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맥도날드.
아니, 이제 이 수준을 넘어섰다.
총체적 난국 속 맥도날드.
요즘 맥도날드를 보면 이제 '위기' 레벨도 까마득히 넘어가버렸어요. 위기 수준이 아니라 총체적 난국 수준이에요. 대체 어쩌다 한국에서 맥도날드가 이렇게 급격히 붕괴하고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에요.
전국적으로 가을에 한파가 찾아오면서 양상추 가격이 폭등했어요. 이것도 오르고 저것도 오르고 다 오르는 중이라 양상추 가격 오르는 것도 이상할 것 없었어요. 더욱이 패스트푸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작년부터 패스트푸드 업계가 식재료 인상과 더불어 물류대란까지 겹치며 계속 난리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햄버거에서 토마토가 사라지기도 하고 햄버거 세트에서 감자튀김이 사라지기도 했어요. 뭔가 하나씩 빠졌다 들어왔다 하고 있어요.
맥도날드의 양상추 대란은 뉴스에서까지 대서특필되었어요. 양상추는 한국 햄버거 문화에서 절대 빼서는 안 될 존재에요. 한국인들은 야채가 들어가 있는 햄버거를 선호해요. 야채 안 들어간 햄버거는 매니아들은 좋아할 지 몰라도 대중성은 형편없이 떨어져요. 그래서 한국 햄버거에서 양상추는 매우 중요해요. 햄버거 속에서 양상추는 야채를 넣은 느낌을 확실하게 주지만 맛에서는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식감에서는 언제나 최소한 주연급 조연 역할을 하지만 맛에서는 지나가는 행인 1,2,3,4정도 되요. 없으면 맛에서 티가 나기는 하지만 있어도 다른 재료 맛에 아주 미미한 영향을 주는 재료에요. 그래서 양상추는 너무너무 많이 사랑받아요.
햄버거에서 양상추가 엄청나게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식감 때문이 아니에요. 비주얼 면에서 보면 양상추는 식감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해요. 양상추가 햄버거 볼륨을 만들어주기 때문이에요. 구부러지고 뻣뻣한 양상추 잎맥이 들어가면 햄버거 높이가 확 높아져서 볼륨감이 단번에 업그레이드되요. 여기에 파릇파릇한 색깔이 더해져서 훨씬 다채로운 맛을 만들어낼 것 같은 모습을 만들어내요. 그래서 양상추는 햄버거 필수 요소에요. 양상추 대신 상추 넣어봐요. 파릇파릇한 색은 더 더해지고 맛에서도 효과적인 대체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볼륨이 완전 망해버려요.
맥도날드는 양상추 가격 폭등으로 햄버거에 양상추를 미량만 넣거나 아예 넣지 않는 대신 음료 쿠폰을 제공하는 정책을 사용했어요. 그러나 사람들의 반발이 진정되지 않았어요.
맥도날드는 정말 답이 안 보인다.
이런 쪽으로 가장 대처를 잘하고 있는 곳은 롯데리아에요. 롯데리아는 토마토 대란 때는 토마토가 들어간 메뉴는 정식 가격을 받았고, 이와 별도로 똑같은 햄버거인데 토마토만 빠진 메뉴를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식으로 대응했어요. 그래서 롯데리아는 토마토 대란 때도 사람들이 별 말 없었어요. 감자튀김 대란 때 롯데리아는 감자튀김을 감자튀김보다 더 비싼 치즈스틱 2개로 무료 교체해줬어요. 그래서 조용했어요. 이번 양상추 대란 때 롯데리아는 양상추와 양배추를 섞는 방식으로 대응했어요. 이건 뉴스에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이 알지도 못했어요.
단순히 대처를 못 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에요. 맥도날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뚜렷한 방향도 없어요. 대체 뭘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조주연 전임 대표이사 시절에는 '건강한 패스트푸드'로 방향을 설정하고 가다가 악재를 만나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맥도날드의 카페화'로 방향을 정하고 계속 추진해서 나름대로 성과를 내었어요. 맥도날드 음료는 이제 인기 꽤 좋아요. 반면 지금 맥도날드는 방향도 없고 신메뉴 내놓는 것도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 수 없어요. 다시 패스트푸드로 회귀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뭔가를 해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지금 위치와 이미지를 지키자는 것도 아니에요.
설상가상으로 유연한 사고마저 결여되어 있어보여요. 양상추 대란이라고 햄버거에서 양상추 빼고 있으면서 양상추 들어간 신메뉴 햄버거인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를 출시했어요. 더 문제는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는 애초에 양상추 안 들어가도 되는 맛이었어요. 쓸 데 없이 양상추 소비만 늘렸어요. 오히려 스파이시 맥앤치즈버거는 맥앤치즈 양이 문제였어요. 아무리 양상추 대란 전에 신메뉴로 개발해놓은 것을 출시하는 거라 해도 양상추 대란 때 출시해야 한다면 거기에 맞춰줄 필요가 있어요. 더욱이 맛에서 양상추가 없어도 되었고, 정작 문제는 맥앤치즈가 적다는 곳에 있었구요. 맥앤치즈 양을 늘리고 생양파나 한 번 더 넣어주고 이걸로 프로모션 계속 돌렸으면 양상추 대란은 어느 정도 덮어졌을 거에요.
기업 입장에서는 이윤이 제일 중요해요. 당연히 소비자의 모든 불만을 다 들어줄 수 없어요. 매니아, 미식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터무니없는 높고 까다로운 요구 다 들어주면 식품 기업은 뭐 먹고 살아요. 그건 인정해요. 하지만 불고기 마카롱 소리 들을 제품을 판매해야 할 상황이라면 이건 이미지 타격이 매우 심각해요. 불고기 마카롱 비아냥 들을 양상추 빠진 불고기버거 판매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상추 들어간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를 또 출시해야 할 거라면 차라리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에서 양상추는 과감히 빼고 생양파를 더 넣어주는 게 맞았어요. 느끼한 맛을 생양파로 잡는 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요. 짜장면 먹을 때 생양파 먹잖아요. 이 정도 아주 간단한 유연한 대처가 안 된다면 문제라고 지적할 만 해요.
그러니까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는 유연한 사고가 아예 안 되고 경직된 사고로 움직이고 있는 증거라 할 수 있어요. 어쩌면 유능한 직원들이 꽤 많이 탈출했을 수도 있어요. 저는 맥도날드 쪽을 잘 몰라요. 하지만 소비자로써 체감한 부분을 종합해서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판단이에요. 양상추 부족하다고 양상추 없는 햄버거 판매해서 조롱당하고 있는 와중에 양상추 들어간 신메뉴를 출시하는 것부터 정작 양상추 맛은 하나도 안 중요하고 다른 재료가 적게 들어간 게 개선점으로 지적당할 햄버거를 그대로 출시해버리는 사고의 경직성 같은 거요.
한국 맥도날드는 현재 방향성도 안 보이고 대처도 하나도 못 하고 있고 우왕좌왕 그 자체에요.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를 먹으러 갔을 때였어요. 맥도날드 양상추 대란으로 인해 드립 커피 쿠폰을 한 장 받았어요.
맥도날드 드립 커피 쿠폰 뒷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다행히 제가 먹은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는 양상추가 들어 있었어요. 아주 행운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문제 생겼다는 말 하나도 못 들은 맥앤치즈가 매우 적었어요. 이 쿠폰을 양상추 때문에 받은 건지 맥앤치즈 때문에 받은 건지 정말 애매했어요.
'커피 바로 바꿔서 마셔야지.'
맥도날드 드립 커피 쿠폰을 바로 사용하기로 했어요.
저는 무난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교환했어요.
맥도날드 아메리카노 가격은 스몰 사이즈 1700원, 미디엄 사이즈 2200원, 라지 사이즈 2700원이에요.
맥도날드 아메리카노 열량은 스몰 사이저 11kcal, 미디엄 사이즈 12ckal, 라지 사이즈 15kcal이에요.
맥도날드 아메리카노 커피는 맛이 꽤 진한 편이었어요. 쓴맛이 꽤 강했어요. 저렴한 카페들의 아메리카노보다는 훨씬 맛이 강한 편이었어요. 과거에는 모르겠지만 요즘 기준으로는 맛이 진한 편이라 해도 되는 맛이었어요. 요즘 아메리카노 맛은 나날이 순해지고 있어요. 이러한 추세는 단순히 저렴한 카페들의 창궐 때문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아메리카노가 완전히 국민 숭늉과 국민 자판기 커피를 합친 포지션으로 정착하면서 식사 후에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성격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거에요. 그래서 대형 카페 체인점 아메리카노도 과거에 비해서는 맛이 많이 순해졌어요. 그래서 맥도날드 아메리카노 커피 맛은 맛이 진한 편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여기까지는 괜찮았어요.
"산미 왜 이렇게 강해?"
맥도날드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며 깜짝 놀랐던 점은 산미가 상당히 강하다는 점이었어요. 이건 다른 카페들의 아메리카노와 완전히 차별되는 점이었어요. 심지어 스타벅스, 커피빈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와도 많이 달랐어요. 신맛 강도만 놓고 보면 아메리카노 중에서 매우 높은 위치를 차지할 맛이었어요.
'이거 시간 끌면서 홀짝이기 좋은 커피인데?'
진한 시럽을 왕창 쏟아넣으면 인간 파워 포션이 될 커피였어요. 맛이 진하고 산미도 상당히 강해서 조금씩 홀짝이기 좋은 커피였어요. 요즘 카페 아메리카노들에 비해 오히려 과거의 맛에 훨씬 가까운 맛이었어요. 커피는 괜찮았어요. 웬만한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와 맞먹었어요.
'그놈의 양상추.'
마시면서 웃었어요. 맥도날드가 양상추 대응을 양심없이 했다고 할 수는 없어요. 햄버거 하나에 양상추가 아무리 많이 들어간다 해도 무슨 1700원어치나 들어가겠어요. 그러니 맥도날드에서는 자기들끼리는 커피 쿠폰 줘서 나름대로 잘 대응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어요. 문제는 양상추 없는 햄버거가 주는 충격은 커피 쿠폰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이라는 점이에요. 정작 밥은 망쳤는데 후식으로 고급 과일 주스 주면 누가 밥 잘 먹었다고 좋아해요. 이 정도면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먹는 결과라 할 수 있었어요.
맥도날드 아메리카노 커피는 쓴맛과 산미가 꽤 강한 편이었어요. 조금씩 홀짝이며 마시기 좋은 커피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