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 물닭갈비 꼭 먹어야 해?"
"어. 그게 여기에서 밖에 못 먹는 음식이야."
친구가 점심으로 물닭갈비 꼭 먹어야하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반드시 그래야한다고 했어요. 일정이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태백시를 안 간다면 물닭갈비를 여기에서 반드시 먹고 다른 곳으로 넘어가야 했어요.
물닭갈비.
닭갈비는 유명해요. 춘천의 대표 음식이에요. 춘천 여행 가면 꼭 먹어야하는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그러나 닭갈비는 꼭 춘천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까지는 아니에요. 전국 도처에 닭갈비 파는 식당이 있어요. 닭갈비는 춘천 음식 맞지만, 워낙 유명하고 전국적으로 널리 퍼진 음식이에요. 춘천 닭갈비도 조리법을 보면 크게 구워먹는 닭갈비가 있고 볶아먹는 닭갈비가 있어요. 그리고 춘천 사는 친구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닭갈비는 카레 가루가 들어가면서 맛에 혁명이 일어났다고 해요.
그렇지만 태백 및 주변 탄광지역에서 먹는 닭갈비는 춘천 닭갈비와는 달라요. 이른바 '물닭갈비'라고 부르는 음식이에요.
아주 오래 전이었어요. 의정부에 처음 왔을 때였어요. 지금은 의정부 가능역 쪽에 피자스쿨이 두 곳 있어요. 그러나 제가 의정부 처음 왔을 때는 가능역 주변에 피자스쿨이 딱 한 곳 있었어요. 지금은 가능역 앞 큰길가에도 피자스쿨이 있었지만 제가 처음 의정부 넘어와서 살기 시작했을 때는 없었어요. 그 당시에 가능역 주변 피자스쿨이라고는 의정부공고 맞은편에 있는 피자스쿨이 전부였어요.
의정부로 넘어와서 처음 피자스쿨에 가던 길이었어요. 카카오맵을 보면서 피자스쿨을 찾아가고 있었어요. 의정부 중학교 앞에 왔을 떄였어요. 만두국 비슷한 냄새가 났어요. 이 길에는 식당이 여러 곳 있었기 때문에 만두국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어요. 어떤 식당에서 만두국 팔고 있는 모양이었어요. 어떤 식당에서 만두국 비슷한 냄새가 나는지 봤어요.
"물닭갈비? 뭐지?"
만두국 같기도 하고 만두전골 같기도 한 냄새가 나는 식당은 물닭갈비 식당이었어요.
"새로 나온 퓨전 음식인가?"
물닭갈비는 처음 보는 음식이었어요. 닭갈비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닭갈비는 구워먹거나 볶아먹는 음식이에요. 식당 내부를 들여다봤어요. 사람들이 찌개 끓여먹는 솥뚜껑처럼 생긴 냄비에 뭔가 끓여먹고 있었어요. 탕처럼 생긴 음식이었어요.
"여기 물닭갈비 있다."
춘천 사는 친구에게 물닭갈비 있다고 카카오톡 메세지를 보냈어요.
"너 물닭갈비 알아? 저거 무슨 퓨전인가?"
친구에게 물닭갈비 아냐고 물어봤어요. 그러면서 이건 무슨 퓨전 음식 같은 거냐고 물어봤어요. 닭갈비에 치즈도 올리고 이것저것 섞어서 퓨전 닭갈비 만들어 파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물에 닭갈비를 빠쳐버렸다니 웃겼어요. 무슨 닭도리탕 같은 거에 닭갈비가 인기 좋으니까 이름에 '닭갈비'를 붙인 것 같기도 했어요. 물닭갈비가 뭔지 몰랐기 때문에 이게 원래 있던 음식이 아니라 신종 퓨전 음식 같았어요.
"물닭갈비? 나도 들어만 봤어."
"응?"
"그게 태백쪽에서 먹는 방식일 거야. 다른 지역에는 없어."
"춘천에는 없어?"
"어, 당연히 없지."
친구는 물닭갈비가 태백시 쪽에서 먹는 음식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어요. 친구도 물닭갈비는 태백시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들어만 봤지, 직접 먹어본 적은 없다고 했어요. 본 적도 없다고 했어요. 춘천에서 판매하는 닭갈비는 당연히 굽거나 볶아먹는 춘천 닭갈비가 전부이고, 태백시에서 먹는 물닭갈비는 없다고 했어요. 물닭갈비는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고 강원도 남부 일부 지역에서만 먹는 음식이라고 알려줬어요.
의정부 중학교 맞은편에 있는 물닭갈비 식당이 근본 없는 퓨전 음식이 아니라 원래 강원도 남부 일부 지역에서 먹는 음식인 물닭갈비를 판매하는 식당이라는 건 알았어요. 강원도 사는 친구도 물닭갈비는 못 먹어봤다고 하자 궁금해졌어요. 그러나 이런 곳은 기본 2인분이에요. 게다가 의정부공고는 제가 사는 곳에서 멀었어요. 이때도 정말 너무 피자가 먹고 싶어서 먼 길 무릅쓰고 간 거였어요. 집에서 출발해서 아주 먼 길 가서 무리해서 2인분을 혼자 다 먹고 오고 싶은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가끔 의정부에 친구가 놀러와서 같이 밥을 먹을 때가 있었어요. 이때도 물닭갈비 먹으러 가지 않겠냐는 말은 안 했어요. 가끔 의정부공고 맞은편 피자스쿨로 피자 사러 갈 때 보면 물닭갈비 식당에 사람들이 항상 꽤 있었어요. 그 동네에서는 맛집인 모양이었어요. 그러나 가능역 주변도 아니고 의정부공고 쪽은 제가 아예 갈 일이 없는 곳이었고, 제가 사는 곳에서도 멀었어요. 그쪽에 특별히 놀 만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멀리서 온 친구한테 물닭갈비 먹으러 가능역 너머 의정부공고까지 가자고 할 수는 없었어요.
항상 궁금했던 물닭갈비를 물닭갈비의 본고장에서 먹을 기회가 왔어요. 어차피 도계읍에는 식당이 매우 많지 않아서 선택지도 제한적이었어요. 제한적인 선택지에서 여기까지 와서 먹을 음식을 찾는다면 당연히 물닭갈비였어요. 물닭갈비 맛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물닭갈비는 강원도 남부 태백시 및 그 주변지역 정도에서만 먹는 평소에 먹기 어려운 음식이기 때문에 와서 먹어볼 가치가 충분했어요. 치료받는 것이 있어서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친구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어요.
"어? 닫았네?"
텃밭에 빠진 닭은 하필 휴일이었어요.
"여기 물닭갈비 여기 말고 또 있지? 거기 가자."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읍내에는 물닭갈비 식당이 세 곳 있었어요. 텃밭에 빠진 닭, 원희네 닭갈비, 청춘닭갈비였어요. 이 중 텃밭에 빠진 닭이 문 닫았으니 남은 곳은 원희네 닭갈비와 청춘닭갈비였어요.
친구와 원희네 닭갈비와 청춘닭갈비가 있는 쪽으로 갔어요. 청춘닭갈비가 먼저 나왔어요. 식당 안을 살짝 들여다봤어요.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어디로 가지?"
청춘닭갈비와 원희네 닭갈비는 멀지 않았어요. 둘 중 한 곳을 가야 했어요. 친구가 청춘닭갈비 앞에서 열심히 검색해보기 시작했어요.
"둘 다 맛있대."
"그러면 여기 가?"
"그런데 오래되기는 원희네 닭갈비가 더 오래되었대."
"그거야 뭐 상관없구."
친구가 열심히 평가를 보기 시작했어요.
"청춘닭갈비는 약간 개량된 맛이고 원희네 닭갈비는 원래 맛이라는 평이 있네?"
"그러면 원희네 닭갈비 가자."
친구 말에 의하면 둘 다 맛있는데 평가가 청춘닭갈비는 약간 개량된 맛이고 원희네 닭갈비가 원래 맛에 가까운 맛이라고 했어요. 그러면 아직 강원도 남부 음식인 물닭갈비를 한 번도 안 먹어봤기 때문에 원희네 닭갈비 가서 물닭갈비를 먹기로 했어요.
원희네 닭갈비로 걸어갔어요.
원희네 닭갈비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친구와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식당 자리로 가서 우비를 벗었어요. 일회용 우비인데 비닐은 1회용이 맞지만 단추는 아니었어요. 똑딱이 단추는 쓸 데 없이 엄청 튼튼하게 다물어져 있었어요. 똑딱이 단추를 뜯어내며 열다가 가슴팍에 있는 것을 떼어낼 때 단추 1개가 물려 있던 것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물린 채로 비닐이 찢어졌어요.
메뉴는 닭갈비 하나였어요. 닭갈비 가격은 1인분에 1만원이었어요. 그리고 최소 2인분 주문이었어요.
"여기 닭갈비 2인분 주세요!"
물닭갈비 2인분을 주문했어요.
"사리는요?"
"닭갈비만 주세요."
친구가 밀가루 음식도 자제해야 했기 때문에 사리는 주문하지 않았어요. 제가 알기로는 물닭갈비 먹을 때 우동사리, 라면사리도 넣어서 먹어요. 사리도 먹고 닭고기도 먹고 국물도 먹다가 어느 정도 먹으면 마지막으로 밥을 볶아먹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친구가 밀가루 음식을 너무 먹는 것은 자제해야 했기 때문에 사리는 주문하지 않기로 했어요. 친구는 제게 사리도 주문해서 저만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그건 아니었어요. 이게 각자 따로 시키는 음식도 아니고 한 냄비에 들어 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건데 그 중 사리는 저 혼자 냠냠 먹는 건 정말 아니었어요. 친구가 싫어해서 안 먹는 게 아니라 아파서 못 먹는 거라 이렇게 저 혼자 먹자고 사리 추가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친구 배려하는 셈치고 사리는 주문하지 않았어요.
물닭갈비가 나왔어요. 찌개처럼 육수가 매우 많았어요. 닭고기 위에는 깻잎과 미나리 같은 야채가 올라가 있었어요. 이것을 팔팔 끓여서 야채부터 먹고 닭고기를 먹으면 되었어요.
"여기요, 영수증 주세요!"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를 다 하고 영수증을 달라고 했어요.
"영수증 말로 드릴께요!"
종업원 아주머니께서 영수증 달라고 한 테이블로 가시더니 즉석에서 계산하고 가격을 불러주셨어요.
"뭐지?"
영수증 달라고 했더니 직원이 가서 바로 계산하고 얼마라고 가격을 불러주는 장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요즘은 이런 장면 보기 어려워요. 정말 예전에는 식당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요.
"우리 다음에 어디 갈 거?"
"예미. 여기에서 예미역으로 가서 자면 되지 않을 건가?"
"강원랜드는?"
"사북 갔다가 예미? 아니면 예미에서 자고 내일 사북 가?"
친구와 어디 갈 지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친구는 여기까지 왔는데 강원랜드 가서 한 번 땡겨보자고 하고 있었어요. 저는 예미역만큼은 무조건 가고 싶었어요. 애초에 이 지역을 궁금하게 만든 곳이 바로 예미리였기 때문이었어요. 춘천 사는 친구가 자기가 가본 곳 중 가장 시골이고 아무 것도 없었던 동네가 예미였다고 했어요. 도대체 얼마나 시골이고 얼마나 아무 것도 없는지 궁금해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예미에 가야 했어요. 애초에 예미 아니었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어요. 예미만큼은 무조건 가야 했어요. 어머니의 땅 Емистан만큼은 꼭 가야 했어요. 이건 양보 및 협상의 여지가 아예 없었어요.
"예미요? 예미는 여기보다 더 작아요."
"예?"
친구와 어디 갈 지 이야기하면서 예미 가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직원 아주머니께서 오시더니 예미는 여기보다 더 작은 곳이라고 알려주셨어요.
"예미요? 예미 작아요?"
"예미, 증산은 원래 작은 곳이구요, 여기는 원래 컸는데 작아진 곳이에요. 도계는 원래 6만이었는데 8천까지 줄어든 거고, 예미, 증산은 원래부터 훨씬 작았던 곳이에요."
직원 아주머니께서는 도계는 원래 상당히 큰 곳이었지만 광산업 쇠퇴와 함께 동네가 급격히 쇠락해 작은 동네로 전락한 곳이나, 예미와 증산 같은 곳은 원래부터 도계와는 비교할 바가 아닌 작은 동네였다고 알려주셨어요. 아주머니 말씀 속에는 '우리 도계를 예미, 증산 따위와 비교하지 마라'라는 나름의 자긍심 같은 것이 느껴졌어요. 아주머니의 말에서 소설 속에서나 봤던 뭔가 몰락 귀족의 가문에 대한 자긍심 같은 것을 느꼈어요.
아주머니의 말 속에서 느껴진 몰락귀족의 가문에 대한 자긍심 같은 느낌에 한 번 놀랐고, '증산'이라는 말에 두 번 놀랐어요.
'증산? 대체 뭐지?'
증산이 생산이 늘어나거나 생산을 늘린다는 增産일 리는 없었어요. 증산은 처음 들어봤어요. 아주머니 말에 의하면 예미, 증산도 탄광촌이 있었던 동네였어요. 도계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작은 규모이기는 했지만 거기도 나름대로 사람들이 몰려 살고 광산이 있던 곳이었어요. 예미는 들어봤어요. 아니, 예미는 있는 걸 아니까 애초에 예미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이 여행을 왔어요. 그러나 증산은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
강원도 남부 탄광지역 여행 계획할 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이쪽 역사 같은 것을 찾아보면 탄광이 많이 나와요. 대부분은 현재 폐광되었어요. 그래서 지도에서 찾을 수 없어요. 지역 이야기 및 정보를 기껏 찾았는데 정확한 주소가 없고 어느 탄광, 어느 항, 어느 갱 주변 마을 이야기라고 하면 검색해서 찾을 길이 없어요. '증산'이라는 지명은 이때 처음 들었어요. 당연히 어디 있는지 몰랐어요.
나중에 여행을 다녀온 후 찾아보니 그때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 곳은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였어요. 예전에는 무릉리가 있는 동네가 증산면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이쪽에는 증산초등학교가 있어요.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 있는 광산 - 아주머니께서 '증산'이라고 하신 곳에 있었던 탄광은 묵산탄광이었어요. 묵산탄광은 1954년 3월 23일에 개광한 탄광으로, 1989년 5월 19일에 폐광했어요. 1989년 5월 19일에 폐광하기 이전인 1987년 무렵에 이미 채탄량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였다고 해요. 이때 채탄 막장은 지하 300~400미터 정도 깊이에 있었을 거로 짐작된다고 해요. 묵산탄광 난장 고도가 해발 약 600m 정도였기 때문에 묵산탄광 막장은 해발 200~300미터 정도에 있었을 거라 추측하고 있대요.
묵산탄광은 속칭 '쫄닥구댕이' - 중소형 탄광이었어요. 묵산탄광 직종업원은 약 5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어요. 묵산탄광은 소규모 광산이었기 때문에 대형 광산에만 있는 수직갱은 없었어요. 사갱으로 인차와 광차로 수송했다고 해요. 묵산탄광에서는 막장으로 출퇴근할 때 먼저 인차로 운반갱까지 내려가서 거기에서 밧데리카가 끄는 1톤 광차에 올라 각자 배정받은 막장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다고 해요. 이렇게 이동한 후, 막장이 있는 곳에서 방우리별로 하차해서 맡은 막장까지 도보로 이동했대요.
원희네 달갈비 식당 안에서 손님들이 많이 빠져나갔어요. 식당 내부 사진을 한 장 찍었어요.
"이제 드셔도 되요."
종업원 아주머니께서 물닭갈비를 먹어도 된다고 하셨어요.
물닭갈비 양은 별로 안 많았어요. 먼저 국물을 먹어봤어요. 칼칼했어요.
"이거 닭도리탕이랑 닭매운탕 중간 맛 같지 않아?"
"어. 묘한 맛인데?"
친구와 물닭갈비를 먹으며 물닭갈비 맛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물닭갈비 맛은 상당히 묘한 맛이었어요. 칼칼했고, 살짝 매콤했어요. 기본적으로 국물이 매우 많은 음식이었어요. 탕에 가까웠어요. 여기에 저와 친구는 라면사리, 우동사리도 안 넣고 먹었기 때문에 국물이 더욱 많았어요. 국물은 술안주로 먹기 딱 좋은 맛이었어요. 밥반찬보다는 술안주였어요.
물닭갈비 맛은 닭도리탕과 닭매운탕 중간쯤 되는 맛이었어요. 고추장맛은 별로 안 났어요. 고춧가루로 맛을 낸 국물맛이었어요. 맛이 깔끔했어요. 국물에는 닭고기 맛이 섞여 있었어요. 닭고기는 양념이 베어 있었어요. 닭도리탕이라고 보기에는 맛이 묽은 편이었고 안 짰어요. 닭매운탕이라고 보기에는 맛이 닭도리탕 같은 맛이었어요. 국물이 졸아들 수록 닭도리탕에 가까운 맛이 되었어요.
"이거 신기한데?"
물닭갈비는 맛있었어요. 국물을 떠먹고 야채를 건져먹었어요. 그 동안 친구는 정신줄 놓고 열심히 고기를 집어먹었어요. 저는 느긋하게 야채부터 건져먹고 닭고기를 몇 점 건져먹었어요. 친구는 엄청 빠르게 닭고기만 건져먹었어요.
"볶음밥 2인분 주문하자."
"어? 1인분만 해."
"야, 너가 닭고기 다 먹었잖아! 나는 얼마 먹은 것도 없어."
"그래? 그럼 내 꺼 먹어."
친구는 자기 그릇에 건져놓은 닭고기 여러 점 중 하나를 제게 주려고 했어요. 친구에게 되었다고 하면서 너 많이 먹으라고 했어요.
"되었고, 볶음밥 2인분 시켜."
물닭갈비는 2인분에 닭 반 마리 들어간 것 같았어요. 왠지 4인분에 닭 한 마리가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서울에서 공릉, 종로6가 등에서 먹었던 닭한마리와 비교해보면 양이 확실히 적었어요. 아무리 친구가 정신없이 닭고기만 먹어대었다고 해도 닭이 한 마리 온전히 들어갔다면 이렇게 제가 먹은 닭고기가 거의 없을 리 없었어요. 아무리 봐도 4인분에 닭 한 마리가 들어가고, 2인분은 닭 반 마리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아니면 정말 작은 병아리를 사용하거나요. 서울에서 먹었던 닭한마리에 비하면 양이 확실히 적었어요. 이 친구와 서울에서 닭한마리를 먹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건 분명했어요.
제가 여행 오기 전에 본 물닭갈비 먹는 방법을 보면 물닭갈비에 라면사리, 우동사리를 넣고 처음에는 면과 야채를 건져먹고, 면과 야채를 다 건져먹으면 닭을 먹고, 그 다음에 밥을 볶아먹었어요. 그런데 친구와 먹을 때 라면사리, 우동사리를 추가하지 않았어요. 닭고기 양 자체가 적은데 양 불려 먹으라고 들어가는 라면사리, 우동사리가 안 들어갔으니 양이 엄청 적었어요. 이러면 볶음밥 2인분 주문해야 다른 사람들이 먹는 물닭갈비 양과 대충 맞을 거였어요.
친구도 군말하지 않았어요. 제가 먹은 게 별로 없었어요. 얼마 안 되는 닭고기 대부분 친구가 먹었고, 제 앞에는 닭고기 뼈 쌓인 게 별로 없었어요. 친구 앞에만 수북히 쌓여 있었어요. 볶음밥 2인분을 주문했어요. 직원이 밥이 수북히 담긴 큰 공기를 가져왔어요.
"지금도 양념 적어요."
국물을 조금 떠먹으려고 하자 직원분께서 지금 남아 있는 양념도 밥 2인분 볶기에는 적다고 하셨어요. 제 예상보다 밥을 볶기 위해 더 많은 국물이 필요했어요.
볶음밥이 잘 볶아졌어요.
친구와 열심히 볶음밥을 먹기 시작했어요. 볶음밥은 매우 맛있었어요. 숟가락을 세워서 볶음밥 누룽지까지 박박 긁어먹었어요.
아랫쪽 완전히 깨끗하게 긁어먹은 것은 제쪽이에요. 친구도 열심히 긁어먹었어요.
"여기에서 설거지할 때 엄청 좋아하겠다."
누룽지까지 매우 깔끔하게 잘 긁어먹었어요. 양이 조금 적은 거 빼면 매우 만족스럽고 맛있었어요. 도계에서 물닭갈비 먹을 때는 반드시 라면사리나 우동사리를 추가해서 먹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볶음밥을 시켜먹어야 해요.
물닭갈비를 잘 먹고 밖으로 나왔어요.
"비 많이 오네?"
비가 세게 퍼붓고 있었어요. 우비를 걸치고 있었기 때문에 비가 많이 와도 돌아다니는 데에는 지장 없었어요.
이건 내가 이상한 게 아냐.
진짜 더 검어졌잖아!
비는 이제 장대비로 변할까 말까 하고 있었어요. 아까 지나왔던 굴다리는 검은색이 더 올라왔어요. 비가 내릴 수록 도계읍 풍경은 채도가 높아져서 색이 진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저에 깔려 있던 검은색이 올라와서 진해진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이제 진짜 확실해졌어요. 제가 보며 느낀 그 색감의 변화가 맞았어요. 도계는 비가 내리면 채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 검은빛이 위로 올라오는 곳이었어요.
하천 물은 맑았어요. 수량도 아까보다 더 많아졌어요.
철도 아래는 석탄가루가 많이 끼었는지 새까맸어요.
다시 도계초등학교까지 왔어요.
우체통과 뽑기가 있었어요. 안에 한 번 들어가보고 싶었어요. 어렸을 적에 먹었던 문방구에서 팔던 불량식품이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러나 비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서 물건 안 사고 구경만 하려고 들어가는 건 정말로 민폐였어요.
도계초등학교 옆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어요. 교장 선생님께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적혀 있었어요.
"여러분,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다.다.다.다."
갑자기 친구가 연설을 하기 시작했어요. 소리가 울리는 것까지 따라하기 시작했어요.
"새로운 길을 출발하며...출발하며...출발하며...출발하며..."
"야!"
너무 웃겼어요. 막 깔깔 웃었어요.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다.다.다."
"아, 너무 똑같아."
"이러고 연설 끝날 것처럼 하다가 또 30분."
"어우!"
월요일 애국조회에서 교장선생님의 연설은 참 안 끝났어요. 운동장에 나와서 가만히 서 있는 것 자체가 재미없고 지루한 일인데 교장 선생님의 훈화는 끝날 것 같으면서 안 끝나고 끝날 것 같으면서 안 끝나곤 했어요. 마이크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울리곤 했어요.
도계역 방향에서 대학생들이 우루루 걸어내려오고 있었어요. 2022년 8월 30일은 화요일이었어요.
'쟤네는 내일부터 개강인가?'
월요일과 화요일 수업이 없도록 수강신청했다면 화요일에 도계로 넘어와도 될 거였어요. 아니면 진짜 개강일이 9월부터일 수도 있고, 수강신청 변경기간이 있기 때문에 느긋하게 도계로 넘어오는 학생들일 수도 있었어요.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학생들인 건 확실했어요. 이제야 기숙사로 들어가려고 하는 학생들 같았어요. 학생들마다 짐가방, 캐리어를 끌고 오고 있었어요.
2022년 8월 30일 오후 1시 52분. 다시 도계역으로 돌아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