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구구..."
아침 8시에 일어났어요. 전날 50m 탑과 30m 탑을 걸어 올라갔더니 허벅지가 아팠어요. 이건 정말 여름 내내 덥다고 움직이지 않다가 갑자기 무리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왠지 기합 한 번 제대로 받은 다음날 아침처럼 느껴졌어요. 침대에 앉아 있다가 아침 식사를 9시 반까지 준다는 것이 생각나서 씻으러 갔어요.
아랫배가 싸르르 아파서 볼 일을 보고 샤워를 했어요. 이 숙소의 단점이라면 화장실 안에 샤워 커튼이 없고 샤워하는 자리에 있는 수채구멍이 가장 낮은 곳에 있지 않다는 것. 방을 둘러볼 때에는 수채구멍 높이까지는 잘 살펴보지 않아요. 특히 저렴한 숙소를 골라서 갈 경우 화장실이 멀쩡하고 뜨거운 물 콸콸 나와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신경을 잘 쓰지 않아요. 여기까지 따지면 저렴한 숙소 고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고인 물을 수채구멍으로 밀어넣으며 샤워를 했어요. 다행히 수채구멍의 물빠짐은 매우 좋았어요.
"왜 물에서 유황 냄새가 나지?"
처음에는 제가 무언가 잘못 먹고 양치를 대충 해서 입에서 썩은 냄새가 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입냄새를 몇 번이고 확인해 보았어요. 하지만 입냄새는 아니었어요. 이 삶은 계란 냄새는 대체 뭐지? 혹시 온수에서 나는 건가? 온수를 틀면 확실히 유황 냄새가 났어요. 온수 탱크에 문제가 있는 건가? 하지만 냉수라고 유황 냄새가 안 나는 것은 아니었어요. 유황 냄새가 싫어서 냉수로 입을 헹구는데 입에서 유황 냄새가 진동했어요.
"이거 뭐야?"
유황 냄새가 입에서 나니 속이 울렁거렸어요. 이 동네 물이 안 좋은 건지 이 집 물만 안 좋은 건지 알 수는 없었어요. 어쨌든 유황 냄새가 못마땅해서 생수로 입을 헹구었어요. 생수로 입을 헹구었지만 입에 밴 유황 냄새가 가시지는 않았어요.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테라스로 나갔어요. 테라스로 나오자 아침 식사를 주었어요. 아침 식사는 부하라에서 먹었던 것과 거의 비슷했어요. 달라진 거라면 부하라에서는 아침에 계란 후라이를 2개 주었는데, 여기는 1개 주었다는 것.
"계란 후라이 1개가 이렇게나 크다니!"
계란 후라이 1개와 2개의 차이가 그렇게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어요. 계란 후라이 1개 주나 2개 주나 사실 별 차이가 없기는 한데 막상 숙소에서 아침을 먹을 때에는 그 차이가 너무나 컸어요. 1개만 먹으니 왠지 많이 아쉬웠어요. 계란 1개가 300숨 정도 하는데 아침을 먹으며 느낀 계란 후라이 1개의 가치는 3000숨 정도 되는 듯 했어요. 물론 3000숨 내고 계란 후라이 하나를 더 주문하라고 한다면 주문하지 않겠지만 체감하기로는 그 정도의 가치로 느껴졌어요.
아침을 먹고 짐을 싸서 밖으로 나왔어요.
전날 멀리서 보기만 하고 직접 가지는 않았던 서문 Ota darvoza 앞에 있는 연못으로 갔어요. 생긴 것을 보아서는 야외 수영장으로도 사용되는 듯 했지만, 철이 철인지라 여기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을 직접 보지는 못했어요.
"오늘은 학생들 학교 갈 때 관광을 시작하는구나!"
학교 가는 학생들을 보며 길을 걸으니 왠지 부지런해진 것 같았어요. 물론 제가 부지런해지고 싶어서 부지런해진 것은 아니었지만요. 오늘 일찍 숙소에서 나온 이유는 오늘 우르겐치에 가서 기차를 타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우르겐치에서 기차를 타기 전에 히바를 조금 더 둘러보고 우르겐치로 넘어가서 우르겐치를 조금 둘러본 후 기차에 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찍 나와야 했어요.
야외 수영장으로 추정되는 연못을 보고 서문으로 갔어요. 한국어 가이드 아저씨께서 문 앞에 서 계셨어요.
"안녕하세요."
"어제 잘 쉬었니?"
"예. 잘 쉬었어요."
"오늘은 뭐 할 예정이니?"
"오늘 우르겐치로 가서 사마르칸트 가요."
"즐거운 여행 하거라."
한국어 가이드 아저씨와 인사를 나눈 후 오크 샤이크 보보 쪽으로 갔어요. 전날 오크 샤이크 보보를 대충 보고 나왔는데 오늘 제대로 볼까? 하지만 귀찮았어요. 오크 샤이크 보보에도 이것 저것 많이 있다고는 하는데 모든 신경이 다 우르겐치를 둘러보는 것에 쏠려 있었거든요. 전날 히바 이찬 칼아를 거의 다 둘러보았기 때문에 오늘은 그냥 부담 없이 걸어다니며 동문 Polvon darvoza 으로 가서 다마스를 타고 우르겐치로 넘어갈 생각 뿐이었어요.
처형 광장을 지나 히바에서 가장 크다는 1871년에 지어진 무함마드 라힘혼 마드라사 Muhammad Rahimxon Madrasasi 로 갔어요. 전날 구입한 자유이용권이 2일권이었기 때문에 오늘도 공짜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큰 의미를 두기 위해 들어갔다기 보다는 그냥 전날 안 들어가본 곳이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들어갔어요.
"여기서 줄타기 공연 하나?"
안에는 줄타기 장치와 줄을 탈 때 사용하는 장대가 있었어요. 줄타기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더니 밖으로 나갔어요. 여기가 줄타기 연습하는 곳인지, 정말로 가끔 공연을 보여주는 곳인지 알 수 없었어요.
혹시나가 역시나. 이 줄타기를 위한 장치 외에는 그다지 크게 볼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가볍게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어요.
"날씨는 좋네."
아침이라 선선했고, 하늘은 맑았어요. 정말 돌아다니기에 딱 좋은 날씨. 천천히 기분 좋은 아침 햇볕을 쬐며 동문 쪽으로 걸어갔어요.
길을 걷다가 현재 음악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코지 칼론 마드라사 Qozi kalon madrasasi로 갔어요. 이 마드라사는 1905년에 지어진 건물. 입구에 아무도 없고, 설령 입구에 누가 있다고 해도 자유이용권이 있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거기 수리중이야, 나와!"
관리인 아주머니께서 제게 거기는 수리중이니 나오라고 부르셨어요. 그래서 사진은 고사하고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밖으로 다시 나왔어요. 별 아쉬움이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말로만 공사중이 아니라 내부가 진짜 보수 작업 중이라 정신 없게 생겼거든요.
어젯밤 본 거리와는 또 정반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리. 빛도 충만하고 사람들도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전날 밤 빛의 소중함을 두 번의 탑 안에서, 그리고 한밤중에 느꼈기 때문에 이 빛이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게다가 사람들! 역시 사람들이 있는 거리가 좋았어요. 이런 점에서 단체 관광객도 정말 필요하고 고마운 존재였어요. 이 시기에는 개인 관광객이 거의 없었거든요. 관광객이 없으면 관광지는 활기를 잃고 쪼그라들기 마련이에요. 비수기에 가면 조용히 돌아다니기는 좋지만 아무래도 흥이 덜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너무 많으면 여행하기 불편하고 짜증나지만 적당한 관광객은 오히려 관광지에 활기를 불어넣는 존재. 그런 점에서 단체 관광객들은 개인 관광객이 거의 안 보이는 이곳에서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었어요.
동문을 향해 걸어가다가 주마 모스크 Juma masjidi 와 마주쳤어요. 이 모스크는 10세기에 지어졌고, 18세기까지 계속 보수와 수리가 이루어진 모스크로, 히바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였어요. 이 모스크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모스크 내부에 있는 기둥 때문. 이 안에 기둥이 213개 있는데, 이 기둥들 모양이 모두 다르다고 했어요. 하지만 한 가지 슬픈 것은...
나 이 기둥에 대해 잘 몰라...
안에 기둥이 정말 많기는 많았어요. 문제는 213개 기둥 무늬가 전부 다른지 다르지 않은지 구분해낼 심미안이 제게 없었다는 것. 다르다고 하니 그냥 그러려니 고개를 끄덕거릴 뿐, 이게 진짜 전부 다른지 확인해볼 능력은 없었어요. 잘 모르는 사람인 제게 이곳은 그냥 기둥이 매우 많은 곳. 자유이용권을 이용해 무료로 들어왔기에 망정이지, 돈을 따로 내고 들어왔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곳이었어요.
기둥이 많다는 것 외에 크게 인상적일 것까지는 없었어요. 그래서 나가려고 하는데 관리인 아주머니께서 지키고 계신 자리 옆에 문이 하나 보였어요. 문 너머로 계단도 보였어요. 순간 느낌이 왔어요.
"탑 올라갈 수 있어요?"
"2천숨."
전날 현지인이 히바에서 올라갈 수 있는 탑은 오직 2개 뿐이라고 알려주었는데, 그것은 잘못된 정보였어요. 주마 모스크에 있는 주마 미노라 역시 돈을 내면 올라갈 수 있었어요. 경찰에게 돈을 내고 몰래 다녀오는 곳이 아니라 관리인 아주머니께 돈을 내면 그냥 당당히 올라갈 수 있는 탑이었어요. 아주머니께 가방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탑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슬람 호자 미노라를 올라가며 불평한 것은 배부른 소리였구나...
이 탑도 마찬가지였어요. 이슬람 호자 미노라를 올라갈 때 계단이 안 좋고 힘들고 위험하다고 불평했는데 그건 정말로 배부른 소리였어요. 주마 미노라 역시 이슬람 호자 미노라에 비해 매우 올라가기 불편했어요. 당연히 빛도 더 없었구요. 게다가 다리가 제대로 풀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것을 올라가려니 더욱 힘이 들었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여기는 정말로 올라오고 내려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탑이었다는 것. 특별히 다른 사람을 위해 비켜줄 필요는 없었어요.
꼭대기 역시 비좁기는 마찬가지. 게다가 꼭대기로 가는 제일 마지막 부분은 거의 기어올라가다시피 해야 하는 수준이었어요.
"전망은 여기가 더 나은 거 같은데?"
이슬람 호자 미노라에 비해 전망은 오히려 괜찮아 보였어요. 이슬람 호자 미노라 꼭대기에 비해 결정적 단점이라면 모든 방향을 둘러보기에는 매우 안 좋고, 꼭대기가 더 비좁다는 것. 난간이 한쪽 벽에 붙어 있고, 그쪽은 계단이 하나 빠진 듯한 높이라 밖을 보며 사진을 찍기는 조금 위험했어요. 말이 계단 하나 빠진 높이이지, 계단 한 개가 무릎에서 발까지의 높이 정도에서 그보다 조금 낮은 것을 감안하면 절대 낮은 높이는 아니었어요. 한 걸음에 성큼 기어올라갈 높이는 아니었고, 손을 써서 올라가야 하는 높이였어요. 게다가 그쪽 사진을 찍겠다고 들면 아래에서 올라오는 사람은 아예 아래에서 올라올 수도 없었구요. 이 방향이 바로 동문 Polvon darvoza 을 향한 방향이었다는 것이 결정적인 약점.
"히바에서 올라갈 수 있는 탑은 다 올라갔구나."
히바에 있는 탑 4개 중 3개는 다 올라갔어요. 나름 뿌듯하다면 뿌듯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신체적으로 상처 뿐인 영광. 다리가 너무 당겼어요. 제대로 허벅지에 알이 박힌 듯 했어요. 걸어가는데 다리가 더 아파져서 걷기 더욱 힘들어졌어요.
사진에서 가장 잘 보이는 탑이 바로 방금 올라간 주마 미노라. 그 뒤에 작게 보이는 것이 전날 올라간 탑이고, 오른쪽 나무 틈으로 보이는 탑이 이슬람 호자 미노라에요. 일단 선물로 줄 것을 사기 위해 거리를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동문까지 다 왔는데 그다지 가격에 마음이 들지 않아 다시 이슬람 호자 마드라사까지 갔다가 안 가본 길이 있기에 한 번 가 보았어요. 그리고 그 길에서 발견한 것은 카펫 박물관 및 카펫 가게로 사용되고 있는 1873년 지어진 요쿱보이 호자 마드라사 Yoqubboy Xo'ja madrasasi 였어요. 여기 역시 온 김에 가 보자는 심산으로 들어갔어요. 아무리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날이 아직 여러 날 많이 남아 있었지만 다시 히바에 올 확률은 비용 때문에 0에 가까워서 볼 수 있는 것은 다 보고 가야 했거든요. 나중에 후회해 보아야 '때는 늦으리'인 것은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입구 양쪽으로 석류 껍질이 쌓여 있었어요.
'가을 분위기 내려고 일부러 쌓아놓았나?'
안에는 역시나 단체 관광객들이 구경하고 사진 찍고 있었어요. 입구에 있는 석류 껍질을 보며 이것을 왜 여기 쌓아 놓았을까 생각하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는데 때맞추어 단체 관광객들이 우루루 빠져나갔어요. 박물관 안에 남은 관광객은 저 혼자였어요.
"안녕하세요?"
"응, 안녕."
"사진 찍어도 되나요?"
"응, 찍어."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어요.
"카펫은 왜 가위로 자르세요?"
바닥에 카펫을 깔고 열심히 가위로 싹둑싹둑 표면을 잘라내고 있는 것이 신기해서 여쭈어 보았어요.
"카펫 색 내려구."
아주머니께서 카펫 표면을 가위로 잘라낸 부분과 아직 잘라내지 않은 부분을 짚어주시며 알려주셨어요. 카펫 표면을 가위로 이발시키듯 잘라내는 이유는 때가 타고 더러워져서 색이 죽은 부분을 잘라내고 다시 새것처럼 뚜렷한 색을 내기 위해서였어요.
"입구에 석류 껍질 뭐에요?"
"그거? 노란색 내려구."
"그래요? 노란색 만들기 위한 것이었어요?"
"응. 뭐라고 생각했는데?"
"가을 분위기를 위한 장식이요."
제 말에 안에 계신 사람들이 깔깔 웃으며 아니라고 하셨어요. 입구에 석류 껍질을 수북히 쌓아놓은 이유는 석류 껍질을 이용해 노란색 염색을 하기 때문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치자로 노란 물을 들이는데 여기에서는 석류 껍질로 노란 물을 들이고 있었어요.
한 아주머니께서 저를 재미있게 지켜보다가 솥을 열었어요.
"그거 오쉬에요?"
"응. 오쉬야."
"너 호라즘 오쉬 먹어보았어?"
"아니요. 어제 먹으려고 했는데 못 먹었어요."
"그래? 이거 맛 한 번 봐."
"괜찮아요."
"아니야, 어서 먹어 봐."
아주머니께서 제게 오쉬 한 숫가락을 퍼서 건네셨어요. 그래서 호라즘 오쉬도 맛을 보게 되었어요. 제대로 차려놓은 오쉬가 아니어서 오직 쌀만 맛을 보았어요. 쌀만 맛을 본 이 오쉬의 맛은 라면 국물에 말아먹는 밥의 맛이었어요. 참 묘한 매력이 있는 맛이었어요.
안에 계신 분들께 이제 우르겐치로 넘어가야 해서 가보겠다고 인사드리고 밖으로 나갔어요. 아주머니들께서는 나중에 히바 다시 오면 꼭 이 박물관 와서 같이 오쉬를 먹자고 하시며 제게 즐거운 여행 하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밖으로 나와서 드디어 다시 동문으로 가는데 결혼식 행렬을 보게 되었어요. 여기도 정말 사람이 사는 곳이기는 하구나...히바는 너무 작아서 여기가 정말 사람이 사는 곳인지 아닌지 돌아다니며 의문이 들 때가 가끔 있었어요. 하지만 여기는 유명한 관광지이자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사는 곳. 그렇기 때문에 히바가 더욱 신비롭고 매력적인 곳이 된 것이기도 하구요. 단순히 관광지로 꾸며놓은 곳 아닌가 생각이 들 때마다 이렇게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제게 이곳은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려주었어요.
드디어 동문 Polvon darvoza 옆 함맘까지 왔어요. 이 함맘은 흰 모스크 Oq masjid 옆에 있어요.
"에...별로잖아!"
역시 함맘은 무조건 위에서 함맘을 내려다 보아야 제맛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려준 함맘이었어요.
동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곳이 바로 예전에 노예를 팔던 곳.
이렇게 큰 통로 옆에 안으로 푹 파인 공간이 있는데, 여기에서 노예를 팔았다고 해요.
바로 다마스를 타러 가도 되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앞으로 쭉 걸어갔어요. 그래서 먼저 간 곳은 사이드 니요즈 숄리코르보이 모스크 Said Niyoz Sholikorboy masjidi.
이 탑을 어젯밤 올라갔어요. 마음만은 지금 다시 올라가서 성 밖에서 본 히바의 모습을 감상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이 다리로 다시 한 번 이 탑을 올라간다면 정말로 걷기 아주 힘들어질 것 같았어요. 게다가 어차피 올라갔던 곳이라 또 올라갈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힘이 넘친다면 후딱 올라갔다 오겠지만 힘이 넘치기는 커녕 다리가 너무 아파서 같은 길을 걷는데 전날보다 거리가 1.5배 더 길어진 듯 했어요.
모스크 내부를 사진찍고 오려고 했으나 예배 시간이 되어 사람들이 계속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고 있어서 관두고 어제 갔던 그곳을 향해 갔어요.
다리 근육이 제대로 뭉쳐서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지만 만약 이 탑을 올라갈 수 있다면 올라갈 생각이었어요. 사이드 니요즈 숄리코르보이 미노라는 이미 올라간 탑이라 아픈 다리를 더 아프게 하면서까지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 탑은 아직 못 올라간 탑. 이 탑만 기어올라갈 수 있다면 히바에 있는 높은 탑 4개를 모두 올라가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이 탑만은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탑에 올라갈 수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 탑 올라갈 수 있나요?"
"아니. 없어."
폴본 코르 미노라에 올라갈 방법은 없었어요. 이제 정말 갈 시간이 다가왔어요.
"이제 우르겐치로 슬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