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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전통 문화, 역사, 관광 소개 프로그램 - O'zbekiston Tarixi 채널 Moziyga sayohat

좀좀이 2021. 5. 2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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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여행기를 다시 보며 이야기하는 글을 올릴 목적으로 브런치를 개설했어요. 2006년에 처음으로 썼던 여행기를 하나 보며 글을 쓰던 중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우즈베키스탄 엄청 오래 잊고 있었네?'

 

한동안 우즈베키스탄을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예전 여행기를 하나씩 다시 보기 시작하면서 그제서야 잊을 수 없는 우즈베키스탄이 떠올랐어요. 우즈베키스탄 자체를 완전히 잊지는 않았지만 우즈베키스탄과 우즈베크어에 관심을 전혀 안 가진 지 꽤 오래되었어요. 매일 제 블로그를 들여다보면서도 우즈베키스탄은 완전히 잊고 살았어요. 마치 산소가 존재하지만 산소 자체를 못 느끼는 것처럼요.

 

우즈베키스탄은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의 어머니

 

제 인생에서 우즈베키스탄은 매우 소중한 나라이고 중요한 나라에요. 좀좀이의 여행 티스토리 블로그만 놓고 보면 우즈베키스탄은 소중하고 중요한 나라 수준이 아니라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의 어머니라 할 수 있어요. 이 블로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제대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거든요.

 

애초에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에 여행기를 갑자기 몰아서 올리기 시작한 이유 자체가 2012년에 우즈베키스탄에 1년간 우즈베크어를 공부하러 갈 거였기 때문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 가면 우즈베크어 공부하고 우즈베키스탄 생활에 적응하고 우즈베키스탄에 대해 최대한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여행기 쓸 짬이 없을 것 같았어요. 더욱이 우즈베키스탄 인터넷 사정이 좋을 거라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구요. 그래서 어쩌면 1년간 블로그를 방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가기 전에 여행기를 최대한 많이 올려놓자는 생각에 갑자기 부지런히 여행기를 써서 올리기 시작했어요.

 

이후 2012년 1년 동안 우즈베키스탄에서 머무르면서 이것저것 글을 썼어요. 한국과 달리 밤이 되면 정말 할 것이 없었어요. 처음에 살던 집은 TV가 있어서 밤이 되면 TV를 열심히 봤어요. 그렇지만 두 번째 살던 집에는 TV가 없었어요. TV가 없으니 밤이 되면 진짜로 할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한국에서 들고 간 소형 단파 라디오로 라디오 방송을 잡아서 그거라도 들으며 시간을 보내보려고 했지만 라디오는 전부 음악 방송이었어요.

 

그래서 이때 블로그를 열심히 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일상 이야기도 쓰고 밀린 여행기도 열심히 썼어요. 라디오 방송은 잡음이 시끄러워서 나중에는 시장에서 우즈베키스탄 가요 mp3 파일이 가득 들어있는 CD 구입해서 노래를 계속 틀어놓고 글도 쓰고 댓글도 달고 답방도 갔어요.

 

이때 우즈베키스탄 최신 가요 참 많이 들었어요.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타로나 눅타 넷! 타로나 눅타 넷!

엔비케이 스뚜디오 눅타 우즈!

 

노래를 듣다 보면 저렇게 광고가 나왔어요. 노래 한 번 들을 때마다 타로나 눅타 넷 아니면 엔비케이 스뚜디오 눅타 우즈를 꼭 한 번씩 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이것들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었어요. 하루에 못 해도 몇십 번씩 들었을 거에요. 노래들은 기억 안 나도 저 광고 멘트만큼은 절대 잊을 수 없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를 운영할 때는 저도 변방의 잡블로그 중 하나에 불과했어요. 그렇지만 정작 우즈베키스탄에서 돌아온 후 우즈베키스탄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제 블로그를 찾아서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이게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 초기에 사실상 유일한 유입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으로 근근히 버티다 나중에 블로그 성격이 몇 차례 바뀌었어요. 우즈베키스탄이 없었다면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는 아예 없어졌을 수도 있어요.

 

이제는 제 블로그에 우즈베키스탄 관련 유입이 별로 없어요.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요. 제가 우즈베키스탄에 있었던 2012년은 우즈베키스탄이 변화하려고 하기 직전이었어요. 최고액권이 1,000숨권이었고, 환전은 무조건 시장에서 환전해야 했던 시절이었어요. 타슈켄트 나보이 거리는 제가 있던 내내 공사중이었고 떠나기 직전인 2013년 1월에야 하얀 외벽을 가진 새 건물들이 완성되기 직전이었어요. 2013년 7월에 모든 우즈베키스탄인들이 간절히 원하던 대망의 5천숨권이 발행되기 시작했고, 2016년에는 이슬롬 카리모프가 사망하고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완전히 크게 변했어요. 이제 사람들이 더 이상 시장에서 몰래 환전하지도 않고 모든 사람들이 우즈베키스탄 숨을 뭉칫돈으로 들고 다니는 일도 없다고 해요. 한국인은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게 바뀌었구요. 제가 우즈베키스탄 있을 때만 해도 우즈베키스탄은 여행가려고 하면 비자 받기 위해 초청장 받는 게 일이었어요. 그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에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돌아올 때 우즈베키스탄 관련 자료를 엄청나게 많이 모아왔어요. 몇 년은 우려먹을 수 있을 양을 들고 왔어요. 그러나 한국 돌아와서 전부 여전히 박스 속에 보관 중이에요. 펼쳐봐야 하는데 미루고 미루다보니 잊어버렸어요. 여기에 제 관심사가 여기저기 엄청나게 왔다갔다한 것도 있었구요. 그러는 사이 우즈베크어를 많이 잊어버렸고, 타지크어는 완전히 다 잊어버렸어요.

 

'전에 MTRK 유튜브 채널 구독 눌러놨었지?'

 

한동안 유튜브도 아예 로그인을 안 했어요. 모처럼 유튜브에 로그인해서 MTRK 채널에 들어갔어요. 우즈베키스탄 MTRK 계열 방송사 방송들이 많이 업로드되어 있었어요.

 

MTRK는 O'zbekiston Milliy Teleradiokompaniyasi 의 약자에요. 우리나라로 치면 KBS 같은 방송사에요. KBS가 KBS1, KBS2 등 하위 방송채널이 몇 개 있는 것처럼 MTRK도 하위 채널이 여러 종류 있어요.

 

어떤 방송들이 올라와 있는지 쭉 살펴봤어요. 뉴스를 기사별로 올려놓은 것도 있고, 교양 프로그램, 드라마 등도 올라와 있었어요.

 

"이거나 한 번 봐볼까?"

 

O'zbekiston Tarixi 채널에서 올린 Moziyga sayohat 라는 방송이 있었어요.

 

'moziy? 이거 무슨 말이지?'

 

sayohat 는 우즈베크어로 '여행'이라는 말이에요. moziyga sayohat는 'moziy로의 여행'이라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moziy가 무슨 말인지 기억나지 않았어요. 얼핏 보면 '박물관으로의 여행'처럼 생겼지만 박물관은 muzey 에요. 이게 하나만 그러면 박물관을 오타낸 거 아닌가 했을 거에요. 그렇지만 moziyga sayohat 라는 제목의 방송이 여러 편 올라와 있었어요.

 

'오랜만에 우즈베크어 사전 찾아보네.'

 

우즈베크어 대사전에서 moziy를 찾아봤어요.

 

"아, 아랍어 ma:di:!"

 

아랍어에는 ma:di: 라는 단어가 있어요. '지난, 과거의'라는 의미에요. 아랍어 ma:di: 가 페르시아어를 거쳐 우즈베크어에 유입되면서 moziy라고 바뀌었어요. 그러니까 moziyga sayohat는 '과거로의 여행' 정도로 번역할 수 있어요. 유적, 전통 문화 같은 것 소개하고 역사도 이야기해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방송을 하나씩 봤어요.

 

"이거 우즈벡 여행 추억 떠오르네."

 

 

우즈베키스탄 여행 중 가장 마지막에 갔었던 사마르칸트 미르조 울루그벡 마드라사가 있었어요. 여기는 레기스탄 광장에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시토라이 모히 코사 궁전도 있었어요. 여기는 부하라 구시가지에서 멀어요. 하지만 직접 가서 볼 가치가 충분한 곳이에요.

 

 

"부하라 아르크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본 편은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아르크였어요. 제가 부하라 아르크를 갔을 때인 2012년에는 입장 금지였어요.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찰관에게 돈을 얼마 쥐어주면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아르크 내부는 폐허 그 자체였어요. 진짜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래도 아르크는 한 번 돈 내고 들어가볼 가치가 있었어요. 아르크 구시가지에서 내려다보는 부하라 구시가지 풍경이 정말 멋있었거든요. 석양이 질 때 아르크 안으로 들어가서 부하라 구시가지를 보면 붉게 물든 환상적인 부하라 구시가지를 볼 수 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아르크 편을 잘 봤어요.

 

"와, 저기 많이 바뀌었네?"

 

이제 표를 구입해서 들어갈 수 있었어요. 예전처럼 경찰에게 돈 쥐어주고 몰래 들어가야 하는 곳이 아니었어요. 내부에 이것저것 전시물도 만들어놨어요. 옛날 감옥인 진돈도 작게 복원해놨어요. 여기에 부하라 아르크 일부를 복원했고, 모스크는 복원해서 박물관으로 만들어놨어요. 그래도 아직까지 복원 안 된 구역들이 남아 있었어요. 그 중 하나는 제가 부하라 아르크에서 석양에 물든 부하라 구시가지를 바라보던 자리였어요.

 

 

우즈베키스탄 히바 누를라보이 궁전도 있었어요. 여기는 제가 깄을 때 하렘은 공개되어 있지 않았어요. 이것은 대충 넘겨봐서 하렘을 이제 공개하고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우즈베키스탄 전통 모자 돕프 공예 편도 있었어요.

 

O'zbekiston Tarixi 채널 Moziyga sayohat 프로그램은 우즈베키스탄 전통 문화, 역사, 관광에 관심있다면 한 번 봐볼만 했어요. 국영방송사 중 우즈베키스탄 역사 채널에서 만든 방송이라 우즈베키스탄에서 공식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중앙아시아 전통 문화, 역사에 대해 공부할 때 보면 잘못 알려진 것들도 꽤 있어요. 역사는 그래도 연구 결과에 따라 그런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전통 문화 쪽은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하면 문제가 커져요. 전통문화의 기원 같은 전통문화의 '역사'가 아니라 전통문화 내용 그 자체에 대해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거든요.

 

여기에서 나오는 우즈베크어 단어들 중에는 어려운 단어도 섞여 있어요. 그러나 발음이 또박또박하고 우즈베크어 표준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알아듣기 쉬워요. 우즈베크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대충 넘겨가면서 보면 될 거에요.

 

이 방송은 설명이 많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틀어놓고 딴짓 하면서 우즈베크어 듣기 연습하는 용도로 사용해도 괜찮아요. 외국어를 학습할 때 못 알아듣더라도 일단 많이 들어보는 것이 좋아요. 그런데 영화, 드라마 같은 것은 이렇게 그저 외국어에 귀를 많이 노출시키는 용도로 쓰기에는 의외로 대사가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설명, 대사가 많은 방송을 찾아서 쭉 틀어놓는 용도의 방송도 한둘 알아놓으면 좋은데 moziyga sayohat는 그런 용도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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