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하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상장폐지.
상장폐지 - 일명 '상폐'는 주식 투자할 때 가장 무서운 거에요. 이것은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러나 상장폐지라고 다 같은 상장폐지는 아니에요. 지옥으로 가는 상장폐기가 있고 천당으로 가는 상장폐지가 있어요.
"천당으로 가는 주식 상장폐지가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평생 주식 투자하며 한 번 당할 일이 없다는 그 힘든 걸 내가 당했다.
유상소각 상장폐지.
상장폐지 중 '유상소각 상장폐지'라는 것이 있어요. 기업이 모종의 이유로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주식을 모두 매입 후 상장폐지시켜버리는 것을 말해요. 당연히 이때 후한 값을 쳐서 장내매수를 진행한 후 상장폐지시키기 때문에 이 경우에 한해서 기존 주주는 천당으로 가는 상장폐지를 겪게 되요. 2020년 한국 증시에서는 대표적으로 쌍용양회우 주식이 유상소각 상장폐지당했어요. 가치투자의 끝은 결국 상장폐지에요. 그것이 지옥으로 가는 일반 상장폐지일 수도 있고, 천당으로 가는 유상매입 상장폐지일 수도 있어요.
이것은 내가 유상소각 상장폐지 맞은 이야기.
2020년 5월 29일이었어요. 당시 달러가 다시 폭주할 것 같아서 달러를 조금 사놨어요. 그러나 달러를 그대로 들고 있는 것은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었어요. 환율은 방향 한 번 잡고 가기 시작하면 상당히 오랜 기간 그 방향 그대로 밀어버리거든요. 원-달러 환율이 1달러에 1200원이 넘는 건 상당히 높은 환율이었어요. 만에 하나 방향이 하방으로 꺾이면 그대로 완전히 처물릴 상황이었어요.
'미국 주식 사놓으면 되잖아?'
달러 가치와 미국 주식의 가치는 반비례하지만 정말 엄청나게 크게 보면 둘은 비례해요. 무슨 경제학의 기초도 모르는 소리냐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달러 가치란 결국 미국 경제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어요. 단기, 중기적으로는 달러 가치와 미국 주식의 가치가 반비례하지만 아주 길게 보면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미국이 매력적인 시장이어야 달러 패권도 유지될 수 있어요.
그때 매수한 것이 바로 던킨 브랜즈 - DNKN 이었어요. 던킨은 잘 가지 않지만 베스킨라빈스31은 좋아해요. 사실 배스킨라빈스 때문에 매수한 주식이었어요. 배스킨라빈스의 기술력을 알고 있었거든요. 저는 이날 DNKN 주식을 65.89 달러에 1주 매수했어요. 이때 DNKN 종가는 63.87달러였어요. 사자마자 물렸어요. 그래도 편안했어요. 배스킨라빈스 주식이었으니까요. 주식이 안 오르면 부두술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먹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킬 수 있는 종목이었어요.
내가 먹어본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종류가 100종류가 훨씬 넘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거 하나면 끝이에요. 동네 매장에는 항상 28~32종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어요. 얼핏 보면 32종류만 먹으면 끝일 거 같아요. 하지만 아니에요. 공략 시작한지 몇년째이고 100종류 넘게 먹었는데도 끝이 안 보여요. 배스킨라빈스 브라운 청담점 가면 거기 진열되어 있는 일반 아이스크림 종류만 100종류가 넘어요. 게다가 각 지역, 여러 나라에 퍼져 있기 때문에 기술이 발달하면 '영원히 망할 수 없는 아이스크림 초거대 기업'이 될 수 밖에 없어요. 그간 판매된 아이스크림 정보로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너는 이미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수준으로 더 무섭게 성장할 거에요.
이런 상상은 허황된 부분이 하나도 없어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배스킨라빈스 매장을 가보면 동네마다 아이스크림 종류가 미묘하게 차이나요. 어느 정도 '동네 룰'이 허용되요. 점주 재량이 약간 있거든요. 이런 데이터를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면 망하겠어요? 배스킨라빈스 브라운 청담점 가보면 아이스크림 종류 가동시킬 수 있는 것만 해도 100종류가 넘는데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를 싫어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아요. 단지 종류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못 찾았을 뿐이에요.
던킨 브랜즈 주식인 DNKN 은 매수한 이후 순조롭게 상승했어요. 나중에 DNKN 이 피터 린치가 투자해서 15배 번 전설의 주식 종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피터 린치는 매일 아침 많은 직장인들이 도넛과 커피를 들고 출근하는 것을 보고 DNKN에 투자해서 15루타 쳤다고 해요. 저는 던킨이 그런 종목인 줄 몰랐어요. 단지 배스킨라빈스가 겉보기와 달리 너무 굉장한 존재라서 투자한 것 뿐이었어요.
2020년 9월 10일, 드디어 배스킨라빈스 주식이자 피터 린치가 무려 15배나 벌었던 전설의 미국 주식 DNKN 배당금을 받았어요. 세전 40센트, 세후 34센트였어요.
"이걸 풀매수했어야 했네!"
던킨 브랜즈 주식 DNKN 은 거침없었어요. 증시가 조정을 받든 말든 마구잡이로 치고 올라갔어요.
"던킨 왜 이러지? 이거 완전 미친 주식인데?"
세상이 테슬라, 애플만 바라보던 시기. DNKN의 상승 질주는 끝이 없었어요. 이건 뭐 자고 일어나보면 올라가 있는 주식이었어요. 한국에서는 아무도 주목 안 하고 있는데 조용히 계속 올라가니까 더 놀라웠어요. 폭등은 없지만 이렇게 안정적으로 올라가는 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였어요. 심지어 천하의 코카콜라 주식도 조정장이 오면 크게 흔들리는데요.
2020년 10월 15일 아침에 DNKN 주가를 확인해봤어요.
"30% 넘었다!"
DNKN 달러 기준 수익률이 30%를 돌파했어요. 제가 투자한 미국 주식 중 가장 먼저 30%를 돌파했어요.
"이거 왜 이렇게 잘 오르지?"
10월 16일, 던킨 관련 뉴스 중 눈에 띄는 건 던킨이 미국에서 매콤달콤한 도넛을 출시한다는 기사였어요.
"설마 이거 때문에?"
매콤달콤한 도넛 때문에 던킨 주가가 오른다?
정말 이상했어요. 하지만 던킨이 미국에서 실적이 좋고 전망도 좋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었어요. 던킨은 원래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은데다 배달 비중도 높여가던 중에 코로나 사태를 맞았어요. 그래서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입었다고 해요. 반면 스타벅스는 매장 중심 영업이다 보니 코로나 사태때 제대로 타격입었다고 하구요.
2020년 10월 26일 밤 9시였어요. 미국 프리장 상황을 보고 있던 중이었어요. 스마트폰으로 진동이 울렸어요. 인베스팅닷컴 알람이었어요.
"던킨이? 던킨 무슨 일이야?"
인베스팅탓컴 알람 메세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어요.
Dunkin Brands (DNKN) is jumping 17.83% to 104.62 after market open. Check out Dunkin Brands's live quote now
"던킨 뭐야?"
전일 종가가 88.79달러였는데 개장 전 거래시간에서 104.40달러까지 폭등했어요. 스타벅스 주가를 완전히 앞질렀어요.
"던킨 실적 초대박났나?"
던킨이 이렇게 크게 급등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어요. 아무리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해도요. 88.79달러에서 단 하루사이에 17.6% 오를 이유가 있을 리 없죠. 아무리 상한가 제한 없는 미국 주식이라 해도 던킨이 그렇게 급등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동네 조그마한 레스토랑 주식도 아닌데요. 그렇다고 다른 주식도 다 같이 폭등했냐하면 그건 아니었어요. 유독 던킨만 폭등했어요.
던킨이 무슨 백신 치료제를 개발했을 리는 없었어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먹었더니 중국 질병이 완치되었어요' 이런 뉴스가 나왔을 리도 없구요. 솔직히 이런 게 아니라면 던킨 규모와 역사를 봤을 때 단 하루만에 17.6%는 오를 수 없었어요.
장이 개시되고 기사가 등장했어요.
바로 던킨이 Inspire Brands 에 총 90억달러에 매각된다는 뉴스였어요. 10월 26일에는 던킨 쪽에서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답했어요. 그러나 10월 29일로 기억해요. 던킨이 Inspire Brands 에 인수되는 것이 확정되었어요.
단순히 Inspire Brands 에 인수되었기 때문에 던킨 주가가 폭등한 것이 아니었어요.
Inspire Brands, DNKN 유상소각 상장폐지 발표!
아, 내가 상장폐지 맞아본다!
Inspire Brands 는 비상장 기업이에요. Inspire Brands 는 DNKN 주식을 106.50달러에 장내 매수 후 상장폐지시킬 거라고 발표했어요. 이것이 바로 가끔 말로만 들어봤던 유상소각 상장폐지였어요.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주식을 유상매입하고 이후 상폐시켜버리는 거에요.
당연히 유상매입 상장폐지가 발표되면 주가가 폭등해요. 시세와 얼추 비슷하게 유상매입 상장폐지하겠다고 하면 모든 주주들이 다 발끈하죠. 이러면 심지어 에베레스트 꼭대기 성층권에 물려 있는 주주들도 크게 반발해요. 그렇기 때문에 가격을 매우 후하게 쳐서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주식을 매수한 후 상폐시켜버려요.
Inspire Brands 는 비상장 기업이고, 주주들의 간섭을 받기 극도로 싫어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어요. DNKN 주식을 유상소각 상장폐지시키기로 결정한 이유 역시 던킨 브랜즈를 주주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 뜻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어요. 이 말은 진실이라고 봐요. 안 그러면 뭐가 아쉬워서 DNKN 주식을 유상매입 상장폐지시키겠어요. 게다가 106.50달러는 DNKN 주식이 기록하지 못한 역사적 고점이었어요. 유상매입 상장폐지를 무리없이 진행하기 위해 가격을 매우 후하게 쳐줬어요.
'이거 상폐 주식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Inspire Brands 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12월 15일까지 장내매수 후 소각을 추진하고, 이때까지 매수하지 못한 주식은 모두 12월말까지 일괄적으로 106.50달러에 유상소각 상장폐지시킬 예정이었어요. 이 결정은 절대 안 바뀔 거였어요. 미국 야후 파이낸스를 보니 기껏 좋은 주식 갖고 있는데 왜 유상소각 상장폐지를 하냐고 불만인 사람들이 있기는 했어요. 로펌에서는 유상매입 상장폐지에 반대해 소송을 제기할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홍보중이었어요.
하지만 이건 누가 봐도 무산될 확률이 아예 없었어요. 이게 무산될 확률이라면 Inspire Brands 가 갑자기 던킨 브랜즈 인수 취소를 발표하는 것 뿐인데 그럴 리가 없었어요. 90억달러 인수 발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까요.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 소송 가고 엎어질 수도 있어요. 그런데 Inspire Brands 가 역대 던킨 주가 최고점보다 훨씬 더 많이 쳐주기로 했어요. 던킨 주식 차트를 보면 106.50달러는 고사하고 100달러 언저리에 가본 적도 없어요. 그러니까 하늘 꼭대기에 물려 있는 주주들까지 싹 다 해방시켜주겠다는 거였어요. 이러니 반발이 있을래야 있을 수 없었어요.
제게 선택지는 2개 있었어요.
1. 장내 매수 기간에 매도한다
2. 그냥 상폐를 처맞는다
머리가 복잡했어요. 빨리 매도하고 그 돈으로 다른 주식을 살지, 아니면 상폐를 그냥 처맞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어요.
'유상매입 상장폐지되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유상매입 상장폐지를 당해본 사람은 정말 극히 드물어요. 상폐 맞는 사람은 꽤 많아요. 하지만 유상소각 상장폐지 맞는 사람은 정말 희귀해요. 회사가 망하면 주식은 상장폐지당하지만, 유상소각 상장폐지는 회사가 무조건 잘 나간다고 당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 회사에 인수되었다고 당하는 것도 아니에요.
인수한 회사가 작정하고 이 회사를 비상장회사로 만들어 주주들 입김 하나도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운영하겠다고 할 때 맞을 수 있어요. 당연히 이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또는 회사가 지나치게 주주들에게 휘둘리는데다 주가가 초저평가라 판단되었을 때 단행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도 별로 없어요. 아니면 회사를 인수한 쪽이 회사 매도 후 차익을 실현하기 쉽게 하기 위해 유상소각 상장폐지시키는 경우가 있어요.
유상소각 상장폐지는 기본적으로 자진 상장폐지에요.
'미국은 유상소각 상장폐지가 어떻게 되지?'
갑자기 엄청나게 궁금해졌어요. 이건 그냥 상장폐지도 아니고 유상소각 상장폐지였어요. 미국 주식이 상장폐지되면 장외거래로 넘어가요. 이때는 증권사 나이트 데스크에 전화해서 거래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런 사례의 대표적인 경우는 올해 봄에 상장폐지당한 라탐 LATAM 항공사 주식 LTM 이 있어요. 하지만 유상소각 상장폐지는 정말 드문 경우였어요.
상폐란 주식하는 모든 사람에게 무서운 존재. 유상소각 상장폐지에 대해서는 검색해봐도 나오는 것이 거의 없었어요. 게다가 미국 주식 유상소각 상장폐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DNKN 주식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고민하며 베스킨라빈스31에 갔어요. 미찐 감자 아이스크림 싱글레귤러 컵을 하나 구입했어요. 미찐 감자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어서 또 먹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안 먹어본 아이스크림도 있는데 일부러 미찐감자 아이스크림을 주문했어요. 카카오페이로 결제했어요. 카카오페이 알모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이 들어왔어요. 미찐'감자' 아이스크림을 받아서 자리로 가서 앉았어요. 카카오페이 알이 얼마 들어왔는지 확인해봤어요.
"뭐야? 이거 대박이잖아!"
3200원짜리 싱글 레귤러 컵 하나 구입했는데 카카오페이 알 모으기로 들어온 돈은 3213원이었어요. 구입한 금액보다 알모으기로 받은 돈이 더 많았어요.
미찐 감자 아이스크림.
미찐 '감자'
감자!
미래를 알려주는 신호였어요. 그러나 이때는 유상소각 상장폐지당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랐기 때문에 이것이 미래를 예언하는 중요한 사건이라는 걸 몰랐어요. 무려 '감자' 아이스크림이었어요. 감자요. 주식 유상감자. 감자요. 하필 그때 골랐던 아이스크림이 바로 '감자' 아이스크림이었어요.
"배스킨라빈스가 이렇게 돈 챙겨주네?"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먹고 미국 배스킨라빈스 주식 DNKN에 투자했더니 알모으기로 돈 주고 주식은 유상소각 상장폐지로 돈을 챙겨줬어요.
'그냥 상폐 한 번 맞아봐?'
그 무서운 상장폐지에 도전해본다.
나도 상폐 한 번 맞아보겠다.
미찐 감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생각을 정리했어요. 이건 끝까지 들고 갈 거에요. 무서울 게 없었어요. 상폐 맞으면 1주당 106.50달러를 주겠다고 했어요. 뭐가 무서워요. 아직 DNKN 주가는 106.50달러까지 가지 못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어요. DNKN 주가는 106.50달러까지 완벽히 올라가지는 못했어요. 그러면 제가 팔아야할 이유도 없었어요. 상폐 맞으면 1주당 106.50달러를 받을 건데 그보다 못한 값에 던질 필요가 없었어요. 속으로 조금 겁나기는 했어요. 미국 증시에서 유상소각 상장폐지를 맞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어요. 유상소각 상장폐지는 사람들이 그렇게 잘 아는 부분이 아니고, 더욱이 미국 주식 유상소각 상장폐지는 더욱 알 리 없는 영역이었어요. 가끔 DNKN 주식 상폐당하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러면 휴지조각 되고 공중분해된다고 답하고 있었어요.
12월 16일 아침이 되었어요.
키움증권 영웅문S 글로벌에서 제 DNKN 주식이 사라졌어요. 106.50달러는 입금되지 않았는데 주식이 사라졌고 평가금액도 그만큼 줄어들었어요. 정말로 상폐 맞아버렸어요. 주식도 사라졌고 돈도 사라졌어요.
네이버 증시 모바일 버전에서도 DNKN 주식은 사라졌어요. 정말로 상폐되었어요.
"이거 뭐지? 버그인가?"
미국 배스킨라빈스 주식 DNKN 관련 뉴스를 쭉 봤어요. 12월 15일에 유상소각 상장폐지 절차가 다 끝났대요.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12월 15일을 기점으로 모든 주식이 완벽히 강제 유상소각되었대요.
내가 진짜 상폐 맞아봤다!
그것도 주식 하면서 일반인은 평생 한 번 당할 일 없다는 유상소각 상장폐지 맞아봤다!
106.50달러까지 안 올라와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상폐시키려면 시켜보라고 놔두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진짜 상폐당했어요.
"이거 돈 언제 들어오지?"
이제부터 막연한 기다림이었어요. 기사를 찾아보니 12월 15일에 모든 DNKN 주식이 강제소각되었어요. DNKN은 상폐 수준이 아니라 아예 강제소각되었고, 그에 따라 1주당 106.50달러씩 지급될 예정이었어요. 그러나 그 돈이 언제 들어온다는 내용을 다룬 기사는 안 보였어요.
2020년 12월 21일 오후였어요. 키움증권 계좌를 확인해봤어요.
그렇다. 감자였다.
베스킨라빈스31에서 3200원짜리 싱글 레귤러 컵 먹고 카카오페이 알모으기 3215원 터진 그날, 내가 먹은 아이스크림은 바로 미찐감자 아이스크림이었다. 미찐'감자'아이스크림이었다.
내 무의식이 미래를 예언했던 거였나.
내용을 쭉 봤어요.
먼저 입출고 내역에 제 DNKN 주식이 있었어요. 거래단가는 65.89달러였고, 유상소각출고(적요) 1주였어요.
유상소각(해외)입금으로 106.50달러가 들어왔어요.
"이거 뭐지?"
바로 아래에 1097.90원에 달러가 매도된 내역이 있었어요. 6.24달러가 매도되어 있었어요.
달러가 매도된 이유는 바로 '유상소각세출금' 때문이었어요. 주식에 붙는 세금 중 유상소각세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이게 무려 6.24달러였어요. 역시 정부가 세금 하나는 악랄하고 기가 막히게 잘 뜯어가요.
유상소각 상장폐지를 당하며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배웠어요. 마지막에 유상소각 상장폐지에서 마지막까지 들고 있다가 상폐당하면 정부한테 '유상소각세'라는 세금으로 돈을 엄청나게 갈취당해요. 그러니 장내매수가 진행중일 때 유상매입 가격 언저리까지 왔으면 매도하는 것이 더 유리할 거에요. 이건 원화로 지출했으니 한국 정부가 뜯어갔겠죠.
미국 주식을 처음 투자한 날은 2020년 4월 20일. 8개월도 안 되어서 그 당하기 힘들다는 유상소각 상장폐지를 당했어요. 미국 주식은 소소하고 평범하게 초장기 가치투자하는 것이 목표에요. 그래서 한 번 매수한 주식은 오르든 말든 어지간해서는 트레이딩하지 않고 얌전히 갖고 있어요. 그러데 그 당할 확률 아주 희박하다는 천당행 상장폐지 - 유상소각 상장폐지를 맞았어요. 주식 시작해서 8개월도 안 되어서 무려 미국 증시에서 상장폐지를 맞아보기는 했는데 그게 지옥행 일반 상장폐지가 아니라 천당행 유상매입 상장폐지였어요.
피터 린치가 15루타 친 전설의 DNKN은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요. 피터 린치는 던킨 도넛과 커피를 보고 가치투자해서 15루타를 달성했어요. 저는 배스킨라빈스 보고 가치 투자해서 유상소각 상장폐지를 맞았어요. 피터 린치한테 15루타 안겨주고 시간이 한참 지나 제게 유상소각 상장폐지를 안겨주다니 던킨 브랜즈가 정말 엄청나게 좋은 기업인가봐요. 하긴 그러니 Inspire Brands 가 주주들에게 상당히 많은 웃돈 주고 유상소각 상장폐지를 단행했겠죠. 던킨 주식 DNKN 106.50달러가 고평가냐는 말이 꽤 있었어요. 제가 봤을 때 만약 유상소각 상장폐지 이슈가 없었다면 지금쯤 DNKN 주가는 90달러 언저리, 잘 쳐주면 95달러 정도였을 거에요. 이제 스타벅스가 100달러 간신히 넘긴 상태인데요.
던킨 도넛 및 베스킨라빈스31 주식인 미국 DNKN 던킨 브랜즈 주식은 이렇게 없어졌어요. 주식 세계에서 베스킨라빈스31와의 인연은 끝났어요. 그러나 저는 계속 배스킨라빈스에 갈 거에요. 배스킨라빈스31이 신메뉴 아이스크림을 더 이상 내놓지 않을 때까지 가서 누구 근성이 더 대단한지 경쟁을 벌일 거에요.
베스킨라빈스31 매장에 미찐 감자 아이스크림이 다시 나오면 반드시 다시 사먹을 거에요. 미찐 감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DNKN 주식 유상소각 상장폐지의 추억을 회상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