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나라 전래동화 책 하나 구입할까?"
저는 외국 여행 가면 그 나라 전래동화, 민담 서적을 사서 모아요. 전래동화와 민담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가 많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한 국가의 전통문화를 알고 싶을 때는 민담, 전래동화 서적이 꽤 도움되요.
내가 반드시 완독한다고는 안 했다.
그렇지만 외국어 학습에서 전래동화, 민담은 난이도가 최상급이에요. 흔히 전래동화, 민담은 어린이들 보는 거니까 난이도가 매우 쉬울 거라고 지레짐작하곤 해요. 그렇지만 실제로 외국어 원서로 읽어보면 뉴스 기사, 전문서적이 난이도가 낮고 오히려 예상 외로 전래동화, 민담이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해요. 전래동화, 민담을 원서로 술술 읽을 정도라면 외국어 공부 상당히 많이 한 사람이에요.
사람들의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뉴스 기사, 전문서적 등은 사용하는 문체, 기법, 표현, 양식 등이 정해져 있어요. 마구잡이로 줄줄 쓰지 않아요. 그래서 기사, 전문서적 등에서 사용하는 문체, 기법, 표현, 양식 등을 익히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문화권에 따라 문장을 짧게 쓰지 않고 질질 늘여서 쓰는 만연체를 선호하는 문화권 국가 기사, 전문서적은 번역하려고 하면 짜증나기는 하지만요.
반면 전래동화, 민담은 등장하는 어떤 문체, 기법, 표현, 양식이 등장할지 몰라요. 딱히 양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쓰는 사람 마음대로에요. 웬만하면 표준어로 표현하는 뉴스 기사와 달리 민담, 전래동화에서는 방언, 구어체 같은 것이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와요. 또한 등장하는 어휘도 현대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도구,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식물과 동물, 그 나라 특유의 관습 같은 것이 마구 등장하며 사전을 찾아봐도 뭔지 모르고 현지인이 아무리 자세히 잘 설명해줘도 뭘 말하는 건지 모르는 단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요.
그래도 아는 대로 대충 내용 파악하면 재미있는 민담이 꽤 있고, 아예 모르더라도 전래동화 서적은 그림 보는 재미가 있어요. 그래서 외국 여행 가면 전래동화책, 민담책을 한두 권 사곤 했어요. 여행 가서 모으는 문화 기념품 삼아서 모았어요.
'우리나라 전래동화책도 하나 살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국 전래동화책은 하나도 없었어요. 어렸을 적에는 한국 전래동화책이 집에 있었어요. 당연히 지금까지 남아 있지 않았어요. 예전 한국 전래동화, 민담집과 오늘날 한국 전래동화, 민담집에는 차이가 꽤 있을 거였어요. 한국 것도 한 권 모으기 위해 한국 민담집이나 전래동화책을 한 권 구입하기로 했어요.
서점으로 갔어요. 전래동화 코너부터 갔어요. 민담과 전래동화 둘 다 있다면 이왕이면 전래동화를 선호해요. 왜냐하면 전래동화 책에는 여러 가지 그림이 있거든요.
'사고 싶게 생긴 게 없네.'
제가 원하는 것은 모음집이었어요. 여러 가지 민담, 전래동화가 한 권에 들어가 있는 책이었어요. 전래동화 모음집이 있기는 했어요. 그림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게다가 제가 모르는 전래동화가 여러 개 섞여 있었어요. 진짜 민담을 기반으로 만든 전래동화인지 고전풍 '창작동화'인지 분간이 안 되었어요.
'이거 진짜 전래동화 맞나?'
한국 전래동화라면 제가 어렸을 적이나 요즘이나 그렇게 달라질 것이 없는 주제였어요. 삽화, 문체 등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당연해요. 그렇지만 전래동화의 기반이 되는 민담은 늦어도 조선시기 이야기에요. 현재가 아니라 과거 이야기이기 때문에 변할 구석이 없었어요.
'전래동화풍 창작동화 아냐?'
전래동화도 나름대로 트렌드가 있어요. 민담은 많고, 민담을 어린이들 읽도록 가공하면 그게 전래동화에요. 그리고 사회와 문화적 트렌드에 따라 선호되는 민담과 전래동화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어린이 전래동화 서적을 보면 시대별로 수록된 전래동화, 선호되는 전래동화가 약간씩 달라요. 그러나 가끔 전래동화풍 창작동화가 섞여 있는 경우도 있어요.
전래동화풍 창작동화와 전래동화의 차이점은 전래동화는 이미 존재하는 민담을 기반으로 가공한 이야기에요. 반면 전래동화풍 창작동화는 배경만 옛날옛적이고 이야기는 현대에서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에요.
서점에 갈 때마다 한국 전래동화책을 찾아봤지만 마음에 드는 책은 없었어요. 그래서 한국 민담집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민담집을 찾아봤어요. 민담집도 썩 내키는 것이 안 보였어요.
고르고 고르다 괜찮아보이는 책을 한 권 찾았어요. 바로 서문당에서 출판된 한국의 민담이었어요. 교보문고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했어요.
한국의 민담 (한국의 얼 서문문고 큰글씨책) 표지는 이렇게 생겼어요.
한국의 민담 (한국의 얼 서문문고 큰글씨책) 표지 디자인을 보면 한국의 민담답게 하얀 여백이 매우 많아요. 여백의 미를 강조하고 있는 표지에요.
한국의 민담 (한국의 얼 서문문고 큰글씨책) 표지 가운데에는 산 속에서 호랑이가 비스듬히 누워서 담배를 태우고 있어요. 담배 태우고 있는 호랑이를 한 사람이 뒤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라보고 있어요. 호랑이를 골탕먹여야겠다고 볼 수도 있고, 호랑이 뒷통수 치고 가죽을 벗겨가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길 가다 호랑이 만나서 도망은 가야겠는데 호랑이가 뒤돌아보는 순간 걸려서 잡아먹힐 상황이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어요.
한국의 민담 (한국의 얼 서문문고 큰글씨책) 표지 디자인은 매우 한국적인 디자인이었어요.
한국의 민담 책 뒷표지는 위 사진과 같았어요. 한국의 민담 가격은 정가 15000원이었어요.
한국의 민담 정식 서적명은 한국의 민담 <서문문고 31> 큰글씨책 - 한국의 얼이었어요.
한국의 민담 출판사는 서문당이에요. 저자는 임동권이에요.
한국의 민담 초판 발행일은 1972년 9월 25일이에요. 제가 구입한 신판 1쇄 발행일은 2020년 3월 10일이에요.
서문사 한국의 민담 ISBN은 978-89-7243-698-0 이에요.
서문사 한국의 민담 목차는 다음과 같아요.
서문사 한국의 민담에 수록된 민담은 총 152편이에요. 민담이 상당히 많이 수록된 책이에요. 민담이 많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민담 한 편이 차지하는 분량은 상당히 적은 편이에요. 한 페이지를 다 채우지 못한 민담도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통독해도 되지만 시간날 때 조금씩 잘라서 읽어도 되는 책이었어요. 잠깐 짬이 날 때 한두 페이지 읽고 덮고 또 짬이 날 때 한두 페이지 읽고 덮는 식으로 완독해도 되는 서적이었어요.
서문사 한국의 민담은 채록한 민담을 모아놓은 책이에요. 그래서 각 민담마다 어느 지역 누구한테서 채록했는지 나와 있어요.
서문사 한국의 민담은 큰글씨책이라서 활자가 크고 눈에 잘 들어왔어요. 삽화는 하나도 없는 책이었어요.
서문사 한국의 민담에 수록된 민담들은 크게 몇 가지 특징이 있었어요.
먼저 '민담적 과학' 이야기가 여러 편 있었어요. 실험과 실존하는 것을 통해 밝혀낸 것은 과학이에요. 그러나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것들이 세상에 존재해요. 이렇게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나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종교에요. 과학 영역의 확장은 종교 영역 축소를 야기했어요. 민담도 보면 그 당시에 '과학적으로 설명 불가한 것'에 대해 나름대로 그럴싸하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이야기들이 있어요. 어째서 개미 허리가 잘록한지에 대해 그 당시에 진화론, 해부학이 발달해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우니 나름대로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어서 다른 것들이 싸우는 꼴 보고 웃다가 허리가 잘록해졌다고 설명하는 식이에요. 웃자고 한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이런 '민담적 과학'이야기들이 여러 편 보였어요.
두 번째로 속이는 것에 대해 속는 사람이 잘못했다는 뉘앙스를 가진 이야기가 꽤 많았어요. 약자가 강자에 대해 힘으로 맞설 수 없으니 꾀와 지혜로 맞섰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민담을 보면 꼭 약한 사람만 강한 사람을 꾀와 지혜로 속이는 것은 아니에요.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꾀와 지혜로 속이고 골탕먹이는 내용도 있어요. 이러한 속고 속이는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속는 사람이 잘못했다는 뉘앙스가 짙게 깔려 있어요.
세 번째로 권선징악, 보은 같은 주제의 이야기가 여러 편 있었어요.
네 번째로 뱀, 호랑이는 대부분 안 좋은 편에 속해요. 조선시대까지 한반도에는 호랑이로 인한 인명피해가 상당히 많았어요. 오죽하면 일제강점기 일본 조선총독부의 조선 통치 정책 중 해수구제사업은 당시 조선인들이 엄청나게 환영했다고 할 정도에요. 오늘날 관점으로 봐도 조선총독부의 해수구제사업은 정말 잘 한 일이구요. 멧돼지 한 마리만 나타나도 난리가 나고 쑥대밭이 되는데 멧돼지가 아니라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해봐요. 한반도가 호랑이 형태든 아니든 간에 한반도에서 호랑이를 싸그리 절멸시켜버린 건 정말 잘 한 일이에요. 가끔 호랑이를 야생에 복원하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정말 미친 소리에요. 멧돼지도 통제 안 되는데 무슨 호랑이에요. 민담을 보면 호랑이가 얼마나 문제였는지 알 수 있어요. 또한 뱀도 나쁜 편으로 잘 나오는데, 이는 뱀에 물리는 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났기 때문이에요. 특히 조선시대에 독사에 물렸다면 그 사람은 죽었다고 봐야죠.
서문사 한국의 민담 책에 수록된 민담들은 위에서 말한 전래동화와 민담의 차이점 특징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요. 원래 있던 '민담'을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느끼기 좋게 가공한 것이 전래동화에요. 전래동화책은 어린이들이 읽기 쉬운 표현을 사용하고 삽화를 집어넣어서 어린이의 흥미를 유발해요. 또한 이야기 결말을 현대 시점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에 맞춰서 바꾸는 경우도 있구요. 민담은 원재료이고, 전래동화는 원재료를 토대로 양념치고 가공한 요리라고 보면 되요. 이 책은 민담집이기 때문에 전래동화책에 비하면 내용, 문체 모두 상당히 투박해요.
흥미로웠던 점은 옛날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토끼 관련된 옛날 이야기가 꽤 있는데 서문사 한국의 민담에 수록된 민담 중 토끼가 등장하는 민담은 거의 없었어요. 토끼는 옛날부터 한반도 사람들에게 친숙한 동물이었고, 어렸을 적 접한 전래동화에도 토끼가 등장하는 전래동화가 여러 편 있었는데 이 책에는 토끼가 등장하는 전래동화가 별로 없어서 의외였어요.
서문당 한국의 민담은 전래동화의 원재료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민담 모음집이에요. 전래동화와 비교해서 보면 투박한 원재료를 그대로 먹는 맛이 느껴져요. 수록된 민담이 모두 분량이 짧기 때문에 부담없이 보기 좋았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참 다양한 민담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한국 사회문화 기저에 깔린 의식을 살펴보는 데에 있어서 하나의 열쇠가 될 수도 있는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