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 불장이네?"
요즘 한국 증시가 매우 뜨거워요. 2023년 1월 2일 한국 증시가 개장했을 때 코스피는 2250 포인트였어요. 1월 3일에 순간적으로 2180.67 포인트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무섭게 반등하기 시작해서 2023년 2월 7일 코스피 종가는 2,451.71포인트로 마감했어요. 종합주가지수인 코스피가 연초 대비 10% 상승했어요. 코스피가 10% 상승했다는 말은 코스피 구성종목 전체 평균이 10% 상승했다는 말이에요.
2023년 1월 한국 증시는 2022년 한국 증시와 달리 돈만 넣으면 돈이 자기들끼리 교배해서 새끼 낳고 돈이 복사되는 장세였어요. 정말 모처럼 찾아온 대호황장이었어요.
그러나 나는 못 먹었다.
하지만 정말 열받는 것은 모두가 돈이 자기들끼리 부비부비하고 새끼 낳고 돈이 복사된다고 신났을 때 저는 정작 소외되어 있었어요. 왜냐하면 2022년 12월에 개잡주 단타치다가 물려 있는 것을 놔두고 있었어요. 워낙 저평가 주식이라 손절치면 호구될 거 같아서 손절은 못 치겠고, 가만히 놔두고 있으니 하필 그 종목 빼고 그 전에 제가 보고 있던 모든 종목이 다 폭등해서 제대로 머리 뜨거워지는 달이었어요. 더 머리 뜨거워지는 것은 간신히 탈출하고 나니까 그때부터 위로 마구 쏘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돈을 잃지 않고 소액이라도 벌었다는 데에 만족하기로 했어요. 한 달간 아둥바둥하면서 간신히 손해는 안 보고 은행 예적금보다는 수익을 더 내었으면 되었어요. 돈 안 잃은 게 어디에요. 아무리 대세상승장이라 해도 잃을 사람은 잃고 처박을 주식은 처박아요.
'주식 그만해야지.'
주식 단타는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요. 아침부터 오후까지 계속 들여다보고 있어야 해요. 신경도 엄청 써야 해요. 다음날 경주마도 찾아야 해요. 시장 분위기도 읽어야하구요. 그래서 주식 단타 치는 날에는 그 이외의 일을 제대로 못 해요. 신경을 하도 많이 써서 장 종료되면 머리 쓰는 것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한 달 넘게 주식 단타를 했더니 머리에 신호가 왔어요. 실수가 잦아지고 판단 미스로 먹은 것 토해내는 일이 잦아졌어요. 이럴 때 계속하면 결국 크게 잃어요. 푼돈이라도 벌었을 때 매매를 접는 게 답이었어요. 그간 경험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이었어요.
만약 실수가 잦아지거나 승률이 낮아지고 있다면 당장 매매를 한동안 그만두고 쉬는 게 좋아요. 왜냐하면 의학적으로 봤을 때 전두엽에 상당한 무리가 와서 판단 능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는 증거거든요. 경험적이 아니라 실제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어요.
주식을 한동안 쉬려고 단타 자금으로 모두 만기가 얼마 안 남은 채권을 매수해버렸어요. 이러면 정말로 단타치고 싶어도 돈 없어서 단타 못 쳐요. 목숨 걸고 치는 주식 단타가 아니라 돈 빌려서 주식할 일도 없고, 신용과 미수도 안 써요. 딱 잃어도 무리없는 돈만 가지고 하는데 이걸 다 채권에 박아버렸으니 한동안 강제 휴식이었어요. 만기가 얼마 안 남은 채권은 투자 목적도 있지만 이렇게 주식 매매하다가 머리에 너무 무리가 와서 실수가 잦아져 매매를 쉬어야 할 때 돈을 묶어놓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어요.
인터넷을 하며 놀던 중이었어요.
"뭐야? 키움증권 공짜주식?"
키움증권에서 주식 매매 대회인 영웅전을 오픈해서 참여만 해도 주식을 준다는 이벤트가 보였어요. 이 이벤트를 알고는 있었어요. 그러나 키움증권 계좌는 단타 매매로 활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시하고 있었어요.
"공짜 주식이나 긁어봐?"
갑자기 저의 운이 궁금해졌어요. 매매 한 건도 안 하고 참여만 해도 1주 준다는데 까짓거 참여나 하기로 했어요. 이런 거 줄 때는 받아놓는 게 무조건 이득이에요. 이상한 곳에서 하는 이벤트도 아니고 국내 대형 증권사이자 개인투자자들이 제일 많이 사용하는 키움증권에서 하는 이벤트였어요.
키움증권 영웅전 오픈 기념 국내주식 1주, 해외주식 소수점 지급 이벤트는 2023년 1월 13일부터 2월 10일까지였어요. 며칠 안 남아 있었어요.
영웅전 참가시 100% 당첨 응모권 지급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이벤트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점은 주식 지급일이에요.
국내주식 당첨 종목은 이벤트 종료 후 한달 이내에 국내 영웅전 참가한 계좌로 입고될 예정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해외소수점주식 당첨 종목은 이벤트 종료 후 14일 이내에 이벤트 신청 계좌로 해외주식 위험고지등록 및 해외주식 소수점 신청을 완료해야 하며, 이벤트 종료일로부터 한달 내로 해당 계좌로 입고될 예정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그리고 2023년 2월 17일 이내에 키움 영웅전 참가 취소를 한 경우에는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해도 주식이 지급되지 않아요.
먼저 국내주식 영웅전을 신청하고 어떤 주식이 당첨되었는지 확인했어요.
코스닥 276730 제주맥주 주식이 당첨되었어요.
"이거 주가 완전 박살난 종목 아닌가?"
코스닥 276730 제주맥주 주식은 작년에 상장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어요. 주가가 완전히 작살난 종목일 거였어요. 차트를 확인해봤어요.
"맞네."
코스닥 276730 제주맥주 주식은 2021년 5월 26일에 상장되었어요. 당시 공모가는 3200원이었어요. 상장 당일에 한때 시초가보다 26.36%인 1260원 오른 6040원까지 치솟았지만 그 이후 주가가 떡락에 폭락을 거듭하며 1500원대까지 내려왔어요. 만약 상장 당일 고점을 회복한다면 3배 먹어요.
"제주맥주니까 가지고 가본다."
제주은행, 제주항공, 제주반도체에 이은 제주도 관련 주식 제주맥주. 내 고향 한 번 믿어보기로 했어요.
해외소수점주식은 아마존 0.01주가 나왔어요. 이런 무료 주식 이벤트에서 애플, 테슬라는 곧잘 나왔는데 아마존 나온 건 처음이었어요.
공짜 주식은 다 챙겼어요. 이대로 끝내려고 할 때였어요.
'잠깐, 단타 한 번 쳐봐?'
그래도 대회 참가 신청했는데 아무 것도 안 하면 그렇잖아요. 게다가 저는 키움증권 계좌에 돈이 별로 없어요. 키움증권은 채권과 미국주식 투자용으로 쓰고 있어요. 미국주식은 단타를 치는 게 아니라 진짜 장기투자 목적으로 투자하고 있어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다우존스, S&P500, 나스닥 ETF 투자용이에요. 여기에 장외채권은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좋은 단기채가 잘 나와요. 그래서 키움증권에 들어 있는 채권도 있어요.
그러나 현금은 거의 없어요. 애초에 단타 목적으로 굴리는 계좌도 아닐 뿐더러 당연히 다 채권, 미국주식으로 들고 있었어요. 키움증권에 있는 현금이라고는 원화가 2만원도 안 되었고, 달러도 50달러가 채 안 되었어요. 원화는 채권 투자하고 남은 원화와 채권 이자 합친 짜투리였고, 달러는 SPLG 1주 가격까지 달러가 모일 때까지 배당금 받은 것을 그대로 쌓아두고 있어서 저렇게 된 거였어요.
한국 주식 단타를 2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치는 건 무리였어요. 요즘 잘 나가고 힘 좋은 놈으로 골라서 쳐야 하는데 그러려면 신규상장주 테마였어요. 이쪽은 2만원 미만 찾기가 어려웠어요. 기껏해야 한주라이트메탈 정도였어요.
"TQQQ나 샀다가 팔아야겠다."
미국 주식은 그래도 40달러 있으니 단타칠 수 있었어요. TQQQ가 2022년에 주가가 크게 떨어져서 이제 25달러선이었어요. 이거도 2023년에 엄청 올라와서 25달러선이었어요.
2023년 2월 7일 새벽 1시 34분, TQQQ 1주를 25.30달러에 매수했어요. 크게 대박을 노리는 게 아니라 1센트나 먹고 나오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25.35달러에 매도 주문을 넣었어요. 그러나 바로 떨어져서 물렸어요.
25달러면 나도 브레이브 하트다.
25달러에서 제까짓게 가봐야 어디까지 가고 손실나봐야 얼마나 나겠어요. 이거 반토막 나야 13달러 채 손실 안 날 거였어요. 애초에 적은 돈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손실이 나도 미미한 손실이었어요. 손절이고 뭐고 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냥 놔두고 오르면 팔기로 했어요.
하루 종일 TQQQ 1주 매수해놓은 것을 잊고 있었어요. 그거 신경쓸 필요도 없었어요.
2023년 2월 8일 자정 조금 넘어서였어요. 전날 매수한 TQQQ가 떠올랐어요. 25.40달러에 매도 주문을 걸어놨어요. 체결되면 좋고 안 되면 마는 거였어요. 무슨 고래를 잡고 상어를 잡는 게 아니라 피래미 하나 잡히면 좋고 안 잡히면 마는 거였어요.
새벽 2시 42분, 키움증권에서 카카오톡 메세지가 날아왔어요. 체결되었다는 메세지였어요.
"얼마 먹었지?"
TQQQ로 얼마 먹었는지 확인해봤어요.
무려 7센트나 먹었어요. 개꿀이었어요.
현재 미국 증시에 대해 그렇게 크게 할 말은 없어요.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누구를 위해 금리를 올리나'에요. 2020년 역병 사태를 겪으며 전세계가 일자리도 자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전까지는 기업이 그저 저렴한 임금만 쫓아다녔고, 정부는 기업이 돈만 잘 벌면 그만이라는 식이었어요. 그렇지만 2020년 역병 사태 이후 일자리도 매우 중요한 자원이라는 사실을 크게 절감했어요. 중국 리스크와 더불어 일자리도 자원이자 안보와 관련된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리쇼어링 열풍이 불고 있어요.
인플레이션 이슈도 있기 때문에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고 있어요.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하게 봐야하는 점이 있어요. 대체 누구를 위해 금리를 올리냐는 거에요. 지금까지야 진작에 망하고 청산되었어야 할 좀비 가계, 좀비 기업을 청산시키는 수준이에요. 그렇지만 여기에서 더 크게 금리를 인상한다면 그때는 멀쩡한 기업들도 휘청거려요. 달러가 더욱 가치가 높아지고 미국 금리가 치솟으면 미국 기업들은 반대로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인 중국으로 기업들이 일자리를 들고 도망갈 수 밖에 없어요. 이러면 미국은 달러를 황금으로 만들어 중국에 갖다바치는 꼴 밖에 안 되요.
지금 미국 증시 관련 뉴스를 보면 오르는 데에도 이유가 없고 내리는 데에도 이유가 없는 꼴이에요. 올리고 싶으니까 악재도 호재라고 해석하고, 내리고 싶으니까 호재도 악재라고 해석하는 꼴이에요. 이럴 때 뉴스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왔다갔다하다가는 순식간에 다 털려요. 상방으로 처맞고 하방으로 처맞으며 주름 펴서 얻어맞는 꼴이 나요. 이럴 때는 핵심이 되는 기준을 찾아서 그 기준 하나만 보고 가는 게 좋아요.
또한 지금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과연 좋은지에 대해 저는 많이 애매하다고 보고 있어요. 언젠가부터 이상하게 적립식 투자니 뭐니 하는 소리가 나돌고 있고 이게 진리처럼 여겨지고 있어요. 그러나 환율까지 포함해서 단타칠 거라면 모르겠지만 지속적으로 투자할 거라면 지금은 애매해요. 과거에는 미국 주식 투자 방법이 미국 달러 환율이 낮을 때 한 번에 목돈으로 집어넣고 놔두는 거였어요. 환차익 쿠션이라는 안전장치를 달고 투자하는 방식이었어요. 실제로 2021년 겨울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미국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작년 하락장이 무시하고 지나가도 되는 수준이었어요. 왜냐하면 환차익 쿠션이 하도 커서 2022년 여름에는 원화로 환산해서 보면 미국 주가지수 ETF 주가가 오히려 전고점 탈환하는 상황이 발생했거든요.
이미 미국 주식에 투자해서 받고 있는 배당금이 있다면 환차손 방어를 위해 배당금으로 미국 주식에 다시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하지만 신규 진입은 아직 애매하다고 보는 편이에요.
환차손 리스크를 극복하려면 결국 레버리지 ETF에 손대야 하는데 레버리지 ETF는 잘못 들어가면 답도 없이 깨져요. 당장 무한매수법이니 뭐니 하면서 2021년말~2022년에 TQQQ 투자한 사람들이 그 증거에요.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별 변동률을 추적하기 때문에 변동성 끌림 현상이 있어요. 볼 드래그 현상 Vol Drag - 변동성 끌림 현상은 평소에는 무시해도 되요. 그렇게 중요한 거 아니에요. 레버리지 ETF의 진짜 위험성은 강한 추세가 나왔을 때 역방향 ETF 타고 있으면 완전히 작살나고, 바로 이때 변동성 끌림 현상까지 더해져서 파멸적 타격을 입게 되요. 자기가 선택한 레버리지 ETF와 반대 방향 원웨이 추세 뜨는 바람에 입는 피해가 막심한데 여기에 부가적으로 변동성 끌림 현상까지 얻어터진다고 보면 되요.
키움증권 영웅전 오픈 기념 1+1 이벤트로 제주맥주 주주가 될 예정이에요. 그리고 덕분에 TQQQ 단타 쳐서 7센트 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