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동해시 24시간 찜질방인 금강산 건강랜드에 들어갔어요. 저녁 8시 되려면 아직 시간이 널널히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야간 요금이 아니라 주간 요금으로 지불했어요.
사우나에 들어가자마자 샤워하고 바로 냉탕에 들어갔어요. 온몸을 담그지 않고 두 다리만 담갔어요. 냉탕 차가운 물의 한기가 다리 안으로 스며들었어요. 한기는 발과 다리의 통증을 분해해갔어요. 냉탕에 두 다리를 담그고 조금 있자 몇 시간 휴식을 취한 것처럼 통증이 매우 많이 가라앉았어요. 냉탕에서 나왔어요. 냉탕에 있었더니 몸이 차가워졌어요. 온탕에 들어갔어요. 온탕에서 몸을 데운 후 다시 냉탕에 두 다리를 담갔어요. 이렇게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들어가면서 두 다리와 발을 냉찜질해줬어요. 냉찜질해줄 수록 통증이 빠르게 가라앉았어요.
"살겠다."
다리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요. 걸을 때 통증이 있기는 했지만 금강산 건강랜드 처음 들어올 때에 비해서는 통증이 엄청나게 많이 줄어들었어요. 이 정도면 아까 동부사택 둘러보고 비탈길 올라와서 봉오동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쉴 때 정도까지 줄어들었어요. 당장 또 많이 걷는 것은 무리였지만 어차피 당장 또 많이 걸을 것도 아니었어요. 하룻밤 금강산 건강랜드에서 자고 새벽에 나갈 거였어요. 한숨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또 다리와 발을 찜질해주고 나가면 또 많이 걸을 수 있는 상태가 될 거였어요.
샤워를 하고 나와서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지하 찜질방으로 내려갔어요.
"여기 엄청 좋잖아!"
금강산 건강랜드 찜질방은 매우 좋았어요. 태백시 성지24시찜질방보다 비쌌지만 그만큼 훨씬 더 좋았어요. 시설 모두 깨끗했어요. 공사를 마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시설이 전부 새 것이었어요. 내부에는 노래방, 오락실, 헬스장 같은 부대시설도 갖춰져 있었어요. 면적도 꽤 넓었고, 찜질실 종류도 다양했어요.
'찜질은 지금 하면 안 돼.'
바로 전 여행이었던 석탄의 길 2부 여행에서 영월 찜질방 갔을 때 찜질실 들어가서 땀 나는 바람에 잠을 완전히 설쳤어요. 땀이 식으며 추워져서 도저히 잘 수 없었어요. 그때 교훈을 잊지 않고 있었어요. 금강산 건강랜드 찜질방은 따뜻했지만 이건 제 찜질복이 땀에 하나도 안 젖었기 때문이었어요. 만약 찜질복이 찜질실 들어가서 땀에 젖으면 당연히 땀이 식으면서 춥게 느낄 거였어요. 찜질복이 땀에 젖는 순간 밤에 자는 건 완전히 망하는 거였어요.
강원도 동해시 24시 찜질방인 금강산 건강랜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휴대폰 충전기가 매우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스마트폰 충전 때문에 콘센트 찾으러 다닐 일이 없었어요. 찜질방 안에는 스마트폰 충전기를 꽂아서 사용할 수있는 콘센트가 매우 많이 설치된 대가 있었어요. 위치도 찜질방 한가운데가 아니라 사람들 잠자기 좋은 곳에 위치해 있었어요.
찜질방 안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제가 갔던 2022년 11월 1일은 금강산 건강랜드는 찜질방 영업을 재개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어요. 그래서 금강산 건강랜드가 24시간 찜질방 영업을 하는 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어요. 정말 동네 주민들 몇몇이나 아는 정도였어요. 콘센트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 대에 자리를 잡았어요. 바닥에 드러누웠어요.
찜질방 안에서는 사람들이 한국시리즈 1차전을 보고 있었어요. 두 눈을 감았어요.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았어요. 계속 자려고 뒤척이다 일어나서 무심코 TV를 봤어요. 한국시리즈 1차전 9회말이었어요. 9회초에 키움히어로즈가 SSG 랜더스에 역전했어요.
'저거나 보고 자야지.'
9회말이니까 얼마 안 남았어요. 키움히어로즈가 SSG 랜더스 이기는 거 보고 자기로 했어요. 제가 살고 있는 곳 주변에는 이마트도 없고 이마트24 편의점도 없어요. 한편 제가 이용하고 있는 증권사 중에는 키움증권이 있어요. 그래서 심정적으로 SSG 랜더스보다 키움히어로즈를 응원하고 있었어요. 프로야구 자체에 흥미 없어진 지 오래였지만 이런 스포츠 경기 볼 때는 아무리 평소 관심 없었다고 하더라도 응원하는 팀 하나 정해서 봐야 더 재미있어요.
"어? 뭐야?"
9회말에 SSG 랜더스 김강민 선수가 대타로 기용되었어요. 김강민 선수는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렸어요. 경기가 키움히어로즈 승리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극적으로 6-6 동점이 되면서 연장전으로 넘어갔어요.
10회초가 되었어요. 키움히어로즈가 공격하는 차례였어요. 2사 1루였어요. 10회초는 이대로 끝나가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이때 전병우 선수가 안타를 치면서 2루 주자였던 푸이그 선수가 홈인하며 7-6으로 키움히어로즈가 다시 앞서갔어요.
승부가 너무 흥미진진하게 흘러가서 눈을 뗄 수 없었어요. 다음날 일정 생각하면 야구 볼 게 아니라 자야 하는데 야구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10회말이 되었어요. SSG 랜더스가 2사 2,3루 상황이 되었어요. 여기에서 SSG 랜더스가 득점하지 못 하고 이닝이 종료되었어요. 키움히어로즈의 승리였어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을 다 보고 다시 드러누웠어요.
'내일 어떻게 돌아가지?'
내일 일정은 일단 삼척 시내까지 걸어가는 거였어요. 그 다음 삼척에서 의정부로 어떻게 돌아갈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정하지 못 한 상태였어요. 삼척 시내에 도착하면 의정부로 돌아가는 방법이 두 가지 있었어요. 첫 번째는 삼척 버스 터미널 가서 버스 타고 서울로 가는 방법이었어요. 두 번째는 삼척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 타고 도계로 넘어가서 도계역에서 무궁화호 타고 가는 방법이었어요.
삼척 시내에서 의정부로 바로 가는 방법은 없었어요. 버스로 가든 기차로 가든 서울로 먼저 가야 했어요. 서울에 도착한 다음에 지하철 타고 의정부로 돌아와야 했어요. 빨리 돌아가려면 버스 타고 돌아가야 했고, 여행을 조금 더 하고 싶으면 도계로 넘어가서 기차 타고 돌아와야 했어요.
'내일 일정도 쉽지는 않을 건데...'
만약 다음날 일정이 쉽고 빨리 끝난다면 봐서 도계로 넘어가서 기차 타고 돌아오고 싶었어요. 하지만 일정 쉬울 줄 알았던 11월 1일 일정도 실제로는 무지 고생했어요. 다음날인 11월 2일 일정도 마찬가지였어요. 11월 1일 일정과 마찬가지로 지도만 보면 거리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금방 갈 거리였어요. 새벽에 금강산 건강랜드에서 나와서 해안가 따라서 동해역으로 간 후, 동해항과 전천을 지나 북평국가산업단지로 갈 거였어요. 북평국가산업단지를 지나 추암 해변으로 간 후, 해안가를 따라 삼척으로 들어갈 거였어요. 여기까지는 그렇게 어려울 거 없었어요.
그 이후 코스가 힘들 거였어요. 삼척해수욕장에서 나릿골 감성마을 정상으로 간 후 나릿골 감성마을을 내려오면서 한 번 보고 다시 올라가면서 한 번 봐야 하는데 이 길이 꽤 힘들어요. 삼척해수욕장부터 삼척항까지 해안가 따라 걸어가도 등락이 심한 길인데 중간에 나릿골 감성마을 정상으로 가는 길은 경사 심한 길을 기어올라가야 했어요. 이 길은 전에 운탄고도1330 9길 걸을 때 걸어봤기 때문에 힘든 걸 알고 있었어요. 게다가 나릿골 감성마을은 동네 근처에서는 전체 조망이 어려워요. 나릿골 감성마을을 잘 보려면 언덕 두 개를 올라갔다 내려와야 했어요. 나릿골 감성마을이 그렇게 생겼어요. 한쪽 꼭대기에서 반대쪽을 바라본 후, 내려가서 다시 반대쪽 꼭대기로 올라가서 맞은편을 바라봐야 하는 동네였어요. 그래서 언덕을 두 번 쉬지 않고 올라갔다 내려와야 했어요.
'내일 봐서 결정해야겠다.'
결정은 나중에 하기로 했어요.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설마 다음날 갑자기 동해시, 삼척시 사람들이 전부 서울로 간다고 도계역에서 청량리역 가는 기차표도 매진되고 삼척 터미널에서 서울 가는 버스표도 매진되겠어요.
자정 다 되어서 잠들었어요. 눈을 떴어요. 시계가 잘 안 보였어요.
"뭐야? 벌써 7시야?"
시계를 보니 7시였어요. 내 이럴 줄 알았어요. 어제 무지 피곤했는데 야구 본다고 앉아 있었고, 어떻게든 자야 하는데 안 자고 뒤척이다 자정 다 되어서 잤어요. 반면 금강산 건강랜드 찜질방은 숙면 취하기 너무 좋았어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다행이다.'
잠결에 시계를 봐서 잘못 봤어요. 2022년 11월 2일 새벽 4시 40분이었어요. 다시 잠을 청했어요. 잠시 후 다시 일어났어요. 몇 시인지 봤어요. 새벽 5시 15분이었어요. 일어나서 잠을 좀 깬 후 사우나로 갔어요. 사우나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라가는데 전날에는 오른쪽 발과 다리가 많이 아팠는데 일어나니 오른쪽 다리는 가볍고 왼쪽 발과 다리가 아팠어요. 사우나에 들어가서 또 냉찜질을 열심히 했어요. 냉찜질을 열심히 하자 확실히 많이 좋아졌어요.
'결국 어달 24시간 카페는 또 못 가네.'
동해시를 이렇게 많이 왔고 이렇게 많은 수확을 가지고 가는데도 여전히 남은 숙제가 있었어요. 강원도 동해시 어달해수욕장 근처에는 24시간 무인 카페가 있어요.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귀한 24시간 카페였어요. 예전부터 심야시간에 24시간 카페 가는 것이 취미였어요. 그래서 동해시 24시간 카페도 가보고 싶었지만 하필 위치가 어달해수욕장이었어요. 어달해수욕장은 묵호에서 걸어가려고 해도 꽤 걸어가야 해요. 24시간 카페를 가려면 심야시간부터 새벽에 가야 했어요. 그래야 24시간 카페로써 가치가 있으니까요. 처음 묵호에 왔을 때는 모르기도 한 데다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친구와 같이 왔기 때문에 못 갔을 거에요. 두 번째 왔을 때는 날씨가 갈 날씨가 아니었어요. 그날 동해시에 폭우 내려서 동네 다 떠내려가게 생겼어요. 그 다음에 왔을 때는 아침에 와서 저녁에 떠났어요.
이번에는 가기에는 너무 늦게 일어났어요. 24시간 카페는 깜깜한 어둠이 남아 있을 때 가야 진짜 가치가 있어요. 낮에 가면 일반 카페와 다를 거 없어요. 특히 다녀온 후 후기를 글로 쓰기 위해서는 진짜 심야시간에 하는지, 심야시간에 영업한다면 어떤 분위기인지 보고 써야 진정한 24시간 카페 후기에요. 24시간 카페는 백주대낮 상황과 심야시간 상황이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거든요. 게다가 24시간 카페라고 해놓고 24시간 영업 안 하는 곳도 있구요. 그런데 이미 새벽 5시가 넘었어요. 묵호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청했어도 이 시각이면 늦었어요. 묵호에서 어달 걸어가는 길이 그렇게 좋지 않아요. 빠르게 가려면 논골마을 정상 묵호등대 너머에 있는 묵호동주민센터까지 간 후 묵호동주민센터 너머 북동쪽 방향으로 하산해야 했어요. 북동쪽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하산'해야 해요. 아니면 해안가 따라서 한참을 걸어가야 했어요. 묵호에서 출발해도 꽤 걸어야하는 거리인데 여기는 묵호도 아니고 동해해양경찰서 주변인 부곡동이었어요.
'어달 24시간 카페는 진짜 못 가는 거 아냐?'
강원도 동해시 어달해수욕장 24시간 카페를 가려면 숙소부터 묵호에서 잡아야 했고, 그 다음 아주 꼭두새벽에 나와서 어달해수욕장까지 걸어가야 했어요. 이건 언제 가능해질지 모르곘어요. 어쩌면 진지하게 정말로 강원도 동해시 어달해수욕장 24시간 카페를 작정하고 가는 것보다 동해시에 다른 24시간 카페가 새로 생기는 것이 훨씬 더 빠를 수도 있어요.
사우나를 마치고 동해시 24시간 찜질방인 금강산 건강랜드에서 나왔어요.
2022년 11월 2일 새벽 6시 15분이었어요. 금강산 건강랜드는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았고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전날 동해시 돌아다니며 힘들기는 했지만 많은 수확을 거두고 크게 만족했어요. 금강산 건강랜드도 마찬가지로 매우 큰 만족을 안겨주었어요. 숙박이 목적이라 찜질실을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사우나는 깔끔했고 찜질방도 시설이 새 것에 모두 깔끔하고 좋았어요. 자기에도 매우 적합한 찜질방이었구요. 돈이 하나도 안 아까웠어요. 오히려 크게 이득 본 기분이었어요. 두 다리와 발을 충분히 냉찜질한 것만 해도 1만원이 넘는 가치가 있었는데 새롭게 잘 정돈된 찜질방에서 잠도 엄청 푹 잘 잤어요. 직원도 매우 친절했구요. 입장부터 퇴장까지 모든 게 다 매우 좋았어요. 심지어 위치조차도 묵호에서 멀지 않았고, 근처에 저녁식사할 수 있는 식당도 있었어요. 단점이랄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다음에 동해시 여행 오면 무조건 여기에서 또 잔다.'
기를 쓰고 어달해수욕장 24시간 카페를 가지 않을 거라면 다음에 동해시 여행 또 오면 여기에서 또 자기로 결심했어요.
묵호항역 방향으로 걸어갔어요. 큰 길이 나왔어요. 길을 건넜어요.
'역시...'
고작 해안로 신호등까지 건넜는데 벌써 발과 다리에서 신호가 오고 있었어요. 발과 다리 상태가 영 안 좋았어요. 냉찜질로 통증을 많이 완화시키기는 했지만 전날 너무 무리했어요.
'도계 가서 끝내고 싶은데...'
나만의 '석탄의 길' 여행. 시작은 도계였어요. 도계부터 시작된 긴 이야기이니 끝도 도계에서 내고 싶었어요.
'삼척 시내에서 버스로 도계 가는 데에 아마 한 시간 걸리겠지?'
삼척 시내에서 버스로 도계 가는 데에 아마 한 시간 걸릴 것 같았어요. 여기에 버스 기다려야하는 시간도 있었어요. 버스 기다리는 시간과 버스 타고 가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이 여행을 도계에서 끝내려면 무조건 빠른 길로 빨리 걸어야했어요.
계획 바꾼다.
해파랑길 33코스로 안 가겠습니다.
진짜 삼척 시내 도착해서 도계로 갈지는 몰랐어요. 이건 나릿골 감성마을 다 보고 삼척항 가서 정해야 할 문제였어요. 하지만 도계를 가는 것과 무관하게 계획을 바꿔야 했어요. 발과 다리 상태가 안 좋았어요.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통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아프지는 않겠지만 대신 의정부 돌아간 다음부터 며칠간 무지 아플 거였어요. 어쩌면 통증이 며칠이 아니라 일주일 넘게 지속될 수도 있었어요. 이 정도 통증이면 조금만 걸어야 하는데 조금 걸을 일정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해파랑길 33코스로 삼척항까지 가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지만 계획을 바꿨어요. 해파랑길 33코스는 전날 걸었고, 동해시에서 계속 해안 절벽과 모래사장 따라 올랐다 내려갔다 해야했어요. 해파랑길 33코스는 전날 걸었으니 안 걷고 지도상 빠른 길로 가기로 했어요.
동이 트려고 하고 있었어요. 수평선 쪽에는 구름이 끼어 있었어요. 오메가 일출은 보기 글렀어요. 오메가 일출은 고사하고 일출도 못 볼 거였어요. 그래서 인도로 빠르게 걸었어요.
"기차 간다!"
기차가 동해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어요.
2022년 11월 2일 새벽 6시 27분이었어요. 무궁화호 열차가 동해역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었어요.
'저거 무슨 열차지?'
묵호역은 저렇게 생긴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하지 않아요. 저렇게 생긴 무궁화호 열차는 영동선을 달리는 기차에요. 영동선은 태백역과 도계역을 거쳐서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며 동해역으로 들어가요. 묵호역은 동해역 북쪽에 있기 때문에 영동선 무궁화호 열차가 다니는 곳이 아니에요. 동해역을 향해 남진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무슨 열차인지 궁금했어요.
"역시 동해 일출은 못 봐."
동해 일출은 당연히 못 볼 거였어요. 애초에 기대도 안 했어요.
날이 훤하게 밝고 있었어요. 이런데 무슨 일출을 봐요. 이미 해 다 떴는데요.
'동해 일출까지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이지.'
바로 전 여행인 석탄의 길 2부 여행에서 일정을 마치고 삼척해수욕장에 있는 숙소에서 숙박했을 때였어요. 삼척해수욕장 근처에는 24시간 무인 카페가 있어요. 삼척해수욕장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다가 새벽에 나와서 24시간 무인 카페로 갔어요. 음료를 뽑아서 마시며 일출을 기다렸어요. 수평선 위로 구름이 짙게 깔려 있어서 오메가 일출은 고사하고 해가 하늘에 떠오른 모습도 못 봤어요. 게다가 삼척해수욕장은 일출 보는 바닷가가 아니었어요. 동해 바다지만 일출 방향과는 틀어져 있었어요. 삼척해수욕장에서 후진항 방향으로 완전히 틀어야 해가 뜨는 방향이었어요.
동해 일출은 운 좋아야 보는 거였어요. 삼척에서 운이 안 따라줬어요. 이번 여행에서는 일출 따위는 기대도 안 했어요. 애초에 일출 볼 계획이라면 이렇게 늦게 기어나오지도 않았어요. 차라리 새벽 일찍 찜질방에서 나와서 어달해수욕장 24시간 카페를 간 후 어달해수욕장에서 해안선 따라 걸어서 내려가며 일출 보는 것을 노렸을 거에요. 일출 보는 건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고, 당연히 일출 때문에 일찍 출발할 생각도 없었어요.
철도 너머로 묵호가 보였어요.
평능신호소 터 근처인 동해빵명장, 파스쿠찌 동해해안도로DI점, 할리스 동해묵호점이 있는 곳까지 왔어요. 모두 아직 영업 개시 전이었어요.
바다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벤치가 있었어요.
다시 한 번 철도와 묵호를 바라봤어요.
바다에는 어선이 조업중이었어요.
계속 남쪽으로 걸어갔어요.
"벌써 천곡이네?"
이마트가 보였어요. 천곡동이었어요. 몇 시인지 봤어요. 2022년 11월 2일 오전 6시 52분이었어요. 6시 15분에 출발했으니 37분만에 천곡동까지 왔어요.
앞을 보며 걸어갔어요. 한섬해수욕장 진입로가 나왔어요.
"잠깐, 저거 일출 아냐?"
한섬해수욕장 진입로 굴다리 너머로 보이는 풍경. 하늘에 빨간 동그라미가 있었어요. 빨간 동그라미는 태양. 일출이었어요.
"야, 설마 일출까지?"
다리 아픈 게 문제가 아니었어요. 이건 무조건 가서 봐야 했어요. 동해 일출이었어요.
한섬해수욕장으로 들어왔어요. 몇몇 사람들이 일출을 감상하고 있었어요. 카메라를 가져와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도 있었어요.
"이게 된다고?"
일출을 보며 믿을 수 없었어요. 이번 동해시 여행에서 너무 만족하고 매우 많은 수확을 거두고 간다고 기뻐하고 있었는데 기대 안 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계획에도 없던 동해시 동해 바다 일출이 펼쳐지고 있었어요. 이건 노리고 해도 어려워요. 그런데 노리고 온 게 아니라 아예 계획 없이 날 밝아지고 있을 때 걷고 있었는데 귀한 동해 바다 일출 풍경이 제 품으로 들어왔어요.
바다에는 선박들이 떠 있었어요. 선박들이 일출 풍경을 더 아름답게 장식해주고 있었어요.
한섬해변 산책로를 걸으며 일출을 바라봤어요. 한없이 기뻤어요. 이런 기적이 일어날 줄 몰랐어요. 동해시가 마지막까지 이렇게 깜짝 선물을 준비해줄 줄 꿈에도 상상 못 했어요. 이러니 동해시에 몇 번이고 계속 가죠.
한섬해수욕장을 지나 바다로 흘러가는 하천에는 오리들이 둥실둥실 떠 있었어요.
"와!"
이번 동해시 여행은 100점 만점에 200점짜리 여행이 되었어요. 명태 말려서 황태 만드는 풍경 봤지, 감자도 먹었지, 여기에 일출까지 봤지 - 동해시 와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다 성공했어요. 아예 기대 하나도 안 하고 계획에도 없던 일출까지 성공했어요.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어요.
"기차다!"
기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재빨리 구도를 잡고 기차가 제 시야에 들어오기를 기다렸어요.
새벽 6시 25분에 강릉역에서 출발해서 정동진역, 묵호역에 정차해 아침 7시 8분에 동해역에 도착하는 누리로 제1822열차였어요.
"일출을 보며 달리는 기차!"
일출 사진만 해도 대박인데 일출을 보며 달리는 기차 사진까지 획득했어요. 올해 동해시 여행은 완벽 그 자체였어요. 어달해수욕장 24시간 카페 따위 안 가도 되요. 이거면 이제 뭐가 더 필요해요. 동해시 와서 봐야할 거 싹 다 봤어요. 부족하거나 부러울 게 아예 없었어요. 여행 운이 별로 없는 편인데 이번 동해시 여행에서는 여행 운이 제대로 초대박으로 터졌어요.
동해시 일출을 감상한 후 한섬해수욕장에서 빠져나왔어요.
"동해시 너무 사기 아냐?"
갑자기 웃겼어요. 한섬해변은 동해시청에서 멀지 않아요. 걸어가도 되는 거리에요. 그러면 연말에 천곡동 술집,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파티 파티 파뤼타임 술 진탕 마시고 신나게 놀다가 대충 해 뜰 즈음 되면 한섬해변으로 걸어가서 일출 보면 될 거에요. 일출이란 자연현상은 한섬해변에서 관람하니 시청 근처에 밤새 여는 술집, 카페 같은 게 있냐는 게 문제지, 진짜 있다면 대박일 거에요. 사람들 정동진 가서 일출 보겠다고 벌벌 떨며 밤새 기다린다는데 동해시는 천곡동에서 밤새 진탕 놀다가 일출 보러 가도 되요. 동해시는 관광 잠재력이 너무 사기에 미쳤어요.
밤새 여는 술집이 없거나 술집 가기 싫으면 방법이 있어요.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인 맥도날드 동해DT점은 24시간 영업해요. 맥도날드는 햄버거만 파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아니에요. 커피도 팔고 음료도 팔고 디저트도 팔아요. 맥도날드가 카페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카페로 이용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러니까 술집에서 밤새 시간 보내기 싫으면 맥도날드 가서 커피도 마시고 디저트도 먹으며 노닥거리다 시간 되면 한섬해수욕장으로 일출 보러 가면 되요. 말도 안 되게 일출 관광 친화 지역이에요.
"이거 문어 아냐?"
보고 깔깔 웃었어요. 감추사 글자 위에 있는 그림은 바다 위에 해가 뜨는 모습이에요. 동해시 슬로건이 動 트는 동해에요. 그러니 빨간 건 떠오르는 태양이에요. 이 빨간 태양 모양이 문어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문어라고 봐도 말 되었고 이상할 거 없었어요. 동해시에서 밀고 있는 동해시 특산 해산물이 문어거든요. 동해시는 문어로도 유명한 지역이에요. 그러니 해를 표현하면서 동시에 문어도 표현한 거라 해석해도 되었어요.
인도로 걸어가니 어려운 길이 하나도 없었어요. 쭉쭉 앞으로 걸어갔어요.
누가 길가에서 새싹을 말리고 있었어요. 엿기름 만들기 위해 싹을 틔워서 말리고 있는 것 같았어요.
"벌써 동해역이네?"
2022년 11월 2일 오전 7시 40분, 동해역에 도착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