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올라온 친구와 만나서 대학로에서 저녁을 같이 먹은 후였어요.

 

"우리 이제 뭐하지?"

"글쎄? 여기는 할 거 아무 것도 없는데?"

 

대학로 근처는 할 것이 없었어요. 저는 연극 같은 것 별로 안 좋아해서 대학로에서 딱히 놀 만한 것이 없었어요. 대학로에서 친구와 만나기도 하고 여자친구와 데이트하기도 했지만 항상 대학로는 잠깐 있다가 거쳐가는 곳에 가까웠어요. 워낙 할 것이 없어서 결국 대학로에서 종로, 홍대 같은 곳으로 넘어가곤 했어요. 연극 보는 것을 안 좋아해서 대학로는 유독 할 곳 없는 곳이었어요.

 

대학로에서 할 만한 것을 생각해봤어요. 저녁식사까지 마쳤기 때문에 카페 가는 것 외에는 딱히 할 것이 없었어요. 저녁 8시가 훌쩍 넘었어요. 주변을 둘러봤어요. 길거리에는 집으로 가는 행인들만 많았어요. 대학로는 밤 늦게까지 노는 동네는 아니에요. 아주 옛날 옛적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대학로가 밤 늦게까지 놀 만한 곳은 아니에요. 이것은 2020년 이전부터 그랬어요. 이름 그대로 대학로스러운 동네였어요.

 

"동대문이나 갈까?"

"동대문?"

"응."

 

친구가 동대문으로 가자고 했어요. 동대문은 이 친구와 많은 추억이 있는 장소였어요. 고시원에서 같이 살 때 밤에 산책삼아서 동대문까지 걸어갔다오곤 했어요. 회기에서 출발해서 동대문까지 걸어갔다가 걸어서 돌아왔어요. 그렇게 갔다가 돌아오면 새벽 3시, 4시쯤 되었던 것 같아요. 동대문에서 동대문 야시장 구경하고 바로 다시 고시원까지 걸어오는 것이 보통이었고, 더 많이 갈 때는 거기에서 아예 남대문시장까지 가기도 했어요. 그 당시에는 심야 버스가 없었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려면 반드시 이렇게 돌아와야만 했어요.

 

"그래, 동대문 가자."

 

친구가 카카오맵을 켰어요.

 

"그거 안 봐도 돼. 내가 길 다 알아."

 

친구에게 쓸 데 없이 스마트폰 배터리 낭비하지 말라고 했어요. 저는 대학로에서 동대문 가는 길이라면 매우 잘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동대문에서 대학로 가는 길은 제가 버스 타고 의정부 돌아갈 때 길이기 때문이었어요. 대학로에서 쭉 내려가서 종로5가로 가서 종로5가에서 동대문으로 가는 길이 제일 빨랐어요. 또는 종로5가로 내려가다가 방향을 틀어서 충신동으로 들어가서 내려가는 길이 있었어요.

 

"가자. 그거 맨날 내가 버스 타고 의정부 갈 때 가는 길이야."

 

친구와 같이 동대문으로 갔어요. 동대문에서 조금 놀다가 헤어질 시간이 되었어요. 친구는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어요.

 

"같이 가자. 너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데려다주고 갈께."

"너는?"

"나야 너 데려다주고 동대문역으로 가서 전철 타고 가면 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5호선 출입구는 중앙아시아 거리 끄트머리에 있어요. 친구와 중앙아시아 거리를 같이 구경하고 친구는 거기에서 5호선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저는 동대문역으로 가서 1호선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서울 동대문 중앙아시아 거리로 갔어요. 길거리에는 우즈베크인들이 꽤 있었어요. 여기저기에서 우즈베크어로 말하는 우즈베크인들이 보였어요. 참 오랜만에 듣는 우즈베크어였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동대문 중앙아시아 거리를 안 간 지도 꽤 오래되었어요.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우즈베크어 공부 안 한 지 몇 년 되었다는 것도 같이 떠올랐어요. 오랜만에 우즈베크어를 들으니 반가웠어요.

 

길거리를 구경하면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 5호선 출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중이었어요.

 

"어? 우즈벡 빵집 생겼네?"

 

깜짝 놀랐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빵집이 생겼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이런 동네 빵집을 논보이호나 novvoyxona 라고 해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주식이 빵이기 때문에 도처에 이런 빵집이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우즈베키스탄 전통 빵인 논 non 을 만들어서 파는 곳이 거의 없었어요.

 

잡설이지만 우즈베크어로 빵집인 novvoyxona는 제가 맨날 헷갈려서 잘 틀렸던 단어에요. 왠지 non 빵 뒤에 voy가 붙을 거 같아서 nonvoyxona라고 쓸 거 같은데 nonvoyxona가 아니라 n이 사라지고 v가 2개인 novvoyxona가 맞거든요. 그런데 별 생각없이 말할 때는 종종 빵부터 떠올라서 non 떠오르고 그 뒤에 바로 voy, xona 붙여서 논보이호나라고 해서 많이 틀렸었어요. 지금도 별 생각없이 우즈베크어로 빵집 말하거나 쓸 때 여전히 잘 틀리고 있어요. 우즈베크어로 빵은 non 이지만 빵집은 nonvoyxona가 아니라 novvoyxona에요.

 

식당에서 작게 화덕을 만들어서 솜사를 구워 파는 모습은 동대문 가면 쉽게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진짜 우즈베키스탄 식빵에 해당하는 논 non을 만들어 파는 곳은 못 봤어요.

 

 

"이거 타슈켄트 논이네?"

 

제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을 때 매우 많이 먹었던 난이었어요. 우즈베크인들은 주식으로 전통 빵인 난을 먹어요. 우즈베키스탄 전통 식빵에 해당하는 빵인 논은 종류가 매우 다양해요. 그리고 지역마다 생긴 모양이 달라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즈베키스탄 논은 사마르칸트 논이에요. 예전에는 우즈베크인들이 한국에 입국할 때 사마르칸트 논을 바리바리 싸들고 입국하기도 했어요. 우즈베키스탄 논 중 사마르칸트 논이 제일 유명해요. 우즈베크인들은 사마르칸트 논이 향이 매우 좋고 맛있다고 좋아해요. 그리고 사마르칸트 논은 단단하고 잘 상하지 않아요. 저장성이 매우 좋은 편이에요. 하지만 한국인들이 먹기에는 너무 빡빡해요. 사마르칸트 논은 빵 조직이 매우 치밀해요. 한국인들은 물 없이 먹기 매우 어려워요.

 

타슈켄트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논은 사마르칸트 논과는 달라요. 그런데 타슈켄트에서 많이 먹는 논은 우리나라에서 별로 잘 안 보였어요. 게다가 이렇게 진짜 우즈베키스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대로 된 논보이호나는 못 봤어요.

 

 

안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매우 많이 볼 수 있는 화덕이 있었어요. 진짜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인들이 논 굽듯 논을 굽고 있었어요. 밀가루를 반죽해서 납작하게 펴고 판에 몇 번 던졌다 떼었다 한 후 판에 붙여서 화덕 안에 붙이고 있었어요. 우즈베크어로 화덕은 tandir '탄드르'라고 해요. 여기 이름 자체가 탄드르 우즈 tandir.uz였어요. 제대로 읽으면 '탄드르 눅타 우즈'라고 읽어요. 한국인들이 co.kr을 '씨오 점 케이알'이라고 읽는 것처럼요.

 

 

정말 몇 년 만에 우즈베키스탄 전통 식빵인 논 - 그 중에서도 제가 매우 많이 먹었던 타슈켄트 논을 보자 하나 사서 먹고 싶어졌어요.

 

"얼마에요?"

"2000원이에요."

 

논 하나 가격은 2000원이었어요.

 

'이거 꽤 싼데?'

 

가격이 매우 착했어요. 빵 하나가 2천원. 이 정도면 괜찮은 가격이었어요. 요즘 빵값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 현지 가격과 비교하면 당연히 비싸요. 그런데 여기는 한국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다른 빵 가격과 비교해봐야 해요.

 

2000원 주고 논 1개를 구입했어요.

 

 

우즈베키스탄 전통 식빵이라고 하기는 하는데 우즈베키스탄 전통 바게뜨라고 해도 되요. 실제 맛은 한국의 식빵보다는 바게뜨에 훨씬 더 가까워요. 우리나라 식빵은 단맛이 있어서 다른 나라 식빵과 맛이 상당히 달라요. 심지어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식빵을 달다고 간식처럼 뜯어먹기도 해요. 우리가 식사할 때 쌀밥에 설탕 안 쳐서 먹는 것처럼 빵을 주식으로 삼는 나라에서는 밥처럼 먹는 빵은 진짜 안 달아요.

 

"타슈켄트에서 먹던 맛이랑 똑같다!"

 

제가 먹은 논은 많이 식어 있었어요. 그래도 맛있었어요. 타슈켄트에서 먹던 논의 맛과 똑같았어요. 단맛은 없었어요. 대신 고소하고 구수한 맛이 매우 진했어요. 조직은 조금 성겨서 물 없이 먹어도 목이 안 메었어요. 우리나라 빵집에서 판매하는 바게뜨보다 구수한 맛이 훨씬 더 강했어요. 껍질은 적당히 바삭했어요. 빵 아래 밑판은 아주 바삭하고 윗쪽은 보다 부드러웠어요.

 

'집 근처에 있으면 이틀에 한 번은 사서 먹을텐데...'

 

매우 맛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먹던 맛과 똑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우즈베키스탄에 있었을 때 맨날 논 사러 가던 것이 떠올랐어요. 새벽 4시가 되면 논보이호나에 불이 켜지고 빵을 굽기 시작하던 빵집이 떠올랐어요. 빵집은 매일 쉬지 않고 빵을 굽기 때문에 많이 쌓아두지 않고 식사할 때가 되면 가서 몇 개 사오곤 했어요. 그러면 매우 뜨거운 논을 먹을 수 있었어요.

 

동대문에 놀러가면 탄드르 우즈 가서 우즈베키스탄 전통 식빵인 난을 사서 먹어보는 것도 매우 좋을 거에요. 타슈켄트 가서 먹는 것과 맛이 정말 똑같았어요.

 

 

위치는 서울 중구 마른내로 155-1이에요. 지도에서는 우리집칼국수 찍으면 되요. 한솥도시락 동대문운동장역점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 7번출구 가는 길에 있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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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21.09.17 15:40 [ ADDR : EDIT/ DEL : REPLY ]
  2. 와~~우즈베키스탄전통빵 논
    처음봐요 ㅎ
    맛도궁금하네요

    2021.09.17 23: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