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와 만나서 저녁을 같이 먹었어요. 날이 매우 추워서 나가기 싫은 날이었지만 이때 아니면 올해 안에 보기 힘들 것 같았어요. 뉴스에서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었어요. 뉴스를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였어요. 이걸 오늘 하냐 내일 하냐 공식 발표일만 왔다갔다하는 모습이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어도 식당은 문을 열 거에요. 그러나 만나서 같이 밥 먹기 그렇게 밝은 분위기는 절대 아닐 거였어요. 그래서 추워도 만날 수 있을 때 만나는 것이 나아보였어요.
공덕에서 모처럼 족발을 먹으며 족발을 다 먹은 후 어떻게 할 지 이야기했어요.
"밖에 있을 날씨가 도저히 아니다."
"어, 오늘 너무 추워."
밖에서 같이 걸으며 잡담 나눌 날씨가 아니었어요. 무조건 실내로 들어가야만 했어요.
"거리두기할 거면 카페 좌석이나 줄이라고 할 것이지,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마다 카페 좌석을 조금씩 줄여나가게 하면 나았을 거에요. 영업시간에는 제한을 두지 말구요. 영업시간에 제한을 두니 사람들이 다 저녁 9시까지 몰리가 되었어요. 수많은 카페는 쓸 데 없이 공간을 낭비하고 있었구요. 집에 들어가면 중국 바이러스가 저절로 전염 안 되나요? 사람들의 활동시간을 최대한 분산시키고 사람들이 최대한 계속 떨어져 있게 해야 하는데 반대로 하는 몰상식의 극치였어요.
"정부가 술 마시라는데 술 마셔야지."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 조금 나누고 헤어지고 싶었지만 카페 안에 앉아 있을 수 없었어요. 그러나 방법이 없지는 않아요. 간단해요. 커피 대신에 술을 마시면 되요. 가볍게 맥주 500cc 한 잔 마시면서 잡담하는 방법이 있었어요. 이러면 돈도 그렇게 많이 안 들어요. 안주 하나 아주 저렴하고 간단한 거 시켜서 마시면 어디에서 마시든 아주 비싼 커피 한 잔 마신 셈 칠 수 있어요.
"마포 도화동 가자. 거기가 술집 많아."
가볍게 커피 한 잔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어요. 카페라면 빨대로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마스크를 또 쓰면 되지만 술집은 그러기 어려워요. 대체 왜 카페를 다 막아놨는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카페가 더 안전한데요. 카페를 막아놓으니 이제는 호프집으로 갈 수밖에 없어졌어요. 저녁 먹은 후 맥주 마시러 가서 2시간 정도 앉아 있으면 딱 9시가 될 거였어요.
"날 엄청 춥다!"
"그러니까. 이렇게 카페가 많은데 하나도 못 들어가네."
길거리에 카페는 많았어요. 그러나 실내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카페는 단 한 곳도 없었어요. 정신나간 헛짓거리 K-방역 때문에요. 추위 속에서 마포역 근처 마포 도화동으로 넘어갔어요. 공덕역에서 가까워서 금방 갔어요. 실제 거리는 얼마 안 되었지만 날이 꽤 추워서 상당히 긴 거리를 걸은 기분이었어요. 벌벌 떨면서 마포 도화동에 도착해 가볍게 맥주 500cc 마실 수 있는 술집을 찾기 시작했어요.
마포 도화동에는 술집이 많았어요. 원래는 사람이 붐비는 길이었어요. 그렇지만 대한민국이 망한민국이 되어버렸는지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날은 춥고 돌아다닐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 술집이고 식당이고 전부 매우 한산했어요. 카페 들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구요.
마포 도화동에서 괜찮은 호프집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맥주 500cc 한 잔 마실 수 있는 곳은 많이 있었어요. 아무 곳이나 한 곳 골라서 들어가도 되었어요. 이왕이면 조금 괜찮은 곳에 들어가기로 했어요. 추위를 참으며 거리를 걸으면서 괜찮은 호프집이 있는지 찾아봤어요.
"저기 괜찮지 않을 건가?"
3층 건물에 2층에 맥주집이 하나 있었어요. Krombacher 라는 글자가 붙어 있었어요. 바로 옆에는 비어킹이 있었어요.
"비어킹 갈까, 크롬바커 갈까?"
"너 좋은 곳으로 가자."
친구가 제게 가고 싶은 곳을 골라서 가라고 했어요.
"그러면 크롬바커로 가자. 저기가 왠지 괜찮아보인다."
"그러자."
친구와 크롬바커 마포점으로 들어갔어요.
크롬바커 마포점 주소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도화길 26 에요. 지번 주소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도화동 6-51 이에요.
계단은 난간폭이 꽤 좁았어요. 계단을 올라가 2층으로 갔어요. 안에는 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저와 친구도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뭐 마시지?"
메뉴판을 펼쳤어요.
"여기는 500cc는 없고 300cc랑 600cc 가 있네?"
"300cc? 600cc?"
300cc는 너무 적고 600cc는 조금 많았어요.
'2시간 앉아 있다가 나가려면 그냥 600cc 주문하는 것이 낫겠지?'
2시간 앉아 있는데 300cc 주문하면 결국 300cc를 두 잔 주무해야 할 게 뻔했어요. 300cc는 금방 다 마시니까요. 300cc 두 잔 가격과 600cc 한 잔 가격을 비교해봤어요. 600cc 한 잔 가격이 300cc 두 잔 가격보다 더 저렴했어요.
"600cc 로 마시자. 한 번 더 주문하려고 하면 귀찮잖아."
"그래, 그러자."
각자 600cc 한 잔씩 주문했어요.
600cc 2잔을 주문한 후 실내를 구경했어요. 테이블은 몇 석 없었어요. 저와 친구가 자리를 잡은 후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어요. 한 테이블 빼고 전부 자리가 들어찼어요.
크롬바커 맥주 600cc가 나왔어요.
'이거 쓴 맛 강한데?'
크롬바커 마포점의 맥주 600cc 맛은 쓴맛이 꽤 강한 편이었어요. 단맛은 약했어요. 처음 마셨을 때 느낌은 매우 도수 높은 맥주를 넘어서 소주 섞은 폭탄주 마시는 기분이었어요. 단맛은 별로 안 느껴지고 쓴맛이 확 느껴졌거든요. 몇 모금 마셔도 쓴맛이 계속 느껴졌어요.
'쓴맛에 비해 도수는 별로 안 높은가 보네?'
쓴맛이 강한 맥주라 도수도 높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몸에서 반응이 매우 더디게 왔어요. 도수가 높다면 술기운이 확 올라서 힘들어야 했어요. 그런데 그런 증상은 전혀 없었어요. 몸이 붉어지기는 했지만 이것은 알코올 도수가 매우 낮은 호로요이 마실 때도 일어나는 현상이었어요. 정신도 멀쩡하고 몸도 멀쩡했어요. 평범한 맥주 500cc 마시는 것과 별 차이 없었어요. 이로 미루어보아 여기 맥주는 쓴맛이 강하기는 하지만 도수 자체는 그렇게 높지 않은 맥주인 모양이었어요.
맥주 향은 매우 구수했어요. 보리 쓴물 같았어요. 맥주 향은 괜찮았어요. 개인적으로 술의 쓴맛을 매우 안 좋아하고 단맛 엄청 강한 맥주를 좋아해서 그렇게까지 입에 맞는 맥주는 아니었지만 맥주 자체는 괜찮은 편이었어요. 단맛 강한 맥주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맛이었어요. 탄산은 너무 거칠지 않았어요.
분위기는 괜찮았어요. 가볍게 지인과 맥주 600cc 마시며 두어 시간 잡담 나누기 매우 좋은 곳이었어요. 카페 대신 가기 괜찮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