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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일 오전이었어요.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잡담하며 할 일 하고 있었어요. 느긋하게 글 쓰고 할 거 하면서 간간이 채권을 살펴보고 있었어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어요.


친구와 이런 저런 잡담을 하다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주식 이야기로 흘러갔어요. 친구는 요즘 주식 거래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아졌어요. 사실 친구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전국민이 지금 다 주식에 관심있을 거에요. 직접 돈을 주식에 집어넣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죠. 코스피에서는 돈이 매일 하루가 다르게 복사되어 쏟아져 나온다는데 누가 관심을 안 가져요. 친구는 구경만 하지는 않고 직접 돈을 넣어서 돈을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하고 하는 중이었어요.


저는 개별주 트레이딩은 어지간하면 잘 하지 않아요. 올해부터 주식 거래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개별주 트레이딩은 잘 모르고 재미를 본 경우보다는 망한 경우가 훨씬 많았어요. 조금 먹고 공중제비 열 바퀴 돌고 크게 잃고 가치투자하다 골로 가는 평범한 개미였어요. 그래도 가치투자까지는 안 갔어요. 너무하다 싶으면 과감히 손절해버렸거든요. 애초에 기대 하나도 없으면 마이너스 1%에 손절하고 기대가 있으면 마이너스 5%에 손절쳤어요. 그리고 해도 소소하게 게임 즐기듯 하는 거라서 비싸든 싸든 1주만 갖고 놀았구요. 개별주는 승률이 별로 안 좋아서 더 이상 안 건드리기로 했어요.


저는 주식할 때 한국 주식은 트레이딩하고 미국 주식은 무조건 오래 들고 가는 가치투자로 가요. 그런데 한국 주식에서는 영 재미를 못 봤어요. 3월에 벌어놓은 돈을 자꾸 야금야금 까먹기만 해서 한국 주식 트레이딩은 그만두었어요. 그래서 한국 증시에서는 개별주는 손대지 않은지 꽤 되었어요. 이후 한국 주식에서 게임 즐기듯 트레이딩을 할 때는 지수 추종 ETF로 하고 있어요. 지수 추종 패시브 ETF는 야들야들하게 발라먹어도 되거든요. 거래세가 없어서요. 하지만 개별주는 거래세도 있기 때문에 이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엔에프씨 들어가고 싶은데 다른 거에 물려 있어서 못 들어가니까 짜증나네."

"엔에프씨? 그건 또 뭔데?"


친구가 '엔에프씨'라는 주식에 들어가고 싶은데 다른 종목에 돈이 물려 있어서 못 들어가고 있다고 했어요.


"그거 오늘 신규 상장한 주식이잖아."

"코스닥?"

"응."


엔에프씨는 2020년 12월 2일에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주식이었어요.


"그거 좋아?"

"그거 되게 유망한 회사래."


엔에프씨가 어떤 회사인지 찾아봤어요. 기업 설명을 보니 엔에프씨는 2012년 4월 23일에 설립된 회사였어요. 주요 사업은 화장품 제조 및 유통업이 주요 사업이래요. 엔에프씨의 주요 계열사로는 중국에서 화장품 판매업을 담당하는 상해녹음생물과기유한회사가 있대요.


"이거 시진핑 방한 테마주 아냐?"

"아마 그럴걸?"


툭하면 등장하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 테마. 맨날 간만 보고 절대 안 오는 중국 시진핑이지만 한 번이라도 간을 보면 중국 시진핑 방한 테마주가 요동쳐요. 이것은 중국에서 화장품 판매업을 담당하는 회사가 주요 계열사라고 하니 그쪽으로 분류될 게 뻔했어요. 게다가 화장품이라면 한한령으로 엄청나게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이에요. 만약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제일 큰 수혜를 볼 영역은 게임, 화장품일 거에요. 면세점은 현재 상황이 상황인지라 조금 애매하구요.


"이거 한 번 들어가볼까?"

"너 들어가게? 지금은 조금 이르지 않아?"

"어차피 1주 갖고 게임하듯 하는 건데."


이때 저는 중요한 것을 알면서 무시했어요.


꽤 오래전 이야기였어요. 유튜브를 보다가 어쩌다 보니 상장폐지 주식 정리매매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상폐 주식 전문 매매꾼을 '정매꾼'이라고 불러요. 상장폐지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다 도망가기 바쁠 거라고 여겨요. 그런데 정리매매 기간에 뛰어들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을 정매꾼이라고 한대요. 하도 신기해서 영상을 보다보니 이번에는 다른 영상이 나왔어요. 이번에는 신규 상장 주식 매매시 주의 사항이었어요.


유튜브 영상에서 나온 신규 상장 주식 매매시 주의 사항은 의외로 너무 간단했어요. 신규 상장 주식은 개장후 15분, 늦어도 30분 안에 승부를 봐야 한대요. 만약 정말 늦어도 9시 30분까지 상한가로 말아올리지 못하면 무조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다 던지고 튀라고 했어요. 아침 개장시 바로 체결되지 않아서 기회를 보는 사람이라면 순식간에 상을 말아올리지 못하면 그날 아예 건들지도 말라고 했어요. 신규 상장 주식은 무조건 개장 후 15분, 아주 늦어도 30분이면 결판이 난다고 했어요. 정말 간단했고, 너무 확신에 차서 말해서 엄청나게 기억에 남아 있었어요.


265740 엔에프씨 기업 개요를 한 번 봤어요. 저도 잘 볼 줄 몰라요. 제가 아는 선에서 쭉 훑어봤어요. 2018년 12월 자산총계는 407억이었고, 부채총계는 279억, 자본총계는 128억이었어요. 이러면 이자발생부채 비율이 상당히 중요해져요. 이자발생부채는 부채총계 279억 중 229억이었어요. 이러면 솔직히 조금 망설여졌어요. 이자발생부채가 자본총계보다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영업이익률은 15.96%, 순이익률은 10.57%였어요.


엔에프씨 상황을 봤어요. 떨어지는 중이었어요. 한 번 크게 떨어졌다가 다시 19000원을 향해 올라가는 중이었어요. 사실 안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한국 개별주는 아예 손대지 않은지 몇 달 되었고, ETF 단타도 한동안 안 하고 있었어요. 괜히 한 번 건드려보고 싶었어요. 어떤 일이 있어도 한국 개별주는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런 건 구겨서 휴지통에 버렸어요. 신규 상장 주식이 장초에 상을 말아올리지 못하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무시했어요. 잊어버린 게 아니었어요. 뻔히 잘 알고 있고 기억하고 있고 떠올렸음에도 그냥 무시했어요.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불나방 모드가 발동되었어요.


"에라, 모르겠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도 와서 꺼드럭거리고 갔는데 뭔가 되겠지."


엔에프씨 주식을 18850원에 1주 매수했어요. 어차피 1주니까 잃어봐야 천원이었어요. 딱 1000원 잃으면 바로 손절치기로 결정하고 들어갔거든요.


코스닥 신규 상장 주식 엔에프씨 주식 매수


"어? 이거 뭔가 이상하다?"


HTS 가 아니라 MTS로 거래하고 있었어요. 차트는 대충 네이버 금융에서 제공하는 차트로 보고 있었어요.


'이거 기세가 영 아닌데?'


스캘핑 치러 들어왔기 때문에 호가창에서 보여지는 기세를 보고 있었어요. 기세가 이건 약간 애매했어요. 하방으로 슬슬 기우는 것 같기도 한데 잘만 하면 위로 확 말아올라갈 수도 있어 보였어요. 하방 55 대 상방 45 같은 상황이었어요.


"그냥 놔둬봐야지. 시진핑 테마주로 묶일 건데 한 번은 시세 주지 않을까?"


그렇게 놔두고 할 것 하고 있었어요. 조금 뒤 다시 확인해봤어요.


"어? 이거 이상한데?"


호가창을 봤어요. 18000원은 어지간해서는 못 깰 것 같았어요. 그러나 점점 하방으로 확실히 기울고 있었어요. 호가창에 쌓인 매물을 사람들이 아무리 녹여도 마구잡이로 크게 던지는 것들이 있었어요. 그게 점점 많아졌고, 던지는 거에 그치지 않고 매도벽을 만리장성으로 차곡차곡 예쁘게 쌓아가고 있었어요.


'이거 내가 놓친 뭔가가 있나?'


다시 네이버 금융으로 들어가서 엔에프씨 관련 정보를 봤어요. 뉴스가 보였어요. 공모가 관련 뉴스가 보였어요. 엔에프씨 공모가는 13,400원이었어요.


"이거 진짜 잘못 들어간 거 아니야?"


공모가 대비 주가가 너무 높았어요. 이런 건 올라갈 거라면 분명히 장초에 이미 따상 갔어요.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팜 상장 첫날처럼요. 그런데 상한가 가지도 못했다? 게다가 호가창 기세를 보아하니 이건 마구잡이로 집어던지는 중이었어요. 기세를 보아하니 집어던지지만 않으면 분명히 위로 꽤 올라갈 거였어요. 하지만 기세고 나발이고 다 무시하고 계속 뭉텅이로 집어던지고 매도벽을 쌓으며 매수 호가를 하나씩 부수고 점령해나가고 있었어요.


'이거 빨리 손절칠까?'


이건 망한 거 같았어요.


'아니야, 그래도 18000원에서 다시 올리나 한 번 보자.'


볼 필요도 없었어요. 아니, 보지 말았어야 했어요. 18000원 언저리에서 매수세와 매도세가 약간의 공방전을 펼쳤어요. 18000원에 쌓여 있는 매수벽은 허매수벽이 아니라 실매수벽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녹아내려가기 시작했어요. 매수 세력이 18000원에서 방어해보려 했지만 부질없었어요.


"망했다!"


18000원이 깨지는 순간 17000원은 확정이라 봐야 했어요.


"한 번만 18000원 올려주세요!"


그래도 불쌍한 개미 한 마리 살려줄 자비심은 있었던 건지 잠깐 매도세력의 공세가 살짝 약해졌어요. 그때 매수세력이 18000원까지 올렸어요.


"가치투자? 너네나 해!"


한한령 해제 기대, 시진핑 방한 테마 다 필요없었어요. 이건 무조건 빨리 도망쳐야 했어요. 18000원에서 10%는 널널하게 떨어질 수 있었거든요. 공모가가 13400원이고 기세좋게 올라가지를 못했으니까요. 뭔 얼어죽을 가치투자에요. 튈 수 있을 때 튀어야죠.


코스닥 신규 상장 주식 엔에프씨 손절


12시 45분. 18000원에 손절했어요. 주가로 본 손실은 850원. 여기에 거래세까지 내야 했어요. 금액으로는 850원이니 별 거 아니었어요. 게임 한 판 즐겼다고 생각하면 되었어요. 비율로 보면 5% 조금 안 되게 손실봤어요. 그러나 패배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안 좋을 수 밖에 없었어요.


내가 뭐에 홀려서 이렇게 멍청한 짓을 했지?


손절하고 나서야 정신차렸어요. 이건 애초에 이날 들어가서는 안 되는 주식이었어요. 언젠가 오를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 전에 꽤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어요. 예전에 유튜브에서 봤던 그 영상 속 목소리가 귀에서 울렸어요. 신규 상장 주식은 15분 안에 상 말아올리지 못하면 무조건 던지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튀어라. 이걸 뻔히 잘 기억하고 떠올리고 있는데도 충동적으로 기세로 봐서 한 번은 들어올리지 않을까 싶어서 들어간 게 잘못이었어요.


코스닥 신규 상장 주식 엔에프씨 - 스캘핑 매매 실패 이야기


오늘 거래내역을 보니 12월 2일 코스닥 신규 상장 주식 엔에프씨 스캘핑 매매 실패 내역이 떠 있었어요. 주식은 실제 결제일이 D+2일이라 오늘 거래내역에 이게 올라와 있었어요.


그나마 위로가 되는 점이라면 18000원에 손절치기로 결정해 실행한 것은 결과적으로 매우 잘 한 일이었다는 거였어요.


뻔히 알고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을 애써 무시한 결과, 돈만 날렸어요. 역시 뻔히 알고 잘 기억하는 것을 무시하면 결과가 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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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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