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망상 속의 동해 (2022)

망상 속의 동해 - 13 강원도 동해시 묵호 논골담길 전망 조망 카페 묵꼬양

좀좀이 2022. 8. 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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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치국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왔어요.

 

"배 터지겠네."

 

배가 부르다 못해 배가 터질 거 같았어요. 목구멍 입구까지 음식물이 꽉 찼어요. 곰치국 먹으러 식당 들어갈 때만 해도 배가 그렇게 부르다고 느끼지 못했어요. 아침부터 계속 뭔가 먹어서 뱃속에 음식물이 가득 차기는 했지만 논골담길까지 돌아다니면서 어느 정도 소화가 된 것 같았어요. 그러나 그건 제가 느낀 잘못된 느낌이었어요. 음식을 많이 먹어서 배가 빵빵하게 불러 있었지만 단지 그것을 못 느끼는 상태였을 뿐이었어요. 그래도 곰치국이 뱃속에 들어갔으니 약간 소화가 되기는 했을 거에요. 중요한 건 이제 더 이상 음식을 못 먹을 상태가 되었다는 점이었어요. 여기에서 음식을 더 먹으면 토할 수준이었어요.

 

"우리 내일 아침 못 먹는 거 아냐?"

"그럴 수도 있어."

 

다음날 아침은 안 먹어야할 수도 있었어요. 지금 소화가 되는 문제가 아니라 잘못하면 배탈나게 생겼어요. 다음날 아침 문제가 아니라 소화 하나도 안 되어서 배탈날 것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었어요. 과식을 넘어서 폭식했어요. 무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아예 안 들었어요.

 

"소화시키게 산책 좀 하자."

 

친구에게 소화시키기 위해 산책을 하자고 했어요. 친구도 그러자고 했어요. 친구와 다시 논골담길이 있는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여기 중국 식품점 있네?"

 

친구가 중국 식품점에 들어가보자고 했어요. 딱히 어디 갈 곳을 정한 것은 아니라서 그러자고 했어요.

 

"왕라오지 있을 건가?"

"그거? 그거 여기 있을까? 대림에서밖에 못 봤는데."

 

친구는 중국에서 매우 유명한 음료수인 왕라오지가 있는지 찾아보자고 했어요. 왕라오지는 중국에서 매우 유명한 한방차에요. 여름에 몸의 열을 내려서 더위를 식혀준다고 했어요. 왕라오지는 인기가 매우 좋아서 중국판 코카콜라 같은 음료에요. 단,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는 보기 어려웠고, 주로 한족들이 많이 마시는 음료였어요.

 

음료수 진열대와 음료수 냉장고에는 왕라오지가 없었어요. 한국에서 왕라오지를 판매하는 가게는 서울 대림동에서 밖에 못 봤어요. 멀리 동해시에서 왕라오지를 찾을 수 있어보이지 않았어요.

 

친구는 점원에게 왕라오지가 있냐고 물어봤어요. 점원이 가게 구석에 있는 박스에서 왕라오지를 꺼내줬어요.

 

"너도 마실래?"

"아니."

 

친구는 제게 저도 마실 거냐고 물어봤어요. 괜찮다고 했어요. 배불러서 뭐 마시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친구는 왕라오지 한 통 구입했어요.

 

밖으로 나왔어요. 친구가 왕라오지를 마시기 시작했어요.

 

"우리 중국 여행 갔을 때 내가 너 그거 마실 때마다 왕자지 빤다고 놀렸잖아."

"어. 그렇지."

 

친구와 같이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상하이까지 중국 대륙 횡단 여행할 때였어요. 그때 친구는 중국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중국에서 친구를 만나서 같이 돌아다닐 때, 친구는 왕라오지를 엄청 좋아했어요. 음료수 구입할 때 저는 주로 밀크티를 구입했고, 친구는 왕라오지를 구입했어요. 친구가 왕라오지를 사서 마시고 있으면 제가 왕자지 빠냐고 놀렸어요. 그때마다 친구가 발끈하곤 했어요. 같이 중국 여행 다닐 때는 이렇게 놀리면 발끈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이야기하자 그때를 회상하며 미소만 지었어요.

 

다시 동쪽바다 중앙시장으로 들어갔어요.

 

 

이제 저녁 7시 10분이었어요. 시장은 완전히 문을 닫았어요. 시장 길을 따라 논골담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어요. 딱히 가야할 곳이 떠오르지 않아서 무작정 논골담길이 있는 쪽을 향해 걸었어요.

 

 

"아까 그 가기로 한 카페 가자."

 

낮지만 가파른 암벽을 올라가는 계단이 나왔어요. 가파른 계단에는 묵꼬양 카페 가는 길이라고 알려주는 조그만 이정표가 붙어 있었어요. 친구도 그러자고 했어요.

 

계단을 걸어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여기 힘드네."

 

둘 다 운동부족이었어요. 얼마 안 되는 계단인데 벌써 땀이 좍좍 흐르고 힘들었어요. 뒤를 돌아보자 묵호항이 보였어요.

 

 

하늘은 붉게 노을이 지고 있었어요.

 

 

묵호항과 더불어 논골담길이 있는 논골마을도 보였어요.

 

가파른 계단을 다 올라가자 아까 산제골 마을에서 큰길로 내려갈 때 지나가며 본 길이 나왔어요. 이제 묵꼬양 카페를 찾아가야 했어요.

 

"묵꼬양 카페 어디로 가야 하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묵꼬양 카페를 찾았어요. 이정표가 다시 나왔어요. 계단을 다 올라가서 나오는 큰 골목길에서 논골담길로 따라가자 하얗게 칠해서 지중해식 건물 비슷해 보이는 건물이 하나 나왔어요. 그곳이 묵꼬양 카페였어요.

 

친구가 먼저 들어갔어요. 저는 너무 더워서 땀 좀 식히고 들어간다고 했어요. 카페 안에 들어갔던 친구가 금새 밖으로 나왔어요.

 

"여기 8시까지밖에 안 한대."

"그래?"

"지금 7시 반인데 어떻게 할래?"

"30분은 있다 가잖아."

 

친구는 묵꼬양 카페가 저녁 8시까지밖에 안 하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어요. 30분 앉아 있다가 가자고 했어요. 딱히 갈 만한 곳도 없었어요. 게다가 묵꼬양 카페는 위치가 매우 좋았어요. 논골마을과 묵호항을 조망하는 곳에 있었어요. 묵꼬양 카페에서 8시까지 있다가 나오면 날이 저물 거였어요. 그때 나와서 보면 논골마을과 묵호항 야경을 잘 볼 수 있을 거였어요.

 

묵꼬양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요. 음료를 주문한 후 자리로 갔어요.

 

 

 

카페에 앉아 있다가 잠깐 밖으로 나왔어요.

 

 

아직은 바람이 뜨뜻했어요.

 

 

'여기는 카페가 별로 없네?'

 

묵호역에서 논골담길까지 걸어오면서 카페를 별로 못 봤어요. 묵호항도 나름 유명한 관광지에요. 그런데 관광지치고는 카페가 정말 별로 없었어요. 서울에서는 허다한 테이크아웃 카페도 몇 곳 없었어요. 앉아서 커피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큰 카페는 묵꼬양 카페 외에는 아예 못 봤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거의 못 봤어요.

 

'서울만 유독 카페가 많은 건가?'

 

카페가 꽤 있을 만 한데 카페가 안 보였어요. 관광지화되었다면 전망 좋은 카페, 분위기 좋은 카페라고 카페가 많이 들어서기 마련인데 묵호항과 논골마을 근처에는 카페가 별로 안 보였어요. 묵호등대 근처에는 카페가 몇 곳 있었어요. 그 정도였어요. 그런데 카페 가고 싶다고 이 더위에 묵호등대까지 기어올라가는 건 엄청 힘든 일이었어요. 카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관광지에 비하면 정말 없는 수준이었어요.

 

'여기는 관광지화 덜 되어서 그런가?'

 

강원도 동해시 논골마을 논골담길과 묵호항이 나름 유명한 관광지라고는 하지만 아직 관광지화가 덜 된 곳이었어요. 여기 사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꽤 많이 관광지화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여기 놀러온 사람 눈으로 보면 관광지화가 확실히 많이 안 되었어요. 논골마을도 논골마을이 관광지라 하지만 아까 걸어보니 정말 사람 사는 동네 골목길이었어요. 벽화만 예쁘게 잘 관리하고 있었구요.

 

"궁금하네."

 

 

묵호쪽이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관광지화가 매우 덜 된 이유에 대해 혼자 추측해보기 시작했어요.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망상해수욕장 등은 강릉시의 유명한 관광지인 주문진, 경포대 해수욕장에 비해 인지도가 매우 떨어져요. 아직 묵호쪽은 관광지로 개발도 많이 덜 되었구요. 그래도 '안 알려진 동네' 수준은 아니에요. 강릉에 비해 안 알려졌을 뿐이에요.

 

'뜨려다가 말았나?'

 

제일 납득되는 추측은 동해시가 한국에서 유명한 관광지로 뜨려다가 말았다는 것이었어요. 지금은 동해시도 서울에서 여행가기 좋아요. KTX 타고 묵호역이나 동해역에서 내리면 되요. 그렇지만 예전에는 가기 정말 불편했어요.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서 강릉 빼고 가기 편했던 곳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다 속초는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과의 접근성이 엄청나게 좋아졌어요. 그 전에는 서울에서 속초 가려면 동서울터미널 가서 버스로 3시간 가야 했어요.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그동안 아는 사람만 알던 배낭여행 스타일로 여행하기 좋은 속초가 전국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로 급부상했어요. 그리고 닭강정이 속초 중앙시장 명물을 넘어서 강원도 동해안 일대의 대표음식이 된 것도 이때구요.

 

서울에서 동해시까지 KTX로 갈 수 있게 된 것은 2020년 3월 2일이에요. 그 이전에 강릉까지 KTX가 가게 된 것도 얼마 안 되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2017년 12월 22일에 강릉선(서울-강릉)KTX가 공식 개통되었어요. 이로부터 2년 조금 지난 2020년 3월 2일에 동해시까지 KTX가 연장되었어요. 참고로 KTX가 없었을 때 서울에서 강릉까지 무궁화호로 6시간 걸렸어요. 강릉이 그나마 저 정도였으니 강릉보다 서울에서 접근성 더 떨어지는 동해, 삼척은 서울에서 여행갈 때 실제 이동 수단 및 이동 방법 따지면 서울에서 부산 여행가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어요.

 

동해시가 관광으로 크게 뜨기 시작한 때는 당연히 KTX 강릉선이 개통되면서부터였어요. 이때부터 서울에서 강릉까지 KTX를 타고 가면 청량리역 기준 1시간 36분, 서울역 기준 1시간 57분 걸리게 되었고, 그러자 강릉 바로 아래에 있는 도시인 동해시로 여행가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기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2017년 12월 22일', '2020년 3월 2일'이라는 날짜들이에요. 2017년 말에 서울-강릉 KTX가 개통되었고, 2020년 3월 2일에 서울-강릉 KTX 노선이 묵호, 동해까지 연장되었어요. 2020년 3월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거에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때에요. 그러니까 동해시가 일반인들에게 본격적으로 관광도시로 크게 알려지기 시작한 때가 2018년이고, 고작 2년만에 관광업 자체가 코로나 사태로 폭삭 주저앉았어요. 그래서 아직까지 외지인 눈으로 보면 관광지로 개발이 별로 안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일 거였어요.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요. 친구와 별 말 없이 앉아 있었어요. 저녁 8시 즈음 되자 밖으로 나왔어요.

 

 

사진 찍기 딱 좋은 적당한 어두움이었어요. 너무 시꺼멓고 깜깜하지 않으면서 빛이 밝에 눈에 띄는 어두움이었어요. 이때부터 완전히 깜깜해지기 직전까지가 야경 사진 찍을 때 제일 좋을 때에요.

 

 

 

논골마을과 묵호항 야경 사진을 찍으며 느긋하게 야경을 감상했어요.

 

 

"이제 내려가게."

 

친구가 내려가자고 했어요. 아름다운 논골마을과 묵호항 야경 감상을 마치고 묵호 바다 옆에 있는 큰길로 내려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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