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망상 속의 동해 (2022)

망상 속의 동해 - 19 강원도 동해시 논골담길 바람의 언덕 전망대

좀좀이 2022. 9. 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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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온 논골마을. 친구와 논골마을 논골담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옆으로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어요. 산제골 마을이었어요. 전날 본 풍경이었지만 다시 봐도 너무 아름다웠어요.

 

 

'저기는 뭔 일이 있었던 거지?'

 

전날 논골마을에서 본 산제골 마을 풍경이었지만 느낌이 조금 달랐어요. 산제골 마을 꼭대기에 있는 시꺼멓게 불타버린 건물. 저 건물 안에는 침대 매트리스와 밥통이 있었어요. 얼핏 보면 아무도 안 사는 것 같지만 친구와 옆을 지나가며 봤을 때 사람 사는 흔적이 있었어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아니라 '살고 있는' 흔적이 있어서 조금 무서워서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어요.

 

불타버린 건물 옆에는 아시바로 짜놓은 구조물이 있었어요. 이것은 아무리 봐도 공사장 같았어요. 이쪽 경치가 좋으니 건물 올리려고 저러는 것 같았어요. 저 꼭대기에 무슨 호텔이나 카페 만들면 장사 잘 되게 생겼어요.

 

'저기 공사 끝나고 건물 생기면 느낌 또 조금 달라지겠지?'

 

멀리 아시바로 만들어놓은 구조물을 계속 바라봤어요. 공사가 끝나고 건물이 완공되면 너무 흉측한 모습만 아니라면 또 나름대로 새로운 아름다움이 있을 거에요.

 

 

"아야!"

 

눈에 땀방울이 또 들어갔어요. 이번에도 왼쪽 눈이었어요. 친구는 풍경을 둘러보지 않고 혼자 성큼성큼 위로 올라가고 있었어요. 눈이 따가웠어요. 이마에 맺힌 땀이 또 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손등으로 눈두덩이와 그 윗쪽 이마를 닦았어요. 소용 없었어요. 땀이 계속 나고 있었기 때문에 땀은 계속 왼쪽 눈을 향해 흘러내렸어요.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길이라도 조금 바꾸려고 했지만 땀방울은 계속 왼쪽 눈으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땀방울을 닦으며 주변을 둘러봤어요.

 

 

흉측하게 불탄 건물과 그 뒷편 새까만 까까머리 언덕. 참 특이한 풍경이었어요.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어요. 전날 가지 않은 길로 올라갔어요.

 

 

묵호 등대까지 올라왔어요.

 

 

이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강원도 동해시 편에 나온 논골담길 기념품집인 등대그집에 갈 차례였어요. 등대그집 가서 조그만 모형 집 도기를 사서 묵호역으로 가서 서울 돌아갈 계획이었어요.

 

 

묵호등대에 다시 들어가지 않고 바로 등대그집으로 갔어요.

 

"여기 나무집 하나 못 사나?"

 

전날 등대그집에 왔을 때 예쁜 모형 집을 봤어요. 그런데 안에 있는 흙으로 빚어서 구운 모형 집도 예뻤지만, 등대그집 바깥에 붙어 있는 나무집 중 매우 마음에 드는 집 모양이 있었어요. 흙으로 빚은 집보다 밖에 붙어 있는 나무집에 더 마음이 끌려서 흙으로 빚어서 구워 만든 집은 안 사고 왔어요.

 

 

 

등대그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녕하세요."

 

전날에는 사모님께서 계셨는데 이날은 사장님께서 계셨어요.

 

흙을 빚어서 만든 집에서 기념품으로 사갈 것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집 모양은 다양했어요. 1층집도 있고 2층집도 있었어요. 집 모형은 크게 유약을 발라서 부드럽고 광이 나는 것과 유약을 바르지 않아 표면이 까칠한 것이 있었어요.

 

"까끌거리는 걸로 살까?"

 

하얗고 빛나는 집도 좋았지만 까끌거리는 집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여성분들은 주로 매끈한 것을 사가시고 남성분들은 주로 까끌거리는 것을 사가세요. 남성분들은 그 촉감을 좋아하는 거 같더라구요."

 

사장님께서는 하얀 집과 흙색 집이 옹기토와 백자토로 만든 것이고, 매끈하고 빛나는 백자토 집은 여자들이 주로 사가고, 까끌까글하고 촉감이 좋은 흑자토 집은 남자들이 주로 사간다고 알려주셨어요.

 

"이걸로 해야겠다."

 

옹기토로 만든 단층집을 골라서 하나 구입했어요.

 

"사장님, 여기에서 황태 덕장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나요?"

"황태덕장이요?"

 

사장님께서 가게 밖으로 나가셨어요. 저도 따라서 나갔어요.

 

"여기에서 묵호등대로 올라가서 길 따라 쭉 가서 저쪽으로 넘어가면 황태 덕장이에요. 지금은 철이 아니라서 아마 아무 것도 없을 거에요."

"혹시 저거요?"

 

맞은편 산제골 마을 꼭대기에 있는 아시바로 만든 가설물을 가리키며 혹시 저기냐고 여쭈어봤어요.

 

"예, 저거에요."

"아, 저 아시바로 만든 가설물 같은 게 덕장이에요?"

"예."

 

아...이럴 수가...

 

여행 준비와 계획을 제대로 안 세우고 왔더니 이런 참사가 발생했어요. 바로 조금 전까지 무슨 공사장일 거라고 추측했던 아시바 구조물이 바로 동해시 묵호항 황태 덕장이었어요. 그러니까 전날 황태 덕장을 갔어요. 황태 덕장에 갔는데 그게 황태 덕장인 줄 모르고 무슨 공사장인 줄 알고 사진을 안 찍었어요. 이제 와서 다시 황태 덕장까지 갈 수도 없었어요. 억지로 가려고 하면 갈 수는 있었지만 날이 너무 뜨거웠어요.

 

"여기 관광객 원래 잘 안 오나요? 여기 와서 관광객 거의 못 봤어요."

"아니에요. 예전에는 많았어요. 코로나랑 올해 산불 때문에 뚝 끊겼어요."

 

사장님께서는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어 2022년 3월 4일부터 5일까지 발생한 강릉-동해 산불 여파로 인해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면 저 불 탄 건물도 그때 화재로 불 탄 거에요?"

"예, 맞아요. 바로 저기까지 산불 일어났어요. 여기 논골마을은 주민들이 분투해서 간신히 여기까지 불이 넘어오는 것을 막았어요."

"예..."

 

흉측하게 불탄 건물은 연리지 카페였던 건물이었어요. 2022년 강릉-동해 산불로 홀라당 불타버렸어요. 연리지 카페 주변에 보이는 까까머리 같은 산도 저때 산불로 산이 불타버렸기 때문에 까까머리 같은 산이 되어 버렸어요.

 

"여기 겨울에 눈 많이 오면 동네 사람들 다니기 힘들겠어요."

"아, 여기는 겨울에 눈 별로 안 와요. 강릉쪽은 눈 많이 내릴 때가 있다고 하는데 동해는 겨울에 따뜻하고 눈 별로 안 와요."

 

사장님께서는 동해시는 강릉시와 달리 겨울에 눈이 그렇게 많이 내리지는 않는다고 하셨어요.

 

"여기에서 또 갈 만한 곳 어디 있나요? 저희 묵호 등대에서 내려왔는데요."

"그러면 바람의 언덕 가보셨어요?"

"바람의 언덕이요?"

"여기에서 저 길 따라 조금 가면 바람의 언덕 전망대가 있어요. 거기 한 번 가보세요."

"감사합니다."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바람의 언덕 가는 길에 산제골 마을을 다시 바라봤어요.

 

 

왼쪽 불 탄 건물은 연리지 카페였던 건물이에요. 가운데에 보이는 공사장처럼 생긴 아시바 구조물들이 바로 황태 덕장이에요. 그 오른쪽 까까머리처럼 생긴 산은 2022년 강릉-동해 산불 당시 피해 지역이에요.

 

바람의 언덕까지 왔어요.

 

 

묵호항과 주변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어요.

 

 

바람의 언덕을 쭉 둘러봤어요.

 

 

"우리 카페 갈까?"

 

바로 근처에 카페가 있었어요. 날이 너무 더웠어요. 시원한 음료 한 잔 마시고 싶었어요. 몇 시인지 봤어요. 이제 12시 15분이었어요.

 

"그러자."

 

친구도 좋다고 했어요. 동해시 와서 제대로 카페를 간 적이 없었어요. 카페 한 곳 가보고 싶었어요. 마침 바람의 언덕에는 카페가 있었기 때문에 카페 가서 땀 좀 식히고 쉬다가 묵호역으로 가기로 했어요.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요.

 

 

자리에 앉아서 바깥을 바라봤어요.

 

 

음료를 받아왔어요.

 

 

저는 레몬에이드를 주문했어요. 시원한 레몬에이드를 마시며 계속 창밖을 바라봤어요.

 

 

"우리 여기서 조금만 있다가 나가야겠다."

 

묵호역 가서 KTX를 타고 돌아가려면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았어요.

 

"괜찮아. 여기에서 얼마 안 걸려."

 

친구는 괜찮다면서 조금 더 있다가 가자고 했어요.

 

 

"우리 가야 하는 거 아냐?"

"1시 되면 나가자."

"그래."

 

평소에는 제가 느긋하고 친구가 재촉하는 편인데 이때는 반대였어요. 친구는 계속 조금 쉬다가 나가자고 했고, 저는 기차 혹시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계속 나가자고 했어요. 친구는 1시 되면 나가자고 했어요.

 

1시가 되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이제 묵호역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어요.

 

 

아랫쪽을 내려다봤어요. 묵호 일대가 시원하게 잘 보였어요.

 

 

사진에서 왼쪽은 묵호항과 묵호시장 어시장이에요. 길 맞은편 오른쪽 노란 지붕 통로가 바로 묵호시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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