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오늘의 잡담

포스트크로싱 세계 엽서 교류 프로그램 시작

좀좀이 2023. 1. 7. 10:53
728x90

2023년이 되었어요. 매년 새로운 한 해가 되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어져요. 많은 사람들이 새해 다짐, 새해 결심, 새해 계획 같은 것을 세워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늦가을부터 슬슬 다음해에는 무엇을 새로 시작할지 고민하기 시작해요. 새해에는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고 싶어지거든요. 하던 것만 계속 하면 재미없고 질리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 역시 늦가을부터는 다음해에 새로 도전해볼 만한 것을 찾곤 해요.

 

아이디어 고갈

 

아이디어 고갈이었어요. 아무리 새롭게 시도하고 도전할 만한 것을 떠올려봐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만들려고 하면 만들 수는 있었어요. 전부 당장 1월부터 시도할 수 없는 것, 아니면 딱히 내키지 않는 것이었어요. 전국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도보와 대중교통만으로 여행하는 것은 겨울에는 하기 힘들어요. 재미도 없구요. 이런 것은 봄, 가을에 해야 재미있어요. 여름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너무 덥고 땀이 많이 나서 힘들구요. '나만의 여행 루트 개척'은 해보고 싶기는 한데 겨울에 할 건 아니었어요. 그거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어요.

 

'1월에 할 게 없네.'

 

당장 1월에 할 것이 없었어요. 여행 가는 것은 날이 풀려야 갈 거였어요. 한겨울에는 대중교통과 도보로 여행하기 힘들어요. 가봐야 추워서 재미도 없구요. 국내 여행은 봄이나 되어야 다시 갈지 생각해볼 거였어요. 해외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었어요. 여러 차례의 여행을 통해 멀리 아프리카 서쪽 모로코에서 유럽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했고, 타이완과 동남아시아도 다녀왔어요. 이제 궁금한 게 없었어요. 남아시아쪽은 원래 안 궁금해했고, 아메리카 대륙도 안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어요.

 

그나마 해외여행을 준비한다면 갈 나라 정해서 정보도 찾아보고 언어 공부도 하면서 1월을 알차게 보내겠지만 해외여행 계획은 아예 없었어요. 갈 마음 자체가 없었어요. 무의미하게 아무 데나 가고 본다는 여행은 개인적으로 아주 질색이에요. 그런 현실도피성 여행은 진짜 싫어하고 돈 아까워요. 그나마 1월에 집에서 할 만한 거라고는 여행 준비 외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지만 딱히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도 없고 궁금한 곳도 없었어요.

 

여행기를 쓰기 위해 강원도 남부 여행 가서 찍은 사진들을 쭉 보고 있었어요.

 

"포스트크로싱?"

 

순간 포스트크로싱이 떠올랐어요. 포스트크로싱은 외국인들과 엽서를 교류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예전에 저와 교류하는 블로거분께서 포스트크로싱을 하시며 제게도 포스트크로싱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궁금하기는 했지만 엽서 구하는 것부터 문제라 안 했어요.

 

'엽서 출력해서 만들면 되지 않나?'

 

예전에는 엽서를 반드시 사서 보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블로거분께서 포스트크로싱하는 것 보니 엽서를 직접 제작해서 보내고 계셨어요. 엽서 제작이 얼마인지 찾아봤어요. 의정부에 있는 사진관에서는 장당 1000원이었어요. 장당 1000원이면 할 만 했어요. 엽서 사는 것보다 제가 촬영한 사진 중 좋은 것 골라서 엽서 인쇄해달라고 맡기는 것이 훨씬 저렴했어요.

 

그렇다. 포스트크로싱을 하자.

 

2023년은 포스트크로싱을 해보기로 했어요. 원래 엽서와 우표는 조금씩 모았기 때문에 엽서를 잘 받는다면 꽤 재미있을 거였어요.

 

포스트크로싱 정보를 계속 찾아봤어요.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보내는 사람 주소는 안 적는 것이 원칙이라는 말이었어요. 그러니까 보내기만 하면 끝이었어요. 주절주절 길게 뭘 쓸 필요도 없었어요. 정말 가볍게 엽서 보내주는 마음으로 즐겨도 되었어요. 대충 'Hi, This is Korean postcard. I wish you like this postcard. Goodbye'라고만 적어서 보내도 상관없었어요.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요. 주절주절 엽서 쓰는 건 부담스럽지만 저 정도로 휙 쓰고 보내는 거라면야 하나도 안 부담스러워요.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엽서 인쇄하는 것은 장당 1000원. 엽서에 복잡한 말 쓸 거도 없고 대충 간단히 써서 보내면 끝. 답장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어요. 상대방이 받았다고 포스트크로싱 사이트에 등록만 해주면 된대요. 이러면 부담이 하나도 없어요. 만약 엽서를 주고 받는 거라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려요. 일본처럼 빠르면 보낸 엽서가 도착하기까지 1주 안에 되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 유럽권은 한 달 정도 생각해요. 한 달 넘어갈 때도 있구요. 그래서 엽서 교환이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자기 집이 아니라 언젠가 이사해야 하는 자취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하기 망설여져요. 그러나 보내고 끝이라면 괜찮아요.

 

포스트크로싱 사이트에 들어가서 가입했어요.

 

 

포스트크로싱 사이트 들어가서 왼쪽 가운데에 있는 'Create an account - it's fee' 라고 적혀 있는 파란 버튼을 클릭했어요.

 

 

정보 입력하고 가입했어요.

 

 

가입을 완료하면 이메일 인증이 있어요. 이메일 인증을 한 후 메인으로 돌아갔어요.

 

 

여기에서 상단 'POSTCARDS' 항목에서 'Send a postcard'를 클릭하면 제가 엽서를 보내야하는 주소를 받을 수 있어요. 왼쪽 아래 'Request address' 라고 적힌 파란 버튼을 클릭하면 제가 엽서를 보내야하는 주소가 나와요.

 

처음에는 딱 5통 보낼 수 있어요.

 

어디가 나올 것인가?

 

첫 번째 주소를 받았어요.

 

미국!

라스베가스!

 

첫 번째로 제가 엽서를 보내야하는 주소는 미국 라스베가스였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정선 사북 모텔에서 폭우 쏟아지는 밤을 보낼 때 시작할 걸 그랬어요. 미국 라스베가스와 한국 강원랜드 멋지잖아요.

 

미국이라면 의미있지.

 

제가 제작한 사진엽서는 의정부, 삼척시 도계읍, 삼척시 하고사리역 사진엽서였어요. 이 중 의정부 엽서 5통부터 보낼 계획이었어요. 의정부 15장, 도계읍 10장, 하고사리역 5장 인쇄했거든요. 의정부 엽서가 제일 많고 의정부에서 부칠 거니 의정부 엽서부터 보내기로 했어요.

 

의정부는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이 알다시피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주둔했던 곳이에요. 현재는 서울의 베드타운처럼 되었지만, 과거에는 서울의 군사목적 위성도시였어요. 그러니 의정부 엽서를 미국으로 보내는 것은 꽤 의미있었어요. 의정부를 알고 있는 미국인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요. 그래도 미국과 매우 연관깊은 도시가 의정부에요.

 

미국인에게 엽서를 쓴 후 다음 주소를 받았어요.

 

러시아?

러시아 지금 엽서 가기는 해?

 

두 번째는 러시아. 러시아 및 과거 동구권 사람들이 포스트크로싱을 많이 한다고 해요. 소련 및 동구권에서는 우표수집을 크게 권장한 문화가 있었어요. 그래서 우표수집 문화가 지금도 꽤 활발해요. 과거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지금도 우취문화가 잘 남아 있어요. 소련 및 동구권 붕괴 후 초기 혼란기에 소련 및 동구권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수집한 우표를 팔러 장터에 나왔고, 이것을 사서 한국에 가져와 파는 것이 돈이 꽤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러시아 엽서를 쓴 후 다음 주소를 받았어요.

 

독일?

 

독어라면 내가 또 알지.

 

Das ist buch.

다스 이스트 부흐.

이것은 몽골 씨름 부흐입니다.

 

독일은 처음 외국 여행 갈 때 프랑크푸르트 공항 환승이라 프랑크푸르트 공항 안에 있었던 것이 전부였어요. 독일과 독일어, 독일문화도 솔직히 관심 없구요. 러시아에 이어 독일.

 

솔직히 일본이 나와주기를 바랬어요. 일본은 엽서가 매우 빨리 가요. 예전에 일본 여행 가서 제게 엽서를 보냈을 때 1주일 정도 걸려서 도착했어요. 포스트크로싱은 무제한으로 엽서를 보낼 수 없어요. 상대가 엽서를 등록해줘야 엽서를 보낼 수 있어요. 그러니 엽서가 빨리 도착하는 게 좋고, 초기에 제일 좋은 나라는 일본이었어요. 그런데 미국, 러시아, 독일이 나왔어요.

 

다음 주소는 핀란드였어요. 자일리톨의 나라였어요. 솔직히 핀란드 부모가 자기 전에 아이들에게 자일리톨 껌 씹으며 자라고 할 리가 없어요. 껌 씹으면 오던 잠도 깨어버리는데요. 한국 자일리톨 껌 광고에서는 그렇게 나왔어요.

 

잠깐, 뭔가 이상하다?

 

포스트크로싱 할 때 매우 중요한 주의점을 그제서야 발견했어요.

 

포스트크로싱은 엽서마다 아이디가 발급된다.

 

보통 무언가에 가입하면 개인 식별 아이디 1개 줘요. 그래서 저도 포스트크로싱도 그런 줄 알고 미국인 주소 받았을 때 발급받은 아이디로 독일과 러시아 엽서에 썼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포스트크로싱은 엽서마다 아이디 1개가 발급되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주소를 받을 때마다 아이디도 같이 받아서 적어야 했어요. 이 아이디를 엽서 받은 상대방이 등록해줘야 새로 1통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었어요.

 

"이거 어쩌지?"

 

일단 빨간 펜으로 잘못 적은 아이디에 줄을 긋고 맞는 엽서 아이디를 적었어요. 결례이기는 했지만 엽서를 그대로 버리자니 1000원을 버려야 했어요. 러시아와 독일로 보내는 엽서에 잘못 썼으니 2통이라 2천원이었어요.

 

그렇다. 엽꾸 들어가자.

 

엽서 꾸미기. 집에 꾸밀 재료가 있을 리 없었어요. 그런 거 안 키워요. 엽서 꾸밀 재료는 고사하고 수정액조차 없었어요. 그러나 잘못 적은 아이디를 빨간펜으로 줄 찍찍 긋고 보내는 견 상당한 결례. 그래서 검은 볼펜으로 사각형으로 칠했어요. 위에 토끼를 대충 그렸어요. UIJEONGBU라고 적었어요.

 

 

핀란드로 보낼 엽서를 다 쓴 후 마지막 주소를 받았어요. 이탈리아였어요.

 

2월에 만나요.

 

최소 2월은 되어야 한 통 더 보낼 수 있는 것 확정이었어요. 미국, 러시아, 독일, 핀란드, 이탈리아로 보낸 엽서니 이거 전부 최소 한 달은 걸릴 거였어요.

 

아직 엽서 25통이나 남아 있는데!

 

출력한 엽서가 25통 남아 있었어요. 이 중 한 통은 제게 포스트크로싱을 알려준 교류하는 블로거분님께 보내드릴 거였어요. 3통은 제가 기념으로 가질 거였어요. 그러면 남은 엽서는 21장. 21장이면 21,000원. 어서 빨리 부치고 싶었어요. 그러나 부칠 수 없었어요.

 

엽서 5통을 들고 우체국으로 갔어요. 해외 엽서는 장당 700원이었어요. 우표로 붙여서 보냈어요. 우체국에서 있는 우표로는 700원을 맞출 수 없어서 요금을 더 내었어요. 태극기 우표 2장씩 붙였어요. 포스트크로싱하는 사람들이 왜 우표를 따로 사는지 이해되었어요. 태극기 우표 2장은 너무 삭막했어요.

 

이제 2월이 되어야 뭔가 되겠군.

 

미국, 러시아, 독일, 핀란드, 이탈리아로 엽서를 보내었으니 빨라야 2월, 여유롭게 3월부터 포스트크로싱 이야기가 다시 시작될 거에요. 그 전까지는 제가 보낸 엽서가 도착하고 등록될 확률이 거의 없으니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리 없어요. 어서 빨리 남은 엽서 21통을 부치고 싶어요. 엽서가 있고 써서 보낼 준비도 다 되어 있는데 못 보내고 있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