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8일 아침. 깨끗한나라 주식 1주를 16초만에 사고 팔아서 돈을 벌었어요. 매우 신났어요. 이건 길거리에서 동전 줍는 것보다 더 빠른 시간이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16초면 숨 참아도 16초는 아무나 다 참아요. 여기에 실제 주식 트레이딩을 할 때 16초는 몰입해서 보면 정말 찰나의 순간이에요. 호가창이 요동칠 때 16초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1초나 마찬가지에요.
"나 돈 벌었어?"
"응?"
여자친구에게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며 34원 번 것을 보여줬어요. 아침 장 시작하자마자 마스크 테마주 깨끗한나라 주식을 매수해서 16초만에 매도했다고 이야기했어요. 여자친구가 깔깔 웃었어요.
"너 그걸로 또 글 쓸 거지?"
"응."
당연히 써야죠. 2020년에 여행도 못 갔는데요. 여행을 못 가서 주식 세계 여행하고 있잖아요. 12월에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도 못하니 주식 세계 코로나 테마주 여행하고 있잖아요. 이것도 여행기에요. 크게 돈을 벌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 못 가니까 코로나 테마주 세계나 여행하자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단타치고 있는 거니까요. 자기 돈 안 넣고 멍하니 호가창 보고 글 쓰는 건 진짜 엉터리죠. 그건 여행기가 아니라 감상문이구요. 제가 쓰고 싶은 것은 나름 '여행기'니까 실제 체험을 해야만 해요. 그래서 1주씩 샀다 팔았다 하며 코로나 테마주 여행을 즐기고 있었어요.
"이제 너 스티로폼 테마주도 쓰는 거 아냐?"
"스티로폼? 뭔 말이야?"
여자친구가 제게 이제 스티로폼 테마주도 건드리고 글 쓰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스티로폼? 스티로폼 테마주도 코로나 테마주에 속하나?'
여자친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쿠팡 프레쉬 같은 거 온라인 주문하잖아."
"응."
그거야 저도 당연히 알죠. 그래서 영풍제지 탔잖아요. 요즘 택배 때문에 제지주 중 골판지주가 매우 핫해요.
"골판지 테마주가 있으면 스티로폼 테마주가 있을 거구."
"응. 그래서?"
"택배 받으면 다 쓰레기되는 것이니 폐기물 테마주?"
아하!
여자친구의 혜안에 무릎을 탁 쳤어요.
이래서 사람은 유튜브를 보고 독서를 하고 TV 프로그램도 열심히 봐야해.
테마주는 자고로 '스토리'가 있어야 해요. 스토리가 멋지게 딱 써져야 그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를 사람들이 납득하죠. 여자친구의 말에는 논리적으로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었어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택배를 많이 주문해요. 그래서 골판지주가 엄청나게 날뛰고 있어요. 그런데 택배가 무조건 골판지만으로 포장되는 것은 아니에요. 스티로폼 포장도 있어요.
이제 택배를 받았어요. 일반인이 포장지를 쓸 일이 뭐가 있겠어요. 박스는 그래도 내놓으면 알아서 잘 주워가요. 그리고 박스는 놔두면 써먹을 일이 생기기는 해요. 이사할 때 포장할 때 써먹을 수 있어요. 평소에 방 정리할 때 박스에 이것저것 담아놓을 수도 있구요. 정 필요 없으면 그때 내놔도 되요.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택배 보낼 때 재사용해도 되구요. 그러나 그 외 포장재들은 쓸 일이 없어요. 기껏해야 뽁뽁이를 유리창에 붙여서 단열 효과 올리는 것 정도 있어요.
택배가 증가하면 쓰레기가 늘어나요. 폐기물 처리 테마주였어요.
"폐기물 처리 테마주로 간다!"
16초만에 한 건 해치웠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엄청나게 널널했어요. 폐기물 처리 테마주, 쓰레기 관련주를 찾아야했어요. 구글에서 폐기물 테마주로 검색해봤어요.
"코엔텍?"
당연히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회사였어요. 이런 회사를 제가 알 리가 없었어요. 폐기물 처리 테마주, 쓰레기 관련주 같은 것에 제가 왜 관심을 갖겠어요.
코엔텍은 여름 태풍 피해 테마주로 분류되어 있는 회사였어요. 폐기물 처리하는 회사이니 여름에 태풍 피해가 심각할 때 특히 주목받는 회사인 모양이었어요. 이런 건 시즌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코엔텍 한 번 봐볼까?"
코스닥 029960 코엔텍 주식을 봤어요.
"배당수익률이 5.61%?"
폐기물 처리 테마주이자 쓰레기 관련주이자 여름 태풍 피해 수혜주인 코엔텍 주식은 배당수익률이 무려 5.61%였어요. 이 정도면 일단 비벼볼 만한 종목이었어요. 12월은 배당락이 몰려 있는 달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배당수익률도 참고하면서 보면 꽤 유익해요.
코스닥 029960 코엔텍 주식 차트를 봤어요. 전일 종가는 9,550원이었어요. 전일 최고가는 10,100원이었어요.
"코엔텍 가자!"
생각따위란 없는 거다.
2020년 12월 18일 아침 9시 34분 49초, 코스닥 029960 코엔텍 주식을 9,800원에 바로 1주 매수했어요.
'이거 오늘 다시 말아올라가겠지?'
하지만 전개 상황이 아주 안 좋았어요. 제 예상과 크게 빗나가고 있었어요. 매물이 계속 쏟아져나오고 있었어요. 매수벽 쌓인 게 녹아내리고 있었어요.
'잠깐만, 내가 뭐 놓친 게 있나?'
폐기물 처리 테마주이자 쓰레기 관련주이자 여름 태풍 피해 수혜주인 코스닥 029960 코엔텍 주식이 전날 10,100원까지 올랐다가 흘러내렸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렇게 될 거 같지는 않았어요. 배당수익률이 5.61%니까 나름 비벼볼 만한 가격이었어요. 뭔가 제가 놓친 것이 있는 것 같았어요.
사람은 원래 처물리면 공부하게 된다.
코스닥 029960 코엔텍 주식은 이미 9800원에 1주 물려있는 상황. 그제서야 제가 놓친 것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일단 수급상황을 보기로 했어요. 투자자별 매매동향으로 들어갔어요.
2020년 12월 16일 기관 순매매량 +14,521
기관이 철수세미로 설거지하고 있었던 거냐!
외인 2일 연속 매수보다는 나았지만 이건 기관이 철수세미로 개미들 설거지하고 있는 모양이었어요.
'이거 9700원 깨지면 바로 나온다.'
얼마 안 걸렸어요. 9700원 매수벽이 깨졌어요. 바로 9700원 매도 주문을 넣었어요.
2020년 12월 18일 아침 9시 44분 44초, 코스닥 029960 코엔텍 주식 9700원에 1주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어요.
이제 보니 공교롭게도 4444네요. 물론 코엔텍 주식은 이후 더 떨어졌어요. 그러나 이후 일어날 일을 알려주는 신호였던 모양이에요. 저도 글 쓰면서 이제야 봤어요.
코스닥 029960 코엔텍 주식 트레이딩은 실패했어요. 아침에 벌었던 돈은 싹 날아갔고, 계좌 금일실현손익에는 -90원이 찍혔어요. +34원에서 -90원으로 바뀌었어요.
뼈아픈 참사였어요. 교훈을 하나 얻었어요.
스토리를 쓰려면 미리 써라.
골판지 테마주 주가가 날아갈 때 코엔텍을 들어갔다면 어제 맛있게 먹고 나왔을 거였어요. 그런데 너무 늦었어요. 테마주를 타려면 뒷이야기를 빨리 써야해요. 소설을 쓰든 테마주를 타든 스토리 다 끝나가는데 그제서야 다음편 스토리 써보겠다고 하면 뭘 해도 안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