또 꽤 걸어가야 하거든요.
석탄의 길 여행길에서 삼척장미공원은 마지막 코스였어요. 삼척장미공원 거의 끄트머리까지 걸어간 후 빠져나와서 삼척종합버스정류장으로 가면 석탄의 길 3부 여행 코스가 끝나요. 그래서 드디어 삼척장미공원의 장미꽃이 눈에 들어왔어요. 삼척시가 완주를 축하해주며 장미꽃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었어요.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종점이니 힘내라고 외치고 있었어요. 석탄의 길 완주를 축하해주는 장미꽃 꽃다발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어요. 장미꽃 꽃다발 응원 행렬을 지나면 드디어 대망의 종점 삼척종합버스정류장이었어요.
열심히 걸었어요. 마지막에 삼척장미공원을 걸어서 너무 기분 좋았어요.
"이게 맞지!"
삼척 소망의 탑에서 바다 보며 소원 빌고 다시 내려와서 마지막에 삼척장미공원을 지나며 장미꽃들의 응원 받으며 걸어서 종점 삼척종합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완주. 스토리 구성상 이게 훨씬 더 좋았어요. 여행 계획 짜면서 삼척시 미로 마평교에서 동해시로 올라갔다가 동해시에서 삼척시로 내려와서 여행 코스를 끝내는 게 스토리상 훨씬 좋을 거라고 추측했는데 실제 걸어보니 정말 그랬어요. 스토리상 훨씬 좋으니 길에 대한 몰입도 좋았고 가는 길 내내 계속 재미있었어요. 완벽한 하나의 책을 눈으로 글자를 읽어가며 읽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 풍덩 빠져들어 이야기 속 흐름을 따라가며 여행하는 기분이었어요.
'나중에 운탄고도 7길 완주되면 제대로 해볼까?'
강원도 태백시에서 출발해서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로 가는 운탄고도1330 7길은 이 당시 완공되지 않았어요. 운탄고도 7길은 통리재를 넘어가는 길인데 지도상으로 보면 상당히 험한 난코스에요. 매우 험한 통리재를 차도가 아니라 숲길과 산길로 넘어가야 하고, 통리재를 넘어가면 흥전역과 나한정역을 철길 따라 걸어가야 했어요. 철길 따라 걷는 게 철로 따라 바로 옆을 걸어가야 하는 길이었어요. 그래서 운탄고도 7길은 완주 전까지는 엄두도 못 내고 있었어요.
만약 운탄고도1330 7길이 정식 개통된다면 태백시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걸어서 강원도 남부 지역을 여행해보고 싶었어요. 태백시에서 운탄고도 7길을 걸어서 도계로 넘어가서 도계역에서 운탄고도 8길을 걸어요. 신기역에서 운탄고도 9길을 시작해서 마평교까지 걸어간 후, 마평교에서 38번 국도 따라서 동해시로 넘어가요. 동해시로 넘어가서 묵호등대까지 갔다가 묵호등대에서 해안가를 따라 삼척으로 넘어와서 삼척에서 나릿골 감성마을 정상으로 간 후 나릿골 감성마을에서 내려와서 오십천 따라 삼척종합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요. 이러면 일정을 꽤 길게 잡아야할 거에요. 대신에 우리나라 최고로 아름다운 지역을 모두 둘러보며 걸을 수 있어요.
'내년 봄? 내년 가을? 7길 언제 개통될 건가?'
운탄고도1330 7길, 8길, 9길이 정식 개통되는 날이 더욱 기다려졌어요. 특히 7길이요.
삼척장미공원에서 빠져나왔어요. 장미들의 응원이 끝났어요. 이제 마지막 종점까지 가는 짧은 거리만 남았어요.
삼척 시내에는 이렇게 산이 있어요. 삼척은 산이 진짜 많아요. 이 산은 봉황산이에요. 봉황산 높이는 146.7m에요.
"다 왔다!"
2022년 11월 2일 오후 1시 37분, 삼척종합버스정류장에 도착했어요. 석탄의 길 도보 여행 코스가 끝났어요. 너무 재미있는 길이었어요. 난이도도 적당했어요. 너무나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강원도 남부 삼척, 동해 도보 여행 코스를 만들었고 이 길을 완주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