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 되었으니 뭔가 새로운 것을 하자.
어떤 것을 새로 해볼지 고민하던 중이었어요. 여행기를 쓰기 위해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으며 고민하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순수하게 여행기를 쓰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했어요. 그러나 인간의 일이란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아요. 특히 인터넷 검색은 더욱 원래 계획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어요. 어느새 여행기 쓰는 것과 관련없는 전혀 엉뚱한 정보와 자료들을 보고 있었어요.
"책 안 읽은 지 엄청 오래되었네."
그렇다.
2023년, 지혜롭고 똑똑한 토끼의 해.
책, 책, 책을 읽읍시다!
책을 안 읽은 지 꽤 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독서와 한동안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내었어요. 거진 몇 년은 책을 거의 안 읽었어요. 한국인 평균 독서량을 깎아먹는 데에 매우 열심히 공헌하고 있었어요. 1년에 독서 0권인 해도 있었으니까요. 한두 해가 아니었어요. 저와 독서는 매우 먼 사이였어요. 독서하는 재미를 못 느낀 지 너무 오래되었어요. 독서하는 재미를 못 느끼는 수준이 아니라 이사하면서 꾸린 책박스는 여전히 단 한 개도 안 뜯고 쌓아놓고 있어요.
원래부터 독서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에요. 한때는 정말로 책을 많이 읽었어요. 하루 종일 하는 것이 독서하고 논문과 자료 찾아서 보는 것이었던 시절이 꽤 길었어요.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 한국인의 1년 평균 독서량을 끌어올리는 데에 공헌했어요.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떤 책이든 읽는 데에 흥미를 못 느끼게 되었어요.
공부를 하다 보면 고전을 보라는 말을 반드시 듣게 되요. 고전 읽기 훈련도 받게 되구요. 그런데 이게 해보면 남는 게 없어요. 정말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짓이에요. 고전부터 쭉 읽으면서 깨닫는 것은 오직 한 가지에요.
인간은 안 변한다.
인간의 고뇌도 안 변한다.
고대에 사람들이 하던 고민들과 여러 생각, 사상들이 현재도 똑같이 이어지고 있어요. 문제와 형태가 더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것은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태우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동일해요. 아리스토텔리스니 플라톤이니 읽으나 안 읽으나 결국 그게 그거에요. 단지 인류 사회의 문제는 형태와 모습이 달라지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반복된다는 걸 깨달을 뿐이에요. 고대인들이라고 광합성 하고 살았고 현대인들이라고 텔레파시로 대화하는 '생물학적 변화'가 크게 일어난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가면 결국 한 소리 또 하고 한 소리 또 하는 것으로 느껴져요. 특별할 게 없어져버려요. 그러면 책을 읽어도 재미가 없어요. 정말로 서론과 결론만 보면 답 나오거든요. 이쯤 가면 책 안 읽고 독후감을 쓰고 레포트를 제출해서 좋은 학점을 획득하는 단계에 이르러요. 그래도 근거자료 같은 거 보는 재미가 있기는 한데 이것은 인터넷의 발달 - 특히 나무위키의 발달로 인해 더욱 재미없어졌어요. 웬만한 건 인터넷 조금 뒤지면 다 나오고, 나무위키에 나와 있는 게 맞는지 틀린지 교차검증해가다 보면 곁다리로 획득되는 정보까지 합쳐서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반면 신간 서적의 수준은 나무위키 짜집기 수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이 떨어졌어요.
농담이 아니라 우리나라 성인 평균 비문학 독서량 감소에 인터넷과 나무위키의 발달도 꽤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거에요. 물론 나무위키 볼 때는 항상 교차검증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나무위키에 있는 정보도 잘못 된 것이 꽤 있거든요. 나무위키 정보를 맹신하면 곤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자료 찾을 때 출발점 정도로 보면 상당히 좋아요. 과거에는 정보 찾으려면 반드시 관련있어보이는 책부터 봐야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더욱이 서적들 수준이 인터넷 자료 짜집기만도 못 한 것이 태반이구요.
또한 개론, 원론, 방법론 같은 거 보고 공부를 하고 경험이 쌓인 후에 책을 보면 딱히 신기할 것도 안 보여요. 웬만한 책의 내용은 아는 것이거나 예측 가능한 범위 안의 이야기에요. 신기할 것도 없고 놀라울 것도 없어요. 책보다는 가공되지 않은 자료 더미가 훨씬 더 재미있어요.
제대로 완독한 책이 없어서 독서가 0권이었다는 거지, 서점에 가서 책을 후루룩 넘겨본 적이 아예 없다는 말은 아니에요. 서점에는 즐겨 가지만 서점에 있는 책들 보면 특히 신간으로 갈 수록 나무위키 짜집기 수준으로 하락해서 볼 게 없었어요. 새로운 지적 자극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 얼마나 크게 발달했는지만 깨달을 뿐이었어요.
문학은 더 심각했어요. 문학은 소재 고갈을 넘어서서 직설적으로 말해서 '한계'에 다다랐어요. 한계에 다다라 돌려막기하는 수준인데 그 돌려막기조차도 한계에 다다른 수준이었어요.
전세계는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순하고 안전한 사회가 되었어요. 현대에서의 무슨 대학살이니 대참사니 뭐니 하는 것들 보면 그게 과거였으면 그 정도만 해서 참 자비로운 군대, 자비로운 장군, 자비로운 군주 소리 들었어요.
소재는 한계가 있으니 자꾸 내면으로 들어가는데, 내면의 문제는 공감이 어려워요. 타인의 내면에 공감해줄 여유도 부족할 뿐더러, 설령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와닿지도 않구요. 공감의 배경에는 동일한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이 동일한 경험이 없다면 아주 피상적이고 추측의 결과물인 공감 흉내내기에 불과해져요. 그래서 문학은 완전히 손 놓아버렸어요.
그래, 책 좀 읽자.
2023년이 되었으니 한동안 완전히 손 떼고 있던 독서를 다시 하기로 했어요. 책을 너무 안 봤더니 날이 갈 수록 글이 눈에 안 들어와서요. 독서를 안 하자 글을 쓰고 읽는 데에 집중력 저하가 스스로 느껴질 정도로 일어났어요. 사람 이름, 이론 이름 까먹는 거야 내용만 기억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집중력 저하는 저 스스로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어떤 책이든 좀 집중해서 읽기로 했어요.
"의정부 정보도서관 가볼까?"
의정부에는 의정부 정보도서관이 있어요. 의정부 정보도서관은 의정부 시청 옆에 있는 의정부 시의회 건물에 있어요. 의정부에서 학원 강사 할 때 원생들이 시험철이 되면 의정부 정보도서관 가서 공부하겠다는 말을 많이 하곤 했어요. 그래서 의정부 정보도서관의 존재는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단 한 번도 안 가봤어요.
"가서 책 있으면 책 좀 보고 와야겠다."
의정부 정보도서관으로 갔어요. 이런 저런 책을 보다가 빌리고 싶은 책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출증을 만들어서 대출하기로 했어요.
의정부 정보도서관 대출증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먼저 의정부 정보도서관 1층 로비로 가요. 1층 로비에는 회원가입용 PC가 있어요.
회원가입용 PC에서 의정부 정보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해요.
이 화면에서 우측 상단 '회원가입'을 클릭해요.
왼쪽 '신규회원 가입하기'를 클릭해요.
스마트폰으로 본인인증하고 가입하면 되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집주소를 입력하면 가입이 완료되요.
가입을 완료했으면 안내데스크로 가요. 여기에서 신규 회원 가입했는데 대출증을 발급받고 싶다고 말하고 신분증을 제시하면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대출증을 제작해줘요. 대출증을 제작할 때 대출시 사용할 비밀번호 4자리를 설정해요. 직원분께 완성된 의정부시 도서관 대출증 카드를 받으면 끝나요.
경기도 의정부시 도서관 대출증 카드는 이렇게 생겼어요.
위 카드에 나와 있는 도서관 중 희망 라이브러리 센터와 작은 도서관을 제외한 나머지 도서관에서는 도서를 10권 대출할 수 있어요. 대출 기간은 2주-14일에요.
의정부시 도서관 대출증 카드 발급은 상당히 간단하고 쉬웠어요. 직원분께서도 매우 친절하셨고, 카드 발급도 빠르게 처리해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