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 존재하나 인지 못 하고 있는 것들
그게 바로 그거였다는 것을 몰랐던 것들
사람들 모두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을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게 존재하지만 존재한다고 인지 못 하고 있었던 것들도 많고, 알고는 있었는데 바로 그것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들도 많아요. 인간은 자신의 뇌를 100% 활용 못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매우 근거있게 들리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 자신이 알고 있는데 바로 그거였다는 것을 몰라서 모르는 것이라 여기는 것이 꽤 많기 때문일 거에요.
요즘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여러 경제 이슈가 많아요. 이 중에는 단발적 이슈도 있지만 사회 경제적 변화로 인한 중장기적 이슈도 있어요. 사회 경제적 변화로 인한 중장기적 이슈 중 매우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향후 생산양식의 변화 및 소득과 자원 분배의 변화와 관련된 것이에요.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앞으로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변해갈 거냐는 논의에요.
이런 논의와 관련된 여러 분석과 글을 읽기 위해서는 먼저 상품 가격의 특징을 알아야 해요. 상품 가격의 특징에 대해 정확히 알면 부수적으로 마르크스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사회의 사회, 경제, 정치적 특성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어요.
상품이란 뭔가?
먼저 상품 가격에 대해 알기 위해서 상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를 내려야 해요. 상품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 있어요. 경제학 입장에서 보면 상품은 가치를 지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용 가치나 효용을 지닌 노동생산물이라고 해요. 하지만 이건 이해하기 좋은 정의라고 할 수 없어요. 이 정의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보이는 상품이 수두룩하니까요. 특수한 산소, 수소 같은 게 아니라 그 흔해빠진 대기 중의 공기도 사고 팔고, 심지어 이 세상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조차도 사고 파는 일이 있으니까요.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차라리 국어사전 제1번 뜻이 정확해요. 바로 '사고파는 물품'이에요.
상품 = 팔기 위해 내놓은 것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아주 완벽히 상품의 본질을 이해하는 방법이에요. 상품이란 뭔가? 아주 명쾌한 답은 '팔기 위해 내놓은 것'이에요.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도 벗어나서도 안 되요. '팔기 위해 내놓은 것'이 바로 상품이니까요. 어려운 잡소리 뻘소리 다 필요없어요. 팔기 위해 내놓기만 하면 그게 상품이에요. 유형의 재화가 될 수도 있고, 무형의 서비스가 될 수도 있어요. 꼭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되요. 하여간 팔기 위해 가격 붙여서 내놓기만 하면 그게 상품이에요.
이 세상 모든 것은 팔기 위해 가격을 붙여서 내놓으면 상품이에요. 어떻게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상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든 것은 상품이 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합법적으로 공개된 시장에서 매매되지는 않아요. 그러니 모든 것은 상품이나 매매 가능한 시장의 종류와 형태에 따라 상품이 구분된다고 보면 되요. 국가 및 사회 집단에서 거래를 금지하는 상품은 암시장에서 거래될 거고, 무형의 서비스는 서비스 거래 시장에서 거래되요.
가격이 양의 가격 - 플러스 가격일 때는 누구나 시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요. 중학교에서 배우는 수요 공급 곡선은 기본적으로 다 알 거에요.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점이 균형가격이고, 상품 가격은 시장에서 균형가격에서 거래되요. 파는 사람의 가격에 대한 의견과 사는 사람의 가격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거래가 발생해요.
일반적인 수요공급곡선을 보면 가격은 무조건 양의 가격일 때만 존재해요. 가격이 0보다 큰 경우에 어떻게 되는지는 모두가 다 알고 있어요. 상인이 부른 가격이 싸다고 느끼면 사고, 비싸다고 느끼면 안 사요. 우리의 일상생활 대부분에서 이뤄지는 경제 활동은 가격이 양의 가격 - 가격이 0보다 큰 경우에 따라 이루어져요.
가격이 0보다 아래라면?
마이너스 가격은 존재할 수 없나요?
마이너스 가격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게 어디 있냐고 코웃음치기 마련이에요. 2020년 3월에 국제 유가가 순간적으로 마이너스 가격을 찍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아주 특수한 경우고, 일상에서 마이너스 가격을 볼 일은 없다고 여겨요. 돈까지 받아가며 상품 가져가라는 놈이 어디 있냐고 해요. 출혈 이벤트로 가끔 있을 수 있기는 하지만 그건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우리 바로 옆에 마이너스 가격이 있다!
하지만 우리 바로 옆에 마이너스 가격이 있어요. 우리는 마이너스 가격 또한 일상에서 매우 쉽게 접해요.
마이너스 가격 = 쓰레기
마이너스 가격을 거의 완벽히 표현해주는 단어가 있어요. 바로 '쓰레기'에요. 돈까지 쥐어주면서 제발 가져가라고 하는 것. 그게 뭐겠어요. 쓰레기에요. 종량제 봉투, 음식물 쓰레기 봉투, 대형 쓰레기 폐기 스티커 등 사잖아요.
'쓰레기'라는 표현이 마이너스 가격을 완벽히 설명해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체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줘요. 일반 가정과 개인부터 쓰레기 버리려면 돈 내고 버려야 하니까요.
마이너스 가격이 돈 받고 상품 가져가라는 말은 맞는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마이너스 가격이에요. 마이너스 가격이 되면 비록 똑같은 상품을 거래하지만 이때는 거래되는 상품의 본질이 바뀌어요. 상품이 아니라 '쓰레기 수거 서비스'가 상품이 되요.
예를 들어서 똑같은 감귤 1kg이 있다고 해요. 감귤 1kg이 플러스 가격일 때는 소비자는 판매자에게 돈을 주고 감귤을 사요.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감귤 1kg 가격이 0보다 아래인 마이너스 가격이 되었다고 해요. 이러면 이제 판매자는 감귤 1kg을 들고 가겠다는 사람에게 오히려 돈을 줘요. 즉, 마이너스 가격이 되면 수요와 공급이 뒤바뀌는 현상이 발생해요.
상품 가격이 음의 가격이 되면 양의 가격에서 수요와 공급은 이제 공급과 수요로 바뀌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이해하면 너무 비직관적이고 이해도 매우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음의 가격이 되면 '상품'이 '쓰레기 수거 서비스'로 상품 형태가 변한다고 이해하는 게 더 나아요. 위에서 예를 든 감귤 1kg으로 다시 이야기하자면, 감귤 1kg 가격이 음의 가격이 되면 이제 거래되는 상품은 외면적으로는 똑같은 감귤이지만 실제 거래되는 상품은 이제 감귤 1kg이 아니라 감귤 1kg 수거 서비스로 형태가 바뀌어버려요.
상품의 음의 가격까지 반영해서 수요공급곡선을 그리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가 나와요.
똑같은 판매자가 귤 1kg을 마이너스 가격 - 돈 받고 제발 가져가라고 애걸복걸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요. 구매자는 판매자가 귤 가져가는 대가를 더 줄 수록 더 많이 가져가려고 할 거에요. 하지만 판매자는 반대로 웃돈 얹어서 제발 가져가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엄청난 돈을 얹어서 가져가라고 할 바에는 자기가 먹던지 귤 1kg으로 파는 게 아니라 잼이라도 만들어버리겠죠.
쓰레기 처리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쓰레기를 차라리 다른 형태의 상품으로 가공해서 다른 상품으로 판매하는 게 더 나아져요. 처음에는 웃돈 주고 가져가라는 쓰레기로 전락하고 이론적으로는 수거 비용이 무한정 커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게 현실 세계에서 대부분 무한정 커지지는 못 하는 이유는 수거 비용이 지나치게 커지다 보면 어느 순간 다른 형태로 변형시켜서 판매하는 게 더 싸게, 또는 양의 가격을 갖는 다른 상품으로 변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서 과일, 야채를 보면 상품으로 못 파는 것들이 있어요. 이런 것은 원칙적으로 모두 버려야 해요. 버릴 때 당연히 비용이 들어요. 어느 정도 양이 적을 때는 공짜로 가져가라고 뿌리지만, 양이 너무 많으면 돈 내고 없애야 해요. 이런 비상품선과 파치를 그대로 버리면 다 돈 주고 버려야하는 마이너스 가격이지만, 폐기 비용이 너무 크면 파치를 이용해 가공 식품 - 잼, 쥬스 등을 만들어서 팔아요.
이러면 마이너스 가격이 이해될 거에요. 마이너스 가격은 우리 곁에 있어요. 단지 '마이너스 가격'이라고 하면 모두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때는 우리 모두가 '쓰레기 수거 비용'으로 변환시켜서 받아들이고 있고, 마이너스 가격이 너무 커지면 공급자 입장에서 가공시켜서 다른 상품으로 형태를 바꿔서 팔기 때문에 마이너스 가격이 무한정 커지지 못하는 거에요.
그렇다면 가격 0원일 때는?
위의 수요공급곡선 2개를 보면 수요곡선과 공급곡선 모두 상품가격 0에 수렴하기는 하나 0원이 되지는 않아요. 괜히 수요공급곡선이 아니에요. 위 그래프만 보면 상품 가격은 절대 0원이 될 수 없어요. 마이너스 가격이 되든가 플러스 가격이 되든가 둘 중 하나에요.
가격 0원에 대한 표현으로는 '공짜'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가격 0원을 의미하는 말 '공짜'와 경제학에서 말하는 진짜 0원은 의미에 차이가 있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공짜'란 순전히 판매자 입장에서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상품을 인도할 때 상품 가격이 '0원'이에요. 소비자에게 상품 가치는 0원이 아니에요. 상품 가치 자체는 양의 가격을 갖고 있는데 판매자가 어떤 이유 때문에 소비자에게 돈 한 푼 안 받고 넘겼을 뿐이에요.
하지만 경제학에서 상품 가격 0원이라고 하면 - 0원의 경제학이라고 하려면 수요, 공급 양쪽 모두 상품 가치가 0원이어야 해요. 사는 쪽에서도 상품 가치가 0원이라고 인식해야 하고, 파는 쪽에서도 상품 가치가 0원이라고 인식해야 해요.
"이런 게 존재해?"
당연히 존재해요. 너무 많이 존재해요.
여러분은 남들보다 산소 더 빨아마시려고 옆사람이 숨 한 번 들이마실 때 일부러 막 10번 20번 들이마시나요?
이런 사람 아무도 없어요?
틀렸어요. 대부분의 일상에서는 당연히 바로 옆에 있는 사람보다 대기중 산소가 아까워서 숨 한 번 더 들이마시려고 일부러 숨 10번 20번 참는 사람 없어요. 그렇지만 특정 상황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예를 들면 화재가 발생해서 유독가스가 가득찬 실내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창가로 달려가요. 이때는 우리 모두 아무 가치가 없고 존재하는지 인식조자 못하던 공기의 가치가 양의 가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어요. 매캐한 연기 때문에 숨 쉴 수 없는데 바깥의 연기 안 섞인 공기 한 모금 100원 이러면 안 사겠냐구요. 숨 못 쉬면 죽는데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판매자 관점으로 봐도 소비자 관점으로 봐도 아예 상품 가치가 0원이라고 여기는 것들의 공통점은 바로 무한한 공급이 이뤄진다는 점이에요. 모두가 원없이 소비해도 남아돌기 때문에 상품으로 팔 이유가 없어요. 도처에 널려 있고 언제나 풍부하게 공급되는데 필요하면 원하는 대로 가져가면 되요. 또한 일부러 더 차지하기 위해 욕심낼 필요도 없어요. 어차피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요. 더 가져간다고 이득될 것도 없고 미리 쟁여놔야할 필요도 없으니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면 되요.
상품 가치가 0이라고 가정해봐요. 상품 가치가 0이라면 서로가 먼저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경쟁할 이유가 없어요. 상품 가치가 0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가져가면 되요. 상품 가치가 0이면 모두가 이 상품을 더 많이 차지하려고 하지 않아요.
생산물은 쏟아져나오는데 구매할 사람이 없다면?
생산물을 계속 쏟아져 나와요. 그런데 사장들이 죄다 노동자 착취에 노동자 임금 따먹기만 하고 있어요. 이러면 구매하려는 사람이 증가하지 못해요. 돈이 있어야 소비를 하든 말든 하죠. 부자라고 해서 무한정 무한대의 상품 소비는 못 해요. 돈을 무한대로 흩뿌리면서 장부상 무한대의 지출이야 달성 가능하겠지만 상품 그 자체를 써서 없애지는 못 해요. 이건 인간인 이상 한계가 있어요.
생산물은 계속 쏟아져나오는데 살 사람이 늘어나지 않으니 재고는 계속 쌓여요. 재고 보관 및 처리도 비용이에요. 한 푼이라도 건져야 해요. 그러면 상품 가격을 낮춰서 팔아요. 이제 사장들은 이윤이 줄어들었어요. 줄어든 이윤은 노동자를 착취해서 만회하려고 해요. 이러면 노동자는 돈이 더 없어져요. 사회적으로 물건을 살 사람이 더 줄어들어버려요. 이러면 또 사장들은 한 푼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물건을 헐값에 던져요. 그리고 노동자를 더욱 착취해요. 이러면 노동자는 돈이 더 없어져서 구매력은 더 떨어져버려요. 악순환이에요.
이런 과정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품은 수북히 쌓여 있는데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 구매를 못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해요. 이게 바로 '공황'이에요.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취약점이 드러나는 현상으로 공황을 주목했어요. 사회주의자, 자본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공황으로 무너질 거라고 예언하고 있어요. 종국적으로 상품 가격은 잉여가치 착취로 발생하는 모순이 누적되고 폭발해 0원이 되어버릴 거라 주장하곤 해요.
마르크스는 공산주의에 대해 '이념'이라고 하지 않고 '현상'이라고 했어요. 여기에는 이유가 있어요. 상품은 마구 쏟아져나오는데 살 사람이 없어져버리면 어떻게 되겠냐는 거에요. 이때 공산주의가 도래한다고 주장했어요. 즉, 자본주의가 극단적으로 발전하면 잉여가치의 착취와 그로 인한 수요 절멸로 인해 상품 가치가 0이 되어버리며 공산주의로 넘어가는 '현상'이 발생할 거라 봤어요.
아쉽게도 상품 가치가 완벽히 0원이 되는 일을 목격하기란 쉽지 않아요. 상품 가격이 0원이 찍히는 일은 있지만, 판매자와 수요자 모두가 상품 가치가 0원이라고 생각하는 상품 가치 0원을 시장, 가게에서 목격하기는 어려워요.
사실 마르크스 및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이 주장한 공황으로 인한 모든 상품가치 0원은 대부분 SF적 망상에 가까워요. 결정적으로 무한 생산이 불가능해요. 자원은 유한하거든요. 상품 가치가 완벽히 0원이 되려면 자본가의 의지와 관련없이 상품이 제멋대로 찍어져 나와서 끝도 없이 계속 수북히 쌓여야 하는데 이렇게 공장 돌릴 능력이 되는 자본가가 어디 있겠어요. 맨정신이라면 그보다 훨씬 이전에 돈이 안 된다 싶으면 생산을 조절하죠. 치킨런에 빠져서 진짜 0원까지 떨어질 것 같은 상황이 와도 0원까지 가기 보다는 출혈경쟁으로 경쟁력 떨어지는 낙오자들이 떨어져 나가며 어느 선에서 상품 가격 하락이 멈추어요. 차라리 갑자기 초과잉생산되어서 마이너스 가격을 찍기는 쉽지만,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상품 가치가 0원이라고 느끼는 상황이 장시간 지속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마르크스는 공산주의에 대해 '능력에 따라 기여, 필요에 따라 분배'라고 했어요. 이 말은 맞아요.
0원의 경제는 우리 일상 속에 존재한다.
아까 공기와 호흡 사례 외에도 잘 찾아보면 제한적으로 0원의 경제 - 공산주의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신기하게 누가 사회주의, 공산주의로 운영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돌아가요.
대표적으로 이런 마르크스가 예상했던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인터넷 커뮤니티들이에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몇 개 썼다고 특별한 보상을 받지는 않아요. 기껏해야 인터넷 카페들 보면 등급 올라가는 건데 그거도 처음에나 유의미하지 활동 조금 하다 보면 어차피 무의미해져요. 글 쓰고 읽는 데에 지장 없는 등급까지만 올라가면 그 다음부터는 등급이 이용자 본인에게 별 의미 없으니까요. 한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씨인사이드는 때에 따라 통신사 IP 글쓰기를 제한하기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 외에는 누구나 글 쓰고 글 읽고 댓글 쓰고 댓글 읽을 수 있어요.
이런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할 때를 생각해보면 되요. 내가 글 하나 쓴다고 해서 내 글의 가치가 얼마의 가치가 있으니 나는 오늘 내가 올린 글의 가치만큼 막 몇 개의 글을 읽고 몇 개의 댓글을 볼 거라고 결심하고 그렇게 하는 사람 몇이나 있어요. 내가 글 싸지르고 싶으면 싸지르는 거고, 글 보고 싶은 거 있으면 보는 거죠. 이게 바로 상품가격 0 가격의 경제에요. 능력껏 글 쓰고, 필요한 만큼 남이 쓴 글 보며 소비하잖아요.
그러면 이런 곳들은 어째서 상품가격이 0일까요? 이유는 간단해요.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글을 써서 올려요. 즉 상품 공급이 무한대에요. 가치를 따진다면 좋은 글도 있고 쓰레기인 글도 있어요. 그러나 글이 워낙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게시물 개개의 가치는 0이에요. 그러다 보니 각자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필요에 따라 소비해요.
즉, 0의 가격은 무제한, 무한으로 상품이 쏟아져나오면 달성할 수 있어요. 아니면 애초에 너무 넘쳐나서 희소성이 존재하지 않거나요. 정확히는 너무 넘쳐나서 희소성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상품이 쏟아져나오는 상태가 지속되어야 해요. 상품이 쏟아져나오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수요량보다 공급량이 줄어들 거고, 이때부터는 양의 가격을 갖게 되니까요.
마이너스 가격, 0 가격은 우리 일상 속에서도 관찰할 수 있어요. 이 중 0 가격을 이해하고 달성 방법과 그에 따른 부작용, 반작용에 대해 고민해보면 사회학, 정치학 공부할 때 좌파 사회 및 집단의 특징을 이해할 때 꽤 도움되요. 왜냐하면 0 가격이 바로 좌파가 말하는 공산주의 유토피아 상태이기 때문이에요. 능력에 따라 기여하고 필요에 따라 배분받는 사회요. 극히 제한적이고 특정 몇몇 상황에서만 관찰되는 0 가격을 모든 상품에 보편화시키는 것이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궁극적 목표에요. 즉, 양의 가격을 억지로 0 가격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 억지로 0가격으로 만들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과 반작용 등을 스스로 고민해보고 공부해보고 조사해보면 그게 바로 여러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와 집단, 좌파 무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에 대한 공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