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 가서 놀까?"
서울 안 간 지도 꽤 된 것 같았어요.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체감상 상당히 오랫동안 서울에 안 간 기분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서울에 매우 자주 갔어요. 지인들 만나러 서울 가기도 했고, 데이트하러 서울 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1월 들어서 사람들 만나는 일이 많이 줄어들면서 서울에 갈 일이 많이 없어졌어요. 혼자 서울 가봐야 그렇게 재미있을 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보통 의정부에 머물렀어요.
서울에 안 가고 의정부 안에서만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의정부에서 산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아직 의정부 모든 곳을 다 샅샅이 다녀보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의정부에 살면서 계속 서울을 갔기 때문에 의정부는 제가 사는 지역 중심으로 좁은 범위만 잘 알아요. 1호선 라인으로 망월사역부터 가능역까지는 그래도 종종 다니지만 그 외 지역은 잘 몰라요. 그래서 의정부를 돌아다니며 식당도 찾아다니고 길거리 풍경도 구경하며 놀았어요.
그러다 서울로 놀러가고 싶었어요. 서울 가서 딱히 할 만한 것은 없었어요. 그저 발 가는 대로 돌아다니며 노는 것이 전부였어요. 서울을 마지먹으로 간 게 1월초였어요. 그 이후부터는 안 갔어요. 그 사이에 서울이 크게 바뀐 것은 없을 거였어요. 그 사이에 천지개벽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죠. 서울 웬만한 곳은 궁금한 것이 없었어요. 그래도 서울에 가서 돌아다니고 싶었어요.
"오랜만에 종로쪽이나 가볼까?"
종로는 서울의 중심. 하지만 종로는 안 간 지 꽤 되었어요. 종로에 갈 일이 별로 없었어요. 종로 가서 딱히 할 것도 없었구요. 친구, 지인, 여자친구를 만나도 요즘은 주로 홍대, 강남에서 만나요. 종로 가는 것보다는 불편하지만 홍대, 강남도 충분히 갈 만 해요. 홍대, 강남은 사람이 많아서 놀기 좋아요. 거리 돌아다니며 길거리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구요. 그에 비해 종로는 그런 재미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떨어졌어요.
"잠깐 종로나 다녀와야겠다."
종로 가서 할 것은 없었어요. 그러나 종로 외에는 갈 만한 곳도 없었어요. 이미 오후였어요. 예전이라면 오후 늦게라도 서울 가고 싶으면 아무 곳이나 갔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어요. 밤 9시면 식당, 카페가 모두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서울에 늦게 가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이런 점을 고려하면 1호선 타고 빨리 갈 수 있는 종로 정도나 갈 수 있었어요.
지하철을 타고 종로로 갔어요. 거리에 사람이 많았어요.
"다 나와서 노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식당, 카페도 사람이 많았어요. 이제는 모두가 다 정부가 말한 모든 것이 새빨간 거짓말에 엉터리라는 것을 다 알고 있어요. 장담컨데 아마 지지자들도 다 나와서 놀고 있을 거에요.
종로 거리를 걷다가 북촌 쪽으로 발길을 돌렸어요. 인사동을 지나 북촌으로 갔어요. 어느덧 날이 어둑어둑해졌어요. 헌법재판소가 나왔어요.
"여기 예전에 공무원 준비하던 친구가 와서 사진 찍었었지?"
헌법재판소를 보자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잠시 공무원 준비했던 친구가 헌법재판소 오더니 사진 찍고 매우 주의깊게 헌법재판소를 바라보던 것이 떠올랐어요. 친구는 공무원 공부하니까 이런 게 다 관심이 생긴다고 했어요. 그때 저는 헌법재판소가 뭐가 신기하냐고 생각하며 웃었어요. 다 꽤 오래된 추억이었어요. 한때는 안국역도 많이 갔었지만 요즘은 이쪽으로 거의 안 가요. 인사동이 완전히 몰락하면서 안국역도 덩달아 안 가게 되었어요.
"여기가 맛집들 꽤 있을 건데?"
안국역 근처에는 식당이 여러 곳 있어요. 이 중 인사동 쪽은 제가 알기로는 가격이 꽤 있어요. 관광객 수요도 있어서 가격이 비싼 편이었어요.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인사동 자체를 잘 안 가니까요. 북촌쪽도 맛집이 여러 곳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어요. 그런데 정작 북촌에서 밥을 먹어본 적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없었어요.
헌법재판소 맞은편으로 건너갔어요.
"이게 익선동의 힘인가?"
새로 보는 식당이 여러 곳 있었어요. 헌법재판소 맞은편은 예전에는 조용한 동네였어요. 사람 사는 평범한 동네였어요. 북촌이 한창 유명하고 뜰 때도 재동초등학교 쪽은 조용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인기 좋은 스타일의 식당들이 여러 곳 보였어요. 아무리 봐도 이건 익선동의 힘이었어요. 서울 종로 상권은 종각 상권이 폭삭 무너졌고, 대신 새롭게 개발되고 커진 곳이 익선동이에요. 익선동 한옥거리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식당, 카페가 많아지고 주요 데이트 코스로 성장했어요. 익선동이 뜨기 시작한 지는 꽤 되었지만, 익선동 한옥거리 바깥까지 영역을 넓혀가지는 못 했어요.
"밥 먹을 만한 곳 없나?"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어요. 식당을 찾기 시작했어요. 이날은 대충 느낌 오는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기로 했어요.
골목길로 들어갔어요. 식당이 줄지어 있었어요. 사람이 많은 식당도 있고 별로 없는 식당도 있었어요. 다행히 완전히 만석인 식당은 없었어요. 이러면 당연히 사람 많은 식당으로 들어가요. 그게 맛있는 식당이라는 의미니까요.
"여기 진짜 맛집인가?"
북촌김치찜 식당 안을 보니 사람들이 냄비에 뭘 끓여먹고 있었어요. 소주병 세워놓고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고 식사를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여자들이 꽤 있다.
갈비찜, 김치찌개 같은 것을 파는 식당이었어요. 식당이 여성들을 겨냥해 만든 식당이 아니었어요. 식당 내부 디자인을 보면 남자 직장인들이 많이 오게 생긴 식당이었어요. 그런데 여자들끼리 와서 밥 먹고 술 마시는 테이블도 여럿 보였어요. 그러면 진짜 확실한 맛집이었어요.
'여기 1인분 될 건가?'
의정부에서 부대찌개 파는 집이라면 1인분 판매할 확률이 거의 90%라고 해도 되요. 어쩌면 99%일 수도 있어요. 의정부에서 부대찌개 파는 식당은 거의 전부 1인분을 판매해요. 그래서 혼자 밥 먹을 때 부대찌개 전문 식당 가면 되요. 하지만 서울은 찌개류는 1인분 안 파는 식당도 많아요.
북촌김치재 안으로 들어갔어요.
"여기 김치찌개 1인분 되나요?"
"예, 가능해요."
자리로 가서 앉았어요. 김치찌개 1인분을 주문했어요.
'여기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여자들끼리 와서 열심히 먹고 있지?'
제가 밖에서 밥을 사먹을 때 절대 안 고르는 메뉴가 있어요. 바로 김치찌개에요. 김치찌개는 제 마음에 들게 맛있게 하는 집을 못 봤어요. 김치찌개는 대부분 먹은 후 실망했어요. 이날 북촌김치찜 식당 안에 들어와서 김치찌개를 주문한 이유는 오직 하나 뿐이었어요. 식당 내부 분위기가 위 사진과 같은데 벽쪽 및 창가 자리에서는 여자들끼리 와서 김치찌개, 김치찜을 먹고 있었어요. 그래서 궁금해서 들어와봤어요.
김치찌개가 나왔어요.
"1인분 괜찮은데?"
김치찌개 1인분도 냄비에 나왔어요.
'이거 1인분이 2인분보다 더 좋은 거 아냐?'
순간 번뜩 든 생각. 의정부식 관점에서 분석. 의정부 부대찌개 식당들 가보면 왠지 1인분이 2인분보다 훨씬 더 좋다는 느낌을 많이 받곤 해요. 그러니까 1인분 2개 합친 건더기가 2인분 1개 건더기보다 더 많고 풍성한 거 같아요. 어느 곳을 가도 그랬어요. 의정부에서 부대찌개 1인분 시켜서 먹으면 매우 배부르고 엄청 풍족하게 먹어요. 그런데 둘이서 먹으러 가서 2인분 주문하면 양이 대체로 딱 맞아요. 많이 먹는 친구를 데려가서 그런 게 아니라 저보다 훨씬 적게 먹는 여자친구랑 가도 그래요.
북촌김치재도 1인분 건더기를 보면 꽤 잘 들어가 있었어요. 두부, 김치, 고기 다 양이 좋았어요. 만약 2인분이 이거보다 건더기가 더 많다면 진짜 배부를 거에요.
김치찌개를 끓였어요. 적당히 잘 끓자 약불로 불을 줄이고 먹기 시작했어요.
"여기 진짜 김치찌개 맛집이잖아!"
북촌김치재는 김치찌개 맛집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도 모두가 먹고 나서 좋은 곳 알려줬다고 만족해할 만한 곳이었어요. 김치찌개가 매우 맛있었어요.
김치찌개 국물맛은 맑은 맛이었어요. 텁텁한 맛이 없었어요. 국물이 깔끔하게 넘어갔어요. 혀, 목을 건드리는 깔깔한 가루맛이 하나도 없었어요. 물을 마시는 매끄러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국물맛이었어요. 그러나 이게 밍밍하고 싱겁다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텁텁하고 깔깔한 느낌이 아니라 맑고 매끄러운 국물 넘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국물이 아주 술술 잘 넘어갔어요.
김치찌개 김치도 적당히 맛이 잘 배인 김치였어요. 씹을 때마다 잘 익은 김치 맛이 팡 터져나왔어요. 김치를 씹을 때마다 터져나오는 김치맛이 혀를 한여름밤 불꽃놀이 풍경으로 만들어줬어요.
고기는 뒷다리살이 아니라 앞다리살이 들어 있었어요. 고기도 맛있었어요.
시원한 바닷바람. 별이 가득 뜬 밤하늘. 친구들과의 캠핑
이런 맛이었어요. 북촌김치재 김치찌개는 한여름 밤바다에서 텐트 치고 친구들과 밤에 김치찌개 끓여먹는 장면을 그려주었어요. 아무리 날이 조금 풀렸다고 해도 여전히 추운 날씨. 바닷가 가면 바닷바람에 얼어죽게 생긴 날씨였어요. 바닷가에 가서 내가 지금 놀러온 건가 인간 과메기가 되고 싶어서 온 건가 싶게 만들 겨울이었어요. 그렇지만 한여름 밤바다 캠핑을 혀로 느꼈어요.
국물은 약간 얼큰했어요. 간도 적당했어요. 김치찌개가 짜지 않았어요.
"밥 다 말아먹을 걸 그랬나?"
김치찌개라서 밥을 말아서 먹지 않았어요. 그러나 제가 의정부에서 부대찌개 먹을 때처럼 밥을 말아서 먹을 걸 그랬어요. 어느 정도 먹은 후에야 처음부터 밥을 말아서 먹을걸 후회했어요. 밥 말아서 먹어도 매우 맛있을 맛이었어요.
서울 북촌쪽에서 식사할 식당 찾는다면 김치찌개 맛집인 북촌김치재가 있어요. 여기는 혼자 1인분도 주문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