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서울 종로 안국역 북촌 헌법재판소 일본 라멘 맛집 도마 유즈라멘

좀좀이 2022. 3. 2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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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만나서 종로를 돌아다닐 때였어요. 친구와 저녁을 먹을 식당을 찾아야 했어요.

 

"헌법재판소 쪽으로 가자."

 

친구에게 헌법재판소 쪽으로 가자고 했어요. 헌법재판소 쪽은 북촌 입구에요. 이쪽에는 맛집이 여러 곳 몰려 있는 곳이에요. 익선동에서 친구와 같이 밥을 먹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어요. 친구와 그저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 싶었어요. 고급스러운 곳은 그다지 생각 없었어요. 적당히 맛있고 식사하기 좋은 편한 식당을 찾아다니고 있었어요. 너무 허름한 곳은 또 별로였구요.

 

종로구에서 맛있는 식당이 많은 곳은 헌법재판소 쪽이 있어요. 이쪽은 너무 낡거나 허름하지도 않고 너무 데이트 코스 같지도 않고 적당한 분위기의 맛집이 많이 있어요. 혼자 가서 먹기에도 괜찮고 여럿이 가도 괜찮은 분위기의 맛집이 몰려 있는 지역이에요. 삼청동 쪽은 너무 비싸고 인사동 쪽은 너무 관광객 위주고, 낙원상가 쪽은 너무 허름해요. 그래서 북촌 입구인 헌법재판소 쪽에서 맛집을 찾아서 밥을 먹기로 했어요.

 

친구와 헌법재판소 쪽으로 갔어요. 골목에 식당이 여러 곳 있었어요. 한결같이 다 맛있어 보였어요. 아무 곳이나 찍어서 들어가도 실패할 거 같지 않았어요. 여기에서 맛집 찾기는 꽤 쉬웠어요.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곳은 맛집이고, 사람들이 별로 없으면 그저 그런 집이었어요.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라서 밖에서 대충 손님이 어느 정도 있는지 보고 파악할 수 있었어요.

 

이때 친구는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김치찌개를 먹기로 했어요. 김치찌개를 먹고 나온 후였어요. 다시 느긋하게 돌아다니려고 할 때였어요.

 

"저 가게 뭐지?"

 

간판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일본 라멘을 판매하는 식당이었어요. 안을 들여다봤어요.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여기 간판 재미있는데? 나중에 가봐야겠다."

 

도마 유즈라멘은 간판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당장은 이미 김치찌개를 먹었기 때문에 또 먹을 수 없지만 나중에 한 번 가서 먹어보기로 했어요.

 

이후 며칠 지났어요. 서울에 놀러가고 싶어졌어요. 딱히 갈 만한 곳은 떠오르지 않았어요. 강남은 혼자 가면 심심해요. 친구나 여자친구와 같이 가면 재미있지만 혼자 가면 딱히 할 것이 없어요. 놀거리를 찾는다면 찾을 수 있고 카페도 많이 있고 식당도 많지만 혼자 가면 항상 재미없었어요. 돌아다니는 재미가 매우 많은 곳은 아니었어요. 서울숲도 마찬가지였어요. 거기도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돌아다니는 것이 재미있는 곳이었어요.

 

"아, 그 일본 라멘 가게 가볼까?"

 

전에 친구와 헌법재판소 쪽 가서 저녁 먹을 곳 찾을 때 봤던 도마 유즈라멘이 떠올랐어요. 거기는 혼자 가서 라멘 한 그릇 먹고 와도 괜찮아보였어요. 그리고 그 식당은 어떤 식당인지 매우 궁금했어요. 간판만 보면 아주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민화 분위기인데 일본 라멘을 판매하는 식당이었어요.

 

"거기 갔다가 다른 곳도 돌아다니면 되잖아?"

 

헌법재판소 쪽이기 때문에 그쪽은 돌아다닐 곳이 많이 있었어요. 비록 며칠 전 친구와 한 번 돌아다녔다고 하지만 저 혼자 가도 재미있는 곳이에요. 주변에 인사동도 있고 익선동도 있어요. 조금 더 멀리 걸어가면 동대문으로 빠질 수도 있고, 을지로로 갈 수도 있고, 광화문, 청계천 다 갈 수 있어요. 라멘을 먹고 나와서 걸어다니며 거리 풍경 구경하고 사람들 구경하고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기 좋은 곳이었어요.

 

"궁금한데 그 일본 라멘집 갈까?"

 

간판이 너무 인상적이라 가보고 싶어졌어요. 마침 어디 갈지 정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만약 헌법재판소 쪽으로 가서 그 일본 라멘집에 가서 저녁에 일본라멘을 먹는다고 한다면 동대문이나 인사동에서부터 걸어가면 되었어요. 길이 너무 뻔하기는 하지만 항상 가면 재미있는 곳이라 괜찮았어요.

 

"그 일본 라멘집 가봐야겠다."

 

서울 북촌 헌법재판소 근처에 있는 도마 유즈라멘에 가보기로 했어요. 이유는 딱 하나였어요. 간판이 너무 인상적이라 어떤 라멘집인지 너무 궁금했어요.

 

전철을 타고 서울 종로로 갔어요. 적당히 종로 거리를 돌아다니며 서울을 구경했어요. 너무 질리게 보는 서울이고 너무 많이 지나다니는 서울이지만 항상 재미있어요. 거리는 점점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이제 하나 둘 계속 나와서 놀기 시작하고 있었어요. 지난 2년간 온사회에 퍼져 있던 공포와 죽음의 냄새가 점점 옅어져가고 있었어요.

 

몇 시인지 봤어요.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이제 그 일본 라멘집 가야겠다."

 

전에 친구와 헌법재판소 왔을 때 봐놨던 일본 라멘집을 찾아갔어요. 도마 유즈라멘이었어요.

 

 

간판을 보면 얼핏 보면 도마 유즈라멘이지만 자세히 보면 도마 그리고 유즈라멘이에요.

 

 

어째서 일본 라멘 가게인데 한국 민화에 나오는 호랑이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지 의문이었어요.

 

 

'유즈면 일본어로 유자인데?'

 

유자는 일본어로 柚子 ゆず 유즈라고 해요. 이 단어를 기억하는 이유는 예전에 일본 사는 블로거분께서 유즈 라멘을 글로 쓰신 것을 봤기 때문이에요. 유자가 들어간 라면이라고 해서 흥미롭게 봤어요. 저는 유자를 매우 좋아하거든요. 유자가 들어가서 깔끔한 맛이라고 했어요.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어요.

 

"진짜 유자 넣어주나?"

 

도마 유즈라멘 안으로 들어갔어요.

 

 

메뉴를 봤어요. 크게 유즈 시오라멘과 유즈 쇼유라멘이 있었어요.

 

메뉴판에는 '국물에 유자가 조금 들어가요. 유자가 싫으시면 '무첨가'선택. 유자 좋아하시면 테이블에 있는 고흥유자원액을 더 넣어서 드셔보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유즈가 진짜 유자였네?"

 

도마 유즈라멘에서 '유즈'는 정말로 유자였어요.

 

 

도마 유즈라멘 매장은 분위기 있었어요. 식당의 중심은 1인석이었어요. 격벽 맞은쪽은 고기를 구워먹는 자리였어요. 그런데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은 안 보였어요.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지만 전부 일본 라멘을 주문하고 있었어요.

 

자리로 가서 앉았어요.

 

 

"초생강이 아니라 무생채 무침이네?"

 

보통 일본 식당 가면 분홍색 초생강이 있어요. 그런데 여기는 무생채 무침이 있었어요. 김치도 아니고 무생채 무침이었어요. 매우 특이했어요.

 

 

맨 오른쪽 겨자처럼 생긴 것이 고흥유자 착즙액이었어요. 고흥유자 착즙액 옆에는 안내 문구가 있었어요.

 

안내문에서 특히 눈여겨봐야할 것은 김이 국물에 너무 오래 담겨 있으면 국물맛이 변하니 빨리 먹으라는 점과 면 및 육수는 무한리필이니 마음껏 계속 리필 요구를 하라는 내용이었어요.

 

 

고흥유자 착즙액을 숟가락에 조금 흘려서 맛을 봤어요. 새큼하고 향긋한 유자즙이었어요.

 

 

제가 주문한 유즈 쇼유라멘이 나왔어요.

 

 

"국물 맛있는데?"

 

도마 유즈라멘의 유즈 쇼유라멘은 국물이 매우 맛있었어요. 약간 기름지고 살짝 짭짤했어요. 짜지는 않았어요. 간이 잘 맞아 있었어요. 고기 잡내는 없고 고소한 고기향이 있었어요.

 

"유자향 완전 숨어 있는데?"

 

유자향은 뭐가 무서운지 국물 속에 꼭꼭 숨어있었어요. 찾으려고 하면 찾겠지만 모르고 먹으면 있는 줄도 모르고 먹을 정도로 약했어요. 유자향이 수줍음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낯가림이 너무 심해서 문 꼭 잠그고 이불 뒤집어쓰고 숨어버렸어요. 국물 자체가 맛있어서 그냥 먹어도 맛있기는 했지만 국물 자체가 그렇게 엄청나게 개성 있고 꼭 와서 먹어야하는 곳이라고 할 정도로 강렬하지 못했어요.

 

"유자즙 더 넣어봐야지."

 

유자즙을 조금씩 더 넣기 시작했어요.

 

"완전 맛있는데?"

 

유자즙을 조금 더 넣자 맛이 보다 깔끔해졌어요. 국물이 쭉쭉 잘 넘어갔어요. 처음 나왔을 때는 유자즙이 아주 미량 들어가 있었어요. 유자즙을 넣어가며 본인이 맛을 잘 맞춰야 했어요. 국물맛이 깔끔해지자 국물을 계속 퍼먹게 되었어요. 물리지 않고 먹고 있는데도 계속 더 먹고 싶은 맛이 되었어요. 국물을 후루룩 마시며 계속 라면을 호로록 먹었어요.

 

"유자즙 더 넣어볼까?"

 

유자즙을 계속 더 넣어가며 먹었어요. 맛이 진한 고기맛에서 유자향 듬뿍나는 상큼한 맛으로 그라데이션을 그려가며 변해갔어요. 새콤한 맛이 가미되고 유자향도 매우 진해졌어요. 유자즙을 듬뿍 넣자 다른 곳에서는 전혀 맛볼 수 없는 매우 이색적인 라멘이 되었어요. 유자향 라멘은 파는 곳을 못 봤어요. 진한 유자향과 고기향이 손잡고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어요.

 

"여기 면 추가 되지?"

 

면을 리필했어요.

 

 

여기는 면발도 맛있었어요. 그리고 육수와 면발이 무한리필되는 점도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일본 라멘 가게 가보면 양이 적어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제게는 한 끼 식사가 안 되요. 일본 음식이 고열량에 양이 적은 거라고 하는데 저는 한국에 살고 있어서 적은 양에 전혀 적응이 안 되요. 그래서 라멘을 먹으면 국물까지 다 마시고도 모자라서 식당에서 나와서 뭔가 꼭 사먹곤 해요.

 

도마 유즈라멘은 면발이 무한리필되었어요. 그래서 아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어요. 라멘 맛도 매우 독특하고 유자즙을 더 넣으면 너무 매력적인데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니 정말 최고였어요.

 

서울에서 일본 라멘 맛집을 찾는다면 종로구 북촌 헌법재판소 근처에 있는 일본 라멘 맛집 도마 유즈라멘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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