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바람은 남서쪽으로 (2014)

바람은 남서쪽으로 - 32 베트남 하노이 응옥하 사원, 못꼿 사원 (일주사)

좀좀이 2025. 4. 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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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영묘 다음으로 갈 곳은 못꼿 사원이었어요. 이날 낮 일정은 못꼿 사원을 보고 하노이 시타델과 깃발탑을 구경하는 것이었어요. 호아로 수용소 감옥 박물관도 구경하구요. 이 정도가 이날 일정이었어요. 전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고,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도를 보고 이 정도라면 숙소에서 느긋하게 출발해도 충분하겠다고 판단해서 아침 일찍부터 발길을 재촉하지 않은 거였어요.

 

지도를 보면 베트남 주석궁, 호치민 영묘, 못꼿 사원, 탕롱 황성 등이 모두 모여 있어요.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대충 종로 일대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거에요. 경복궁, 청와대 무궁화 동산, 인사동 등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일정인데, 이 정도면 널널해요. 거의 다 이어져 있으니까요. 베트남 하노이도 마찬가지였어요. 힘든 일정도 아니었고, 다 거리가 가까워서 걸어다니며 구경하기 좋은 곳이었어요.

 

"못꼿 사원 보러 가야지."

 

이제 못꼿 사원을 갈 차례. 못꼿 사원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구글 지도를 보면서 길을 봤어요. 호치민 묘소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못꼿 사원 - 일주사가 있었어요.

 

 

또 다시 등장한 베트남의 선전 포스터.

 

 

제가 베트남 여행을 갔던 2014년은 베트남 인민군 창설 70주년이었어요. 위의 선전 포스터는 베트남 인민군 창설 70주년 기념 포스터에요. 포스터 중앙에 QUÂN ĐỘI NHÂN DÂN VIỆT NAM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QUÂN ĐỘI NHÂN DÂN VIỆT NAM 은 '베트남 인민군'이라는 말이에요. QUÂN 은 베트남어로 군, 군대라는 말로, 한자어 軍 이에요. ĐỘI 는 베트남어로 집단을 의미해요. 이 역시 한자어로, 隊에요. NHÂN 은 베트남어로 사람이라는 뜻으로, 역시 한자어에요. 한자로는 人이에요. DÂN 또한 한자어로, 민족, 국민, 시민이라는 의미에요. 한자로 民이에요. 뒤에 있는 VIỆT NAM 은 베트남으로, 이 역시 한자어에요. 한자로는 越南이에요.

 

이렇게 QUÂN ĐỘI NHÂN DÂN VIỆT NAM을 전부 한자로 바꿔보면 軍隊人民越南에요. 베트남어는 기본적으로 후치 수식이에요. 그래서 한국어로 해석할 때는 뒤에서부터 봐야 해요. 軍隊人民越南는 딱 봐도 '월남+인민+군대'에요. 재미있는 점은 이 후치 수식이 단어 안에서는 또 안 지켜지는 경우도 많아요. 한자어가 그대로 들어온 경우에는 특히 잘 안 지켜진다고 해요.

 

이런 베트남어의 특징과 관련된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이 있어요. 베트남에서 응우엔 왕조가 수립된 후, 청나라에 국호를 '남월' 南越로 바꾸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러자 청나라는 과거 중국 남부 지역을 점유하고 있었던 남월 왕조와 연관될 것을 우려해서 남월이 아니라 월남 越南을 국호로 제안했어요. 응우옌 왕조는 원래 요청했던 남월은 아니지만, 자신들 언어에 맞는 월남이라서 매우 만족해하며 1806년에 국명을 월남으로 변경했다고 해요. 이 월남이 바로 베트남이에요.

 

선전 포스터 하단에 적혀 있는 XÂY DỰNG VÀ BẢO VỆ TỔ QUỐC 은 '국가 건설과 보위'라는 의미에요. XÂY DỰNG은 '건설', VÀ는 '그리고', bảo vệ는 '보호', TỔ QUỐC는 '조국'이라는 의미에요. bảo vệ는 사전을 찾아보면 '보호'라고 나오지만, 한자는 保衛에요. '보위'라는 뜻도 있구요.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낫과 망치가 그려진 선전 포스터도 있었어요. 이건 빨강색에 낫과 망치라서 완전히 소련을 연상시키는 포스터였어요. 왼쪽 빨간 책 모양에서 호치민이 아니라 레닌, 마르크스가 그려져 있으면 영락없는 소련의 선전 포스터였어요.

 

포스터 하단에는 ĐẢNG BỘ VÀ NHÂN DÂN QUẬN BA ĐÌNH ĐẨY MẠNH "HỌC TẬP VÀ LÀM THEO TẤM GƯƠNG ĐẠO ĐỨC HỒ CHÍ MINH”! 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이 문구는 '바딘군 당 위원회와 인민들은 "호치민 도덕의 본보기를 배우고 따라하라"고 촉구한다!'라는 말이에요.

 

 

매우 작은 호수가 등장했어요. 호수라기 보다는 연못이라고 불러야 할 크기였어요.

 

 

다리도 있었어요.

 

"여기가 일주사인가 보다."

 

연못과 다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일주사에 다 온 것처럼 보였어요.

 

 

다리를 건넜어요.

 

 

절 어디 갔어?

일주사 어디 갔어?

 

외다리 건물 어디 있어!

 

못꼿 사원에 온 거 같은데 그 유명한 외다리 건물이 안 보였어요. 연못까지는 있었어요. 하지만 연못 위에 분명히 외다리 건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고 아무 것도 없는 초록빛 연못만 있었어요.

 

일단 주변에 있는 오래된 건물은 보수 공사중이었어요. 그래도 이건 일주사가 아니었어요. 사진으로 본 일주사와 달라도 너무 달랐어요. 못꼿 사원이 보수공사중일 수도 있었어요. 제가 갔을 때는 비수기인 12월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이건 누가 봐도 잘못 왔어요. 보수 공사 중이라고 연못에 있는 외다리 건물을 흔적도 없이 다 뜯어내었을 리는 없잖아요.

 

"저건 못꼿 사원이 아닌데?"

 

아무리 봐도 근처에 보수 공사중인 건물은 못꼿 사원이 아니었어요. 저게 못꼿 사원이라고 우긴다면 눈을 왜 달고 다니냐고 욕을 퍼부어도 될 정도였어요. 연못에 외다리 건물이 있어야 하는데 연못에는 건물이 서 있던 흔적조차 없었어요.

 

 

"여기 어디야?"

 

분명히 잘못 왔어요. 여기는 때려죽여도 못꼿 사원이 아니었어요.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왔어요.

 

 

 

 

구글 지도를 다시 봤어요.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봤어요.

 

"여기 일주사 아니잖아!"

 

제가 온 곳은 못꼿 사원이 아니었어요. 응옥하 사원 Đình Ngọc Hà였어요.

 

 

응옥하 사원은 레 왕조 말과 응우옌 왕조 초기에 설립되었다고 해요. 응옥하 사원은 1992년 2월 15일에 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해요.

 

 

 

 

 

응옥하 사원이 있는 응옥하 호수 Hồ Ngọc Hà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어요.

 

'이건 운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지도를 보고 길을 따라갔는데 원래 가려고 했던 일주사는 못 가고 엉뚱한 응옥하 사원으로 왔어요. 원래 예정에 없던 유적을 하나 더 보는 것이니 이렇게 생각하면 운이 좋았어요. 그런데 응옥하 사원이 이때는 볼 것이 전혀 없었어요. 보수 공사중이었어요. 초록빛 물이 가득한 연못만 있을 뿐이었어요. 괜히 쓸 데 없이 더 많이 걸었어요. 이렇게 보면 운이 나빴어요.

 

'좋게 생각해야지.'

 

엉뚱한 곳으로 왔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예정에 없던 곳을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어요.

 

"못꼿 사원 가야겠다."

 

발걸음을 돌렸어요.

 

 

베트남식 닭장 안에서 닭이 여러 마리 들어 있었어요.

 

'여기는 족제비 없나?'

 

우리나라에서 닭장을 저렇게 부실하게 만들어 놓으면 족제비가 와서 닭을 다 죽일 수 있어요. 족제비는 전국 도처에 있어요. 게다가 도심권에도 족제비가 있구요. 족제비는 자기가 먹을 것만 물어죽이는 것이 아니라 먹지 않을 것도 괜히 물어죽여놔요. 귀엽게 생겼지만, 알고 보면 천하의 쓰레기에요. 만약 족제비가 있다면 저 정도 구멍은 그냥 통과할 거고, 닭은 몰살당할 거에요. 그래서 우리나라 닭장은 구멍 크기를 족제비가 통과하지 못 하도록 촘촘하게 만드는 편이에요.

 

하지만 베트남식 닭장은 구멍이 매우 컸어요. 저 정도면 족제비한테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창살이었어요. 이 나라는 족제비는 없는 모양이었어요.

 

2014년 12월 24일 12시 23분, 드디어 원래 가려고 했던 못꼿 사원에 제대로 도착했어요.

 

 

 

"그래, 이거야!"

 

못꼿 사원은 외다리 건물이에요. 기둥이 하나 있고, 그 위에 사원이 있어요. 한자로 일주사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기둥이 한 개인 절이라는 의미에요.

 

 

 

 

점심 시간이라 그런지 한적했어요.

 

 

 

일주사로 가는 계단을 올라갔어요. 일주사 내부는 아래 사진과 같이 생겼어요.

 

 

일주사 내부에는 불상과 불단이 있었어요.

 

 

 

 

 

못꼿 사원은 베트남어로 Chùa Một Cột 라고 해요. Chùa는 베트남어로 사찰을 의미해요. Một 은 베트남어로 '하나'라는 뜻이고, Cột 은 '기둥'이라는 의미에요. 직역하면 '한 개 기둥 사원'이에요.

 

못꼿 사원은 베트남 하노이를 상징하는 오래된 절이에요. 못꼿 사원은 1049년 리 왕조의 창건자인 리 태종이 건설했다고 해요. 이후 1954년에 훼손되었지만 다시 복원되어서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고 해요.

 

 

 

 

 

 

일주사는 특이하게 생긴 사원이었어요. 건물은 확실히 특이하게 생겼어요. 그러나 그 외의 부분은 그렇게 특이하지 않고 오히려 익숙했어요. 왜냐하면 베트남 역시 대승불교를 믿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일주사 구경을 마치고 나왔어요.

 

 

이제 갈 곳은 하노이 시타델 - 탕롱 황성이었어요.

 

 

 

 

이번에는 지도를 매우 잘 보면서 걸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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