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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개를 가려면 절벽 위에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서 걸어가야 했어요. 산책로는 계속 산으로 올라갔어요. 아래 바다를 감상하며 걸었어요. 눈과 코는 매우 즐거웠어요.

 

"치톤피드 넘치네."

"치톤피드?"

 

제가 치톤피드가 넘친다고 하자 친구가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그 나무에서 뿜어져나오는 거 있잖아."

"그건 피톤치드!"

"아, 맞다."

 

치톤피드가 아니라 피톤치드였어요. 숲냄새가 진했어요. 여기에 바다 비린내도 살짝 섞여 있었어요. 코는 산 속에 있고 눈은 아래 바다를 보면 바다에 있었어요. 눈과 코는 분명히 매우 즐거웠어요.

 

그렇지만 괴로웠어요. 옷을 완전히 잘못 입고 왔어요. 이건 감당이 될 더위가 아니었어요. 아직 땀에 흠뻑 젖지는 않았지만 옷이 땀에 절었어요. 불쾌지수가 치솟는 수준이 아니라 몸에 달라붙은 옷 때문에 피로가 가중되고 있었어요. 게다가 신발도 제 발에 딱 맞는 신발이 아니었어요. 발가락이 시작되는 쪽이 엄청 조였어요. 요즘 신발은 제 발 모양과 전혀 안 맞아요. 그나마 발에 맞는 것을 골라서 신었는데 길이 덜 들어서 발이 피로한 게 아니라 진짜 아팠어요. 발이 얼얼한 게 아니라 발가락 시작되는 뼈가 조여서 뼈가 아팠어요.

 

"저기 내려가는 길 있다."

 

한섬 몽돌해변이 나왔어요.

 

 

몽돌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어요. 계단을 타고 몽돌해변으로 내려갔어요.

 

 

한섬 몽돌해변으로 내려왔어요.

 

"너 한국인 특징 중 하나 뭔지 알아?"

"뭔데?"

"한국인은 돌 있으면 꼭 돌탑 쌓는다."

"아!"

 

친구에게 한국인 특징 중 하나를 이야기해주자 친구도 크게 공감했어요. 한국인들은 어디를 가든 돌이 있으면 꼭 돌탑을 쌓아놔요. 돌탑 쌓는 문화는 한국인 고유의 전통 민속 문화에요. 일설에는 성황당 전통이 오늘날 돌탑 쌓기로 바뀌었다고 해요. 희안하게 전세계 어디를 가든 한국인은 돌이 많이 있으면 꼭 돌탑을 쌓아요. 동전 던지는 문화는 여러 문화에서 흔히 보이는 문화지만 돌탑 쌓는 문화는 한국 문화에서 유독 두드러져요.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돌이 많으면 꼭 사람들이 돌탑을 쌓아놔서 나중에는 돌탑군을 넘어 돌탑 군락지 수준으로 바뀌어요.

 

"우리도 돌탑 쌓자."

 

저도 친구도 모두 한국인. 돌이 있고 사람들이 돌탑을 많이 쌓아놨는데 왜 돌탑을 안 만들고 그냥 가요. 당연히 돌탑 쌓아야죠. 몽돌해변에 있는 돌은 둥글고 납작했어요. 돌탑 쌓기 좋은 돌이 매우 많았어요. 돌을 골라서 돌탑을 쌓았어요. 딱히 소원은 빌지 않았어요. 돌탑만 쌓았어요.

 

"진짜 의지의 한국인들 많아?"

 

친구에게 절벽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어떤 사람은 절벽을 기어올라가서 돌탑을 쌓아놨어요. 이런 거 보면 마이산 탑사가 이해되요. 돌을 한 손에 들고 어떻게 기어올라가서 돌탑을 쌓아놨는지 신기했어요.

 

 

"가자."

 

몽돌해변에서 돌탑 쌓고 쉬다가 다시 고불개를 향해 가기 시작했어요. 길이 점점 야생의 길로 바뀌어갔어요.

 

"여기로 가는 거 맞나?"

 

친구도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왠지 이 길 따라 가다가는 엉뚱한 데로 가버릴 거 같았어요. 이 길 따라 쭉 가다 묵호까지 갈 수도 있어 보였어요. 그러면 안 되었어요. 첫날부터 그렇게 힘 빼는 건 안 좋았어요. 게다가 묵호 갔다가 돌아오는 것도 일이었어요.

 

"돌아가자. 여기 왠지 느낌이 안 좋아."

 

친구에게 돌아가자고 했어요. 친구도 그러자고 했어요.

 

 

외국인 가족이 저와 친구가 걸었던 길로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외국인도 있었어요.

 

다 내려왔어요. 표지판이 있었어요.

 

 

"어? 조금만 더 갔으면 고불개였네?"

"그거 우리 간 길 맞아."

 

지도를 보니 제가 친구에게 왠지 길 잘못 가는 거 같다고 돌아가자고 한 지점에서 조금만 더 갔으면 고불개였어요. 원래 고불개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아주 조금만 더 참고 갔으면 원래 계획대로 되었을 거에요. 그 조금을 주변 풍경과 길 보고 뭔가 이상한 길로 들어가는 거 같아서 돌아나왔더니 목표 지점 코 앞에 두고 되돌아온 꼴이 되어 버렸어요.

 

'다시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시 되돌아가는 건 무리였어요. 친구와 일단 숙소 돌아가서 조금 쉬기로 했어요.

 

숙소로 가는 길은 쉬웠어요. 바다 반대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숙소였어요. 숙소까지 잘 돌아왔어요. 길 헤멜 것도 없었어요. 큰 방향만 맞게 가면 대충 근처까지는 어떻게 가요. 주변 다 와서 헤멜 것도 없었어요. 저와 친구가 숙소를 잡은 곳은 숙소가 밀집한 곳이었어요. 멀리서도 잘 보였어요.

 

"우리 숙소가 아마 원래는 바다 뷰였을걸?"

"지금도 바다 보여."

"그게 아니라 이게 나중에 생기면서 바다 가렸을 거라구."

 

친구는 우리가 잡은 숙소가 원래는 해변이 시원하게 보이는 곳이었을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앞에 큰 건물이 들어서면서 해안 풍경이 가려졌을 거라고 했어요. 아마 그랬을 거에요. 숙소 창밖으로 바다가 조금 보였어요. 대부분은 지은 지 그렇게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 건물이 가리고 있었어요. 이 건물도 단기 임대 및 숙박용 건물이었어요. 레지던스 호텔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숙소에 도착했어요. 방으로 들어갔어요. 둘 다 침대에 드러누웠어요. 옷을 벗고 샤워 한 번 시원하게 하고 싶었지만 옷이 몸에 완전히 달라붙어서 아주 피부와 하나가 되어버렸어요. 옷을 벗는 게 아니라 잡아 뜯어야 했어요. 그러면 이따 입을 때 또 고생할 거였어요. 그럴 바에는 그냥 이따 저녁 먹고 다 돌아다닌 후에 샤워하고 자는 게 나았어요.

 

"여기가 장치찜이 유명하대."

 

친구가 누워서 동해시에서 유명한 음식을 찾아봤어요. 장치찜이 유명하다고 했어요.

 

"저녁은 장치찜?"

"그럴까? 여기 맛있는 식당 있나?"

"돌아다니다 보면 있지 않을까?"

"있겠지?"

 

친구와 저녁은 장치찜을 먹기로 했어요. 잠깐 잠들었어요. 친구는 잤는지 안 잤는지 모르겠어요. 누워서 선잠을 잤어요. 잠깐 잤다가 정신을 차렸어요.

 

"장치찜은 식당 찾아봐야할 거 닮은데?"

 

장치찜 잘 하는 식당은 찾아봐야 했어요. 동네 돌아다니며 보니 일요일이라 그런지 제대로 문 열고 영업하는 식당이 별로 안 보였어요. 동해시 시내인데 사람이 정말 없었어요. 로타리 근처가 번화가인데 진짜 휑했어요. 이러면 무턱대고 장치찜 파는 식당 찾아돌아다닐 수 없었어요. 그 이전에 문 열고 장사하는 식당을 찾아야 했어요. 감으로 찍어서 식당 찾아서 먹을 때가 아니었어요. 메뉴를 장치찜으로 정하지 않았다면 원래 하기로 했던 대로 느낌 오는 식당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먹으면 되지만 메뉴를 장치찜으로 확정시켜버렸어요. 여기에 지금은 느낌이 오는 식당을 고를 때가 아니라 문 열린 식당 찾아야 할 때였어요. 원칙 지키다가 아무 것도 못 먹게 생겼어요.

 

친구가 장치찜 잘 하는 식당을 찾았다고 했어요. 두어 곳 찾았어요. 제가 전화해봤어요. 영업하는지 물어봤어요. 한다고 했어요.

 

"나가자."

 

친구에게 나가자고 했어요. 친구도 배고프다고 했어요. 어물쩍거리다가는 장치찜 잘 하는 식당이 문을 닫을 거였어요. 빨리 나가야 했어요.

 

친구와 숙소 로비로 갔어요. 로비에는 동해시 관광 지도가 있었어요. 동해시 관광 지도를 봤어요.

 

"너 뭐 봐?"

"동해시 관광지도."

 

친구와 잠깐 동해시 관광 지도를 봤어요.

 

"내일이 장날이네. 북평 5일장."

"나 시장 구경 좋아해! 내일 시장 가자!"

 

지도를 보니 동해시 북평 5일장 장날은 3,8일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다음날은 7월 18일. 장날이었어요. 친구는 북평 오일장을 가자고 했어요.

 

"그래. 거기 추암 쪽이니까 북평 오일장 보고 추암 촛대바위 보면 되겠다."

 

친구와 다음날 북평 5일장도 보기로 했어요. 숙소에서 나왔어요. 지도를 보니 장치찜 잘 하는 식당은 식당이 몰려 있는 곳에 있었어요.

 

"저기 왠지 맛집 같다."

"저건 돼지고기잖아."

 

친구는 돼지고기 구워먹는 식당을 보고 맛집 같다고 했어요. 맛집 맞아보였어요. 그러나 동해시까지 와서 돼지고기 구워먹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동해안 왔으면 동해안에서만 나는 특이한 물고기를 먹어야죠. 동해시가 돼지고기 산지로 유명하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어요.

 

 

"저기다."

"오, 차 많네!"

 

입구에 차가 많이 있었어요. 진짜 맛집인 모양이었어요. 신동해바다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들어가자마자 장치찜을 주문했어요.

 

 

장치찜이 나왔어요. 친구와 장치찜을 먹기 시작했어요.

 

"야, 이거 완전 대박인데?"

"어, 엄청 맛있다!"

 

장치찜은 처음 먹어봤어요. 엄청 맛있었어요. 아주 환상적인 맛이었어요. 왜 여러 글에서 동해안 여행 가면 장치찜을 먹으라고 추천하는지 바로 깨달아버렸어요.

 

장치찜 양념은 아주 가볍게 매콤한 맛이 있었어요. 맵지는 않았지만 매콤한 기운이 있기는 했어요. 양념 맛은 감칠맛이 좋았어요. 단맛도 있었어요. 생선 조림 같기도 하고 양념치킨 양념 비슷한 거 같기도 한 오묘한 맛이었어요. 아주 가볍게 있는 매콤한 맛이 계속 입에 집어넣게 만들었어요. 양념만으로도 너무 맛있었어요. 양념에 밥 비벼먹어도 엄청 맛있었어요. 양념 국물만 따로 한 국자 주문하고 공기밥도 따로 하나 주문해서 양념에 쓱쓱 비벼먹고 싶었어요.

 

장치도 엄청 맛있는 생선이었어요. 코다리 같기도 하고 장어 같기도 했어요. 아구 같기도 했어요. 코다리, 장어, 아구를 합쳐놓으면 장치가 될 거 같았어요. 가시와 뼈도 부드러웠어요. 이건 밥도둑에 술도둑이라 전과 2범에 가중처벌이었어요. 저와 친구는 술을 마시지 않아서 술은 안 시켰어요. 만약 둘 다 술을 좋아하고 잘 마셔서 술을 시켰다면 술도 둘이 엄청 마셨을 거에요. 뭐에 홀린 듯 밥과 장치찜을 먹었어요. 장치찜이 사람을 홀렸어요.

 

장치찜은 오묘한 맛이었고 매우 맛있었어요. 동해안 가면 꼭 먹어봐야하는 음식 맞았어요.

 

장치는 모양이 긴 물고기를 통틀어서 부르는 강원도의 방언이라고 해요. 장치의 원래 이름은 벌레문치라고 해요. 장치는 몸통이 가늘고 납작하다고 해요. 장치는 등지느러미 등 비늘 안에 덮여져 있고, 몸 색상은 갈색이라고 해요. 장치 몸길이는 90cm정도이며, 한국 동해북부 연안, 일본 시마네현 이북 동해, 오호츠크해 등지에 분포하는 농어목 등가시치과에 속하는 생선이라고 해요. 장치는 보통 11월에서 봄처띾지 속초 및 주문진 등 동해 지역에서 잡히는 생선이라고 해요.

 

"여기 미역국 엄청 고소한데?"

 

신동해바다 식당은 장치찜도 매우 맛있었고, 미역국도 매우 맛있었어요. 미역국만 따로 팔아도 장사 엄청 잘 될 거 같았어요.

 

대각선 맞은편 자리도 장치찜을 먹고 있었어요. 여자 두 명이 장치찜을 주문한 후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우리들 지금 장치찜 시켰으니 오라고 했어요.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안 온다고 한 모양이었어요. 여자 둘이 장치찜을 먹었어요. 여자 둘이 장치찜을 다 먹었을 때 남자 둘이 왔어요. 안 온다고 하더니 여자 둘이서 장치찜 주문한 거 다 먹고 나서야 식당에 와서 우리도 먹자고 했어요.

 

'역시 오라고 할 때 빨리 가야 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더 시켜서 먹었을 수도 있고 그냥 나왔을 수도 있어요. 식당 문이 슬슬 닫을 시간이 되었어요. 저와 친구는 식당에서 나왔어요.

 

"저기 맛집 맞네."

 

친구가 아까 맛집 같다던 식당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야, 돼지고기잖아."

 

친구에게 돼지고기 파는 식당이라고 환기시켰어요.

 

이번에는 다른 식당에서 다시 멸치를 다시 내고 버리려고 뜰채에 들고 나오고 있었어요. 멸치 다시 국물을 대체 얼마나 진하게 냈는지 뜰채에 담긴 멸치가 한 삽 수준이었어요.

 

"우리 조금 돌아다니다가 들어갈까?"

"어디?"

"큰 길까지만 갔다가 가자. 동해시 야경이나 한 장 찍게."

 

친구에게 소화시킬 겸 숙소 근처 큰길까지만 걷자고 했어요. 친구도 그러자고 했어요.

 

 

어둠만 가득한 거리였어요. 별로 볼 게 없었어요. 숙소로 돌아왔어요.

 

"우리 내일 숙소 안 잡아도 돼?"

"내일 봐서."

"우리 내일 묵호 갈 거잖아. 묵호에서 숙소 잡자. 아침에 추암이랑 시장 갔다가 묵호로 넘어가서 그쪽에서 놀다가 묵호역에서 기차 타고 가면 되니까."

"내일 봐서 속초 갈까?"

"속초?"

 

친구에게 다음날 숙소를 예약하자고 했어요. 친구는 숙소는 다음날 봐서 잡자고 했어요. 그러면서 속초 가는 건 어떻냐고 했어요. 이건 정말 아니었어요. 속초는 예전에 가봤어요. 속초도 볼 거 많아요. 게다가 동해시는 이제 천곡동 하나 봤어요. 다음날 보기로 한 추암촛대바위, 북평 오일장은 천곡동 남쪽이었어요. 묵호는 천곡동 북쪽이었어요. 여기에 묵호 너머 망상도 갈 계획이었어요. 이렇게 봐야 동해시를 대충 다 봤다고 할 수 있어요. 무릉계곡은 생략한다고 해도 추암촛대바위, 묵호는 가봐야죠. 이거면 보나마나 하루는 걸릴 거에요. 그런데 밤에 속초 넘어가면 그 다음날 서울 돌아가야 하는데 속초를 볼 시간이 없었어요.

 

동해시에서 속초시로 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동해시 북쪽으로 강릉시가 있고, 강릉시 북쪽에 양양군이 있어요. 속초는 양양군 너머에 있어요. 게다가 속초도 볼 게 많고, 속초를 간다면 고성, 간성까지 염두에 둬야 해요. 속초도 속초 중앙시장 하나만 보고 올 것이 아니라면 일정을 2박3일 정도는 잡아야 해요. 속초 가면 못해도 설악산 비선대나 권금성 정도는 봐야 할 거고, 영랑호, 청초호도 봐야 해요. 속초는 우리나라에서 석호가 있는 곳이에요. 속초를 당일치기로 보고 오려고 하면 정말 대충 바다 조금 보고 만석 닭강정이나 사서 와야 해요.

 

동해시도 대충 보는 것조차 못 하고 속초로 넘어간다면 2박3일 일정이 아무 것도 하는 거 없이 버스 타고 돌아다니기만 하는 일정이 될 거였어요. 속초로 넘어가는 일정은 정말 아니었어요. 그러나 친구는 계속 속초를 마음에 두고 있었어요.

 

"속초는 내일 무리일걸? 그러면 동해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넘어가야 할 건데."

 

속초는 진짜 어지간하면 가지 말자고 했어요. 이번에는 동해시 구경 잘 하고 속초는 나중에 가도 되요. 동해와 속초를 둘 다 보려면 지금 돌아다니는 수준으로 다닌다면 2박 3일이 아니라 4박5일은 잡아야할 거였어요. 동해시 관광에 대해 잘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동해시도 볼 거 많은 곳이고, 속초는 예전에 가본 기억에 의하면 볼 것 꽤 있는 곳이에요. 둘 다 도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볼 게 꽤 많은 도시에요. 기껏 동해시 왔는데 동해시 제대로 보지 않고 속초로 넘어가는 건 솔직히 반대였어요. 이러면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두 마리 토끼 둘 다 놓쳐요.

 

친구에게 속초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지는 않았어요. 어차피 일정이 속초 갈 일정이 나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렇게 빨리 빨리 대충 명소 찍고 이동할 수 있는 동네가 아니었어요. 제주도에서 차 끌고 다니면서 정방폭포 하나 보고 바로 차로 이동해서 멀찍이서 산방산 한 번 보는 식으로 휙휙 지나가며 볼 곳도 아닌 데다, 시장 구경까지 들어가면 빨라야 점심 때가 되어서야 천곡동 남쪽 일정이 끝날 거였어요. 오전 중에 추암촛대바위 보고 시장 구경 하고 묵호까지 가려면 아주 새벽부터 뛰어다녀야 했고, 일정도 묵호 먼저 간 후 추암으로 넘어가야 했어요. 친구도 묵호는 가고 싶어하고 있었어요. 특히 논골담길을 가보고 싶어했어요. 그러면 묵호는 꼭 가야 하고, 논골담길은 언덕길을 따라 달동네 구경하는 건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요. 이거 다 보고 속초 넘어가려면 완전 밤에 이동해야 해요. 그나마도 버스 타고 한참 가야할 거구요.

 

그러니 친구와 속초 가는 일정 가지고 논쟁을 벌일 필요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나마 이동 가능한 곳이라면 강릉시가 있었어요. 그런데 강릉시는 배낭여행 스타일로 다니기 매우 고약한 동네에요. 강릉시 자체가 작지도 않을 뿐더러 주요 볼거리가 방사형으로 퍼져 있고, 볼거리 사이 거리가 다 멀어요. 예전에 강릉 갔다가 실망하고 바로 속초로 넘어간 이유 중 하나가 이거였어요.

 

"내일 날씨나 보자."

 

날씨를 확인해봤어요. 날씨는 최악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빴어요. 오후부터 비가 퍼부을 거라고 했어요. 오후에 강수확률이 아까 확인했을 때는 70%였는데 이제 80%까지 상승했어요.

 

친구와 아침 일찍 천곡동 남쪽을 가기로 했어요. 이후 묵호로 넘어간 후 봐서 일정을 정하기로 했어요. 숙소도 이때 정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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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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