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30분, 숙소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직원분들이 열심히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직원분께 인사를 한 후,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어요.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했어요.
"오늘 저녁에 크리스마스 파티 있어요. 이따 내려와서 함께 하세요."
"예!"
직원분들이 열심히 요리 준비를 하고 있는 이유는 이날 저녁에 호스텔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기 때문이었어요. 호스텔 투숙객들과 직원들이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기 위해 열심히 넴을 만들고 있었어요.
방으로 올라갔어요. 잠시 휴식을 취했어요. 아직 저녁을 먹을 때까지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하루를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지금은 이따 또 돌아다니기 위해 잠시 체력을 충천하는 시간이었어요. 저녁 먹을 시간이 되면 다시 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니면서 하노이의 밤을 구경할 계획이었어요. 하노이의 밤도 너무 궁금했어요. 게다가 하노이는 야시장이 상당히 크게 열린다고 했어요. 야시장 가서 저녁을 먹고 야시장을 구경하며 돌아올 거였어요.
호스텔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호스텔에서 모두와 같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원래 계획인 하노이 야시장 구경이 더 우선이었어요.
'12월 25일에 어떻게 하지?'
제가 귀국하기 위해 타야 할 비행기는 2014년 12월 26일 새벽 1시 4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였어요. 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밤에 택시를 타고 노이바이 공항으로 가야 했어요. 잠을 자는 게 아니라 공항으로 가야 했어요. 이 때문에 12월 25일 일정이 애매했어요. 하루 종일 짐을 들고 다니며 돌아다닌다면 최악이었어요. 호스텔에 맡기고 돌아다녀야 할 텐데 공항에 너무 일찍 가면 할 게 분명히 없을 거였어요. 낮 동안 하노이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도 괜찮기는 했지만, 그래봐야 호스텔 주변에서 놀아야 할 거였어요. 멀리 가기는 어려울 거였어요.
'여기에서도 투어 하나 해?'
순간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이 호스텔도 투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이 호스텔에서 당일치기 투어 상품을 구입한 후, 12월 25일에 호스텔에 짐을 맡기고 당일치기 투어를 다녀오면 이날 하루를 매우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거였어요. 게다가 투어니까 보다 멀리 갈 수도 있었어요.
방에서 나와서 호스텔에서 판매하는 투어 상품을 보러 갔어요.
"퍼퓸 파고다 투어? 이건 뭐지?"
호스텔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당일치기 투어 상품을 보다가 흥미로운 투어 상품을 찾았어요. 퍼퓸 파고다 투어였어요. 땀 꼭 동굴 투어는 많이 들어봤지만, 퍼퓸 파고다 투어는 처음 들어봤어요.
'12월 25일에 이거 하고 돌아갈까?'
2014년 12월 25일에 낮에 퍼퓸 파고다 투어를 하는 것도 꽤 괜찮았어요. 숙소에 모든 짐을 맡기고 혼자 가기 힘든 퍼퓸 파고다를 투어로 다녀온 후에 숙소 돌아와서 쉬다가 콜택시 불러서 노이바이 공항으로 가면 될 거였어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2014년 12월 25일 일정으로 퍼퓸 파고다 투어를 다녀오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기로 했어요. 어설프게 하노이 시내에 있는 것보다 투어를 다녀오는 것이 훨씬 나아보였어요.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어요. 호스텔에서는 파티 준비가 완료되어서 파티가 시작되었어요.
모두가 반응이 시원찮다
호스텔 직원들은 기분이 매우 좋아보였어요. 재미있는 파티를 기대하는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이 호스텔에 머무르고 있는 모든 손님들은 크리스마스 파티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어 보였어요.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준비된 음식은 이것저것 많았지만, 나가서 저녁을 사먹을 계획이었어요. 하노이 밤 풍경을 구경하고 돌아올 계획이었구요. 그래서 음식을 몇 개 집어서 가볍게 맛보는 것으로 끝냈어요.
'미리 알려주지.'
호스텔을 예약할 때에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그리고 숙소에 체크인할 때도 전혀 몰랐구요. 낮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야 이날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는 것을 알았어요. 만약 미리 알았다면 일정을 조금 바꿨을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아예 몰랐기 때문에 파티에서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어요. 하노이 밤을 구경하는 일정은 이날 해야 했구요. 다음날 밤도 하노이에서 보낼 것이기는 했지만, 만약 다음날 몸이 안 좋아지거나 날씨가 안 따라줘서 하노이 밤 구경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었어요. 몸이 갑자기 안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때는 날씨 운이 정말 더럽게 없었기 때문에 비가 내려서 다음날 밤을 완전히 망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어요.
호스텔에서 준비한 파티 음식을 대충 몇 조각 집어먹고 밖으로 나왔어요.
역시나 시작은 호엔키엠 호수였어요.
호엔키엠 호수 야경을 보며 하노이 야시장이 있다는 곳을 향해 걸어갔어요.
"오토바이 엄청 많네."
2014년 12월 23일 저녁 7시 30분. 하노이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오토바이도 많았어요. 날짜가 날짜인 지라 날이 일찍 저물었어요. 그래서 7시 30분인데 완전히 밤이었어요. 어둠 속에서 오토바이들이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어요.
'훼와는 차원이 다른 오토바이인데?'
베트남에서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많이 탄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요. 말로 들으며 상상하고 사진으로 본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은 완전히 달랐어요. 게다가 어두웠어요. 오토바이가 엄청나게 신경쓰였어요.
후에에도 오토바이가 많기는 했어요. 그렇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하노이의 오토바이는 훼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아예 차원이 달랐어요. 그야말로 '너무 많았어요'. 위 사진은 그나마 오토바이가 별로 없을 때 촬영한 사진이에요. 오토바이는 많은데 횡단보도 신호등은 없으니 더욱 조심해야 했어요. 알아서 피해간다고 하지만 떼로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보면 과연 알아서 잘 피해갈지 의문이었어요.
어둠과 빛 속에서 하노이 야시장에 도착했어요.
"우와, 엄청 예쁘다!"
하노이 야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모든 기념품이 전부 다 화려하고 예뻤어요. 하나하나 모두 베트남 특유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기념품이었어요. 너무 사고 싶게 생겼어요. 모습들이 딱 봐도 '베트남'이라고 적혀 있는 기념품들이었어요.
'우리나라는 왜 이런 우리나라 특색이 많이 살아 있는 기념품이 없지?'
베트남 기념품을 보자 우리나라는 왜 우리나라 특색이 많이 살아 있는 기념품이 정말 없는지 안타까웠어요. 인사동 거리를 가면 우리나라 느낌이 드는 기념품은 없고 온통 국적 불명의 기념품만 판매하고 있었어요. 거의 다 중국, 태국 등에서 온 기념품이었어요.
'진짜 관광업에서는 우리나라가 베트남에 비할 바가 아니구나.'
베트남은 관광대국. 한국은 관광 후진국. 경제로만 본다면 우리나라가 베트남보다 훨씬 발달했지만, 관광업만 놓고 보면 베트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발전했어요.
베트남 하노이 야시장에서 관광 기념품을 구경하며 돌아다녔어요. 식당이 나왔어요.
식당에서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여기는 의자 조금 높네."
의자를 보며 피식 웃었어요. 베트남 여행에서 유난히 불편한 점이 두 개 있었어요. 바로 의자와 계단이었어요. 이 중 의자가 특히 불편했어요. 의자가 너무 낮았어요. 길거리 좌판에서는 심지어 우리나라 목욕탕 앉은뱅이 의자를 갖다놓은 곳도 있었어요. 의자가 전체적으로 매우 낮아서 앉아서 음식 먹으려면 은근히 힘들었어요.
'신장 차이가 확실히 많이 나긴 해.'
베트남 여행 와서 확실히 느낀 것은 바로 신장 차이. 한국도 신장이 170cm 후반이면 은근히 불편한 것들이 꽤 있어요. 특히 낡은 시설, 차량 등은 진짜로 불편해요. 하지만 베트남은 170cm 후반이면 정말로 확실히 불편했어요. 일단 제가 다른 베트남인들보다 키가 크다는 것은 확실히 체감되었지만, 이는 키가 170cm 후반부터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님을 의미했어요. 이게 의자에서 아주 확실히 드러났어요. 위 사진 속 의자는 그래도 양호한 높이였어요. 저것도 원래는 낮은 의자이지만요.
"아까 먹었던 분짜 다시 사먹어야겠다."
아까 먹었던 분짜가 너무 맛있었어요. 그래서 저녁으로 또 분짜를 먹기로 했어요. 분짜를 파는 식당으로 들어갔어요. 분짜를 주문했어요.
'걔가 진짜 맛집으로 데려간 거였구나.'
분짜가 맛있기는 했어요. 하지만 낮에 먹은 것에 비해서는 확실히 별로였어요. 낮에 베트남인 친구가 데려간 곳은 하노이에서 상당히 유명한 곳인 것 같았어요. 베트남인 친구와 그 친구가 데려온 친구가 베트남어로 뭐라고 의논하더니 데려간 곳이었고, 사람들이 매우 많았어요.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고 있었구요. 딱 봐도 분짜 맛집으로 상당히 유명한 집인 건 분명했어요.
둘이 베트남어로 이야기해서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베트남인들 사이에서는 하노이 분짜 맛집으로 널리 알려진 집 같았어요. 결정적으로 이때 만났던 베트남인 친구는 하노이 사람이 아니었어요. 박 닌 사람이었어요. 박 닌 사람이 잘 알고, 외국에서 친구 왔다고 데려갈 정도의 식당이라면 나름대로 꽤 유명한 가게로 데려갔을 거에요. 실제 매우 인기있는 식당인 게 보자마자 티가 났구요.
분짜를 먹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다시 야시장을 구경하기 시작했어요.
"크리스마스 관련된 것을 많이 파네?"
하노이 야시장에서는 크리스마스 관련된 것을 많이 판매하고 있었어요. 빨간 산타 복장을 파는 가게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여기는 크리스마스 기념 안 하지 않아?'
베트남에는 가톨릭 신자가 별로 없어요. 특히 하노이 쪽은 더욱 없을 거에요. 있다면 호치민 쪽에 있을 거구요. 베트남 통일 이전에 가톨릭 신자들은 남베트남으로 월남했고, 이후 지금까지도 베트남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도시는 호치민이에요. 그러니 이 사람들이 굳이 하노이로 올라올 이유가 딱히 없었어요. 베트남에서는 남부와 북부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 하노이를 중심으로 북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외국 기업 유치에 힘쓰고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남부 사람들이 북부로 올라갈 것 같지는 않았어요. 호치민이 훨씬 큰 도시니까요.
그래서 하노이에서는 가톨릭이 별로 안 보일 것 같았고, 가톨릭이 별로 안 보인다면 크리스마스는 딱히 의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하노이 야시장에서는 크리스마스 관련된 것을 많이 팔고 있었어요. 그리고 베트남인들이 그걸 구입하고 있었어요.
하노이 야시장을 구경하면서 다른 외국인 친구들에게 하노이가 너무 재미있다고 자랑했어요. 모두가 부러워했어요.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도 자랑했어요.
"너무 재미있어!"
하노이 야시장 구경은 너무 재미있었어요. 볼 것도 많고, 활기가 넘치는 곳이어서 더욱 좋았어요. 관광객만 득시글한 것이 아니라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 많아서 더욱 재미있었어요.
"와, 정신없어!"
동쑤언 야시장으로 갈 수록 더욱 정신없어졌어요.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데 여기에 오토바이, 자전거, 버스, 차량까지 다 많았어요. 나름의 질서는 있었어요. 정말로 '나름의 질서'였어요.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분명히 질서가 있었고, 모두가 잘 다니고 있었어요.
방송국에서 무언가를 촬영하고 있었어요.
하노이 야시장에서 선물로 줄 것들을 구입하며 계속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중이었어요.
"저거 뭐지?"
"모스크?"
간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어요.
AL - NOOR MOSQUE
Thánh đường Hồi giáo Al-Noor
베트남 하노이에서 모스크를 볼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 했어요. 베트남 남부에 거주하는 참족이 무슬림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었어요. 하지만 그 외에 무슬림이 있고 모스크가 있다는 말은 아예 못 들어봤어요. 여기가 호치민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여기는 하노이였어요. 남부가 아니라 북부였어요. 하노이는 베트남 북부에서 꽤 북쪽이에요. 무슬림들이 있게 생긴 곳이 전혀 아니었어요.
문은 잠겨 있었어요. 쇠창살 문 너머로 보이는 베트남 하노이 알-누르 모스크는 위 사진과 같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베트남 하노이 phố Hàng Lược 에 위치한 알-누르 모스크는 1890년에 건립된 모스크였어요. 베트남 하노이 알-누르 모스크는 베트남 북부에 있는 유일한 모스크라고 해요.
19세기 초부터 인도와 중동 지역 상인들이 직물을 거래하기 위해 북부 베트남으로 왔다고 해요. 1830년대에는 인도차이나 지역에 인도인이 1000명 정도 있었다고 해요. 이들은 부유한 상인 집단이었고, 이들이 비단과 직물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이 상당히 높았다고 해요. 이들은 호엔끼엠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했다고 해요.
이때 인도인들은 종교적 목적으로 1885년에 인도 뭄바이 인도인 공동체의 희사로 알-누르 모스크를 건설하기 시작했고, 1890년에 완공되었어요.
알-누르 모스크는 모스크 건물에서는 200명이 예배를 드릴 수 있고, 안뜰에서는 300명이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알-누르 모스크에서의 동시 예배 가능 인원은 총 500명이에요. 동시 예배 가능한 인원이 안뜰까지 다 합쳐서 500명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모스크는 아니에요. 무슬림들은 서로 어깨를 완전히 밀착시키고 최대한 붙어서 예배드리기 때문에 모스크 면적에 비해 수용 인원이 상당히 많아요.
하지만 베트남 전체에서 북부 베트남에 있는 유일한 모스크이고, 전쟁 속에서도 파괴되지 않은 모스크이기 때문에 가치 있는 모스크에요.
'저기는 나중에 시간 되면 다시 가봐야겠다.'
베트남 여행 와서 모스크를 볼 줄 몰랐어요. 그래서 더욱 놀라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