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우체국에서 엽서 구입해서 제게 부치는 것도 실패했고, 예미천주교회 내부에 들어가보는 것도 실패했어요.
"온 김에 저탄장도 보고 갈까?"
예미역 역사에서 철길 맞은편에는 저탄장이 있어요. 예미역은 전에 한 번 와봤기 때문에 어떻게 생겼는지 대충 알고 있었어요. 예미역 역전은 볼 게 진짜 없어요. 아무 것도 없어요. 그리고 예미과 예미리 중심가는 철도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 중심가에서 예미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예미오거리에서 터널을 통해 철도를 건너가야 해요. 예미역에서 예미역 맞은편으로 가는 방법은 철길을 돌아가는 길 뿐이었어요. 왜냐하면 예미역 철길 맞은편에 있는 저탄장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저탄장 입구를 보려면 예미역으로 가서 보는 것이 아니라 예미역에 가지 말고 예미역 맞은편에서 예미역 방향으로 가야 했어요. 예미오거리에서 예미2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예미역 맞은편 저탄장 입구가 나와요. 저탄장 입구 바로 근처에는 태경산업 예미공장 입구가 있어요.
참고로 여기에서 태경산업은 2020년~21년에 탄산가스, 드라이아이스 테마주로 유명했던 태경케미컬, 태경산업의 그 태경산업 맞아요. 태경그룹 홈페이지에서 태경산업 예미공장을 찾아보면 2005년 부터 POSCO 포항제철소의 조업 여건 변화에 맞추어 탈산 및 탈황 처리제로 합금철 제품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고 나와 있어요. 예미리 지도 보면 예미초등학교 쪽에 태경산업사원아파트도 있어요.
예미역 저탄장 입구를 향해 걸어갔어요.
예미역 저탄장 입구에서 저탄장 안쪽을 봤어요. 석탄이 쌓여 있었어요.
"예미역 가자."
발과 다리가 많이 아팠어요. 예미역 돌아가서 신발 벗고 쉬기로 했어요. 예미역 저탄장에서 되돌아나와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가을이 찾아온 강원도 신동읍 정선군 예미리는 붉은빛이 깔려 있었어요.
예미오거리까지 돌아와서 철로 아래로 나 있는 굴다리를 지나갔어요.
굴다리 벽에는 자전거 바퀴 모양 조형물이 매달려 있었어요.
굴다리를 지나갔어요.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예미오거리에서 굴다리를 지나 왼쪽으로 걸어가면 예미역이 있어요.
예미역 역전은 아무 것도 없어요. 과거에는 나름 번화했던 곳이었을 거에요. 번화했던 흔적이 남아 있어요. 그러나 지금 예미역 앞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마을만 작게 있어요.
"여기는 뭐지?"
황량한 예미역 역전에 조그마한 가게 입구가 있었어요. 어떤 가게인지 봤어요. 가요주점이었어요.
"신장개업? 여기 궁금하네."
'고궁 가요주점' 아래에는 2022년 10월 25일 화요일에 오픈한다는 조그만 현수막이 붙어 있었어요. 예미리에서 중심지는 역전이 아니에요. 예미오거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시장과 번화가가 있다고 해요. 그쪽은 안 가봐서 얼마나 발전하고 사람 많은지 모르겠지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예미역 앞은 예미오거리에서 거리가 있고, 이쪽은 완전히 쇠락한 곳이에요. 민가라고 해봐야 농가 몇 채가 전부에요. 예미역은 예미오거리에서 교통이 좋은 편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살짝 외지 느낌이 있는 곳이에요. 그런데 이쪽에 가요주점이 신장개업한다고 하고 있었어요.
'숨어서 놀라는 건가?'
혼자 웃었어요. 위치가 아무리 봐도 으슥진 곳에서 숨어서 놀라는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자리였어요. 어쩌면 예미리 자체가 밤에 매우 조용한 동네일 건데 가요주점은 밤에도 시끄러우니까 일부러 시끄러워도 별 문제 없을 예미역 앞에 가요주점을 만들었을 수도 있어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는 아무 것도 없는 동네에요. 과거 이 지역이 번성했던 이유인 대한석탄공사 함백광업소 탄광이 몰락해서 아주 조그마한 동네로 몰락한 것도 이유이지만, 그 이전에 이 지역 중심 번화가는 예미역 주변이 아니었어요. 예미역에서 조금 더 동쪽으로 걸어가면 조동리가 있어요. 이 지역에서는 '함백'이라고 부르는 지역이에요. 함백이 이 지역의 중심지이자 번화가에요. 예미역은 기차역이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조동리보다 작은 동네였어요.
불과 몇 달 사이에 예미역 역전이 달라졌을 리 없었어요.
벽화에는 사과가 그려져 있었어요.
운탄고도1330 안내 표식이 있었어요.
예미역 앞 풍경을 감상하며 걸었어요.
2022년 10월 20일 오후 2시 4분, 예미역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끝났다."
운탄고도1330 3길을 완주했어요. 드디어 끝났어요.
예미역 역전 번화가는 이렇게 생겼어요.
예미역 역전 번화가에 있는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았어요.
"모니카 안뜰은 영업중일 건가?"
전에 예미역 처음 갈 때였어요. 예미역 앞에는 '모니카 안뜰'이라는 돈까스 맛집이 있다고 했어요. 예미역에 처음 왔을 때 원래 점심을 모니카 안뜰에서 먹으려고 했어요. 예미역 도착해서 점심 먹으려고 모니카 안뜰로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어요. 모니카 안뜰 옆쪽으로 가보니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어요. 문 너머로 안쪽을 바라봤어요. 왠지 영업 안 하는 곳 같았어요.
모니카 안뜰이 그날만 문을 닫았던 것인지 아예 폐점한 것인지 궁금했어요. 모니카 안뜰을 봤어요. 여전히 문이 닫혀 있었어요.
강원도 태백선 예미역 역전 풍경은 역시 변한 것 없었어요. 황량했어요.분식점은 아주 오래 전에 폐업했어요. 그 옆에는 예미금방이 있었어요. '금방'이라는 말은 참 오랜만에 보는 단어였어요. 여기도 폐업한 지 오래된 곳이었어요.
"요즘 사람들은 '금침'이라는 말 모르겠지?"
금은방을 보자 문득 '금침'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금침'이라는 말은 워낙 오래 전에 사용되던 말이고 현재는 사용하는 일을 거의 못 봤어요. 그래서 '금침'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꽤 많을 거에요. 옛날에 금은방 보면 '금침'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곳이 있었어요. 여기에서 '금침'이란 황금으로 만든 바늘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시계를 의미해요. 저도 아주 어렸을 적에 몇 번 접한 적 있는 상당히 오래 전에 사용하지 않게 된 말이에요.
네이버 사전에서 금침을 찾아보면 '이부자리와 베개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어요. 이불집 가보면 지금도 '금침'이라는 말을 쓰기도 해요. 대표적으로 원앙금침이 있어요. 물론 원앙금침도 요즘은 보기 어려운 말이에요. 요즘은 맨바닥에 이불 깔고 자기 보다는 침대에서 자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이불집 자체가 과거에 비해 많이 사라졌어요.
'탄광만 사라진 게 아니라 단어도 사라진 거 많아?'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어요. 원앙금침이 떠오르자 이번에는 사라진 말 중 '솜을 태우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솜을 태우다'라는 말은 눌려서 납작해지고 숨이 죽은 솜을 다시 폭신폭신하게 만드는 작업을 말해요. 주로 솜틀집에서 많이 해줬어요.
예미MTB마을호스텔까지 걸어갔어요.
"여기는 영업하고 있을까?"
예미MTB마을호스텔을 보고 궁금해졌어요. 예미리는 자전거 마을로 꾸며지고 있었어요. 운탄고도1330 코스 중 3길부터 5길까지는 원래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이에서 산악 자전거 코스로 유명한 곳이었어요. 일반인들은 별로 잘 아는 길이 아니었어요.
강원도 정선군은 폐광촌인 예미리를 폐광지역 관광자원화사업 일환으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총 5년간 17억원을 투입해 신동읍 예미역 리모델링, 예미MTB마을 호스텔, 쉼터, 공원 등을 조성했어요. 이 사업을 통해 예미리는 자전거 관광지가 되었어요. 운탄고도 4길, 5길도 이때 MTB 코스로 개발되었어요. 예미MTB마을호스텔은 2019년 5월 14일에 개관식을 가지고 영업을 개시했어요.
하지만 예미MTB마을호스텔이 영업을 개시한지 1년 채 안 되어서 역병 사태가 터졌어요.
운탄고도 트래킹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었어요.
예미역 앞으로 돌아왔어요. 몇 시인지 봤어요. 2022년 10월 20일 오후 2시 9분이었어요.
나는 왜 힘들게 무리해서 걸었을까?
쉬엄쉬엄 왔어도 내가 탈 기차는 무조건 탔을 건데.
헛웃음이 나왔어요. 운탄고도1330 3길 걷는 동안 예미에서 태백 가는 기차가 2시에 있는 줄 알았어요. 이 때문에 쉬어야할 때도 안 쉬고 막 무리해서 걸었어요. 어떻게든 2시 이전에 예미역에 도착해보려고 열심히 걸었는데 기차는 2시 56분에 있었어요. 30분을 세 번씩 나눠서 10분씩 중간에 쉬면서 걸었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거에요. 발도 별로 안 아팠을 거구요.
'시간 많이 남았네?'
예미역에서 태백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2시 56분에 있었어요. 아직 50분 정도 남아 있었어요.
"저기 한 번 들어가볼까?"
예미역 맞은편에는 '마을, 자전거, 여행 그리고 마을쉼터'라고 적힌 간판이 매달려 있는 조그마한 가게가 있었어요. 지난번에 왔을 때는 문이 닫혀 있었고, 들어가볼 생각도 안 했어요. 마을, 자전거, 여행 그리고 마을쉼터는 카카오맵, 네이버 지도에는 '정선두바퀴마을여행플렛폼'이라고 등록되어 있어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어요. 사장님이셨어요. 사장님께 인사를 드렸어요.
"안녕하세요."
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어요.
"여기 혹시 예미 마그네틱 있나요?"
"마그네틱은 없고 키링 있어요. 이런 손수건 같은 거 하구요."
사장님께 예미리 기념품으로 예미 마그네틱 있냐고 여쭈어봤어요. 사장님께서는 마그네틱은 없고 자전거 체인으로 만든 열쇠고리가 있다고 하셨어요.
'열쇠고리라도 있는 게 어디야?'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 기념품이 존재할 리 없다고 여기고 있었어요.그런데 자전거 체인으로 만든 열쇠고리가 있었어요. 예미를 기념할 만한 것이 있었어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엄청나게 깜짝 놀랐어요. 예미는 벌써 두 번째 와보는 곳이었어요. 이 동네 기념품 같은 게 존재할 리 없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기념품이 존재했어요. 이건 안 살 수 없었어요. 너무나 소중하고 진귀한 예미리 기념품이었어요. 예미리와는 비교도 안 되게 큰 태백시 황지동 같은 곳도 기념품이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었어요.
"이거 예미 맥주죠?"
"예, 맞아요."
예미리 마을, 자전거, 여행 그리고 마을쉼터에는 정선 아라비어 맥주캔이 몇 개 있었어요. 강원도 정선군 예미리에는 아리랑브루어리가 있어요. 아리랑브루어리는 수제 맥주를 생산하는 맥주 양조장이에요. 강원도 정선 예미 아리랑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맥주가 아리비어에요.
술을 웬만해서는 마시지 않지만 캔맥주도 기념으로 하나 사도 좋아보였어요. 캔맥주 캔 디자인을 봤어요. 정선 아리비어 캔맥주 중 탄탄 바이젠복 맥주만 없었어요. 탄탄 바이젠복 맥주 캔맥주 디자인은 검은 탄가루를 뒤집어쓴 광부에요. 술을 안 마셔도 강원도 남부 탄전지대 여행 기념품으로 하나 갖고 있으면 좋을 디자인이었어요. 그러나 하필 이것만 없었어요.
자전거 체인으로 만든 열쇠고리를 구입했어요. 소중한 예미 기념품이었어요. 이것은 나중에 강원도 친구 만나면 '예미의 기념품'이라고 줄 생각이었어요. 강원도 친구가 예미리에 왔을 때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무려 기념품점도 있는 마을이에요.
"예미 기념품이 있다니 놀랍네요. 여기 아무 것도 없을 줄 알았거든요."
"여기 자전거 타러 오시는 분들이 키링 사가시곤 해요."
사장님께서는 예미로 자전거 타러 오시는 분들이 이 가게로 와서 자전거 체인으로 만든 열쇠고리를 잘 사간다고 하셨어요.
"운탄고도1330 개통했는데 마그네틱도 만들어보세요. 여기 체인에 자석 하나 붙이면 될 거 같은데요."
"이게 신제품 만들 때는 디자인도 새로 하고 주문 수량도 있어서 조금 어려워요. 이런 것들도 마을 재생 프로젝트 지원받아서 하는 거거든요."
"그게 아니라 여기 체인 장식물 뒤에다가 자석만 하나 붙이면 될 거 같아서요. 운탄고도 개통했으니 사람들 꽤 올 거 같아서요."
사장님께 자전거 체인으로 만든 열쇠고리에 자석 하나만 붙이면 예미 기념품 마그네틱 되지 않겠냐고 말씀드렸어요. 사장님께서는 제 아이디어에 흥미를 보이셨어요.
"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
"예? 감사합니다!"
사장님께서 커피 한 잔 하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솔직히 물 한 잔 마시고 싶었거든요. 예미역에는 진짜 아무 것도 없어요. 속으로 가게 안에 있는 정수기 보고 물 한 잔만 주실 수 없냐고 여쭈어보고 물 한 컵 얻어마시고 가려고 했는데 아주 잘 되었어요.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
"운탄고도 3길 걷고 여기로 왔는데 기념품점 있어서 신기해서 들어와봤어요."
"아, 운탄고도 걸으셨구나."
"전에 8월말에 한 번 와봤는데 그때는 여기 문 닫혀 있어서 그냥 갔거든요."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예미에 사람들 많이 오나요?"
"여기는 요즘 운탄고도 걷는다고 오시는 분들이랑 단풍철이라 사람들 많이 와요."
"정말요? 여기 별로 안 알려진 동네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지난 번에 여기 일부러 왔었거든요."
"예미 많이 잘 알려진 곳이에요. MTB 타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매우 유명해요."
사장님께서는 예미가 MTB 타시는 분들 사이에서 매우 유명한 곳이라고 하셨어요.
"자전거 타시는 분들 여기 많이 오시나요?"
"예. 그게 만항재에서 내려오다 보면 꼭 함백을 들려야 하거든요."
"함백은 조동리 아닌가요?"
"예미도 함백이라고 하기도 해요. 조동리랑 예미랑 묶어서 함백이라고 하기도 해요."
사장님께서 산악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만항에서 함백으로 내려온다고 하시자 함백은 조동리 아니냐고 말했어요. 대한석탄공사 함백광업소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매우 큰 마을이었던 함백은 조동리에요. 이 일대에서는 조동리를 함백이라고 불러요. 사장님께서는 조동리가 함백이기는 하지만 예미까지 합쳐서 함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알려주셨어요. 실제로 예미(예미리)와 함백(조동리)은 바로 옆동네에요. 단지 가까워서 옆동네가 아니라 정말로 둘이 붙어 있어요. 걸어가려고 하면 걸어갈 수 있는 곳이에요.
"오늘도 남편이 두 팀 만항재로 데려다줬어요."
사장님께서는 이날 남편분께서 산악자전거 타러 온 사람들 두 팀을 차로 만항재로 데려다주셨다고 하셨어요. 예미로 자전거 타러 오시는 분들이 제 예상과 달리 꽤 많은 모양이었어요.
"저기 예미MTB호스텔 영업하는 호스텔이에요?"
"예, 거기 영업하고 있어요."
사장님께서는 마을, 자전거, 여행 그리고 마을쉼터 기념품점에 대해서 소개해주셨어요. 기념품이 있는 자리는 옛날에 다방이 있었던 자리였대요. 탄광이 폐광되고 동네가 쇠락하면서 예미역 역전 가게들은 거의 전부 폐업했어요. 그래서 한동안 예미역 역전은 버려진 건물들로 보기 안 좋았다고 해요. 그런데 사장님 부부가 예미로 와서 다방 자리에 기념품 가게를 만들고 운영하자 역전도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잘 되어가나 싶었는데 역병 사태로 가라앉았었대요. 역병 사태 때도 자전거 타러 올 사람들은 계속 왔대요.
사장님께서는 예미에서 서울 가는 기차가 주말에는 자꾸 매진된다고 하셨어요. 사장님께서는 태백 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하셨어요.
"그거 양평, 원주, 제천 등에서 가운데에서 다 잘라먹어서 그래요. 구간별로 검색하면 표 있어요."
사장님께 알려드렸어요. 서울 청량리역에서 이쪽 영월부터 동해시로 이어지는 철도는 중간에 양평, 원주, 제천 등을 거쳐가요. 양평, 원주, 제천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평일도 퇴근 시간 같은 때는 청량리에서 영월, 예미, 사북, 고한, 태백, 도계 가는 기차표가 없다고 뜨기 일쑤에요. 이때 기차표를 구간별로 잘라서 검색해보면 표가 있어요. 서울에서 영월, 예미, 사북, 고한, 태백, 도계 가는 사람이 많아서 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양평, 원주, 제천 등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래요.
"이제 서울로 돌아가세요?"
"아뇨, 태백으로 넘어가서 1박 하고 내일은 운탄고도 9길 걸으려구요."
"운탄고도 9길이 태백에서 시작되나요?"
"그건 아니구요. 9길이 삼척 신기역에서 시작되는데 거기는 아무 것도 없거든요. 도계도 아침에 밥 먹을 곳 없구요. 그런데 태백은 24시간 찜질방이랑 24시간 식당 있거든요. 그래서 태백에서 찜질방에서 자고 새벽에 밥 먹고 버스 타고 신기로 넘어갈 계획이에요."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태백 사람들이 태백은 물가 매우 비싸다고 하던데요?"
"태백은 물가 진짜 비싸요. 주변 지역에 비해서 매우 비싸요. 저도 태백 갈 때마다 거기는 물가 너무 비싸서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태백은 다르다.
태백은 이 일대에서 유독 물가 비싼 지역.
이번에 태백시를 가면 2020년에 태백시만 세 번째 가는 거였어요. 태백시는 강원도 남부 일대에서 '무지 추운 동네', '물가 무지 비싼 동네' 타이틀을 갖고 있는 지역이에요. 태백 사람들 스스로 이렇게 이야기하고, 주변 지역 사람들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사장님과 잡담을 나누고 예미 및 강원도 남부 일대, 가게 이야기를 듣다가 예미와 관련해서 제일 궁금한 것을 여쭈어보기로 했어요.
아직까지도 못 푼 미스테리.
과연 예미에는 탄광이 있었는가?
"예미에 탄광 있었나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에는 철광이 있어요. 지금도 철광이 가동되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탄광이 있었는지에 대한 답은 아무리 노력해도 못 찾았어요. 조동리에는 탄광이 있었어요. 대한석탄공사 함백광업소가 있었어요. 대한석탄공사 함백광업소가 워낙 규모가 큰 광산이라 지명조차 조동리의 '조동'이 아니라 함백광업소의 '함백'으로 널리 사용될 정도였어요. 하지만 예미리에 탄광이 있었는지에 대한 자료는 못 찾았어요. 인터넷 검색 결과 '예미탄광'이라는 곳이 있었다고 나오기는 하는데 주소도 없고 그냥 '예미탄광'이라고만 나왔어요. 1975년에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에서 '예미탄광'이라는 탄광이 개광했다는 것 뿐이었어요.
"예. 있었어요."
"예? 저기 함백 말고 예미에요? 어디에 있었어요?"
"저는 여기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구요, 남편이 중학교까지 여기에서 살아서 알아요. 산 꼭대기 어디께인데 폐광된 지도 오래고 지금은 입구도 막혔어요."
"아, 여기 진짜 탄광 있었구나! 인터넷에서 예미에 탄광 있는지 찾아보니까 하나도 안 나와서요."
"예전에는 탄광사옥 같은 것도 많았는데 지금은 다 허물어서 흔적 찾기 어려워요."
옆동네 조동리 말고 여기 예미리에도 탄광이 있었었나봐요. 사장님께서는 자기는 이 지역 출신이 아니라 탄광이 어디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남편분이 중학교까지 여기에서 살았기 때문에 남편은 알고 있다고 하셨어요. 아쉽게도 남편분께서는 출타중이라 가게에 안 계셨어요.
슬슬 예미역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사장님, 여기 가게 안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될까요?"
"예, 찍으세요."
사장님께서 사진 찍어도 된다고 하셨어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 운탄고도1330 3길 예미역 앞 기념품점 정선두바퀴마을여행플렛폼 마을, 자전거, 여행 그리고 마을쉼터에서 나왔어요.
"여기 잘 되었으면 좋겠다."
마을, 자전거, 여행 그리고 마을쉼터에서 사장님과 즐겁게 대화해서 너무 기분좋았어요. 전혀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예미에 기념품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 자체가 엄청난 수확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