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바람은 남서쪽으로 (2014)

바람은 남서쪽으로 - 33 베트남 하노이 탕롱 황성 하노이 시타델

좀좀이 2025. 4. 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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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탕롱 황성 입구에 도착했어요. 탕롱 황성은 '하노이 시타델', '탕롱 왕궁'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베트남 탕롱 왕궁은 응우엔 왕조 이전에 매우 오랜 기간 베트남의 수도였던 하노이에 있는 왕궁이에요. 탕롱 황성의 기본적인 구조는 1010년에 리 태조에 의해 건설되었고, 후대의 황제들에 의해 점차 확장되었어요. 응우옌 왕조가 후에 황성으로 수도를 옮긴 1810년 전까지 탕롱 황성은 베트남 정치의 중심지였어요. 그리고 그만큼 상당히 오랜 기간 베트남의 수도에 있는 황궁이었어요.

 

오후 1시 반 정도 되었을 때 탕롱 황성 입구에 도착했어요.

 

"오후 2시부터 입장 가능해요."

"예?"

"지금 점심시간이에요.

 

탕롱 황성에 도착했는데 바로 입장할 수 없었어요. 탕롱 황성은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 시간으로 휴게 시간이었어요. 이때는 입장이 안 되었어요. 앞으로 30분 정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었어요.

 

'다른 곳부터?'

 

30분도 소중했어요. 너무나 소중한 30분이었어요. 못꼿 사원에 가려다 엉뚱한 응옥하 사원을 다녀왔어요. 아주 빠르게 보고 나온다고 해도 시간이 부족했어요. 왜냐하면 베트남은 박물관이 오후 4시~4시 30분에 문을 닫기 때문이었어요. 2시부터 관람을 시작한다면 남는 시간은 고작 2시간. 30분이 진짜 소중했어요. 잔여 시간에서 2시간인지 2시간 30분인지는 엄청나게 큰 차이니까요.

 

하지만 다른 곳도 갈 수 없었어요. 베트남은 박물관이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일제히 점심시간 휴관이었어요.

 

'아까 잘못 간 게 차라리 다행이었나?'

 

아까 못꼿 사원을 가려다 잘못해서 응옥하 사원을 간 게 오히려 다행이었어요.

 

'이걸 실수했네.'

 

무슨 여행 처음 하는 사람이나 할 법한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어요. 휴관일과 점심 휴관 시간은 미리 알아봐야 했어요. 당연히 점심 시간에도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전혀 아니었어요. 대체로 박물관과 유적 가보면 점심 시간에 점심 시간이라고 문을 아예 닫아버리는 일이 없어요. 그레서 베트남도 당연히 그럴 줄 알고 이런 걸 아예 알아볼 생각조차 안 했어요. 그런데 이게 진짜 중요한 정보였어요. 점심시간 휴관 시간을 반드시 체크했었어야 했어요.

 

"저기 카페 있다."

 

갈 곳은 없고 3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탕롱 왕궁 입구 맞은편에 카페가 있었어요. 카페에서 차 한 잔 하며 탕롱 황성 입장 가능 시간인 2시까지 쉬기로 했어요.

 

카페에서는 사람들이 차를 주문해서 마시고 있었어요.

 

'커피 말고 차 한 번 마셔봐야지.'

 

저도 차를 한 주전자 주문했어요. 조금 기다리자 찻주전자가 나왔어요. 찻주전자 안에는 차가 들어 있었어요. 찻잔에 차를 따랐어요. 한 모금 마셨어요.

 

"아우, 써!"

 

이건 도저히 마실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쓴맛이 너무 독했어요. 매우 쓴 알약을 빨아먹는 수준으로 쓴맛이 너무 강해서 그냥 마실 수 없었어요. 무슨 독초를 씹어먹어도 이것보다는 덜 쓸 거 같았어요. 수삼 쓴 건 이것에 비하면 약과였어요.

 

"이거 그냥 마시는 거 맞아?"

 

다른 베트남인들을 봤어요. 다른 베트남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 도저히 마실 수 없는 풀 우려낸 쓴 물을 호록호록 마시고 있었어요.

 

'베트남인들은 엄청 독하게 마시는구나.'

 

정말 작은 고추가 맵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맛이었어요. 베트남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잘 마시고 있는데 한국인은 도저히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썼어요. 찻잎을 한 웅큼 입에 집어넣고 와구와구 씹어먹어도 이것보다 덜 쓸 거 같았어요. 그런데 그걸 아주 평범한 차를 마시듯 마시고 있었어요. 희석시킨 게 아니었어요. 제가 한 모금 마시고 도저히 써서 못 마시겠다고 포기한 그 쓴 물이었어요.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바로 베트남 G7 커피였어요. 이때 우리나라에서 베트남 G7 커피가 널리 퍼지면서 매우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베트남 G7 커피가 매우 독한 커피였어요. 저는 커피 마시고 잠 못 자는 일이 전혀 없어요. 커피를 아무리 마셔도 카페인 때문에 잠이 안 온 적이 없어요. 밤을 새면 커피를 자주 마시기는 하지만, 카페인에 의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마시는 행위 자체로 잠을 깨기 위해서에요. 하지만 베트남 G7 커피는 달랐어요. 베트남 G7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는 것은 아니지만 졸음이 오는 걸 방지할 수 있었어요. 베트남 G7 커피를 마셔도 잠은 잘 잤지만, 최소한 잠을 자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정신줄 부여잡고 있을 때 확실히 도움이 되기는 했어요.

 

반면 베트남에서는 G7 커피를 순한 커피라고 홍보하고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매우 독한 인스턴트 커피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베트남 G7 커피인데 베트남에서는 그게 순한 커피였어요. 베트남 G7 커피 제조회사 홈페이지에서 G7 커피가 순한 커피라는 문구를 보고 믿기지 않아서 베트남 사는 베트남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진짜로 순한 커피가 맞다고 했어요.

 

더 놀라운 건 이게 G7 커피에 국한된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베트남 인스턴트 커피를 마셔보면 한결같이 한국의 인스턴트 커피에 비해 꽤 독해요. 맛을 다른 재료로 가려도 독한 것이 느껴져요.

 

그러니 베트남인들이 마시는 커피, 차는 한결같이 매우 독했어요. 아주 쓴맛을 즐기고 있었어요.

 

차는 도저히 마실 수 없었어요. 너무 써서 못 마셨어요. 그래서 카페 좌석에 앉아서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어요. 드디어 오후 2시가 되었어요. 탕롱 황성으로 입장했어요.

 

 

입구에는 여러 분재가 있었어요.

 

 

 

 

 

탕롱 황성을 돌아다니며 구경했어요. 일단 시작은 특별할 것이 없었어요.

 

 

 

 

멀리 하노이 깃발탑이 보였어요.

 

 

하노이 깃발탑도 이따 갈 거였어요. 어차피 호아루 수용소 감옥 박물관은 가기에 늦었어요. 그러니 근처에 있는 하노이 깃발탑까지 모두 보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어요.

 

 

오문루로 올라갔어요.

 

 

"뭐야?"

 

아무 것도 없었어요. 휑했어요. 너무 깔끔했어요.

 

 

탕롱 황성 한쪽에서는 발굴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었어요.

 

다시 계속 탕롱 황성 안을 돌아다녔어요.

 

 

 

 

 

 

 

'딱히 볼 거 없는데?'

 

크게 인상적인 것은 없었어요. 넓기는 한데 휑한 느낌이 강했어요. 사진을 찍으며 계속 돌아다녔어요.

 

 

 

 

 

 

 

 

 

건물 내부에 계단이 있었어요.

 

 

계단은 올라가기 정말 어려웠어요. 난간 폭은 매우 좁았고, 난간 하나의 높이는 높았어요.

 

 

 

계단은 인상적이었어요. 옛날 베트남 사람들은 지금보다 키가 더 작았을 거에요. 제가 올라갈 때도 난간 높이가 높았는데 옛날 베트남 사람들은 이 난간을 어떻게 올라갔을지 궁금해졌어요.

 

다시 계속 돌아다녔어요.

 

 

 

 

 

 

탕롱 황성은 베트남 전쟁 때 지휘소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별 생각 없이 사진을 찍으며 계속 돌아다녔어요.

 

 

 

 

 

베트남 전쟁 당시 지휘 벙커로 사용된 공간도 있었어요.

 

 

일부 구역에서는 발굴작업이 진행중이었어요.

 

200년의 힘!

 

탕롱 황성은 규모가 크기는 했어요.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재미없었어요. 아무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 했어요. 건물들이 있기는 했지만, 건물들이 한국 문화 기준으로 엄청나게 이색적이지는 않았어요. 한국 기와집과는 분명히 많이 다르지만, 동북아시아 문화권 기와에서 엄청나게 벗어난 것도 아니었어요. 사진으로 많이 본 중국 전통 기와 지붕과 꽤 비슷했어요.

 

게다가 매우 인상적인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화려한 것도 아니었어요. 넓기는 한데 휑했고, 뭔가 포인트가 될 만한 공간도 딱히 안 보였어요. 냉정히 말해서 훼에 있는 후에 황성보다 훨씬 재미없고 지루했어요. 후에 황성은 베트남 전쟁 당시 테트 공세때 완전히 거의 다 파괴되었다고 해요. 실제 가보면 아주 드넓은 벌판 수준이에요. 진짜 폭삭 다 무너지고 파괴되어서요. 구석에 건물 몇 개 남아 있는 수준이구요. 그런데도 후에 황성이 탕롱 황성보다 훨씬 재미있고 인상적이었어요.

 

이건 정말 200년의 힘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어요. 탕롱 황성도 엄연한 왕궁이고 왕궁으로의 역사를 보면 후에 황성보다 훨씬 긴 기간 동안 왕궁이었어요. 그러나 원래 마지막이 제일 중요해요. 1810년부터는 후에 황성이 베트남 수도였어요. 제가 탕롱 황성을 간 날은 2014년 12월 24일이었어요. 무려 200년 동안 탕롱 황성은 왕궁이 아니었어요. 중요한 곳이기야 했겠지만, 베트남에서 마지막 왕궁이었던 곳은 후에 황성이에요. 탕롱 황성이 아니에요.

 

이렇게 200년의 공백기가 있어버리니 탕롱 황성은 건물들은 후에 황성에 비해 더 남아 있을지 몰라도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탕롱 황성은 진짜로 밋밋했어요. 나름 베트남에서 몇백 년간 왕궁이었던 곳이라 상당히 기대하고 왔지만, 제 기대와 완전히 정반대였어요. 못꼿 사원이 탕롱 황성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어요. 탕롱 황성은 제게 인상적인 곳이 아예 없었으니까요. 하필이면 날씨도 흐려서 기분을 더욱 축 내려앉게 만들었어요.

 

'역시 유적은 후에에서 보는 게 낫구나.'

 

베트남 후에 사는 베트남인 친구가 떠올랐어요. 그 친구는 후에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났어요. 후에 사람으로써의 긍지가 대단했어요. 후에에 대해 소개하고 자랑할 때 정말 너무나 뜨겁고 진심이었어요.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후에는 알지도 못 했을 거에요. 이때는 베트남 중부는 호이안이 유명했고, 다낭도 한국인들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가는 곳이 아니었어요. 한국인들은 대체로 나짱과 무이네를 많이 갔고, 여기에 호이안 정도 가는 정도였어요. 여기에서 더 가면 다낭도 가는 거였고, 후에를 가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그러니 만약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후에는 안 갔을 거였어요.

 

베트남 하노이 탕롱 황성 와서 돌아보며 매우 지루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 베트남 후에 사는 베트남인 친구에게 너무 고마워졌어요. 그 친구 덕에 후에로 가서 여러 유적을 봤어요. 후에에 있는 유적들은 정말 볼 만 했어요. 후에 황성도 좋았고, 여러 왕릉도 매우 좋았어요. 특히 클라이막스는 카이딘 황제릉이었어요. 카이딘 황제릉은 정말 베트남 가서 꼭 봐야 하는 유적이었어요. 그 친구가 제가 베트남 여행 계획을 짤 때 후에에 대해 진심으로 열정적으로 소개해주지 않았다면 못 봤을 거였어요.

 

베트남 하노이 탕롱 황성 및 후에의 유적지를 쭉 돌아본 소감은 바로 이거였어요.

 

"무슨 묘소가 더 왕궁 같아?"

 

외국인이 기대하는 왕궁의 모습은 탕롱 황성이 아니었어요. 물론 탕롱 황성은 1810년부터 왕궁이 아니기는 했지만, 외국인이 기대하는 왕궁의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어요. 황궁이 아니라 성, 요새에 걸맞는 모습이었어요. 오히려 후에에서 봤던 민망 황제릉, 카이딘 황제릉, 뜨득 황제릉이 훨씬 더 외국인이 기대하는 황궁의 모습과 가까웠어요. 실제 보는 재미도 민망 황제릉, 카이딘 황제릉, 뜨득 황제릉이 비교할 수 없이 너무 엄청나게 재미있었구요. 사진 찍을 곳도 민망 황제릉, 카이딘 황제릉, 뜨득 황제릉이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베트남 하노이는 베트남 전쟁의 화마를 겪지 않았어요. 후에 황성은 베트남 전쟁의 화마를 정통으로 얻어맞아서 남은 게 별로 없다고 하지만, 탕롱 황성은 그것도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여기는 진짜 200년의 힘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어요. 황성의 지위에서 내려온 지 200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내부의 화려함 같은 건 다 풍화되고 사라졌다고 표현해야 할 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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