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서울 종로구 창신동 달동네 야경

좀좀이 2022. 4. 25.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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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디 가지?"

 

2022년 4월 19일 새벽. 서울 동대문 24시간 치킨집인 동대문 한국통닭에서 식사 삼아서 통닭을 먹고 나왔어요. 이제 어디 갈지 정확히 정해야 했어요.

 

"창신동 달동네 가볼까?"

 

동대문 근처에 갈 만한 곳으로 찍어놓은 곳은 동대문 야시장과 근처 창신동 달동네였어요. 동대문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창신동 달동네보다는 동대문 야시장을 갈 생각이었어요. 그렇지만 통닭을 먹고 나오자 생각이 바뀌었어요. 동대문 야시장은 지금까지 매우 많이 가봤어요. 창신동 달동네도 많이 가보기는 했지만 동대문 야시장 정도는 아니었어요. 창신동 달동네 입구까지만 자주 가고 창신동 달동네를 제대로 돌아다녀본 적은 거의 없었어요.

 

"창신동 달동네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은데..."

 

흔히 달동네라고 하면 단층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좁은 집이 밀집해 있는 곳을 떠올려요. 그런데 창신동 달동네는 그런 곳은 아니에요. 낙산 기슭에 있는 달동네라서 경사가 상당히 심한 달동네이기는 하지만 웬만한 건물은 다 예전에 새로 지었어요. 새로 지은 건물이 다시 낡기는 했지만요. 어쨌든 흔히 상상하는 달동네 풍경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라서 가도 별 재미 없는 곳이었어요.

 

서울에 달동네라고 부를 만한 곳은 여러 곳 있어요. 서울 자체가 평지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도시 안에 곳곳에 산이 존재해요. 그러나 서울 인구가 워낙 많다 보니 산비탈까지 집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요. 그러다보니 동네가 낡고 후줄근해지면 바로 달동네 소리 들어요. 이런 동네가 서울에 한두 곳이 아니에요. 도처에 널려 있어요. 그 중에서 사람들이 달동네라고 부를 만한 곳을 찾으면 몇 곳 되지 않아요. 이미 한 차례 재개발, 재건축 다 했어요.

 

창신동은 서울 도심인 종로에 위치해 있어요. 종로구 동쪽 끄트머리에 동대문이 있어요. 이 동대문 일대가 창신동이고, 창신동 바로 동쪽 옆이 숭인동이에요. 창신동, 숭인동은 종로구에 속해요.

 

종로구는 달동네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요. 인왕산도 있고 낙산도 있어요. 종로구 달동네를 가기 위해서 굳이 창신동 갈 필요가 없어요. 창신동 달동네는 그다지 특색있는 곳도 아니에요. 관광지로 잘 개발된 곳도 아니구요. 더욱이 창신동 맞은편에는 충신동, 이화동이 있어요. 충신동, 이화동이 훨씬 사람들이 상상하는 달동네게 가까운 풍경이고, 이쪽은 나름대로 경치도 좋아요. 관광지로 개발도 잘 되어 있구요.

 

"창신동 달동네 가볼까?"

 

동대문 야시장은 매우 많이 갔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하나도 없었어요. 동대문 야시장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없이 항상 열렸어요. 동대문 야시장 및 그 일대에 있는 식당과 카페 안에서 앉아서 취식하는 것만 금지되었을 뿐이었어요. 게다가 동대문 야시장은 지난해 11월에 잠시 수도권 영업시간 제한이 풀렸을 때도 가봤어요. 거기는 변할 게 하나도 없는 곳이었어요. 그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뭔가 크게 변했을 거 같지는 않았어요.

 

"동대문 야시장은 나중에 가야겠다."

 

동대문 야시장은 너무 많이 갔어요. 변할 것도 없었어요. 거기를 또 가는 것보다는 이번에는 창신동 달동네에 가서 야경을 구경하고 오기로 했어요.

 

"여기에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카카오맵을 봤어요. 창신동 달동네에 가는 길은 여러 곳이 있어요. 그 중 제일 볼 거 많은 길로 가려면 우리은행 옆길로 들어가야 했어요. 네팔 식당 에베레스트 가는 길로 쭉 올라가면 창신동 달동네에요.

 

"창신동 달동네 가자."

 

창신동 달동네를 향해 걸어갔어요. 네팔 음식점이 모여 있는 곳을 넘어갔어요. 길이 점점 경사지기 시작했어요. 지도를 보며 길을 따라 올라갔어요.

 

 

"여기도 나름 달동네 분위기 조금 나기는 하네."

 

 

"여기로 가는 거 맞아?"

 

카카오맵에서는 이 길로 가라고 나왔어요. 여기가 맞는지 지도를 보고 번지를 확인했어요. 이 길로 올라가는 것이 맞았어요.

 

 

계단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어요. 제대로 그렸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어요. 이화동 벽화 계단과는 상당히 차이났어요. 이건 그리다가 만 건지 아니면 대충 그리고 간 건지 분간이 안 갔어요.

 

"벽화 대충 그려놨으니 덜 위험한 동네라는 건가?"

 

한때 벽화 조성 사업이 엄청 유행했어요. 낡은 동네마다 벽화를 그려놨어요. 당연히 이후 보존 및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주민들 삶에 벽화가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도 의문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전국 각지 낡은 동네에 그려진 벽화는 독버섯이 자기 먹으면 죽는다고 경고하는 화려한 색 같은 것일 수 있어요. 벽화 보면 여기는 접근 금지라고 아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거에요. 이런 목적이 아니라면 왜 낡은 동네마다 벽화로 도배를 해놨는지 벽화의 용도가 뭔지 설명할 수 없어요.

 

 

길을 따라 계속 갔어요. 지도가 또 이상한 길로 가라고 나왔어요.

 

 

"여기로 가는 거 맞아?"

 

이건 진짜 아니었어요. 너무 캄캄해서 계단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아주 좁고 낡은 길이었어요.

 

"여기로 가는 거 맞는지 봐야겠다."

 

평소에 야간에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할 때 갖고 다니는 조그만 손전등을 주머니에서 꺼냈어요. 배달할 때 비대면 요청한 배달은 문 앞에 놓고 사진을 찍어서 고객에게 전송해요. 이때 조명이 없거나 센서등이 이상하게 반응하는 건물은 사진으로 찍었을 때 아주 시커멓게 나와요. 이럴 때 음식 위치와 집 번호가 나오도록 빛을 비춰주기 위해 주머니에 조그만 손전등을 하나 넣고 다녀요. 간간이 써먹어요. 이 손전등을 그대로 주머니에 넣고 왔어요. 손전등으로 길을 비춰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계단이 있기는 했어요. 지도에서는 계속 여기로 가라고 나오고 있었어요. 손전등으로 비춰가며 올라갔어요.

 

"그러면 그렇지."

 

이 길일 리 없었어요. 다른 길로 가야했어요. 스마트폰을 계속 8자로 흔들어주며 지도에 나와 있는 길을 다시 찾았어요. 제 위치가 정확히 떴어요. 이 길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이 길은 막힌 길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길을 따라갔어요.

 

 

길을 어느 정도 올라갔을 때 뒤를 돌아봤어요. 멀리 동대문 야시장과 청계천이 있는 번화가가 보였어요.

 

 

"그렇게 큰 특징은 없는데?"

 

길을 따라 계속 낙산을 올라가며 풍경을 계속 봤어요. 충신동, 이화동 돌아다닐 때는 사진 찍을 것도 많고 재미있는 풍경, 인상적인 풍경, 아름다운 풍경도 꽤 있었어요. 그렇지만 창신동은 딱히 눈길을 끄는 풍경이 없었어요.

 

"여기도 제대로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으려고 하면 힘들겠다."

 

한 가지 특징이라면 범위가 꽤 넓다는 점이었어요. 길도 꼬불꼬불하고 비좁은 골목길이 여러 곳 있었구요. 그거 말고는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안 보였어요. 그런데 이 정도는 서울 도처에 널려 있어요.

 

 

계속 낙산공원쪽을 향해 올라갔어요.

 

 

 

 

 

딱히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풍경이 없었어요. 별 생각없이 주변을 둘러보고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갔어요. 그게 전부였어요. 저지대에는 소규모 봉제 공장이 여러 곳 있다는 것 정도가 특징이라면 특징이었어요.

 

'신당동보다 재미없다.'

 

다산동 달동네가 아니라 신당동 시구문 달동네를 돌아다닐 때보다도 재미없었어요. 낮에 와서 돌아다녔다면 그냥 막 치고 올라갔을 거에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고 해야 하나,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해야 하나?'

 

서울 창신동 달동네는 전국적으로 꽤 인지도 있는 서울의 달동네에요. 그렇지만 그렇게 크게 인상적인 풍경은 없어요. 낙산 급경사를 따라 집이 밀집한 곳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타지역 사람을 데려와서 여기가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라고 보여주면 매우 시큰둥한 반응이 나올 거에요. 이 정도야 전국 어디든 경사 조금 있는 동네라면 다 볼 수 있는 풍경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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