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석탄의 길 1부 14 - 강원도 태백시 천연기념물 417호 구문소 오르도비스기 지층과 제4기 하식지형

좀좀이 2023. 1. 2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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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진짜 날이 아닌가?"

 

구문소에 와서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어요. 아까 구문소에 처음 도착했을 때도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다시 돌아왔을 때도 사람이 없었어요. 태백시 와서 사람 많은 풍경을 한 번도 못 봤어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이라고는 철암동 가는 버스 안에서 본 부부가 전부였어요. 아무래도 날씨가 매우 안 좋아서 관광객이 하나도 안 온 모양이었어요. 통리에 장이 열려서 거기 간 사람들도 있을 거구요.

 

'구문소 완전 나 혼자 전세내서 놀겠네.'

 

사람이 하나도 없는 구문소였어요. 오직 저만 있었어요. 구문소 앞에는 가게들이 있었어요. 가게들도 모두 문을 닫았어요. 구문소는 그래도 유명한 관광지라서 사람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없어서 신기했어요. 교통이 불편해서 힘들게 와야 하는 곳도 아니었어요. 생각해보니 이렇게 날씨 안 좋은데 여기에 여행 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였어요. 저도 통리장 아니었으면 당연히 이날 태백 여행 안 왔어요.

 

"화장실 좀 갔다가 돌아다녀야겠다."

 

구문소 정류장 근처에는 공중화장실이 있었어요. 화장실을 들린 후에 구문소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기로 했어요. 구문소 다음에 갈 곳은 상장동 벽화마을이었어요. 상장동 벽화마을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어요. 상장동 벽화마을까지 돌아보면 이날 일정이 모두 끝나고 황지동으로 돌아가서 저녁 먹고 찜질방 가서 사우나 즐기고 한숨 푹 잘 거였어요. 여행 다닐 때 화장실은 이용할 수 있을 때 이용하는 것이 좋아요. 게다가 날이 슬슬 쌀쌀해지고 있었고, 식혜 2통을 다 마셨기 때문에 화장실 잠깐 들리고 싶었어요.

 

구문소 화장실은 불이 꺼져 있었어요. 문은 열려 있었어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불이 켜졌어요. 전기 절약을 위해 센서등을 달아놨어요. 이거야 신기할 것 하나도 없었어요. 센서등 달려 있는 공중화장실이야 흔하니까요.

 

소변기 앞으로 갔어요. 바지 지퍼를 내리는 순간이었어요.

 

"아, 깜짝이야!"

 

갑자기 클래식 음악이 크게 울려퍼지기 시작했어요.

 

"사람 들어왔을 때 울리든가!"

 

화장실 들어오자마자 소변기로 달려가서 급히 바지 지퍼를 내리려고 한 것도 아니고 아주 정상적으로 소변기로 걸어가서 느긋하게 지퍼를 내리는데 그제서야 클래식 음악이 아주 우렁차게 나오기 시작했어요. 아무도 없고 아주 고요한 구문소에 화장실에서 클래식 음악이 힘차게 울려퍼지자 매우 민망했어요. 그래도 클래식 음악이 울리든 말든 구문소에 저 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어요.

 

 

볼 일 보고 나와서 구문소 화장실 사진을 찍었어요. 이게 바로 구문소 화장실이에요. 너무 웃겨서 사진을 찍었어요.

 

"자개루? 한 번 가볼까?"

 

자개루 가는 길이 있었어요. 구문소는 들어봤지만 자개루는 못 들어봤어요. 자개루 가는 길은 100m에 5분 소요라고 나와 있었어요.

 

 

어차피 상장동 벽화마을은 깜깜할 때 돌아다녀야하니 자개루를 가보기로 했어요.

 

 

"이거 등산이잖아!"

 

다음날 일정을 생각해서 최대한 안 걸으려고 했어요. 자개루 가는 길은 산행길이었어요. 다시 되돌아내려갈지 잠시 고민했어요. 그러나 고작 100m라고 해서 끝까지 가보기로 했어요.

 

 

"이거 새로 지은 정자 아냐?"

 

자개루 정자가 나왔어요. 자개루는 오래된 유적 같아보이지 않았어요.

 

 

"전망 하나도 안 좋네."

 

자개루에서 내려다본 구문소 풍경은 위 사진과 같았어요. 소나무가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어요.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니고 정자가 크게 의미있는 정자도 아니었어요. 괜히 산길로 기어올라왔어요.

 

자개루에서 내려가는 길도 있었어요. 내려가는 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데크로 잘 조성된 길을 따라 내려가자 구문소 풍경이 나왔어요.

 

 

"여기 경치 굉장한데?"

 

강원도 태백시 천연기념물 417호 구문소 오르도비스기 지층과 제4기 하식지형은 상당히 멋있었어요. 일반적인 계곡과 달리 돌이 소실점을 향해 쏠리며 각지게 깎인 모습이었어요.

 

 

강원도 태백시 구문소는 황지천 하구 물길 가운데에 있어요. '구문'은 한자로 求門이에요. 구문은 구멍, 굴의 옛말로, 굴이 있는 늪이라는 의미에요. 현재 황지천은 하식동굴과 구문소를 지나 흐르면서 철암천과 합류해 낙동강으로 이어져요. 그렇지만 하식동굴이 뚫리기 이전에 황지천은 동굴 남서부를 크게 휘돌아 곡류했다고 해요. 여기에서 '하식동굴'은 하천의 침식작용으로 생성된 동굴이라는 의미에요.

 

즉, 구문소에서 하천이 지나가는 동굴은 누군가 인위적으로 뚫은 동굴이 아니라 황지천이 억겁의 시간 동안 계속 바위을 때려대며 생긴 동굴이에요. 버스가 지나가는 동굴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도로를 건설하면서 뚫은 인공 동굴이라고 해요.

 

강원도 태백시 구문소 오르도비스기 지층과 제4기 하식지형은 2000년 4월 28일에 천연기념물 417호로 지정되었어요.

 

 

구문소를 계속 구경했어요.

 

 

구문소에 경고문이 있었어요. 경고문 내용은 다음과 같았어요.

 

이 지역 고생대 지층내의 삼엽충, 완족류, 두족류 등의 화석은 국가 매장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허가없이 훼손, 발굴, 채집하는 사람은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5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처벌받게 됩니다.

태백시장

태백경찰서장

 

구문소에는 화석이 지금도 많이 있다고 해요. 구문소에 있는 화석을 함부로 발굴, 채집하고 훼손할 경우 큰 처벌을 받는다는 경고문이었어요.

 

 

구문소 탐방지도에는 구문소 지질, 지형, 매장된 화석 종류가 나와 있었어요.

 

 

구문소 소공원에서 다리를 건너서 반대쪽으로 갔어요.

 

 

'여기 내려가는 길도 있는 거 같던데?'

 

강원도 태백시 여행 오기 전에 구문소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여기에서 진행자가 안내원과 함께 구문소 계곡에 직접 내려가서 돌아다니는 장면이 있었어요. 구문소 후기를 보면 내려가서 돌아다녔다는 후기도 있었어요. 내려가는 길이 있기는 했지만 입구가 잠겨 있었어요. 구문소 계곡에 내려가서 탐방하는 것은 인근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서 탐방 신청을 해야 하는 것 같았어요. 이것은 저도 정확히 모르겠어요. 구문소는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곳으로 계획하고 왔거든요. 동점역 다녀온 후 구문소를 둘러볼 상황이 되어서 둘러보고 있었어요.

 

 

"오늘 운이 따라주나?"

 

구문소는 원래 대충 보고 지나칠 예정이었던 곳이었어요. 동점역 가기 위해 내려야 하는 버스 정류장이 구문소 정류장이라 온 거 뿐이었어요. 동점역 갔다가 돌아왔는데 아직 햇볕 남아 있어서 구경할 만 해서 구경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제대로 안 돌아다녔으면 후회할 뻔 했어요. 정말 멋진 곳이었어요. 여기는 태백 오면 한 번 구경할 가치가 충분했어요.

 

 

이곳이 구문소 사진 촬영 포인트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었어요.

 

 

"진짜 멋있다!"

 

감탄했어요. 상당한 절경이었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태백시내에서 매우 오기 편하고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도 매우 편한 곳이었어요. 태백시에서 1번 버스 타고 구문소에서 내려서 슬슬 걸으며 구경하면 되는 곳이었어요. 구문소 바로 앞에서 버스가 정차했어요. 구문소 구경은 입장료도 없었어요. 이렇게 가기 편한 곳에 이렇게 멋진 비경이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강원도 남부 여행은 무조건 자동차 끌고 가야 한다?

아닌데?

 

강원도 남부 여행갈 때는 교통이 불편하니 무조건 자동차 끌고 가야 한다는 선입견이 꽤 있어요. 그러나 절대 아니었어요. 태백시 여행은 외곽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면 1번 버스나 4번 버스 타고 한 바퀴 돌아도 되었어요. 여행 일정을 매우 길게 잡고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하루 정도 태백시 구경할 예정이거나 동해시와 묶어서 산도 즐기고 바다도 즐기고 아주 뽕을 뽑을 계획으로 갈 거라면 굳이 차를 빌리거나 자기 자동차 몰고 와야 할 필요가 없었어요.

 

 

구문소 전설은 세 가지 있어요.

 

첫 번째 전설은 홍수에 떠내려온 싸리나무 전설이에요.

 

옛날 옛적에 구문소로 흐르던 강물은 사군드리 쪽으로 돌아서 마리거랑으로 흘렀어요. 어느 날 큰 홍수가 나서 구문소로 흐르는 강물이 크게 불어났어요. 이때 화전동의 싸리밭골에서 엄청나게 큰 싸리나무가 떠내려 오다가 이곳 구문소의 석벽 부근에서 사군드리 쪽으로 급히 방향을 틀지 못하고 그대로 구문소의 석벽을 강타하여 우뢰와 같은 소리를 내며 큰 구멍이 뚫리게 되었어요. 그래서 사군드리 쪽으로 돌아 말거랑(마리거랑)으로 흐르던 강물이 이 구멍으로 곧 바로 흐르게 되었다고 해요.

 

두 번째 전설은 단군과 하우씨 전설이에요.

 

옛날 온 세상이 물바다로 되었을 때 태백산 아래의 황지, 장성 일대도 물에 잠기어 있었어요. 그때 중국삼성오제의 한 사람이자 단군께 치산치수의 법을 배운 하우씨가 나타나 이곳 구문소의 산을 칼로 찔러 뚫어 물이 빠지게 했다고 해요.

 

세 번째 전설은 청룡 백룡 이야기에요.

 

옛날 구문소에 구멍이 뚫리기 전에는 석벽을 사이에 두고 동쪽에는 철암천이 큰소를 이루어 그 소에 청룡이 살고 있었고, 서쪽에는 황지천이 큰 소를 이루고 그 소에 백룡이 살았어요. 두 용은 서로 낙동강의 지배권을 놓고 항상 다투었어요. 매일 석벽 꼭대기에서 싸움을 했어요. 청룡과 백룡이 싸울 때면 항상 뇌성이 일고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천지를 분간치 못했어요. 청룡과 백룡의 싸움은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어요. 어느날이었어요. 백룡이 꾀를 내어 석벽 위에서 싸우다 내려와 석벽 밑을 뚫으며 공격을 해서 청룡을 물리쳤어요. 백룡은 이 여세로 승천했어요. 백룡이 승천할 때 지나간 산을 용우이 산이라 하는데 구문소 앞에 솟은 산이라고 해요.

 

구문소 전설 중 가장 유명한 전설은 청룡 백룡 전설이에요.

 

구문소 정류장 앞 용용 조형물도 청룡 백룡 전설에서 따온 조형물이에요.

 

 

구문소는 수심이 매우 깊어서 아주 오래 전에 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구문소 물이 지하 동굴을 통해 동해 바다로 빠져나간다는 말도 있었다고 해요.

 

 

"저 동굴 통행금지였어?"

 

'구문소 인공동굴 낙석 발생에 따른 우회등산로 이용 안내' 표지판이 있었어요. 구문소 오면 누구나 구문소 동굴 옆에 차가 지나다니는 동굴을 따라 가고 싶어져요. 그런데 그 동굴은 낙석 위험 때문에 도보 통행은 금지되어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대신 자개루로 올라가는 길로 가라고 나와 있었어요.

 

인공동굴 도보 통행이 벌금까지 무는 불법행위에 완전 통행 금지는 아니지만, 대신 만약 동굴을 걸어가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도보 통행 금지된 곳을 도보로 지나간 것이기 때문에 사고 책임은 모두 도보 통행자에게 있다고 보면 될 거였어요.

 

솔직히 인공동굴로 지나가는 것이 더 재미있고, 그 길로 가야할 것 같았어요. 그러나 안전한 길이 아니기는 했어요. 낙석 문제는 돌 떨어지는 것을 제가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모르겠어요. 그러나 사람이 지나갈 공간이 매우 협소했어요. 차와 버스가 아예 없는 길도 아니었구요. 당장 제가 타고 온 4번 버스가 인공 동굴을 통과해 지나가고 있었어요.

 

 

"와, 대단하다!"

 

 

여기도 누군지 모르겠지만 의지의 한국인이 다녀갔어.

처사 이갑룡 빙의한 한국인이 다녀갔어.

 

의지의 한국인이 있었어요. 누가 저기에 돌탑을 만들어왔어요. 돌탑 모양이 토끼처럼 생겼어요.

 

'진짜 저런 데에 돌탑 만드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진지하게 궁금해졌어요. 돌탑 만드는 사람 자체가 궁금한 건 아니에요. 길가나 평평한 곳에 돌탑 만드는 거야 아무나 다 하는 거니까요. 마이산 탑사야 처사 이갑룡 홀로 도처에 돌탑을 쌓았는데 그분이 범인은 아니셨으니 그러려니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유명 여행지 구경하다 보면 무슨 처사 이갑룡 빙의했는지 험하디 험한 곳을 기어올라가서 쌓아놓은 돌탑이 꼭 있어요. 아랫쪽 평평하고 안전한 곳에 쌓아놔도 될 걸 꼭 절벽 같은 곳을 기어올라가서 쌓아놔요.

 

저것도 마찬가지였어요. 아랫쪽에 쌓아놨으면 그러려니 했을 거였어요. 그런데 아랫쪽에는 돌탑이 하나도 없는데 꼭 저 바위 위까지 기어올라가서 돌탑을 참 잘 쌓아놨어요.

 

구문소 구경을 마쳤어요. 버스 정류장으로 갔어요.

 

 

뒷편으로 태백 고생대 자연사 박물관이 보였어요.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았어요. 구문소까지 너무 구경 잘 했어요. 태백 와서 멋진 자연풍경 감상 잘 했어요. 매우 기뻤어요. 너무 흥분되었어요. 다음날 또 새로운 멋진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흥분되었어요. 입에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어요. 통리 5일장 때문에 무리해서 왔는데 그게 너무 현명한 선택이어서 더욱 기뻤어요.

 

태백 시내버스 4번이 왔어요. 또 4번 버스를 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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