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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갔으니까 절 갈까?"

 

친구가 성당에서 나오더니 절에 가지 않겠냐고 했어요.

 

"절?"

"너는 불교잖아."

"아, 그렇기는 한데..."

 

친구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 저는 날나리 불교도. 저는 불교를 믿기는 하지만 수계도 안 받았고 정해진 절도 없고 매주 법회에 가지도 않아요. 그냥 불교니까 불교에요. 절을 지나가게 되면 절에 가서 법당에 들어가서 삼배 드리고 나오는 수준이에요. 독실함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요. 가는 길에 절이 있으면 가는 거고 없으면 안 가요. 일부러 막 찾아다니며 다니지는 않아요.

 

"여기 절 있긴 있어?"

"찾아보면 나오지 않겠어?"

 

친구가 지도를 봤어요. 근처에 절이 한 곳 있었어요.

 

"여기 절 있네?"

 

망상해수욕장을 안 가기로 하자 딱히 갈 곳이 없었어요. 논골마을 논골담길 가서 기념품 파는 가게에서 판매하는 조그만 집 하나 사는 게 이날 목표의 전부였어요. 일정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느긋하게 절 들렸다 가도 되었어요. 논골마을도 그렇게 멀지 않았고, 기차 타러 묵호역 가야 하는데 묵호역도 근처였어요. 묵호역, 논골마을 전부 멀지 않은 곳이라 느긋하게 돌아다녀도 되었어요.

 

친구와 함께 절을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이쪽에 있는 절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 대원사였어요.

 

'예전 동남아시아 여행 갔을 때는 진짜 독실한 불교도였지.'

 

2015년에 태국, 라오스 여행 갔을 떄였어요.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절은 있으면 가는 거고 없으면 안 가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태국, 라오스는 도처에 절이 있었어요. 무슨 우리나라에 교회 있는 수준으로 절이 많았어요. 돌아다니며 절이 있으면 그때마다 들어가서 삼배를 드렸어요. 졸지에 아주 독실한 불교도가 되었어요.

 

'유독 한국이 절을 빡세게 해?'

 

태국, 라오스에서 절에 갔을 때 한국에서 하는 것처럼 삼배를 드리면 현지인들이 전부 신기하게 쳐다봤어요. 외국인이 절에 들어와서 절하고 있으니까 신기해서 보는 게 아니었어요. 우리나라는 절을 할 때 완전히 일어났다가 완전히 엎드려요. 절 가서 이렇게 파워 절을 하는 곳은 우리나라 뿐이었어요. 대승불교, 상좌부 불교 다 합쳐서요.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조차도 우리나라처럼 법당 들어가서 완전히 일어났다가 완전히 엎드리며 절하는 모습을 못 봤어요.

 

'그러니 부처님 축지법 쓰신다가 일어났겠지.'

 

라오스 부처님도 제가 절마다 들어가서 그렇게 완전히 일어났다가 엎드리며 삼배를 드리는 거에 감동하셨나 봐요.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오는 버스를 탔을 때였어요. 슬리핑 버스였고, 도착 예정 시간은 아침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무슨 축지법이라도 썼는지 비엔티안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새벽이었어요. 라오스가 도로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도로 사정이 매우 안 좋은 나라인데 버스가 축지법 썼어요. 하도 절을 많이 하니까 부처님께서 부처님 축지법 쓰신다 한 번 해주신 모앙이었어요. 게다가 그날 완전 아침에 숙소에 짐이나 맡기려고 갔더니 얼리 체크인까지 되었어요. 한국 부처님 기준으로는 일반적인 것이지만 라오스 부처님 기준으로는 엄청나게 깊은 불심으로 보셨나봐요. 한국은 삼배는 기본이고 최소한 108배는 해야 절 좀 했구나 하니까요.

 

'우리나라는 진짜 뭔가 있나?'

 

온갖 종교도 그렇고 문화도 그렇고 문물도 그렇고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화되요. 그 중 두드러지는 특징은 강성이 되고 독해져요. 이유는 몰라요. 그러나 한국 사회 문화를 관찰해보면 이런 특징이 상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요.

 

 

골목길로 들어갔어요.

 

 

 

땡볕 아래에서 땀을 흘리며 걸어갔어요. 대원사가 나왔어요.

 

 

주변 풍경은 시골 느낌이 꽤 나는데 조금만 넘어가면 아파트였어요.

 

 

강원도 동해시 발한동 불교 절 조계종 제4교구 대원사 경내로 들어갔어요.

 

 

대원사는 조그만 절이었어요. 대웅전으로 들어갔어요. 삼배를 드리고 바닥에 앉았어요. 안은 매우 시원했어요. 에어컨을 틀지 않았는데도 에어컨 강하게 튼 수준으로 시원했어요.

 

 

법당 안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친구가 법당 안으로 들어왔어요.

 

 

친구도 법당 안에 앉아서 조용히 쉬었어요.

 

 

"여기는 법당에 피아노도 있네?"

"어디?"

"저기."

 

친구가 쉬다가 법당을 한 번 훑어보더니 법당 안에 피아노가 있다고 했어요. 친구에게 법당 어디에 피아노가 있냐고 물어보자 오른쪽을 가리켰어요. 오른쪽을 봤어요. 정말 피아노가 있었어요.

 

"법당에 피아노 있는 건 처음 보네."

 

대원사 자체는 그렇게 인상적인 절이 아니었어요. 조그만 절이었어요. 그런데 법당 안에 있는 피아노 때문에 갑자기 엄청 특별한 절로 보였어요. 법당 안에 피아노 있는 것은 지금까지 못 봤어요.

 

 

법당에서 나왔어요.

 

 

다시 큰 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가지와 포도가 열매가 맺혀 있었어요.

 

"배고프다."

 

친구가 배고프다고 했어요. 이제 아침 10시였어요. 아침 식사는 안 한 상태였어요.

 

"이제 식당들 슬슬 장사 준비할 건가?"

 

아침 10시면 약간 애매한 시간이었어요. 식당 대부분이 이제야 문을 열고 장사 준비를 시작할 때였어요.

 

 

"막국수 판대."

 

식당 유리창에 막국수를 판매하고 있다고 종이가 붙어 있었어요. 강원도 대표음식은 막국수에요. 동해시도 강원도에요. 강원도에 왔으니 막국수 한 그릇 먹고 가야죠. 식당 문을 열기 위해 잡아당겼어요. 문이 잠겨 있었어요.

 

 

 

동쪽바다 중앙시장 쪽으로 갔어요.

 

 

 

동쪽바다 중앙시장 입구 옆에 조그만 식당이 하나 있었어요. 식당 이름은 황금밥상이었어요. 왠지 음식 맛이 좋을 거 같았어요. 친구는 그새 인터넷에서 검색해봤어요.

 

"여기 평점 좋다."

"그래, 여기에서 먹자."

 

아침 10시면 아직 식당들이 본격적으로 장사할 때가 아니었어요.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본 결과 평이 꽤 좋은 식당이라고 했어요. 다른 곳 찾을 때가 아니었어요. 다른 곳 찾다가는 한 시간 후에나 밥 먹을 수 있을 수도 있었어요. 친구 말에 의하면 평이 좋다고 했고, 저와 친구 모두 여기가 왠지 괜찮은 식당 같았어요.

 

 

친구와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나는 김치찌개. 너는 뭐 먹을 거?"

"나는 된장찌개."

 

친구는 김치찌개를 먹겠다고 했어요. 저는 된장찌개를 주문했어요.

 

 

밑반찬이 먼저 나왔어요.

 

 

"여기 맛있다!"

 

된장찌개는 매우 맛있었어요. 재료 맛이 하나하나 다 정직하게 살아 있었어요. 너무 짜지도 않았어요. 찌개로 떠서 먹어도 좋고, 밥을 말아먹어도 좋을 맛이었어요.

 

된장찌개를 열심히 먹으며 밑반찬도 열심히 먹었어요. 밑반찬 중에는 북어포 같이 생긴 생선포 무침이 특히 맛있었어요.

 

"사장님, 여기 북어포 더 주세요."

 

북어포처럼 생긴 생선포 무침을 다 먹었어요. 사장님께 더 달라고 했어요. 사장님께서는 더 갖다주시며 말씀하셨어요.

 

"이거 북어포가 아니라 아구포에요."

 

아구포!

 

아구포는 귀한 생선포에요. 요즘은 길거리에서 아구포를 구워서 파는 곳도 몇 곳 보이지만 서울에서 여전히 흔히 보이는 먹거리는 아니에요. 아구 자체가 비싸서 아구포도 비싼 편이에요.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아구포 나오는 것은 처음 봤어요. 식당은 조그맣고 평범하게 생겼는데 비싼 아구포가 밑반찬으로 나오는 식당이었어요.

 

친구와 늦은 아침을 잘 먹고 나왔어요.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이제 전날 구경했던 동쪽바다 중앙시장으로 다시 들어갔어요.

 

 

 

 

 

 

전날에 비해 사람도 많고 문을 열고 장사하는 가게도 많았어요.

 

 

 

 

 

 

시장 끄트머리까지 왔어요. 튀김과 식혜를 판매하고 있는 가게가 있었어요.

 

"식혜 마시고 싶다."

"너 마셔."

"너는?"

"나는 별로."

 

친구는 식혜를 마시고 싶다고 했어요. 친구에게 사서 마시라고 했어요. 친구가 저는 안 마실 거냐고 물어봤어요. 저는 식혜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딱히 없었어요. 매우 덥기는 했지만 목이 마르지 않았어요. 밥 먹은지 얼마 안 되어서 당장 무언가 또 먹거나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친구는 식혜 한 컵을 구입했어요. 결제는 계좌이체로 했어요.

 

'재래시장 살린 건 카카오뱅크와 토스라니까.'

 

많은 정치인들과 공무원이 재래시장 살리자고 정책도 내놓고 별 짓을 다 했어요. 그러나 다 예산 낭비에 불과했어요. 딱히 성과랄 것은 없고 대체 돈을 어디에 다 쏟아부은 건지 알 수 없었어요.

 

정작 재래시장을 살린 것은 카카오뱅크와 토스였어요. 재래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이 현금을 받는 점이었어요. 그렇지만 사람들은 날이 갈 수록 현금은 안 갖고 다니고 카드 사용으로 많이 넘어가고 있었어요. 재래시장을 가려면 반드시 현금을 가지고 가야만 뭘 살 수 있었어요. 붕어빵, 호떡 하나를 사먹으려고 해도 현금이 있어야 했어요. 그렇다고 재래시장 안에 은행 ATM이 많이 있어서 수수료 없이 바로 현금을 인출해서 무언가 사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재래시장은 작정하고 현금 들고 가야 하는 곳이었고, 현금 사용이 급격히 줄어드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더욱 빠르게 도태될 수 밖에 없었어요. 현금을 일부러 준비해서 가더라도 남은 현금은 결국 귀찮은 돈으로 전락하니 굳이 일부러 재래시장에 현금 들고 갈 이유가 없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바로 카카오뱅크와 토스였어요. 카카오뱅크와 토스가 간편한 이체와 수수료 없는 이체를 서비스해주면서 사람들이 현금 대신 계좌이체로 계산하기 시작했어요. 계좌이체로 돈을 지불하면 상인들도 거절할 이유가 없어요. 카드는 수수료가 있고, 정산도 며칠 걸려요. 반면 계좌이체는 바로 돈이 들어오니 현금 받는 것과 똑같아요. 오히려 상인들도 어차피 장사해서 현금 받으면 그걸 전부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은행에 입금하는 것도 일인데 사람들이 계좌이체로 결제하면 귀찮은 일 하나 줄어들어요. 돈 분실 위험도 줄어들고, 정산할 때 현금이 뒤죽박죽 섞여서 계산 틀릴 일도 없구요. 카카오뱅크와 토스가 쉽고 수수료 없는 이체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면서 덩달아 재래시장도 크게 살아났어요. 이제는 재래시장에 현금 들고 갈 필요 없어요. 계좌이체로 지불하면 되요.

 

 

친구가 식혜를 구입한 가게에서는 가자미 튀김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가시만 없다면 사먹어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가시가 있을 거였어요. 손에 기름 뭍는 것도 문제지만 길거리에서 가시 퉤퉤 뱉어가며 먹는 건 좀 아니었어요. 먹어보고 싶었지만 이건 길거리 돌아다니며 먹을 수 있어보이지 않아서 참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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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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