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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신포국제시장 동인천역 레트로 감성 카페 싸리재

좀좀이 2023. 1. 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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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천 차이나타운 구경가야겠다."

 

예전에는 인천 차이나타운 구경을 간간이 가곤 했어요. 하지만 근래 몇 년 동안 인천 차이나타운을 안 가봤어요. 인천 차이나타운은 의정부에서 가려면 매우 멀어요. 그래서 혼자서는 잘 안 가는 편이에요. 혼자 인천 차이나타운 가면 별로 재미 없어요.

 

게다가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돌아다니며 노는 것만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의정부에서 인천까지 지하철 타고 가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지루해요. 의정부에서 지하철 타고 인천 차이나타운까지 가는 과정도 매우 지루할 뿐더러 돌아올 때도 전철을 타고 한참 와야 해서 인천 차이나타운은 혼자서 거의 안 가는 곳이었어요. 그렇게 인천 차이나타운을 안 가다 보니 안 간 지 꽤 되었어요.

 

모처럼 인천 차이나타운을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예전에 갔을 때와 얼마나 크게 변했는지 궁금했어요. 지하철을 타고 인천으로 갔어요. 역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의정부에서 인천역까지 가는 길은 상당히 지루한 길이었어요. 의정부에서 구로역까지 가는 것도 상당히 지루하고 길어요. 시청역, 종각역 정도까지는 평소에도 자주 가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는 무난히 잘 다니고 있어요. 그러나 서울역을 지나 지상 구간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지루해져요. 구로역을 넘어가면 인내심의 한계가 시작되요.

 

'예전에 대체 전철 타고 어떻게 평택, 천안 같은 곳을 갔지?'

 

예전에 전철 타고 평택, 천안 같은 곳을 아무렇지 않게 다니던 제 자신이 신기해졌어요. 한동안 전철 타고 평택, 천안, 인천같은 의정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을 안 갔어요. 구로역을 넘어가자 이제 다 와 간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 또 한참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까마득히 더 많이 가야 했어요.

 

인천은 그래도 의정부에서 지하철로 환승 없이 한 번에 가니까 나아요. 수원, 평택, 천안을 지하철로 가려면 청량리역에서 환승해야 해요. 환승하느라 기다리다가 또 한참 지하철 타고 가야 해요. 제가 생각해도 예전에 저런 곳을 어떻게 지하철로 아무렇지 않게 간간이 갔었는지 저 스스로가 신기했어요. 물론 그 당시 갈 때도 수원, 평택, 천안 같은 곳은 정말 날 잡고 가야하는 곳이기는 했지만요.

 

인천역에 도착했어요. 인천역에서 내려서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갔어요. 인천 차이나타운은 예전에 마지막으로 왔을 때와 별로 변한 것이 없었어요.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그 당시보다 적었다는 것 정도가 차이였어요. 그 외에는 딱히 달라진 거나 흥미로운 것이 없었어요.

 

'그러고 보면 많이 글로벌화되었어.'

 

예전에 인천 차이나타운 찾아갈 때만 해도 외국 음식 파는 식당, 외국 먹거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서울에서조차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서울에 양꼬치집이 몇 곳 없었어요. 그 이전으로 가면 동대문에 가서 동북화과왕에서 중국식 양꼬치를 먹거나 사마르칸트 가서 우즈베키스탄식 양꼬치를 먹는 게 전부였어요. 외국 과자 전문점은 2010년대 초반에 생기기 시작했을 거에요. 그 이전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사는 지역과 서울 이태원에서 외국인 식품점 가야 몇 개 있는 정도였구요.

 

이제는 외국 음식 파는 식당, 외국 먹거리가 신기할 것이 없어요. 도처에 진짜 베트남인들이 만드는 베트남 쌀국수를 판매하는 식당이 널려 있고, 태국 음식점도 그렇게 진귀한 식당이 아니에요. 인도 카레 전문점도 마찬가지구요. 양꼬치는 귀한 게 아니라 아주 넘쳐나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양고기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호불호 갈리고 누린내와 특유의 양고기 냄새 난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던 거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에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정말로 엄청나게 크게 변했어요.

 

인천 차이나타운을 다 돌아봤어요. 예전에는 매우 신기한 곳이었지만 더 이상 딱히 신기한 곳이 아니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인천 차이나타운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서울 대림동, 가리봉동 돌아다니는 것이 더 신기하고 더 재미있었어요. 야생 사파리 투어와 동물원 구경 정도의 차이가 있었어요. 깊게 들어가면 한중수교 이전부터 화교들이 몰려 살던 곳과 한중수교 이후 중국인 노동자들이 몰려 사는 지역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가 썩 잘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만큼 특색이 없어졌어요.

 

'조금 더 돌아다니다 의정부 돌아갈까?'

 

힘들게 인천까지 지하철 타고 왔는데 인천 차이나타운과 신포시장만 보고 돌아가자니 아쉬웠어요. 그래서 조금 더 돌아다니다가 의정부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지하철 1호선을 따라 걷다가 동인천역 근처에서 카페 들려서 시간 보내다가 의정부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동인천역까지 걸어갔어요. 동인천역에서 괜찮은 카페를 찾아봤어요. '싸리재'라는 카페가 있었어요. 내부 인테리어 사진을 보니 레트로 감성 카페였어요.

 

"여기 가야겠다."

 

싸리재 카페로 갔어요.

 

 

 

 

 

 

싸리재 카페 안에는 책과 LP가 매우 많았어요.

 

'커피 뭐 주문하지?'

 

깊이 고민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런 카페 왔을 때는 카페 사장님 및 직원이 추천하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제일 좋아요. 카운터에는 사장님이 계셨어요.

 

"여기 추천 커피는 어떤 거에요?"

"카페 봉봉이 시그니처 메뉴에요."

"싸리재 커피는요?"

"싸리재 커피는 카페 봉봉이 너무 진하고 양이 적다고 하시는 분들 계셔서 약간 연하게 만들고 양을 늘린 거에요."

 

사장님께서는 카페 봉봉을 추천하셨어요. 원래는 카페 봉봉이 대표 메뉴인데 카페 봉봉이 에스프레소라서 맛이 너무 독하고 양이 적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맛을 더 부드럽게 만들고 양을 늘린 커피가 싸리재 커피라고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카페 봉봉을 주문했어요.

 

 

1층 안쪽 화장실 쪽으로 가봤어요.

 

 

 

 

사장님께서 커피가 완성되면 자리로 가져다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2층으로 올라갔어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오래된 책이 매우 많이 꽂혀 있었어요.

 

계단을 올라갔어요. 2층으로 갔어요.

 

 

 

 

 

 

"여기 매우 독특한데?"

 

2층에는 오래된 전축이 있었어요. 인테리어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건물 자체가 매우 오래된 건물이었어요. '레트로'로 꾸며놓은 카페가 아니라 건물부터 상당히 오래된 건물인 진짜 오래된 느낌의 카페였어요.

 

사장님께서 제가 주문한 카페 봉봉을 가지고 2층으로 올라오셨어요.

 

 

사장님께서는 카페 봉봉을 맛있게 마시는 법에 대해 설명해주셨어요. 먼저 젓지 말고 커피만 마셔보며 커피맛을 음미한 후, 스푼으로 서너번 저어서 연유를 가볍게 섞어서 마셔보고, 그 다음에 아래 깔려 있는 연유까지 잘 저어서 달콤한 맛이 더해진 맛을 마셔보라고 하셨어요.

 

사장님께서 커피를 직접 가져다주시고 마시는 법까지 상세히 설명해주시는 데에 매우 놀랐어요. 커피에 진심인 분이셨어요.

 

사장님께서는 오래된 전축으로 음악을 틀어주셨어요. 매우 오랜만에 듣는 LP 음악이었어요.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어요.

 

"커피 진짜 잘 만드셨다!"

 

엄청나게 놀라운 맛이었어요. 이런 맛을 어떻게 만들어내셨는지 신기했어요. 굉장한 맛이었어요. 단지 맛있다는 의미가 아니었어요. 카페 인테리어, 분위기와 완벽히 일치하고 조화를 이루며 한 편의 영상을 눈 앞에 띄워주는 맛을 만들어내셨어요. 아메리카노도 있고 카페라떼도 있고 여러 메뉴가 있는데 왜 여기 와서 반드시 카페 봉봉을 마셔야하는지 확실히 알려주는 맛이었어요.

 

에스프레소의 찌릿한 쓴맛은 지직지직 잡음과 같은 느낌이었어요. 아주 오래전 추억이 떠올랐어요. 라디오로 방송을 청취할 때는 지직지직 잡음이 섞여 있어요. 아무리 미세하게 주파수를 잘 맞춰도 잡음이 섞여 있고 고막을 콕콕 찔렀어요. 레코드판으로 듣는 음악도 레코드 판과 전축 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이런 지직지직거리는 잡음이 미세하게 섞여 있어요. 요즘은 듣기 어려운 소리에요.

 

에스프레소의 진하고 고소한 맛이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섞이며 아주 옛날 분위기를 만들어내었어요. 누렇게 바랜 오래된 책장을 넘기는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었어요.

 

풍부한 울림을 가진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처럼 연유가 섞이자 달콤했던 어렸을 적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그리고 오래된 책, 오래된 장난감 같은 것을 정리할 때 정말 얼마만에 다시 들춰보고 만지는지도 모르는 그것들을 만지고 넘겨보며 어렸을 적 추억에 잠시 빠져드는 기분도 들었어요.

 

'사장님 커피에 정말 진심이시구나.'

 

사장님께서 커피에 얼마나 진심인지 확 와닿는 맛이었어요. 카페의 분위기와 정확히 딱 맞아떨어지고 사장님께서 추구하는 카페 이미지를 손님이 마시며 공감할 수 있는 맛이었어요. 오래된 카페, 오래된 서점, 오래된 LP 가게 같은 곳에 어울리는 맛을 제대로 만드셨어요. 마시는 순간 분위기에 동화되어버리는 맛이었어요. 이렇게 카페 안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는 맛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매우 어려워요. 카페 봉봉 맛까지 합쳐서 이 공간이 완성되었어요.

 

 

인천 중구 동인천역 싸리재 카페는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카페의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었고, 카페 봉봉의 맛이 만드는 시공간을 열고 잠시나마 먼 과거의 세계로 떠나게 만드는 마법을 즐기는 곳이었어요.

 

인천 차이나타운 여행 가거나 신포국제시장, 동인천역에서 카페를 찾는다면 싸리재 카페를 추천해요. 인천 차이나타운에서는 걸어서 1.8km 정도라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어요. 보통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놀러가면 신포국제시장까지 같이 다녀오기 마련이에요. 인천 차이나타운 간 김에 가고 싶다면 코스 짤 때 인천역에서 시작해서 인천 차이나타운 구경하고 신포국제시장을 들려서 가면 되요.

 

특히 싸리재 카페에서 카페 봉봉을 음미하는 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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