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면 동해시는 관광자원이 너무 많아?"
이 당시에는 동해역 앞에 있는 마을 정체가 동해역 철도 관사 단지 마을이라고 정확히는 몰랐어요. 그러나 주택 모양으로 미루어 보아 어떤 목적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마을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어요.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집단 거주를 위해 만든 가옥 형태와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었어요. 일반인들이 각자 집을 지을 때는 옆집과 벽을 공유하도록 집을 짓지 않아요. 보통은 벽을 공유하지 않고 각각 따로 건물을 지어요. 그러나 어떤 조직에서 집단 거주를 위해 가옥을 건설할 때는 벽을 공유하는 형태로 건물을 지어요. 특히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집단 거주를 위해 건설된 가옥을 보면 단층에 우유곽을 일렬로 쭉 붙여놓은 형태인 가옥이 꽤 많아요.
"저기도 어떻게 잘 손대면 관광명소 되지 않을 건가?"
동해역은 매우 큰 기차역이에요. 동해역은 강원도의 화물중심 역이자 영동선의 화물대표역이에요. 화물 운송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기차역이에요. 또한 KTX도 운행되고 있는 기차역이에요. 동해시를 북쪽 묵호 지역과 남쪽 북평 지역으로 나눠서 보면 북쪽 묵호 지역 기차역은 묵호역이고, 남쪽 북평 지역 기차역은 동해역이에요. 동해역 원래 명칭이 북평역이에요. 동해역 주변으로는 동해시 중심지인 천곡동, 요즘 한창 개발중이라고 하는 북삼동, 전천 너머 북평오일장 등이 있고, 북평오일장에서 더 가면 추암해변이 있어요.
참고로 천곡동 자체는 묵호역에서 내리는 것이 더 가깝기는 하지만, 동해역에서 천곡동이 별로 안 멀어요. 동해역에서 묵호역까지 거리가 고작 6km에 불과해요. 동해역에서 동해시청까지 거리는 카카오맵에서 검색해보면 고작 3.8km라고 나와요. 묵호역에서 동해시청까지 거리는 고작 3.1km이구요. 어느 역에서 내리든 길만 알면 널널하게 걸어갈 수 있어요.
동해역은 동해시 여행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동해시 여행 일정을 어떻게 짜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요. 북쪽을 보고 남쪽으로 내려와서 돌아갈 거라면 묵호역에서 기차에서 내려서 동해역에서 기차를 타고 떠나야할 거고, 남쪽부터 보고 북쪽으로 올라간다면 동해역에서 내려서 묵호역에서 기차를 타고 떠나야 해요. 이건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져요.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 애매해요. 중요한 것은 동해역은 묵호역과 더불어 동해시 여행의 관문이라는 점이에요.
동해역 역전은 놀랄 만큼 휑해요.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편의점과 조그마한 식당 외에 있는 게 없어요. 물론 묵호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묵호역은 역전 번화가가 별로인 이유가 묵호역 바로 앞 도로가 왕복 6차선 도로로 상당히 큰 도로인 데다 차량도 많고 횡단보도는 묵호역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요. 그러니 묵호역 맞은편 번화가라고 해도 별 의미없어요. 대신 묵호역은 횡단보도가 있는 묵호역사거리까지 나오면 나름 역전 번화가라고 할 만큼은 되요. 그러니까 묵호역은 역전 번화가가 있는 게 아니라 역측면 번화가가 있다고 보면 되요. 반면 동해역 주변은 번화가라고 할 게 없어요. 와서 구경할 게 없어요.
동해역 철도 관사 단지 마을을 잘 살려서 관광지로 만드는 것도 꽤 괜찮아 보였어요. 이 당시에는 그저 막연히 분명히 무슨 사연 있는 곳일 테니까 잘 살려서 관광지화시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여행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단순히 사연 있게 생긴 곳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의의 있는 동해역 철도 관사 단지 마을이라는 것을 아니까 더욱 관광지화시키면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벽화마을만 빼구요. 벽화마을은 진짜 별로 추천하지 않아요.
'여기는 관광자원이 너무 넘쳐나서 문제인가?'
한편으로는 동해시는 지역은 좁지만 관광자원이 너무 넘쳐나서 문제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동해역 철도 관사 단지 마을을 유적으로 지정하고 보존한다면 단순히 건물만 그대로 놔두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활용할 방안을 떠올려야 해요. 제일 만만한 거라면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과 카페, 공방 등으로 개조하는 방법이 있을 거에요. 철도 관사 단지 게스트하우스라고 하면 기차와 철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숙박하려고 할 거고, 동해역 주변에서 숙소 잡으려는 수요도 있을 거에요.
이런 거 발한동 가면 어우야...
강원도 동해시 북쪽 묵호지역 발한동 가면 이런 게 엄청 많아요. 그쪽은 아예 스케일이 달라요. 언덕쪽으로는 게구석 마을, 산제골 마을, 논골 마을이 쭉 이어져 있어서 거대한 바닷가 언덕 마을을 이루고 있고, 묵호항선과 향로시장, 묵호항역, 묵호항을 따라 또 이런 가옥들이 쭉 자리잡고 있어요. 너무나 아름답고 보물 같은 풍경이 전설 속 엘도라도, 말리 왕국의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황금처럼 무더기로 굴러다니는 지역이에요. 낙후된 느낌 안 들도록 조금 잘 정비하고 감성있게 꾸미고 홍보 좀 하면 묵호역 가는 관광객 인파로 맨날 KTX 매진될 수 있을 정도로 관광 잠재력이 엄청난 지역이에요.
그런데 이게 동해시에 단순히 발한동이라는 엄청난 관광 잠재력을 가진 동네 하나 있는 게 아니에요. 동해시 전체가 다 어마어마해요. 아주 좋은 의미로 하나하나 다 엄청나게 아름답고 매력적이에요. 동해시민들은 매일 보는 평범한 풍경이겠지만 관광객 입장으로 보면 숨 쉴 틈도 안 주고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끝없이 아름다운 풍경, 역사적 가치가 있는 풍경이 이어지는 지역이에요.
어쩌면 이래서 뭐부터 손대야할지 몰라서 어쩌지 못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있는 것도 감당 안 되어서 방치중인 관광자원이 많은데 새로운 관광자원은 또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거 같아요. 무릉계곡과 무릉별유천지 개발해서 더욱 신경써서 홍보하고 있고, 요즘은 묵호 너머 어달 지역을 관광지로 키우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요.
'여기도 여기 나름의 생각이 있겠지.'
동해시도 동해시 나름의 생각과 계획이 있을 거에요.
다음 목적지인 동부사택을 향해 걸어갔어요.
굴다리 중앙벽에는 동해시에 있는 기업과 산업시설을 알려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어요. 이 중에는 DB메탈도 있었어요.
굴다리를 지나서 해안가로 빠지는 큰 길이 아니라 골목길 같은 길로 들어갔어요.
정체를 모를 조형물 같은 것이 있었어요.
이렇게 보면 평범한 시골 풍경이었어요.
축구장이 나왔어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때문에 더욱 화려하고 아름다웠어요. 축구장 잔디밭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엄연한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참았어요.
바로 여기가 강원도 동해시 용정동 DB메탈 동해공장이었어요. 동부사택을 가기 위해서는 DB메탈 동해공장으로 가야 해요.
강원도 동해시는 공업도시다!
강원도 동해시는 관광도시로 매우 잘 알려져 있어요. 그 다음으로는 해군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어요. 강릉은 공군의 도시이고 동해는 해군의 도시에요. 해군 제1함대사령부가 위치한 도시에요. 하지만 강원도 동해시는 중공업이 발달한 도시이기도 해요. 강원도 동해시는 영동권에서 공업생산이 가장 큰 도시에요.
DB메탈은 왜 동해시에서 존재감이 별로 없는가?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대규모 중공업 기업으로는 쌍용C&E, LS전선, GS동해전력 등이 있어요. 쌍용C&E는 쌍용시멘트에요. 동해시에서 쌍용C&E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해요. 이건 멀쩡한 눈만 달려 있다면 동해시 와서 모를 수가 없어요. 삼화동에 쌍용C&E 시멘트 공장과 석회석 광산이 있다고 하는데 삼화동은 저도 안 가봐서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어요. 삼화동은 동해시 서부 내륙 산간지역이라서 해안가 따라 걸어가는 관광지에서는 매우 멀거든요. 하지만 당장 동해항과 묵호항에 거대한 쌍용C&E 사일로가 있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르고 동해시 와도 여기가 쌍용시멘트의 도시라는 것 정도는 바로 알 수 있어요.
LS전선은 송정동에 있어요. 동해시 남부 내륙 지역에서 혼자 엄청나게 높은 랜드마크 같은 건물이 LS전선 건물이라고 해요. 그러니 이것도 존재감 있어요. 묵호쪽에서야 안 보이니까 LS전선이 있는 줄 모르지만 북평 지역 가면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존재감 있어요.
GS동해전력은 아직까지도 정확히 어디인지 잘 모르겠지만 북평국가산업단지에 매우 높은 발전소 굴뚝이 있어요. 하나는 한국동서발전 발전소 굴뚝이고 다른 하나는 GS동해전력 북평화력발전소 굴뚝이에요.한국동서발전 발전소 굴뚝은 원통형 굴뚝이고 GS동해전력 굴뚝은 사각기둥 굴뚝이에요. 이 굴뚝 2개가 멀리서도 매우 잘 보여서 존재감 있어요.
쌍용C&E, LS전선, GS동해전력, 한국동서발전은 멀쩡한 눈만 있으면 보이기 때문에 존재감이 매우 크지만 DB메탈은 눈에 안 띄어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돌아다니면 존재감이 하나도 없어요. DB메탈이라는 기업 자체가 어떤 기업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꽤 있을 거에요.
DB메탈의 DB는 DB손해보험, DB하이텍의 그 DB에요. 이걸 보고 '혹시 동부화재의 그 동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에요. 맞아요. DB메탈의 DB는 과거 '동부'였고, 현재 DB그룹으로 명칭이 바뀐 동부그룹의 계열사에요. DB메탈은 합금철 분야 국내 1위, 정련 합금철 분야 세계 2위의 글로벌 합금철 전문 기업이에요. 그렇지만 일부러 DB메탈을 찾아가지 않는 한 동해시 돌아다니며 보이지 않아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바닥에 은행이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풍경은 아름답지만 냄새는 고약한 가을이었어요.
강원도 동해시 용정동 DB메탈 동해공장이 나왔어요.
"규모 꽤 큰데?"
강원도 동해시 용정동 DB메탈 동해공장은 규모가 꽤 컸어요. 웅장한 공장 건물과 시설물이었어요.
강원도 동해시 용정동 DB메탈 동해공장을 지나가자 동부사택이 나왔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동부사택은 DB메탈 임직원 주말농장으로 활용되고 있었어요.
바닥은 자갈이 깔려 있었어요.
"여기 바닥 특이하네?"
고운 자갈과 굵은 자갈 색이 달랐어요. 고운 자갈은 약간 연녹빛을 띄고 있었어요.
동부사택을 둘러보며 걷다가 안내판과 마주쳤어요.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어요.
동해 구 삼척개발 사택과 합숙소
국가등록문화재 제456호
동해 구 삼척개발 사택과 합숙소는 20세기 중반에 지어진 건축물로서 민간회사의 직원 숙소이다. 건물들이 모여 있는 구조로 배치되어 있으며, 직원의 직급과 혼인 여부에 따라 숙소를 구분하였다. 한국과 서양, 일본의 건축 양식이 모두 나타나는 점이 특징적이다. 일제강점기 근로자의 주거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의미가 크다.
고위직을 위한 에이(A)호 사택 1동, 간부 직원을 위한 2호와 3호 사택 2동,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직원을 위한 합숙소 1동, 총 4동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 밖에 일반 직원이 거주하는 2호 연립 '가'형 5동, '나'형 7동, 그리고 4호 연립 15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현재까지 본래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
내부는 한국식 온돌이 사용되었고 일본식 돗자리인 다다미가 사용되기도 하였다. 또 서양식 복도형 구조와 건축양식이 사용되어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에이(A)호 사택은 삼척개발 설립과 동시에 신축된 것으로 1937년에 세워졌으며, 합숙소는 1939년 ㅊ철도 설치와 함께 지어졌다. 이 외의 사택들은 1944년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 제작된 설계도 일부를 현재 DB메탈이 보관하고 있다.
한편 삼척개발 주식회사는 일제강점기의 식민회사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무연탄, 카바이드 등의 자원을 수탈해가려는 목적으로 묵호항 축조, 북삼화학, 삼척탄좌, 삼척철도 설립을 위해 조직되었다.
동해 구 삼척개발 사택과 합숙소 지도도 있었어요.
합숙소 건물 내부를 들여다봤어요.
제가 안을 들여다본 합숙소 건물은 창고로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어요. 건물 안에는 2층 벽장이 있었어요. 요즘 아파트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매우 오래된 연립주택, 아파트에는 저렇게 2층 벽장이 있었어요.
바닥은 바다 모래를 사용해서 시멘트와 섞어서 다졌는지 조개껍질이 여기저기 박혀 있었어요.
민가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도 있었어요.
합숙소 단지를 돌아다니며 잘 관찰했했어요.
해가 머리 위에 떠 있었어요. 2022년 11월 1일 12시 31분이었어요.
계속 안쪽으로 걸어들어갔어요.
햇볕이 참 좋은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