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석탄의 길 1부 25 - 강원도 삼척 도보 여행 신기면 영동선 폐역 마차리역

좀좀이 2023. 2. 14. 17:18
728x90

"여기 차 꽤 다니네?"

 

왕복 2차선 도로에 버스와 트럭이 계속 달리고 있었어요. 줄줄이 비엔나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대 지나가고 조금 가면 또 한 대 달려와서 지나갔어요. 지도만 보면 차량 대부분은 38번 국도를 타고 가고 이쪽 강원남부로로는 차량이 별로 안 다니게 생겼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대형 덤프트럭과 버스가 끊임없이 등장헀다 사라졌다 하고 있었어요.

 

'긴장 풀면 안 되겠다.'

 

위험한 길은 아니었지만 안전한 길도 아니었어요. 차도 옆에 사람이 걸어갈 만한 공간이 있었어요. 최대한 차도에서 멀리 떨어져서 가에로 걷는다면 걸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흰색 차선 안쪽으로 들어가면 진짜 위험한 길이었어요. 차선 폭은 좁았고, 다니는 차량은 대형 덤프트럭과 버스였어요. 길 똑바로 보지 않고 가다가 흰색 차선 안쪽으로 들어가 차도로 진입하면 위험천만했어요.

 

내가 지금 동네 하천 산책로 걸으러 왔냐?

이래야 걷는 맛 있지!

 

걸어가기에 위험하지는 않지만 스릴 있는 길이 이어졌어요. 흰색 차선만 안 넘어가면 되었어요. 길 끄트머리부터 흰색 차선 사이 공간폭이 별로 넓지는 않았지만 차를 피해서 걷기에는 충분한 폭이었어요. 차량이 흰색 차선을 넘어 길 끄트머리부터 흰색 차선 사이 공간으로 들어온다면 차량도 그대로 길 아래로 곤두박질치게 생겼어요. 차량이 서행하는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차량도 흰색 차선에서 조금이라도 더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었어요. 아무리 신났어도 정신 바짝 차리고 걸어야 했어요.

 

가벼운 스릴이 더해지자 더욱 흥분되었어요. 지금 내가 눈 감고 걸어도 사고날 일 거의 없는 동네 하천 산책로 산책하러 나온 거 아니에요. 여행 왔어요. 이런 쫄깃한 맛도 있어야죠. 남들에게 하라고 할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위험하다고 할 것도 아니었어요. 정신 바짝 차리고 걸으면 충분히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었어요. 이런 적당한 스릴이 더해지자 더 흥분되었어요. 여행길에 자극적인 양념이 팍팍 가미되었어요.

 

"여기 겨울에 눈 쌓이면 못 걷겠다."

 

그러나 여기를 걸을 수 있었던 이유는 눈이 안 내렸기 때문이었어요. 눈이 안 쌓여 있었기 때문에 길 가에로 걸어가면 되었어요. 만약 눈이 내려서 길 가에에 눈이 쌓인다면 여기는 걸어다니기에 너무 위험한 길이었어요.

 

간간이 길 가에에 물이 고여 있는 곳이 있었어요. 이런 곳은 차가 안 오는 것을 소리로 확인하고 잠시 흰색 차선 안으로 들어가서 물이 고인 곳을 피해 빠르게 지나간 후 다시 흰색 차선 안쪽 길 가에 끄트머리쪽에 붙어서 걸어갔어요. 이런 길을 걸을 때는 절대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으면 안 되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싶다면 한쪽 귀는 반드시 열어두고 차가 오는지 소리로 파악해야 해요. 또한 음악 소리도 볼륨을 평소보다 줄여서 이어폰 꽂은 귀로 차 오는 소리 듣는 것에 방해되지 않도록 해야 해요.

 

차도는 빗물에 축축하게 젖어 있었어요. 앞에서 덤프트럭이 달려왔어요. 길 가에 끄트머리에 최대한 달라붙었어요. 덤프트럭이 지나가며 뒷바퀴에서 물보라가 쫙 일었어요. 물보라는 저를 향해 전력으로 돌진해 저를 덮쳤어요. 이건 어떻게 피할 방법이 없었어요. 제가 옆으로 더 가려고 해도 갈 공간이 없었고, 물보라는 매우 넓게 확 퍼져서 길 가에 끄트머리까지 전부 덮었어요.

 

"우와!"

 

더욱 불타오른다!

미쳐버리겠어!

 

더 흥분했어요. 리튬, 나트륨에 물을 끼얹은 것처럼 흥분이 폭발했어요. 너무 좋았어요. 짜릿했어요. 이게 바로 여행의 참맛이라고 마음 속으로 소리치며 손으로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아냈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너무 신났어요. 마라톤 경기 보면 선수들이 뛰다가 물컵이 있는 테이블이 나오면 물컵을 집어들어서 머리에 끼얹으며 열을 식혀요. 딱 그 기분이었어요. 시원한 물보라였어요. 단순히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모험을 하고 있었어요. 트럭도 짜식 힘내라고 시원하게 물보라로 제 몸의 열기를 식혀줬어요.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어요.

 

분명히 이건 기분 확 나빠져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차가 지나가며 생긴 물보라를 제대로 뒤집어썼어요. 평소라면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왔을 거에요. 그런데 오히려 더 신나고 기분좋아졌어요. 밋밋한 여행이 아니라 짜릿한 모험을 하러 온 느낌이었어요.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길이 이 순간 내게는 독충과 독초가 우글거리는 열대 우림 속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탐험하는 길이었어요.

 

덤프트럭이 물웅덩이를 밟아서 커다란 물방울이 튀었으면 아무리 흥분한 상태라 해도 흥분이 확 식으며 기분이 상했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물웅덩이를 밟고 튄 물방울이 아니라 길바닥이 물에 축축히 젖어 있어서 생긴 물안개 같은 물보라를 뒤집어썼어요. 그래서 시원한 물보라 샤워하고 더 불타올랐어요. 이 길, 너무 좋아 미쳐버리겠어요. 대체 왜 지금까지 이렇게 끝내주게 재미있는 길이 있다고 세상이 내게 안 알려준 거에요. 아니,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되었어요. 지금 나는 너무 신나서 미쳐버리겠어요. 영원히 이 길을 걸어도 좋아 죽을 거 같아요. 삼척시 최고다! 이 재미, 안 끝났으면 좋겠어!

 

오십천이 산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강원도 삼척시 운탄고도1330 8길

 

힘차게 흐르는 오십천. 이거 꿈 아니지? 이렇게 멋지고 재미있는 길이 우리나라에 있었다고? 안 믿겼어요. 무슨 놀이동산 가서 짜릿한 놀이기구 타며 노는 기분이었어요. 놀이동산 가서 놀이기구 타면 재미는 있지만 멀미나서 1개 타고 끝이에요. 멀미약 먹고 타면 진짜 하나도 재미없구요. 여기는 멀미약 안 먹어도 되었어요. 그런데 놀이기구 타는 것처럼 짜릿하고 재미있었어요. 풍경도 끝내줬어요. 환상의 길 그 자체였어요.

 

운탄고도1330 8길

 

높아요, 너무 높아요.

아름다움의 기준이 말도 안 되게 높아요!

 

이런 게 삼척에서는 이름 없는 풍경 1.

 

또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여기가 어디냐구요? 나도 정확한 지명은 몰라요. 그저 하고사리역에서 마차리역 가는 길에 있는 풍경이에요. 오십천이 콸콸 흐르고 뾰족한 산이 한 겹 두 겹 세 겹 네 겹 4겹산인 굉장한 풍경이지만 이름 같은 거 딱히 없어요. 그저 삼척에 있는 이름 없는 풍경 1이에요.

 

강원도 도보 여행

 

산이 앞산 어깨에 두 손을 얹고 나란히 줄 서 있었어요.

 

강원도 도보 여행

 

저 산들이 내게 오라고 하고 있소

저 산들이 나를 홀리고 있소

 

일렬로 줄 서 있는 산이 자기들과 언제 놀아줄 거냐고 앙탈을 부리고 있었어요. 어서 힘차게 앞으로 걸으며 자기들과 하나씩 악수해달라고 조르고 있었어요.

 

운탄고도 8길 풍경 사진

 

'어떻게 이런 비경이 안 알려져 있었지?'

 

걸음을 멈출 수 없었어요.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비경이 계속 쏟아져나왔어요. 아름다운 삼척의 풍경이 제게 어서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어요.

 

강원도 여행 사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계속 걸었어요. 쉬지 않고 끝없이 앞으로 나아갔어요. 쉬는 시간이라고는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 나타났을 때 잠깐 멈추어서서 사진을 찍는 순간 뿐이었어요. 앞으로 어떤 비경이 또 등장할지 너무 기대되어서 계속 걸었어요.

 

강원도 굴다리

 

굴다리가 나왔어요. 굴다리 위는 철도였어요.

 

"여기는 위험하다!"

 

매우 긴장해야 하는 구간이 등장했어요. 지금까지 걸어온 운탄고도1330 8길은 최소한 한쪽에는 길가로 걸을 만한 공간이 있었어요. 길가로 걸을 만한 공간이 최소한 한 쪽에는 있었기 때문에 길을 왔다갔다하며 보다 걷기 수월한 쪽으로 걸으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았어요. 정신만 바짝 차리고 한 쪽 귀로 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길이었어요.

 

눈 앞에 보이는 굴다리는 양쪽 다 걸어갈 공간이 마땅치 않았어요. 흰색 차선 바로 옆은 양쪽 다 흙이었어요. 비가 와서 흙바닥 상태가 매우 안 좋았어요. 여기에 하필 굴다리는 S자 커브였어요. 전방이 시원하게 주시되지 않았어요. 앞에 차가 오는지 보고 통과해야 하는데 S자 커브라서 멀리까지 보이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저 굴다리를 통과하지 않을 수도 없었어요. 우회할 만한 공간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어요. 무조건 정면돌파해야 했어요.

 

'나중에 여기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풀숲을 헤치고 윗쪽으로 가자니 윗쪽은 철도로 완전히 막혀 있었어요. 길 따라 굴다리를 관통해서 가자니 시야 확보가 잘 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 도로가 차가 별로 안 다니는 길도 아니었어요. 대형 덤프트럭과 버스가 계속 달리는 길이었어요. 이쪽은 민가도 거의 없어서 차들이 빠르게 질주하고 있는 길이었어요. 굴다리 폭도 좁았어요. 저 다리 아래에서 맞은편에서 차가 달려오면 피할 방법도 없었어요. 옆으로 비킬 공간이 하나도 없었어요.

 

강원도 삼척시 운탄고도1330 8길

 

일단 멈췄어요. 한쪽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도 빼었어요. 여기에서 믿을 거라고는 양쪽 귀 뿐이었어요. 귀를 곤두세웠어요. 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민가가 없고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차량이 매우 빠르게 달리는 길이었어요. 한편으로는 아무 것도 없는 길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멀리에서 달려오는 차량 소리가 잘 들렸어요. 길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기 때문에 차량이 달려오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어요.

 

'지금 빨리 지나가야 해!'

 

길이 고요했어요. 빠르게 성큼성큼 걸었어요. 차량 달려오는 소리가 조금이라도 들리기 전에 굴다리를 지나가야 했어요. 굴다리를 재빠르게 지나갔어요. 굴다리를 지나서 위험한 구간을 신경 바짝 곤두세우며 급히 통과했어요. 다행히 S자 구간이 끝날 때까지 제 앞으로 달려오는 차가 없었어요.

 

위험한 구간을 지나자 다시 걷기 좋은 길이 나왔어요.

 

"버스 온다!"

 

강원도 삼척시 시내버스

 

앞에서 버스가 달려왔어요. 버스 사진을 찍었어요.

 

이건 너무 의미있는 사진이야.

버스가 기차역을 죽였기 때문이야.

 

단순히 버스가 달려오고 있어서 찍은 사진이 아니었어요. 아침에 흥전항 가서 들은 이야기 때문이었어요. 과거에 이 도로가 없었던 시절에는 주민들이 외부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기차 밖에 없었기 때문에 모두가 기차를 타고 다녔다고 했어요. 그 당시에는 석탄산업도 호황이었기 때문에 이쪽에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했어요. 그러나 석탄산업이 몰락하고 이 도로가 뚫리며 버스가 다니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어요. 버스의 등장으로 수요가 급감한 이 지역 기차역들은 줄줄이 폐역이 되었어요.

 

만약 버스가 없었다면 운탄고도 8길에 있는 폐역인 고사리역, 하고사리역, 마차리역 중 하나 정도는 지금도 운영중이었을 거에요. 즉, 버스가 운탄고도 8길에 있는 기차역 세 곳을 날려버렸어요. 이러한 내막을 알게 되자 이 길을 걸으며 버스 사진도 한 장 찍고 싶었어요. 삼척시 시내버스 사진 한 장 찍고 싶어서가 아니라 도계역부터 신기역 사이에 있는 기차역을 모두 다 폐역시켜버린 장본인이 바로 버스였기 때문이었어요.

 

삼척여행

 

"여기는 정말 쉴 곳이 하나도 없네?"

 

발이 아팠어요. 다리도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이미 많이 걸었기 때문에 달리는 것은 무리였고 걷는 속도만 계속 유지하며 걸을 수 있었어요. 조금이라도 쉬고 싶었어요. 흰색 차선 옆 공간이 널찍했기 때문에 쭈그려앉아서 조금 쉬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럴 수 없었어요. 쭈그려 앉았다가 외투 자락이 바닥에 닿으면 바닥이 젖어 있었기 때문에 외투 끄트머리가 지저분해질 거였어요.

 

'이거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힘드네.'

 

발이 아프고 다리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아침에 흥전삭도마을과 흥전항을 다녀와서 많이 걸었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운탄고도1330 8길에서 쉴 만한 곳이 딱히 없었어요. 원래 많이 걸으려면 한 번에 쉬지 않고 걷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살짝 쉬어가면서 걸어야 해요. 운탄고도1330 8길은 쉴 만한 자리가 없었고, 그나마 쉴 만해 보이는 자리는 이날 비가 와서 다 젖어 있었어요. 쉴 만한 자리가 없어서 거의 쉬지 않고 계속 걸었어요. 쉰다고 해봐야 가만히 서서 사진 찍는 시간이 전부였어요. 그러니 고통이 누적되기만 하고 고통이 가라앉을 틈이 거의 없었어요.

 

강원도 자연 풍경 사진

 

"기차다!"

 

또 다시 철로 위에 기차가 등장했어요.

 

강원도 기차

 

강원도 시멘트 운송 화물 열차

 

이번에는 시멘트를 운송하는 화물 열차였어요. 한때 석회석 광산 지역이었다고 기차도 딱 맞춰서 시멘트 운송 열차가 등장했어요.

 

강원도 삼척시 농촌 풍경 사진

 

논에는 콤바인이 서 있었어요.

 

빨간 콤바인이 서 있는 강원도 농촌 풍경 사진

 

도로 위에서는 대형 덤프트럭이 계속 달리고 있었어요. 조용해졌다 싶으면 한 대가 앞에서든 뒤에서는 꼭 나타났어요.

 

강원도 운탄고도 여행

 

그만 와!

정신적으로 흥분 안 된단 말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형 덤프트럭이 달려오면 짜릿하고 재미있었어요. 덤프트럭이 지나가며 만든 물안개 뒤집어쓰며 더욱 신났고 더욱 흥분되었어요. 덤프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이 상황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더욱 흥분해서 힘이 더 솟구치고 고통도 안 느껴졌어요.

 

역시 이런 건 일시적인 효과였어요. 가끔씩 달려와야 효과가 있는데 이건 계속 달려오니 급격히 흥분 효과가 사그라들었어요. 흥분 효과가 사그라들 수록 발의 통증과 다리의 피로가 적나라하게 느껴졌어요. 그냥 아픈 게 아니라 흥분했을 때 더 열심히 힘차게 걸었기 때문에 흥분 효과가 사그라들 수록 몰려오는 고통과 피로가 평소 걸을 때보다 더욱 격하게 몰려왔어요.

 

너무 연이어 달려오는 덤프 트럭 때문에 흥분 효과는 사라졌고 슬슬 정신적으로 피곤해지기 시작했어요. 어쩌다 한두 대 달려와야 가끔 긴장하고 흥분이 되는데 이건 한 대 지나가고 조금 조용해진다 싶으면 또 달려오니 신경을 계속 예민하게 곤두세우고 있어야 했어요. 덤프트럭 달려오는 것을 단 한 순간도 신경 안 쓸 수 없다 보니 계속 긴장된 상태로 걸어야 했고, 정신적으로도 급격히 피로해져 갔어요.

 

치과에서 발치 후 마취가 풀려 고통이 엄습하는 것처럼 정신과 육체에 피로가 엄습해오고 있었어요. 조금이라도 앉아서 쉬면 피로가 많이 풀릴 거 같은데 땅바닥이 젖어 있고 부슬비가 계속 내려서 제대로 쉬지도 못 했어요. 지형만 놓고 보면 운탄고도1330 8길은 그리 어려운 길이 아니었어요. 지형적으로는 어려울 것이 없지만 대신에 쉴 곳이 없고 트럭이 씽씽 달리는 길이라 피로가 꽤 빠르게 쌓이는 길이었어요.

 

강원도 영동선 철도

 

영동선 철도가 다시 제 옆으로 다가왔어요.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마차리

 

'마차리'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이 나왔어요. 이제부터는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마차리 코스였어요.

 

 

운탄고도1330 8길 경로를 짜며 자료를 수집할 때였어요. 마차리역은 강원남부로에서 마차리역 역사로 진입하는 입구가 없는 기차역이었어요. 마차리역을 보려면 철길 횡단목에서 어떻게 들어가야할 것 같았지만, 이 길은 당연히 제대로 있을 것 같지 않았어요.

 

'멀찍이서 줌으로 사진이나 찍고 가야지.'

 

기차역 폐역 찾아다니는 목적으로 걷는 것도 아니었고, 여기까지 오자 발이 아프고 다리도 슬슬 아프기 시작했어요. 마차리역 입구 찾아서 마차리역 역사 코앞까지 가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철도 건널목 위로 올라갔어요.

 

마차리역 철도

 

철도 건널목을 건너갔어요.

 

마차리

 

마차리역 근처에는 딱히 볼 것이 없었어요.

 

다시 철도 건널목으로 와서 갤럭시노트10+ 줌을 최대한 사용해서 마차리역 방향 사진을 촬영했어요.

 

강원도 영동선 폐역 마차리역

 

줌을 사용하자 마차리역 역사가 살짝 보였어요.

 

강원도 삼척시 기차역 폐역 마차리역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마차길 3에 위치한 마차리역은 1940년 7월 31일에 배치간이역으로 영업을 개시했어요. 1967년에는 보통역으로 승격했어요.

 

그러나 1988년 1월 1일부로 소화물 취급이 중지되었고, 같은 해 12월 21일에는 화물 취급이 중지되었어요.

 

1995년 4월 20일에는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지정되었고, 1997년 6월 1일에는 신기역이 관리하는 배치간이역으로 격하되었어요. 2002년 9월 1일에는 신기역에서 고사리역으로 피제어관리역이 변경되었어요.

 

그런데 희안하게 2003년 8월 18일에는 마차리역 신역사가 신축 착공되었고, 2004년 3월 21일에는 마차리역 역사가 신축 준공되었어요.

 

2004년 3월 21일에 마차리역 신역사가 준공되었지만 불과 한 달 채 되지 않은 2004년 4월 1일에 마차리역 철도승차권 단말기가 철거되었어요. 2008년 1월 1일부로 여객 취급이 중지되었고, 2008년 12월 8일에는 무배치간이역으로 격하되었어요.

 

마차리역의 역사를 보면 2003년 8월 18일에 왜 신역사로 신축 착공했는지 의문이에요.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마차리 기차역 마차리역

 

마차리역 역명 유래는 이 지역 지명인 마차리에요. 마차리에 있는 기차역이라고 마차리역이에요.

 

마차리역은 한자로 馬次里驛이에요. 이 지역 이름이 마차리인 이유는 마차리역 주변 동네에 마차나무 - 마위목이 많이 있어서 이 동네를 과거에 마차평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마차평이었던 동네 이름이 마차리로 바뀌었고, 이 동네에 세워진 기차역 이름도 마차리역이 되었어요.

 

참고로 강원도에 마차리는 두 곳 있어요. 강원도 영월군 북면에 마차리가 있고,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에 마차리가 있어요. 강원도 영월군 북면 마차리는 한자로 磨磋里이고,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마차리는 한자로 馬次里에요.

 

강원도 영월군 북면 마차리는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형성된 탄광촌이에요. 강원도 영월군 북면 마차리는 1935년 영월탄광이 개광하면서 형성된 탄광촌으로, 현재 마차리 폐광촌이 조성되어 있어요.

 

반면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마차리는 탄광이 없었어요. 기차가 삼척탄전에서 생산된 석탄을 싣고 영동선을 타고 묵호항으로 석탄을 수송했으니 마차리가 석탄과 연관이 하나도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석탄 생산 지역은 아니에요.

 

강원도 장작

 

"여기는 지금도 장작 사용하나?"

 

나무를 가지치기하고 잘라낸 나뭇가지를 모아놓은 것 같은데 예쁘게 잘 잘라놨어요. 누가 장작으로 쓰려고 이렇게 잘라놓은 것 같았어요.

 

마차리역

 

마차리역 앞으로 갔어요.

 

강원도 삼척시 마차리역

 

영동선 무배치간이역 마차리역

 

마차리역은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굳이 인상적인 점 하나를 찾아보자면 마차리역 입구 진입로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한 정도였어요.

 

강원도 도보 여행 추천 코스 운탄고도1330 8길

 

마차리역 앞쪽은 차도와 인도가 제대로 잘 구분되어 있었어요.

 

운탄고도 여행

 

앞으로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봤어요.

 

강원도 기찻길 도보 여행

 

마침 또 기차 한 대가 지나가고 있었어요.

 

한국 추천 여행지 강원도 삼척시 운탄고도1330 8길

 

강원남부로에서 마차리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갈라지는 곳까지 왔어요.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마차리 마을 진입로

 

이건 의도한 것일까?

아니,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운탄고도1330 8길 지도를 보면 '마차리'라고 나와 있어요. 정확히 마차리 어디인지는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았어요. 운탄고도1330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운탄고도 8길 지도를 보면 단순히 '마차리'라고만 나와 있었기 때문에 이 마차리가 마차리역을 가리키는 것인지 마차리 마을회관을 가리키는 것인지 정확히 알 방법이 없었어요. 하여간 마차리만 지나가면 된다고 나와 있었어요.

 

하지만 대형 덤프트럭과 버스에 시달리며 길을 걷다 보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강원남부로를 피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피하는 길로 가고 싶어졌어요. 강원남부로를 피해갈 수 있는 구간이 바로 앞에 있었어요. 마차리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여기로 오면 쌩쌩 달리는 대형 차량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고 손짓하고 있었어요.

 

너무 긴장하며 걸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고 걷고 싶었어요. 설령 운탄고도1330 8길이 계속 강원남부로를 따라가는 게 맞는 길이라 해도 그 길로 걷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 만약에 운탄고도1330 8길이 진짜로 강원남부로 따라서 계속 걸어가는 길이 맞다고 한다면 차라리 잠시 샛길로 빠져서 틀린 길로 걷고 싶었어요. 잠시 강원남부로를 피해서 마차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걷는다 해도 결국 또 강원남부로와 만나서 강원남부로를 걸어야했어요. 이 지역 길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었어요.

 

'지도에서 마차리라고만 나와 있다면 마차리 마을회관이겠지.'

 

운탄고도1330 8길 지도에는 '마차리'라고만 나와 있었지만 이런 도보 여행 코스에서 지명만 나오면 그 동네 마을회관을 지칭하는 것일 확률이 꽤 있었어요. 안 그러면 어디가 어디인줄 알고 사람들이 길을 찾아가요.

 

이 추측이 틀려도 좋았어요. 뭐가 어쨌든 중요한 것은 당장 대형 차량이 많이 달리고 있는 강원남부로를 잠시나마 피할 길이 있었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