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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돌아가야겠다."

 

정말 모처럼 서울 24시간 카페를 돌아다니며 활기찬 밤을 보냈어요. 밤새 서울을 걸어다녔어요. 어느덧 동이 텄고, 사람들이 출근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오고 있었어요. 아침이 시작되었어요. 심야시간이 다시 해방된 날 아침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아보였어요. 그러나 이제부터 세상은 다시 바뀔 거였어요. 밤이 되고 어둠이 내리깔리면 여기 저기에서 환하게 불이 켜질 거에요.

 

아주 기쁜 마음으로 밤새 24시간 카페를 돌아다닌 후였어요. 이제 슬슬 의정부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어요. 이때 마지막으로 간 24시간 카페는 새절역에 있는 24시간 카페인 요거프레소 새절역점이었어요. 여기에서 의정부까지 돌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당연히 새절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거였어요. 이렇게 가면 바로 의정부로 돌아가서 쉴 수 있었어요.

 

아니, 나는 아직 더 걷고 싶다.

 

서울 명동부터 새절역까지 걸어왔기 때문에 매우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카페에서 앉아서 음료를 마시고 글을 쓰자 체력이 많이 회복되었어요. 다리에 다시 힘이 충전되었어요. 이 아침을 우울하고 어두운 지하철 안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아침에 돌아다니면 아침 나름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어서 매우 재미있어요. 명동에서 새절역까지 걸을 때는 시간이 촉박해서 엄청 빠르게 걸어야 했어요. 전력질주가 아니라 전력도보로 가야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어요. 아침 풍경 즐기면서 재미있게 제 원래 속도대로 걸어도 되었어요.

 

"여기에서 홍대로 돌아가야겠다."

 

걸어서 홍대입구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새절역에서 홍대입구로 걸어가는 길에 방향을 잘 잡으면 연남동으로 빠질 수 있어요. 새절역에서 동교동 삼거리를 향해서 가다가 방향을 한 번 틀어주면 연남동으로 이어져요. 새절역에서 연남동을 지나서 홍대입구역으로 가기로 했어요. 홍대입구역 가면 아침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여러 곳 있을 거였어요. 연남동도 식당 몇 곳 문 열고 영업하고 있을 거였어요. 새절역은 번화가가 아니라 아침에 별 거 없었어요. 아침을 먹으려면 홍대쪽으로 가야 했어요.

 

아침 햇살을 맞으며 길을 걸었어요. 날씨가 조금 추웠어요. 겨울이 오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기분은 봄날이 찾아온 것 같았어요. 왜 이 추위가 꽃샘추위이고 내일 벚꽃이 필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드는지 알 수 없었어요. 이것은 단순히 이상기후 때문이 아니었어요. 정말로 그런 기분이 요즘 매일 들고 있어요. 그 이유는 올해 봄이 정말 너무 힘들었기 때문일 거에요. 올해 봄은 정말 악몽의 봄이었어요. 진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맞았던 때였어요. 제가 남에게 연락할 때도 안 좋은 일 때문에 연락했고, 남들이 제게 연락할 때도 안 좋은 일이었어요. 나도 연락 안 하고 남들도 제게 연락 안 하는 게 최고였어요. 그게 올해 봄이었어요. 그러다 이제 조금 희망이 보이나 싶어지니까 계절이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데 마음은 이제야 봄날이 오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연남동을 향해 걸어갔어요. 여기 저기에서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 사람들에게는 아마 어제와 같은 하루일 거에요. 하지만 제 눈에는 그 사람들 모두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무려 11개월 동안 이어진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탄압 정책이 철폐되었으니까요. 드디어 수도권 사람들에게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어요. 기관지 질병이라더니 경제적 기관지 질병으로 다 질식해 죽을 뻔 했어요.

 

연남동에 도착했어요. 적당히 돌아다니면서 밥 먹을 만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아직 아침 11시도 안 되었기 때문에 식당들이 전부 문을 열지는 않았어요. 아직은 '브런치' 타임이었어요.

 

'밥 먹을 곳 없나?'

 

카페에 가면 샌드위치와 커피 주문해서 브런치를 즐길 수 있었어요. 그러나 브런치를 즐기고 싶지 않았어요. 진짜 비유로써의 밥이 아니라 음식으로써 '쌀밥'을 먹고 싶었어요. 밤새 걸었고 이제 의정부 돌아가면 집에서 조금 쉬다가 바로 잠들 거라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한 끼 먹어야 했어요.

 

연남동에서 홍대입구로 걸어가던 중이었어요. 허름한 식당 한 곳이 보였어요.

 

"돼지국밥?"

 

'부산 돼지국밥' 간판이 보였어요.

 

"돼지국밥 한 그릇 먹을까?"

 

돼지국밥 간판을 보자 돼지국밥을 먹고 싶어졌어요. 돼지국밥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서 먹어보기로 했어요. 어차피 더 돌아다녀봐야 메뉴를 쌀밥으로 정한 이상 국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국밥 아니면 김밥이니 그렇다면 좋아하기는 하지만 자주 먹지 못한 돼지국밥을 먹는 것이 좋은 선택이었어요.

 

 

식당 이름은 월강부산돼지국밥이었어요. 간판은 부산 돼지국밥이고, 문에 적힌 가게 이름은 월강 돼지국밥이었어요. 지도에서 찾아보면 '월강부산돼지국밥'이라고 나와 있어요.

 

월강부산돼지국밥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 믿음이 간다.

 

식당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롯데자이언츠 응원 타올이었어요. 부산이라면 롯데 자이언츠죠. 잘 할 때는 탑데 자이언츠, 못 할 때는 꼴데 자이언츠. 부산 사람들의 롯데 자이언츠 사랑은 매우 유명해요. 제 주변도 부산 사람들은 십중팔구 롯데 자이언츠 팬이에요. 부산 출신인데 롯데 자이언츠 말고 다른 야구팀 응원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어요. 롯데자이언츠 응원 타월을 보자 왠지 믿음이 갔어요. 무슨 정품 인증서 확인한 기분이었어요.

 

 

월강부산돼지국밥은 무인 계산대에서 계산해야 했어요. 메뉴를 봤어요.

 

 

월강 부산돼지국밥 메뉴 중 제가 고를 메뉴는 이미 식당 들어오기 전에 다 정해져 있었어요. 돼지국밥 먹으러 월강 부산돼지국밥에 들어왔어요. 돼지국밥 먹을 생각 아니었다면 돼지국밥 식당에 들어오지 않았을 거에요. 이건 당연한 거잖아요. 메뉴 보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런데도 메뉴 보고 약간 고민되었어요.

 

돼지국밥을 먹을 것인가, 돼지국밥(특)을 먹을 것인가.

 

3000원 차이. 차이가 컸어요. 1000원 차이라면 고민 없이 돼지국밥을 특자로 시켜먹었을 거에요. 그런데 가격 차이가 무려 3000원이었어요. 돼지국밥 가격은 9천원, 돼지국밥(특) 가격은 12,000원이었어요.

 

'그래도 배부르게 먹는 게 낫겠지?'

 

이왕 먹는 것인데 양 많은 것으로 먹기로 했어요. 국밥이니 기본으로 시켜도 양이 부족할 리는 없었어요. 그렇지만 양이 부족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어요. 아주 배부르게 먹고 싶었어요. 밤새 서울을 걸어다니고 먹는 첫 끼였어요. 어쩌면 이게 이날 마지막 한 끼가 될 수도 있었어요. 집에 돌아가면 바로 잠을 잘 거니까요. 그래서 특자로 시켜먹기로 했어요.

 

월강 부산돼지국밥은 포장도 되는 가게였어요. 주문하고 제 국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국밥을 포장 주문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조금 기다리자 돼지국밥이 나왔어요.

 

월강 부산돼지국밥에서 김치, 생양파 같은 밑반찬은 셀프로 더 가져다 먹을 수 있었어요. 무인계산대 옆에 있었어요.

 

 

돼지국밥에 부추를 다 집어넣었어요. 부산 갔을 때 먹었던 돼지국밥과 비교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차이는 바로 부추였어요. 부산에서 돼지국밥 먹었을 때는 부추도 새우젓 양념이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여기는 부추가 날부추였어요. 아무 양념도 안 되어 있었어요. 새우젓은 따로 주었어요. 새우젓, 다대기는 자기가 알아서 넣어서 먹게 되어 있었어요.

 

 

"여기 맛 깔끔한데?"

 

월강 부산돼지국밥의 돼지국밥은 맛이 매우 깔끔했어요. 돼지 잡내가 하나도 없었어요. 돼지 잡내 좋아하는 사람들은 돼지고기 잡내가 나야 진한 국물이라고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돼지고기 잡내 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해요. 월강 부산돼지국밥의 돼지국밥은 돼지 잡내가 하나도 없었어요. 고기의 고소한 맛은 잘 느껴졌지만 돼지고기 냄새는 거의 없었어요.

 

월강 부산돼지국밥의 돼지국밥 국물은 간이 하나도 안 되어 있었어요. 완전히 싱거운 국물이었어요. 간은 처음부터 자기가 맞춰야 했어요. 완전히 백지 상태에 가까운 간이었어요. 돼지국밥은 보통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서 먹어요. 그렇지만 저는 소금을 넣어서 간을 맞췄어요. 젓깔 냄새를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젓깔로 간을 맞추지 않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편이에요. 월강돼지국밥은 돼지국밥을 자기 취향에 맞게 맛을 만들어서 먹을 수 있었어요. 새우젓 냄새 싫어하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간을 새우젓 쓰지 않고 소금으로 맞추면 돼지국밥에서 새우젓 맛이 느껴질 리 없었어요.

 

국물은 살짝 설렁탕 비슷한 맛이었어요. 무언가 크게 맛있다는 느낌보다는 먹으니까 계속 먹게 되는 맛이었어요. 너도 가니 나도 간다는 맛이었어요. 한 숟갈 떠서 먹으면 자연스럽게 또 한 숟갈 떠서 먹는 맛이었어요. 너무 맛있어서 열광하면서 먹는 것은 아닌데 뭐에 홀린 것처럼 쉬지 않고 계속 떠먹었어요. 이유 없었어요. 그냥 그렇게 되었어요. 계속 떠먹게 만드는 맛이었어요.

 

"여기 양 엄청 많은데?"

 

월강돼지국밥의 돼지국밥 속에는 건더기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 있었어요. 진짜 돼지고기로 꽉 차 있었어요. 고기가 아주 수북히 들어가 있었어요. 공기밥보다 고기가 더 많았어요.

 

'일반으로 주문할 걸 그랬나?'

 

돼지국밥 특자는 양이 매우 많았어요. 반면 공기밥은 1개였어요. 공기밥 추가 되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어차피 고기가 공기밥보다 더 많았기 때문에 주어진 것만 먹기로 했어요. 당연히 국물이 많이 남았어요. 국물 남은 것도 계속 떠먹었어요. 떠먹다가 감질나서 나중에는 뚝배기 들고 쭉 마셨어요. 억지로 의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어요. 귀신에 홀린 것처럼 계속 먹었어요. 그런 맛이었어요.

 

 

국물도 깔끔하게 다 먹어치웠어요.

 

기분좋게 식당에서 나왔어요.

 

"또 먹고 싶다."

 

얘네들 국물에 뭔 짓을 해놓은 거야?

 

아주 희안한 일이었어요. 먹을 때는 열광하면서 먹을 맛까지는 아니었어요. 귀신에 홀린 것처럼, 너도 가니까 나도 간다는 것처럼 한 숟갈이 다음 숟갈을 부르는 맛이기는 했지만 엄청나게 굉장한 맛이라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석달 열흘 굶은 귀신에 홀린 것 마냥 계속 떠먹기만 했어요. 맛은 있었어요. 그렇지만 엄청난 맛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정작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오는 순간 갑자기 또 한 그릇 먹고 싶어졌어요. 뜬금없이 금단현상이 찾아왔어요. 살다 살다 국밥에서 금단현상 느낀 건 처음이었어요. 마치 담배 태울 때는 담배 딱히 태우고 싶은 생각 안 드는데 담배 안 태우고 몇 시간 지나면 담배 땡기는 것처럼 돼지국밥 먹을 때는 먹기만 했는데 다 먹고 나오자 갑자기 돼지국밥 금단현상이 강하게 찾아왔어요.

 

'이 중독성 대체 뭐야?'

 

다 먹고 나와서야 엄청나게 맛있고 엄청 끌리는 맛이었어요. 먹을 때가 아니라 다 먹고 식당 나온 후에 엄청나게 맛있다는 생각이 확 들며 또 먹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힌 건 처음이었어요. 다 먹고 식당 나와서야 엄청난 맛집이라고 돼지국밥 금단증상으로 깨달았어요.

 

홍대입구역, 연남동에서 밥집 찾는다면 월강부산돼지국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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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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