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석탄의 길 2부 22 - 강원도 삼척시 운탄고도1330 9길 여행 영동선 간이역 미로역 무사리 마평교 구간

좀좀이 2023. 4. 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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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역까지 왔다."

 

2022년 10월 21일 오전 9시 16분, 강원도 삼척시 하거노리 강원남부로에 있는 영동선 간이역 기차역 미로역에 도착했어요.

 

 

 

미로역은 1940년 8월 1일에 개업한 기차역이에요. 과거에는 미로면의 면소재지쪽에 절벽처럼 붙어 있는 형태였지만, 2001년 이후 지금 위치로 살짝 이동했다고 해요. 미로역이 위치를 이동하자 장터에서 더 멀어져서 이용객이 급감했고, 이용객 급감과 통일호 폐지로 2008년 1월 1일부로 여객업무가 중단되었어요.

 

"여기는 역사 내부 못 보네."

 

미로역 역사를 밖에서 들여다보려고 했지만 미로역사 내부는 상정역과 달리 들여다볼 수 없었어요. 미로역 역사 옆으로 갔어요. 플랫폼과 철도가 보였어요.

 

 

 

 

"여기에 휴게소는 왜 있지?"

 

 

멀리 '환선굴 휴게소'라는 식당이 보였어요. 환선굴은 여기에서 상당히 멀었어요. '미로 휴게소 식당'이라는 곳도 보였어요.

 

"여기 놀러오는 사람들 있나?"

 

풍경만 보면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처럼 생겼지만 식당이 무려 두 곳이나 있었어요.

 

 

계속 봐오던 강원도 산촌 풍경이었어요. 역시나 계절은 아무리 봐도 가을이 아니라 봄 풍경이었어요. 다음해 4월이 되어서 여기에 다시 오면 이와 거의 비슷한 풍경이 펼쳐져 있을 것 같았어요.

 

"내년 봄에 여기 한 번 다시 와볼까?"

 

미로면의 봄풍경은 지금 보고 있는 이 가을 풍경과 얼마나 다를지 궁금해졌어요.

 

'그때까지 여행기 다 쓸 수 있을까?'

 

만약 다음해 4월까지 여행기를 다 쓴다면 다시 한 번 여기를 와보기로 다짐했어요. 그러나 다음해 4월까지 여행기를 다 쓸 거 같지 않았어요. 석탄의 길은 고사하고 그 전 여행기도 아직 까마득히 많이 남아 있었어요. 여행기는 계속 밀리고 있는데 여행만 계속 갈 수는 없었어요. 이러면 여행 가면서 마음 한 켠이 불편해서 여행이 재미 없었어요. 여행기를 아예 안 쓰면 이런 느낌이 없지만 여행기를 쓰기로 마음먹고 이미 쓰기 시작해버렸기 때문에 여행기는 제 인생의 숙제였어요. 숙제 다 하지도 못했는데 스스로 숙제를 추가로 만들 마음은 없었어요. 그렇게 자꾸 인생의 숙제만 쌓아가다가 2014년 베트남 다녀온 여행기는 아직도 끝을 못 내고 있어요.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이정표는 제가 걸어가고 있는 운탄고도1330 9길이 동해, 삼척 가는 방향이라고 알려주고 있었어요.

 

 

미로면 읍내가 보였어요. 읍내로 들어갔어요. 미로우체국이 있었어요.

 

 

'미로면 소인 찍힌 엽서 보내면 그것도 나름 의미있겠지?'

 

미로면에 관광기념품 같은 것이 존재할 리 없었어요. 이번 여행 기념품으로 제게 엽서 한 통 부치고 싶었어요. 미로우체국 안으로 들어갔어요.

 

"혹시 우편엽서 있나요?"

"우편엽서는 없어요."

 

미로우체국도 우편엽서는 없었어요. 미로우체국에서 나왔어요.

 

'앞으로는 우편엽서 사서 들고 다녀야 하나?'

 

제게 기념으로 우편엽서 한 통 부치려 했지만 또 실패했어요. 나중에는 운탄고도1330 전구간에 스탬프함이 설치될 거에요. 우편엽서를 미리 구입해서 걷다가 운탄고도1330 스탬프함이 나오면 엽서에 스탬프를 찍은 후 제 자신에게 엽서를 부치면 하나의 좋은 기념품이 될 거에요.

 

동네를 구경하기 시작했어요.

 

 

 

 

 

미로면 읍내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어요. 규모가 크지 않았어요. 그렇게 눈에 띄는 것도 없었어요.

 

"미로 버스 매표소? 저기 가면 버스표 판매하나?"

 

 

 

'에덴슈퍼'라는 조그만 슈퍼가 있었어요. 슈퍼 자체는 인상적일 것 없었어요. 중요한 것은 슈퍼 위에 있는 글자였어요. '미로 버스 매표소'라는 문구가 있었어요.

 

버스 정류장 밖에 없는데 버스 매표소라고 적혀 있다.

뭔가 있는 곳이다.

 

미로면은 버스 정류장 뿐인데 버스 매표소라고 적혀 있었어요. 시외버스도 교통카드로 탈 수 있는 시대에요. 그런데 버스 매표소라고 적혀 있는 가게라니 분명히 이 동네 관련 이야기가 있을 거였어요.

 

'저기 들아가봐야겠다.'

 

에덴슈퍼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녕하세요."

 

가게 안은 할아버지 한 분께서 지키고 계셨어요. 먼저 음료수를 구입하기로 했어요.

 

"코카콜라 얼마에요?"

"2200원."

"헛개는요?"

"그건 2천원."

 

코카콜라 500mL 한 통 가격은 2200원이었고, 헛개차 500mL 한 통 가격은 2천원이었어요.

 

'헛개 사야겠다.'

 

동전 남으면 귀찮아요.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걸리적거려요. 바지 주머니에 동전을 넣으면 많이 걸을 때 동전에 다리가 쓸려요. 외투 주머니에 동전을 넣으면 외투 주머니에서 뭐 꺼낼 때마다 동전이 귀찮게 방해해요. 꼭 코카콜라를 못 마셔서 안달난 상태도 아니었어요. 헛개차도 매우 좋아해요. 헛개차는 갈증을 상당히 잘 풀어주는 음료에요. 동전 만들기도 싫고 헛개차는 갈증을 잘 풀어주는 데다 계속 콜라만 마시는 것보다 중간에 다른 음료 하나 마시는 것도 괜찮았어요.

 

헛개차를 집어들고 현금 2천원을 내었어요.

 

"사장님, 혹시 여기에 광산 있었나요?"

"여기? 여기는 원래 광산 없었어. 신기에 석회석 광산 있었고, 더 위에 도계 가면 탄광 많았고. "

"도경리는요?"

"도경리도 원래 없었지."

 

사장님께 미로와 도경리에 과거에 광산이 있었냐고 여쭈어봤어요. 사장님께서는 미로와 도경리에는 광산이 없었다고 하셨어요.

 

"여기는 그러면 어떤 곳이었어요?"

"여기는 원래 농촌인데 사람들 많이 사는 동네였지. 예전에는 여기 앞 도로까지 다 집이었어."

"바로 앞 도로까지요?"

"응. 길까지 다 집이었고 길은 그 앞에 있었어."

 

사장님 말씀으로는 현재 강원남부로 자리가 과거에는 전부 가옥이 자리잡고 있었던 자리였어요. 도로가 생기면서 도로가 생길 자리에 있던 가옥들이 철거되고 마을 위치도 조금 달라졌다고 하셨어요.

 

"지금도 여기에서 버스표 판매하나요?"

"아니. 저기 앞 정류장에서 교통카드로 타면 돼."

 

궁금했던 '미로 버스 매표소'에 대해 여쭈어봤어요. 사장님께서는 과거에는 버스표를 판매했지만 교통카드가 보급되면서 이제는 모두 버스표를 구입하지 않고 교통카드로 버스 타고 다닌다고 하셨어요.

 

"미로역은 왜 폐역되었어요?"

"도로 생기고 버스 다니기 시작하면서 기차 타는 사람 없어져서 폐역했어."

 

미로역도 버스 때문에 폐역되었어요. Video Killed the Radio Star가 아니라 T-money Killed the Train Star였어요. 이 동네는 티머니가 아니라 캐시비이니 Cashbee Killed the Train Star 라고 노래불러야 할 거에요.

 

사장님께서 제게 여기 어쩐 일로 왔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러자 운탄고도1330 걸으러 왔다고 대답했어요. 사장님께 운탄고도1330 아시냐고 여쭈어봤어요. 사장님께서는 운탄고도는 처음 들어본다고 하셨어요. 운탄고도 때문에 오는 사람은 없다고 하셨어요.

 

에덴슈퍼에서 나왔어요. 가게에서 구입한 헛개차는 챙기고 조금 남아 있던 콜라를 다 마시고 패트병을 가게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길을 건너서 맞은편 에덴슈퍼를 봤어요.

 

 

과거에는 저기도 버스표 사러 오는 사람들로 매우 북적였을 거에요.

 

"버스다!"

 

 

삼척 시내버스가 앞을 지나갔어요. 사진을 찍었어요. 에덴슈퍼 사장님께 이 동네 이야기를 듣고 나서 지나가는 버스를 보자 버스가 더욱 의미있어보였어요. 기차역을 죽이고 이 일대를 차지한 새로운 교통 영웅 삼척 시내버스였어요.

 

강원도 삼척시 오십천 운탄고도1330 9길을 따라 무사리를 향해 걸어갔어요.

 

 

 

 

 

언덕 위에서 떨어지는 낙석을 막기 위한 피암터널이 있었어요.

 

 

 

 

"풍경이 확실히 밋밋해졌네."

 

운탄고도1330 8길에서 9길로 이어지는 오십천변 주변 풍경은 삼척시내와 가까워질 수록 밋밋해져갔어요. 화려하고 황홀했던 풍경이 점점 소박하고 수수해져갔어요.

 

'풍경이 길 끝나간다고 알려주는구나.'

 

갈 수록 밋밋해지는 풍경. 풍경은 운탄고도1330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알려줬어요. 풍경이 화려한 대신 살기 어려운 첩첩산중 풍경에서 풍경은 소박하지만 대신 사람이 살만한 들판이 있는 아랫쪽으로 가고 있다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2022년 10월 21일 오전 10시 2분, 무사리 마을회관에 도착했어요.

 

 

도로 담벼락에 깨를 세워서 말리고 있었어요.

 

 

별로 많은 생각하지 않으며 걷고 있었어요. 너무 자극적인 화려함을 뽐내던 운탄고도1330 8길과 9길 초입부와 비교하면 풍경이 너무 밋밋했어요. 중복 정도가 아니라 자극성이 계속 약해졌어요. 걸으며 풍경 보는 맛은 초콜렛 빨아먹고 식혜 마시는 맛이었어요. 풍경이 밋밋해지니 풍경에 대한 감흥도 점점 사라져갔어요. 더욱 생각이 없어졌어요. 그저 끝을 향해 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걸을 뿐이었어요.

 

 

 

 

 

카카오맵에서는 이쪽이 걷는 길이 아니라고 나왔지만 걸어다니는 길이었어요.

 

 

 

 

"여기 엄청 시골이긴 한가 보다."

 

 

한국전력공사 삼척지점에서 전봇대에 매달아놓은 전선 주의 경고판은 빛이 바래 있었어요. 그림도 매우 오래 전 그림에서나 사용하는 그림체였어요. 저런 그림은 1990년대 만화에서나 사용하는 그림이었어요.

 

 

 

무사교가 나왔어요.

 

 

무사교를 건넜어요.

 

 

 

"마평교네."

 

 

 

2022년 10월 21일 오전 10시 18분, 마평교에 도착했어요. 마평교에는 운탄고도1330 안내표식 리본이 묶여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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