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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암 촛대바위까지 걸어가자."

 

강원도 동해시 북평 5일장에서 추암 촛대바위까지 거리는 4km였어요. 북평 5일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려면 한참 기다려야 했어요. 시간이 아까웠어요. 1분 1초라도 더 아껴야 했어요. 일정이 빠듯해서 그런 게 아니었어요.

 

오후 강수 확률 80%

 

2022년 7월18일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 강수 확률은 무려 80%에 육박했어요. 하늘은 매우 흐렸어요. 오전 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어요. 이날 일정은 추암 촛대바위를 갔다가 북평 5일장에 돌아온 후 묵호로 가는 일정이었어요. 묵호는 다음날 묵호역에서 기차 타고 서울 돌아가면 되니까 당장 오후에 비가 내린다면 묵호를 다음날 아침에 보러 나가면 되었어요. 북평 민속 오일장도 대충 보기는 했으니까 돌아와서 점심만 먹으면 되었어요. 그러나 추암 촛대바위는 반드시 봐야 했어요. 추암 촛대바위 보기 전에 비가 퍼붓기 시작하면 골치아파질 거였어요.

 

오후에 묵호로 넘어가는 일정도 확정된 것이 아니었어요. 친구는 계속 속초 가자고 하고 있었어요. 저는 그건 정말 무리라고 했어요. 속초가 아무리 작은 도시라고 해도 그렇게 만만하게 돌아다닐 도시는 아니에요. 진짜 속초 중앙시장 가서 만석닭강정만 사올 게 아니라면요. 친구는 북평 오일장과 추암 촛대바위 보고 묵호는 버리고 속초로 넘어가는 것도 계속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숙소 예약도 아직 못 했어요. 그러니 추암 촛대바위는 무조건 가서 봐야 했어요.

 

지도를 보고 가다 북평오일장 끝자락에 있는 큰 사거리가 나왔어요.

 

"실례하지만 길 좀 여쭈어볼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추암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나요?"

"추암이요? 저기 발전소 너머에요."

"감사합니다."

 

가는 길에 북평오일장 끝자락에 있는 큰 사거리에서 길을 물어봤어요. 대각선 끝자락에 있는 커다란 굴뚝 너머가 추암이라고 알려주셨어요.

 

신호등 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는 중이었어요.

 

"어? 비 오는 거 아니? 물방울 맞았어."

"그래? 나는 모르겠는데?"

 

친구가 비 오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비 몇 방울 떨어졌어요. 저도 맞았어요. 그러나 모른 척 했어요. 비 오는 거 같다고 하면 친구가 엄청 툴툴거릴 확률이 약 20만%였어요. 걸어서 한 시간 거리인데 택시 타고 가자고 하거나 추암 촛대바위 가지 말자고 할 거였어요. 이건 안 봐도 뻔했어요. 이 친구와 여행을 한 두 번 같이 다녀본 게 아니었어요. 하루 이틀 다닌 게 아니라 심지어 중국 저 멀리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상하이까지 중국 횡단 여행도 했어요. 비가 벌써 크게 퍼부을 거 같지는 않았어요. 습하기는 했지만 왠지 당장 엄청 퍼부을 거 같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물방울 안 맞아서 모르겠다고 했어요.

 

신호등을 건넜어요.

 

 

친구는 아침에 맛있는 아침을 먹어서 기분이 매우 좋았어요. 게다가 친구의 선택이 70점 수준으로 맞아떨어져서 더욱 만족하고 있었어요. 북평오일장이 친구가 주장한 대로 아침 일찍부터 제대로 열려 있을 리 없었어요. 그래도 시장 열리는 모습은 봤어요. 그리고 친구가 고른 식당에서 먹은 소머리 국밥이 매우 맛있었어요. 북평 오일장도 대충 보기는 했고, 아침도 잘 먹었어요. 친구 선택이 맞았어요.

 

북평 오일장에서 추암까지 가는 길 자체는 매우 쉬웠어요. 멀리 보이는 발전소 굴뚝을 향해 걸어가서 거기에서 바닷가쪽으로 가면 되었어요. 딱히 지도를 보며 갈 필요도 없었어요.

 

둘이 별 말 없이 걸었어요. 할 말이 별로 없었어요. 서로 싸우거나 해서가 아니었어요. 이 친구는 불과 얼마 전에 서울에 와서 몇 번 만났어요. 그게 2주 남짓 되었을 거에요. 2주 사이에 서로에게 무슨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서 말할 거리가 쏟아져 나오겠어요. 둘이 서먹해져서 말이 없는 게 아니라 화젯거리가 딱히 없어서 할 말이 없어서 별 말 없이 걷기만 했어요.

 

 

"여기 길 왜 이래?"

 

분명히 보도블럭으로 포장된 인도인데 관리가 하루 이틀 안 된 꼴이 아니었어요. 완전 체르노빌 폐허에 무성하게 자란 수풀 분위기였어요. 흉가 체험 대신 '흉로 체험'이라고 해도 될 지경이었어요. 웃긴 건 이 길 및 길 옆까지 싹 다 폐허면 버려진 곳이겠거니 하겠는데 인도만 이랬어요. 인도 양쪽에는 공장이 있었고, 공장은 아주 멀쩡히 잘 가동중이었어요. 화물차도 잘 다니고 있었어요. 인도만 완전히 방치되어 있었어요.

 

이 길을 걸어서 추암까지 가는 사람이 아마 우리 밖에 없겠지.

 

길이 방치된 이유는 단순했어요. 이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방치되었을 거에요.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저와 친구 뿐이었어요. 구멍가게, 식당 하나 없었어요. 완전히 버려진 길이었어요.

 

"차 렌트해서 다닐까?"

"아니."

"차로 다니면 편하잖아."

"나 차로 다니는 여행 진짜 싫어해."

 

아침에 잠깐 친구와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랐어요. 친구는 차를 렌트해서 돌아다니고 싶어하는 눈치였어요. 운전하는 것에 엄청 재미들린 모양이었어요. 그러나 저는 승용차 타고 다니는 여행을 상당히 싫어해요.

 

당일치기 여행이라면 저도 승용차 타고 다니는 여행을 매우 좋아해요. 이런 건 보통 여행 보다는 '드라이브'라고 하죠. 당일치기 여행이라면 친구가 운전하는 동안 서로 잡담도 하고 재미있게 잘 놀아요. 그리고 하루 안에 돌아다니려면 시간적 제약이 크기 때문에 대중교통만으로 다니기는 어려운 곳이 많아요.

 

당일치기로 드라이브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몇박 며칠 여행 전체를 승용차로 다니는 것은 상당히 싫어해요. 여기에는 몇 가지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요.

 

먼저 저는 운전면허가 없어요. 아직도 필요하다고 못 느껴서 안 따고 있어요. 주변에서는 자꾸 운전면허 따라고 하고 있지만 어차피 따봐야 장농면허 직행인데 그걸 왜 따야 하는지 필요성을 전혀 못 느껴서 안 하고 있어요. 그런데 몇박 며칠로 승용차로 여행을 다니려면 저는 운전면허가 없기 때문에 친구 혼자 운전 다 해야 해요. 이러면 엄청 부담되요. 그래서 가만히 옆에 타고만 있어도 심적으로 꽤 불편해요.

 

특히 만약 같이 여행하는 사람이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그래요. 만약 제가 운전면허증이 있어서 운전할 수 있다면 저는 술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최고의 동행자가 되겠지만, 저는 술을 안 좋아하지만 운전면허가 없어요. 한 명이 혼자 운전하면 그때는 운전하는 친구 때문에 먹는 것도 보다 신경써야 해요.

 

그리고 즉흥성도 상당히 떨어져요. 차는 주차해야 하니 어디를 가든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해요. 어디 갈 때도 주차 공간을 찾아야 하고 달리는 동안 같이 유심히 들여다볼 여유가 없으니 일정 짤 때도 보다 계획적이어야 해요. 일정이 상당히 틀에 갇힌 일정이 되요. 맛있어보이는 식당 보이면 그냥 들어가기로 하고 돌아다닌다 해도 이걸 같이 봐야 맛있게 음식 잘 하는 식당인지 아닌지 찍어서 들어가보죠. 한 명은 운전하고 저는 달리는 창밖에서 차창 보며 일방적으로 저기 괜찮을 거 같다고 차 세우고 가보자고 할 수는 없어요.

 

여기에 드라이브는 같이 차 타고 하루 노는 거니까 빨리 빨리 장소를 이동해도 그것 자체가 재미있어요. 그러나 몇박 며칠을 승용차 타고 여행하면 선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아니라 점 몇 개 찍는 동선에 가까워져요. 그러면 나중에 가면 승용차 타고 다니던 시간과 목적지 갔던 기억 뿐이에요. 여행 자체가 상당히 재미없어져요.

 

저는 여행 다닐 때 사람들 보는 것을 좋아해요. 제 내면으로의 여행 같은 건 진짜 싫어해요. 왜냐하면 저는 혼자 자취하고 있거든요. 내 방 안에 가만히 있으면 그게 이미 나의 내면으로의 여행인데 비싼 돈 들여서 밖에 나와서 또 내 내면으로의 여행 같은 거 하기 싫어요. 길거리 풍경 하나 하나, 길에서 들리는 소리 하나 하나 모두 느끼고 관찰하며 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승용차로 다니면 이동 중에는 바깥과 고립되요.

 

이렇게 바깥과 고립된 시간이 길어지면 나중에는 이동할 때 진짜 지루해져요. 제가 재미있고 말 많은 사람도 아닌데 둘이서 몇날 며칠을 승용차 같이 타고 여기 저기 돌아다녀봐요. 진짜 할 말 없고 심심해요. 걸어다니고 대중교통 타고 다니면 주변에서 보이는 재미있는 풍경, 재미있는 소리를 화제 삼아서 계속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승용차 타고 다니면 각자의 말재주로 승부를 봐야 해요. 하루 정도는 괜찮아요. 하루 정도는 저도 말 잘 해요. 그러나 이틀부터는 힘들어요. 말 할 게 없어요.

 

이 경험을 제대로 했던 게 바로 이 친구와 중국 여행 갔을 때였어요. 이 당시, 저와 제 친구 모두 파란만장하고 굴곡진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래서 원체 서로에게 할 말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게다가 자주 보는 친구도 아니었어요.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했어요. 그러니 말할 거리가 둘 다 아주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어요. 그런데도 정확히 이틀만에 서로 말할 거리가 다 떨어져버려서 엄청 심심해져버렸어요. 아직도 기억해요. 상하이에서 투르판 가는 기차에서 저녁 즈음 되자 서로 할 말이 없어서 참 심심해했어요. 그러니까 아무리 말할 거리가 많아도 이틀이 한계였어요. 하루야 갔던 곳, 그날 먹었던 음식 소감에 우주 삼라만상 다 꺼내서 재미있게 떠들고 논다지만 이틀째가 되면 진짜 할 말 없어서 힘들어요.

 

이런 이유로 당일치기 드라이브는 좋아하지만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몇박 며칠로 여행가는 것은 참 안 내켜해요.

 

당장 이렇게 같이 걷고 있는데도, 그것도 불과 여행 2일차인데도 서로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말을 안 하고 있었어요. 만약 렌트해서 왔다면 저는 할 말 없고 차 안에 있으니 졸려서 비영비영했을 거에요. 그러나 친구가 운전중인데 혼자 자면 그것도 그러니 억지로 잠을 참아가며 괴로워했을 거에요.

 

 

동해바이오발전본부까지 왔어요.

 

 

이러니까 더 무섭잖아!

 

아침. 게다가 남자 2명. 무서울 게 없었어요. 그러나 수풀에 파묻힌 '추암해변' 표지판은 귀신이 나오는 곳으로 가는 분위기를 자아냈어요.

 

"철길 있다."

 

 

철도가 있었어요.

 

인도는 갈 수록 상태가 더 안 좋아졌어요. 차도는 멀쩡한데 인도만 상태가 나빴어요. 한두 해 방치된 거 같지가 않았어요.

 

 

"대체 얼마나 방치해놨으면 이끼가 이렇게 자라?"

 

인도 보도블럭 사이에 끼는 솔이끼가 인도를 덮어가고 있었어요.

 

 

"추암 촛대바위 꼭 가야해?"

 

친구가 제게 추암 촛대바위 꼭 가야하냐고 물어봤어요.

 

"여기 온통 촛대바위 사진이잖아."

 

강원도 동해시 와서 가장 많이 본 사진은 추암 촛대바위였어요. 정말 도처에 추암 촛대바위 사진이 붙어 있었어요. 동해시의 상징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한두 곳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도처에 촛대바위 사진이 있었어요. 이 정도면 서울 와서 남산 안 보는 수준이 아니라 무슨 프랑스 파리 가서 에펠탑 꼭 봐야 하는 수준이었어요. 에펠탑 바로 아래까지는 못 가더라도 샹젤리제 거리 가서 멀찍이서라도 에펠탑을 반드시 봐야 될 것만 같은 의무감까지 느끼게 하는 수준이었어요. 동해시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들어본 곳은 망상해수욕장이었지만 현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본 풍경은 무조건 촛대바위를 가라고 하고 있었어요. 길을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동해시 가면 무조건 촛대바위 가야 한다고 세뇌당해버렸어요.

 

동해시에는 관광지가 꽤 있어요. 동해시는 그렇게 넓지 않은 도시이지만 이 도시 안에 산도 있고 계곡도 있고 바다도 있고 항구도 있어요. 있을 거 다 있어요. 산도 조그마한 언덕배기가 아니라 무려 태백산맥이에요. 당연히 동해시에서 밀어줄 관광지, 비경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어쨌든 촛대바위였어요.

 

추암 촛대바위 안 가면 동해시 여행 자체가 부정당해버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야만 합니다.

 

친구에게 길게 말하지 않고 딱 저렇게만 말했어요. 그랬는데도 친구는 납득해버렸는지 추암 촛대바위 꼭 가야하는지에 대해 더 말하지 않았어요.

 

 

 

철로 옆에는 텃밭과 오두막이 있었어요.

 

 

"여기 철도 사진 예쁘게 나온다."

 

 

하늘이 조금씩 개고 있었어요. 날씨가 좋아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와 더불어 날이 점점 더 더워지고 있었어요. 아주 가볍게 반팔에 반바지 입고 나온 것이 천만다행이었어요.

 

 

"바다 나왔다!"

 

멀리 바다가 보였어요. 이제 추암 촛대바위까지 거의 다 왔어요.

 

 

추암해변 표지판과 같이 매달려 있는 '러시아 대게마을'이라는 곳이 있다는 표지판이 보였어요.

 

 

러시아 대게마을에서 조금 더 가자 드디어 추암해변 입구가 나왔어요.

 

추암해변 입구를 통과했어요. 통과해서 옆을 보니 동해 바다열차 시간표가 있었어요.

 

 

"원래 오늘 날 맑으면 너한테 저거 타보자고 하려고 했었어."

 

동해안에는 바다열차라는 관광열차가 있어요. 이 열차는 객실 좌석이 모두 바닷가를 볼 수 있게 설치되어 있다고 해요. 바다열차는 삼척부터 강릉까지 운행해요. 동해시 바다 풍경이 매우 예쁘지만 이걸 차로 휙 지나가는 건 너무 밋밋하고 걸어서 쭉 보려고 하면 힘들어요. 바다열차를 타고 동해 바다를 쭉 둘러보면 꽤 재미있을 거 같았어요. 그래서 동해시 여행 가면 바다열차를 한 번 타보고 싶었어요. 친구에게도 날씨 좋으면 바다열차 타고 동해안을 쭉 구경하자고 했구요.

 

그러나 일기예보는 오후에 비가 올 거라고 했어요. 바다열차가 아니라 빨리 추암바위 보고 북평오일장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추암해변 입구에는 대게빵 파는 가게가 있었어요.

 

"저거 사먹을까?"

"아니, 나는 조금 별로."

 

친구는 일단 촛대바위부터 보고 오자고 했어요.

 

"여기 왜 오리가 돌아다니지?"

 

아주 큰 오리가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둘이 오리를 멀뚱멀뚱 쳐다봤어요. 개나 고양이가 돌아다니는 건 많이 봤지만 커다란 오리가 관광지 입구에서 자유롭게 뒤뚱뒤뚱 돌아다니는 건 처음 봤어요. 입구쪽 가게 사장님이 오리에게 먹을 것을 주자 오리가 냠냠 먹었어요. 오리는 사료를 다 먹고 또 뒤뚱뒤뚱 돌아다녔어요.

 

 

추암해변으로 갔어요.

 

 

"저건 어제 갔던 곳에도 있었는데?"

 

친구가 민물이 흐르는 하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한섬해변에도 비슷한 장소가 있었어요.

 

 

경고문이 적힌 팻말이 서 있었어요. 추암해변은 군사작전지역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야간 작전시 군인들의 근무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금지해달라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4가지 행동을 명시해놨어요.

 

- 초병 인근지역에서의 과다한 노출 및 선정적 행위

- 음주, 고성, 가무

- 경계병력에게 음식물의 제공

- 철책 등 군사시설 접근 및 훼손

 

분명히 일부러 군인들한테 장난으로 '오빠~'하면서 추파 던지는 여자들 한둘이 아닐 거다

 

이 생각이 떠오르며 웃음이 나왔어요. 예전 군대 시절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어요. 지방선거 때였을 거에요. 정확히 어떤 선거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방선거였을 거에요. 보궐선거를 하러 어떤 여자고등학교로 갔어요. 여자고등학교 체육관으로 들어가는데 여고생들이 군인들 보고 꺄아악 소리지르고 오빠 소리지르고 난리였어요. 당연히 진짜 군인이 멋있어서 소리치는 게 아니라 장난으로 소리치는 거였어요. 이런 장난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훨씬 많이 잘 쳐요. 여기도 보나마나 추암해변에 놀러왔다가 군인 보고 그렇게 장난치는 여자가 한둘이 아닐 거에요. 그리고 더 짓궂게 장난치겠죠.

 

 

"저기 할리스 자리 완전 잘 잡았는데?"

"진짜네?"

 

친구가 할리스 커피를 가리키며 감탄했어요. 할리스 커피는 추암해변을 바라보는 전망대 같은 곳이었어요. 위치가 정말 좋았어요.

 

"너 할리스 좋아하지?"

"아니. 이제 안 가."

"왜?"

 

제가 할리스를 이제 안 좋아하고 별로 안 간다고 하자 친구가 궁금해했어요.

 

"내가 좋아하던 메뉴 다 없애고 24시간 운영도 안 하잖아."

 

예전에는 할리스 커피를 제일 좋아했어요. 그런데 포인트 적립을 이상하게 바꾸더니 그 후 제가 좋아하던 밀크티 크림라떼, 그린티 크림라떼 같은 메뉴를 싹 다 없애고 메뉴를 완전히 단순화시켜버렸어요. 그래서 할리스 커피 가면 마실 게 없었어요. 바닐라 달라이트도 한두 번이죠. 그래도 간간이 할리스 커피를 간 이유는 할리스 커피가 카공족 친화적인 인테리어를 갖췄기 때문이었어요. 할리스 커피는 아예 카공족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놓고 있어요. 24시간 할리스 커피 매장에 심야시간에 가서 카공족을 위한 공간으로 가서 밤새 글 쓰고 책 보다 오곤 했어요. 그런 장점 하나로 간간이 갔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이제 24시간 할리스 커피 매장이 싹 다 사라져버렸어요.

 

 

추암 촛대바위로 갔어요.

 

 

"이거 제주도 외돌개 같은 거네."

 

친구는 촛대바위를 보자마자 제주도 외돌개 같은 거라고 감상을 내놨어요.

 

 

"역시 동해 바다가 예뻐."

 

촛대바위보다 촛대바위가 있는 바다 자체가 훨씬 인상적이고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바다에는 외돌개처럼 생긴 바위가 있었어요.

 

 

촛대바위 앞에 있는 바위는 사진으로만 본 독도처럼 생겼어요.

 

 

'이렇게 보니까 촛대바위가 아니라 선서바위네.'

 

추암 촛대바위는 촛대보다 선서하는 손처럼 생겼어요.

 

 

'이렇게 보니까 오버헤드킥 바위인데?'

 

다른 각도에서 보자 이번에는 축구에서 오버헤드 킥하는 사람 다리처럼 생겼어요.

 

'옛날에는 선서도, 오버헤드킥도 없어서 가장 비슷한 촛대를 이름에 붙인 거 아닐까?'

 

촛대바위라고 하는데 촛대보다는 선서 바위, 오버헤드킥 바위라고 해야할 거 같았어요. 그리고 촛대바위보다 촛대바위가 있는 바다 자체가 훨씬 더 멋지다는 감상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촛대바위를 둘러본 후 멀리 있는 흔들다리를 향해 걸어갔어요.

 

 

 

 

여기는 아무리 봐도 촛대바위가 멋진 게 아니라 바닷가 암벽 풍경이 멋지다.

 

 

 

바닷가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제가 아주 예전에 다른 친구와 여행갔을 때 버스로 부산에서 강릉까지 갈 때 잠깐 들렸던 망양 휴게소에서 봤던 바다와 매우 비슷했어요.

 

"여기 유명한 관광지 아니? 사람이 왜 이렇게 없지?"

"우리가 너무 일찍 와서 그런 거 아닌가?"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는 동해시에서 매우 유명한 관광지인데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이제 아침 10시 조금 넘었어요. 아마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것이라고 추측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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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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